My Second Life as an Idol RAW novel - Chapter 319
319
[외전] 마이킷과 합동 방송. (1)
“그럼 광고는 이렇게 진행할게요.”
“넵. 근데 피디님, 저희가 프로그램을 하나 기획 중이거든요?”
마이킷이 소속된 MCN의 피디, 임가윤이 고개를 들어 정지수를 쳐다봤다.
“어떤 건데요?”
“게스트 불러서 합방하려고요.”
임가윤은 마이킷이 마이튜브 채널을 개설하자마자 유심히 지켜본 사람 중 한 명이었다. 전직 아이돌이라 미디어를 다루는 기본 트레이닝이 되어 있어 방송 중 실수에 대한 걱정도 없고 여태까지 활동하면서 과거 일로 물의를 빚은 적도 없다.
그래서 마이킷의 채널은 구독자 수도 꽤 가파르게 올라가고 있었다.
‘덕분에 광고나 협찬 문의도 많이 들어오고.’
그녀가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태블릿 패드를 가방에 넣었다.
“합방… 좋네요. 이제 하실 때 됐죠.”
“네, 근데 저희로는 한계가 있어서요. 방송국 토크쇼처럼 진행하고 싶은데….”
임가윤이 눈을 반짝 빛냈다. 마이킷은 방송 구성에 대한 센스도 있었다. 근데 방송국 토크쇼처럼 스케일을 키운다고?
‘게스트가 보통 사람이 아닌가 봐?’
특유의 친화력으로 대형 스트리머의 인맥도 만들었고, 전직 아이돌이니 연예인 게스트가 올 수도 있다.
‘잠깐, 연예인이면….’
임가윤은 심장이 콩콩 뛰는 것을 느꼈지만, 일단 비즈니스 가면을 쓰고 아무렇지 않은 척 대답했다.
“당연히 지원해 드려야죠. 스튜디오 섭외나 촬영 같은 거 도와 드리면 되나요? 날짜는요?”
“감사합니다. 일정은 그쪽 스케줄 정확히 물어보고 말씀드릴게요.”
그쪽 스케줄? 보통 바쁜 사람이 아니라는 건데? 설마…. 임가윤은 점점 얼굴에 열이 몰리는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누구랑 합방하실 예정인데요?”
“아위요.”
진짜로? 임가윤은 사레들릴 뻔한 것을 간신히 삼켰다.
“…아위?”
그녀가 카페 구석의 티브이를 가리켰다. 마침 아위의 빌보드 무대를 재방송하고 있었다.
“저 아위요?”
“네.”
정지수가 해맑은 얼굴로 웃었다. 장난 반 진심 반으로 빨대 꽂아도 되나 물었지만, 진짜 나온다고 할 줄은 몰랐다. 그것도 컴백에 맞춰 공개하면 우리도 좋고 너네도 좋지 않냐며 아위 쪽에서 밀어붙인 것이다.
‘와 미친, 대박대박!’
반면, 정지수 앞에서는 능력 있는 피디로 포장했던 임가윤은 소리를 삼켰다.
“와…. 어떻게 섭외하신 거예요?”
“애들이 같이하자고 해서요. 컴백도 다가오고, 저희랑 꼭 예능 찍어 보고 싶대서….”
마이킷과 아위가 절친이라는 건 알았지만, 빌보드 3관왕에 컴백을 앞둬 바쁠 그 아위가 먼저 연락해 오다니.
“어우, 와…. 대박이네요.”
이미 내적 환호를 여러 번 지른 임가윤의 얼굴은 새빨개져 있었지만, 정지수는 모른 척했다.
“근데 조건이 좀 많을 거 같은데 괜찮으시겠어요?”
“어, 와…. 그럼요 그쪽에 맞춰야죠. 와…. 그럼 협찬은 어떻게 할까요? 이왕 아위 나오는 거 최대로 땡겨야겠는데?”
임가윤은 감탄하면서도 실속을 잊지 않았다.
“아위 매니저 형한테 물어볼게요. 아마 매뉴얼이 있을 거예요. 근데 걔네가 하는 광고랑 겹치면 안 되는데….”
“잘 파고들면 여러 개 있을 거예요. 아위면 고만고만한 건 안 할 테니까…. 아무튼, 제가 마이킷 여러분 통장 두둑이 채워 드릴게요.”
물론 MCN도 중간 수수료를 챙기니 서로서로 이득이다. 임가윤이 표정 관리를 잊고 헤죽 웃었다.
팬클럽에 들 정도로 팬은 아니지만, 대한민국에서 아위 모르면 간첩일 정도로 유명하다. 그녀가 유명 아이돌을 볼 기회가 어디 있겠는가.
“저도 촬영 때 보러 가도 되죠?”
“그럼요. 비밀 유지는 꼭 해 주세요.”
“당연하죠.”
임가윤은 벌써 설렜다. 소문의 그 아위는 어떨까? 같은 과를 졸업한 선배 말로는 다 착하고 예의 바르다는데. 그렇게 유명한 연예인이 성격까지 좋을 리 있나? 직접 겪지 않고서는 모르잖아?
