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Second Life as an Idol RAW novel - Chapter 51
51
알 게 뭐야 지금 우리가 신나는데!
“재밌겠다.”
“개꿀잼이겠는데?”
“괜찮겠어?”
이주혁이 재차 물었다. 하지만 조태웅, 김주영, 박서담은 아쉬운 듯 입맛을 다셨다.
“아 우리 파트도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그럼 너무 그룹 곡 같잖아.”
“형 내 자린 없죠?”
삼인방은 정말로 아쉬웠는지 박진혁의 가사를 닳을 정도로 훑어보고 있었다. 생각한 반응이 안 나오자 이주혁이 머리를 긁적였다.
“너네 상황 파악된 거 맞지?”
가사를 훑어보던 삼인방이 고개를 들었다.
“형 뭐 이거 가지고 우리 허락을 받으려고 해.”
조태웅이 당연한 걸 왜 물어보냐고 되레 핀잔을 줬다.
“혼나 봤자 얼마나 혼나겠어. 대표님이 막 우릴 때리기야 하겠어?”
“기합은 주시겠죠. 같이 받아요.”
김주영과 박서담이 이어 말했다. 작당 모의를 하니 팀워크가 상승하는 훈훈한 현장이었다.
“가즈아!”
조태웅이 소리치자 모두가 끼요오옷 환호성을 지르며 손을 들었다.
“일단 밥부터 먹고 녹음하자.”
“배고프다. 오늘은 뭐 먹지?”
“냉면에 돈가스.”
“콜.”
밥에 미친 그룹이라는 수식어가 붙은 멤버들다웠다. 박서담이 작업실을 나가다가 박진혁에게 물었다.
“근데 형 라브제이 뜻이 뭐예요?”
“응? 별거 없는데…. 라브는 우리 집 멍멍이 이름, 제이는 진혁의 제이.”
“형 혹시 태어난 김에 사는 사람이냐는 소리 안 들어 봤어요?”
“어떻게 알았어? 그거 우리 누나한테 자주 듣던 말인데.”
박진혁이 흐흐 웃었다.
작업실에 남은 이안은 진에게서 받았던 기자들의 이메일을 빤히 쳐다보았다.
‘그래도 하나 정도는 보험을 만들어 둘까…?’
“이안아, 뭐 해? 엘베 왔어!”
“어, 갈게!”
* * *
‘아이돌 래퍼’ 이종수 피디는 하품을 쩌억 하며 방송국을 나왔다.
‘아씨 맘에 안 드는데….’
그는 9회의 최종 편집본을 보고 나오는 길이었다.
‘아이돌 래퍼’는 공동 피디인 강병인이 본사를 등에 업고 제멋대로 편집점을 주무르고 있었는데, 이종수가 생각한 방향과 아주 다른 결과물이 나오고 있었다.
‘씨발… 똥 밟았다 쳐야지. 자리 옮기면 죽이는 음악 예능부터 기획한다.’
이종수는 JBTC로의 이적이 확실시되고 있었다. 그래서 ‘아이돌 래퍼’에 애착을 빼고 마음을 편하게 먹을 수 있었다.
“안녕하세요, 피디님.”
검은 캡모자를 푹 눌러 쓴 장신의 남자가 이종수의 앞에 섰다. 이종수가 긴장에 몸을 굳혔다가, 모자를 벗어 인사하는 얼굴을 보며 반갑게 말했다.
“어? 진혁이 여기까지 어쩐 일이야? 컴백 준비로 바쁘다며?”
“저… 생방 곡 데모 좀 들어주시겠어요?”
“그냥 이메일로 보내도 되는데 여기까지….”
“피디님이 꼭 먼저 들어 주셔야 해서요.”
박진혁의 간절한 눈빛에 이종수가 눈을 가늘게 떴다.
‘뭐가 있구나?’
예능국 10년이 넘는 짬이면 이런 쪽의 눈치는 저절로 올라가기 마련이다.
그리고 몇 분 뒤, 방송국 1층에 위치한 카페에서 박진혁의 데모곡을 듣던 이종수 피디가 기립박수를 쳤다.
“이대로 가! 내가 다 커버한다!”
* * *
“뭐야, 곡 제목이 왜 이래? 이거 뭐에요? 들어 봤어요?”
‘아이돌 래퍼’ 생방송 전날, 모든 출연진들의 곡을 미리 받아 본 강병인 피디가 물었다.
“그거? 내가 확인 다 해 봤어. 컨셉이 특이하던데? 삼국시대? 그런 컨셉이더라고.”
“아, 알 거 같네요.”
“퍼포먼스로 비비려나 보지. 걔네가 퍼포먼스로 유명하잖아.”