* * *
그리고 드디어 마이킷과 아위의 녹화 날, MCN 직원들이 아침 일찍 출발했다.
“피디님… 어떡해요. 저 너무 떨려요.”
“…나도.”
임가윤이 고개를 끄덕였다. 워낙 인기 아이돌이라 스튜디오 섭외와 협찬 등등 BHL엔터에 미리 허락을 받아야 했고, 역시 쉽지 않았다. 자발적 야근을 한 그녀가 화장품 파우치를 열어 다크서클을 가렸다.
‘그래도 인센 받으니까 다행이지….’
비밀 유지를 위해 같은 회사 사람 중에도 모르는 사람이 많았다. 대신 아위의 출연을 알고 있는 모든 관계자가 스튜디오에 도착했다.
“안녕하세요.”
“헐, 먼저 와서 기다리고 계셨네요?”
“네. 촬영 전에 점검해 보게요.”
방송국 토크쇼 느낌으로 진행한다고 했지만, 임가윤 측에서는 촬영 보조만 하는 거고 촬영 아이템은 마이킷이 준비해 오기로 해서 준비할 게 많았다.
‘역시, 마이킷을 데려오길 잘했어.’
임가윤이 뿌듯한 표정으로 마이킷을 쳐다봤다. 마이킷은 둥글게 앉아 무언가를 열심히 떠들고 있었다. 그 모습에서 프로페셔널함을 느낀 그녀가 몸을 돌렸다. 사실, 마이킷은 점심 뭐 먹을까에 대한 것으로 논쟁을 벌인 거지만.
“협찬 물품은 다 왔나요?”
“네, 여기요.”
임가윤도 바쁘게 움직였다.
“윽, 이거 결국 받았네.”
“네. 저 아까 한 입 먹어 보고 토하는 줄.”
“이걸 누가 먹어.”
옆을 지나가던 김철민이 걸음을 멈추고 협찬 물품을 살폈다. 첫 출시부터 이렇게 맛없는 음료를 누가 출시 허락한 거냐는 소리가 나와 화제가 되었던 블루베리 티 라테였다.
“아, 그거요? 걱정 마세요. 맛있게 먹을 사람 한 명 있어요.”
최이안이라고, 괜히 저게 협찬 목록에 있는 게 아니거든. 김철민이 의미심장한 얼굴로 웃었다.
스태프가 방송을 위한 카메라 조명 등을 다 설치하고 있을 무렵, 임가윤이 시계를 슬쩍 바라봤다.
“혹시 게스트 언제 오시나요?”
“어, 잠시만요. 야 철민아. 애들 어디래? 마중 나가야 하는 거 아냐?”
“어? 지금 바로 앞이래.”
카메라 앞에 앉아 핸드폰만 바라보던 김철민이 대답했다. 그 대답에 스태프들이 숨죽인 채 입구만을 바라봤다.
“아이고 이게 누구야!”
“마 베스트 프렌드!”
아위의 모습이 보이자마자 마이킷이 과장된 몸짓으로 크게 환호하며 그들을 반겼다. 스태프가 숨을 삼켰다.
평균 키도 큰데다가 비율도 좋고 풍기는 분위기에서 ‘나 연예인이오.’ 하는 느낌이 있었다.
“예? 우리가 빌보드 3관왕 한 것처럼 보이시나요?”
하지만 아위는 갑자기 뜬금없는 소리를 했다. 그리고 서로 티키타카를 하는 모습에 마이킷이 기립박수 했다.
“좋다!”
임가윤은 이게 무슨 상황인가 벙쪄서 그들을 쳐다봤다. 이내 ‘왜 친한가 했는데 코드가 잘 맞아서 그랬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그녀가 고개를 돌렸다. 다행히 비하인드를 찍는 카메라는 아위의 등장부터 지금까지 전부 찍고 있었다.
“뭐야, 왜 이렇게 멋있게 하고 와? 짜증 나게.”
“안무 영상 찍고 바로 왔거든. 오랜만이다.”
아위는 마이킷과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는 스태프에게 일렬로 서서 허리 숙여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잘 부탁드립니다!”
신인처럼 깍듯하게 인사하는 모습에 스태프들은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박수 쳤다. 마이킷은 아위를 데리고 임가윤 앞으로 왔다.
“이분은 우리 담당 피디님.”
“안녕하세요.”
아위 멤버들이 고개를 숙여 다시 인사했다. 임가윤은 가까이서 본 아위의 얼굴을 멍하니 쳐다보다가 흠흠, 헛기침을 했다.
“안녕하세요, 임가윤입니다. 촬영 잘 부탁드립니다.”
“아위 매니저, 김명진입니다.”
임가윤이 내민 손은 김명진이 잡아 악수했다. 아위가 마이킷의 마이튜브에 출연하고 싶어 해서 스케줄을 조정했다. 2주 동안 출연 논의를 했었는데, 인터넷 어디에도 아위의 출연 소식이 흘러나오지 않았다.
임가윤이 맡는 마이킷 서포트 팀이 잘 처신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 때문에 호감이 생겨 씨익 웃었는데, 김명진의 웃는 낯을 보며 아위 멤버들이 눈을 빛냈다.
‘모야모야. 명진이 형에게도 봄이 오나.’
‘기류가 심상치 않다?’
‘우리 국수 먹을 수도?’
이젠 표정으로 무슨 말을 하는지 읽어 낼 수 있는 아위 멤버들이 눈빛 교환을 하며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그거 아닌 거 같은데.’
일 잘하는 것에 대한 호감이지 이성에 관한 호감은 아닌 것 같은데. 멤버들의 헛발질에 이안과 이주혁만 허허 웃었다.
“그래서, 우리가 친히 와 줬는데 많이 준비했겠지?”
“아니 없어.”
정지수의 대답에 임가윤이 고개를 홱 돌렸다. 아까의 프로페셔널한 모습은 그럼 뭔데?
“와, 성의 없어.”
“이게 방송이야. 너네가 노잼으로 굴어도 우리가 알아서 재밌게 착착 살릴게.”
“벌써 스트리머 물 다 들은 거야?”
이주혁과 정지수가 말을 주고받았다. 어떤 사람은 정해진 구성이 없는 거에 부담을 느끼지만, 아위는 이게 편했다. 어차피 편집본도 미리 받아 보고 검수할 테니 상관없었다.
임가윤은 아위가 앞에 있다는 것도 잊고 다급히 속삭였다.
“지수 씨, 아까는 미리 점검해 본다면서요.”
“아 그거요? 점심 메뉴 고르던 건데. 오랜만에 애들이랑 같이 밥 먹는 거라…”
“그럼 이대로 가게요? 아무리 그래도 구성 없으면….”
“임 피디님.”
웃는 낯이던 정지수가 표정을 싸악 굳혔다.
“저희가 망돌이긴 했지만 팬 심정을 모르는 게 아니거든요.”
“어… 네.”
아니 갑자기 왜 자학을 하세요. 임가윤은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라서 그냥 멋쩍게 웃었다.
“팬들은 아무런 구성 없이 자연스러운 모습 그대로를 보고 싶어 할 때도 있어요. 관찰 예능이 아직도 인기잖아요?”
“그건….”
임가윤은 뭐라 말하려다가 입을 다물었다. 생각해 보니 맞는 말이어서 그랬다.
“애들 안 그래도 인기 많아서 인기 프로그램 아니면 안 나오는데, 그중에서 이렇게 자연스러운 모습 보일 수 있는 프로그램은 없거든요.”
“그렇… 긴 하죠.”
“그리고 얘들이 저희랑 있으면 술만 안 먹었다뿐이지 입담 터져서 재밌을걸요? 시너지 효과 장난 아니에요.”
“오….”
임가윤은 점점 설득되고 있었다. 어차피 카메라 세팅까지 다 한 마당에 구성없다고 촬영을 철수할 수는 없다.
“막말로 쟤네를 말없이 두 시간 동안 세워 놓아도 조회 수는 폭발하잖아요.”
“그렇구나.”
“저희랑 있으면 찐친 모먼트로 팬들이 좋아할 포인트가 많을 거예요. 그래도 첫 순서는 정했어요. 마피아 게임인데, 이게 우리 관계성이랑 서사가 깔린 거라 재밌을 거예요.”
정지수는 인터넷에서 봤던 단어를 대충 조합해 있어 보이게 만들었다. 옆에서 엿듣고 있던 아위 멤버들도 소리 없이 ‘오.’ 하면서 설득당하고 있었다.
“편집 잘해 주실 거죠?”
정지수가 임가윤 뒤에 서 있는 사람들을 보며 씨익 웃었다. 아위의 실물을 봐서 신났던 마이킷의 담당 편집자들의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
이주혁만이 정지수의 옆구리를 찌르며 눈을 가늘게 떴다.
“너, 말빨 늘었다?”
“이 정도면 기본이지. 그래도 대충 하려는 생각은 아냐.”
정지수가 어깨를 으쓱했다. 사실 그는 아위와의 합동 방송에 있어서 준비를 철저히 했었다. 자신들 생각해서 나와 주는 건데 허투루 하긴 싫었으니까.
그는 아위가 나온 예능 프로그램을 살폈었다. 공중파 출연부터 자체 컨텐츠 예능까지.
‘애들 가뜩이나 바쁜데 형식에 얽매여 이거저거 하는 거보다는….’
방송 예능에서도 좋은 장면이 많았지만, 자체 컨텐츠에서 보다 솔직하고 멤버들과의 케미가 느껴지는 모습이 많이 보였다.
하지만 자체 컨텐츠는 주로 팬들이 찾아보지 않나. 이런 매력을 마이킷의 채널에서도 보여 주면 좋을 것 같았다.
‘그냥 우리끼리 있는 모습을 보여 줘도 좋지 않을까?’
아위 멤버들은 편하게 놀다 가는 느낌으로, 이걸 보고 있을 팬들은 친한 친구와의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는 것으로.
‘괜찮을 거 같다.’
정지수는 방송 구성을 짜느라 어지럽게 낙서 된 종이를 휴지통에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