강병인 피디는 이종수 피디가 유난히 고분고분해진 게 의심스럽다가도 그가 본사의 눈치를 보나 싶어서 넘겼다.
‘생각한 대로 잘 나왔군. 이대로라면 지훈이가 우승하겠어.’
어차피 강병인의 신경은 온통 임지훈에게 쏠려 있었다.
방송 초반부에는 블루믹의 관심을 받은 박진혁의 분량을 의도적으로 누락시키기도 했다.
하지만 박진혁이 특별한 반향을 일으키지 않아서, 타깃은 변경되었다. 임지훈에 대한 부정적인 커뮤니티 반응을 지우기 위해서 박세온에 대한 악성 편집에 더욱 공을 들인 것이다.
강병인은 임지훈이 보내온 곡을 짧게 듣고는 이어폰을 뺐다.
“저 리허설은 못 들어가요. 본사에서 호출 와서.”
“그래? 리허설은 내가 볼게.”
강병인은 부러워하라는 뜻에서 으스대며 말했지만, 이종수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타이밍 좋고~’
강병인이 나가자, 이종수는 이어폰을 끼고 박진혁이 보내온 곡을 재생했다.
“크으… 기특한 새끼.”
이종수는 사실 블루믹의 인정을 받은 박진혁이 월등한 랩 실력에도 디스전은 칭찬전이 되어 있었고, 강력한 한 방이 없어서 중간 순위만 차지한 게 실망스러웠던 참이었다.
그룹 컴백 준비 때문에 그냥 출연만으로 의의를 두는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끝에 묵직한 한 방이 기다리고 있을 줄이야.
‘그래, 이대로 강병인 저놈한테 끌려갈 순 없지.’
어차피 여기서 하는 마지막 프로그램인데, 폭탄 한번 제대로 떨어뜨려 줄 생각이다. 이종수가 기대로 몸을 떨었다.
“오늘 드디어 ‘그날’이다.”
시리얼로 아침 겸 점심을 먹던 박진혁이 손을 깍지 껴 입가에 댔다.
“형 안 어울리게 무게 잡지 말고 이제 씻어야 돼요. 우리 리허설 빠르게 들어가잖아요.”
“아 맞다.”
이종수 피디의 배려로 다른 출연자들보다 일찍 도착해서 첫 순서로 리허설을 끝마칠 예정이었다.
박진혁이 다급히 일어나 화장실로 향했다. 이안은 얼굴빛이 안 좋은 김 현에게 다가갔다.
“형 기분은 어때?”
“모르겠어. 속 울렁거리는데….”
“그럴 때는 딱 어울리는 게 있지.”
이안이 냉장고에서 솔잎차 음료를 꺼내 김 현에게 스윽 내밀었다.
“에이씨, 치워!”
김 현이 음료캔을 거칠게 밀어 버렸다. 이안이 낄낄 웃으며 떨어지는 음료 캔을 탁 하고 받아 냈다.
“에이 아깝게.”
“그 음료는 아까울 가치가 없어.”
“이제 괜찮지?”
“야 난 늘 괜찮았어.”
김 현이 부루퉁하게 말했다.
“기대돼서 속이 안 좋은 거야. 멍충아.”
웃기시네. 이안이 속으로 코웃음을 쳤다. 김 현은 녹음 전까지만 해도 확신이 안 서는지, 회사에 알려야 하지 않냐는 얘기를 종종 했었다.
하긴 김 현은 연습생 시절부터 회사의 집중 케어를 받아 온 사람이었다. 그것도 대표가 직접 빼 왔으니… 회사 걱정 하는 것도 이해가 안 되는 건 아니다.
“행님, 이미 다 엎어졌는데 어쩌시게요. 빨리 준비나 하세요.”
그 심정을 조태웅도 알았는지, 김 현의 등을 툭 쳤다.
“야! 나 쫄린 거 아냐!”
김 현이 빼액 소리쳤지만 다른 멤버들은 귀를 후비적대면서 그를 방으로 밀어 넣었다.
“다들 본방 오지?”
“당근 빠따지. 근데 가면 표정 연기 해야 하나?”
“연기는 무슨. 그냥 환호나 해.”
이안과 김주영이 제 방으로 들어가며 말했다.
* * *
“얘들아, 진혁이 곡은 어때? 아직도 형한테 안 들려 줄 거야?”
“형, 우리 그룹만의 비밀이에요.”
“얘들아… 너네들이 나 여덟 번째 멤버라며… 형 서운하다.”
박동수가 시무룩하게 중얼거렸다. 리허설 때문에 미리 방송국에 향하는 밴 안에서 이주혁과 박진혁이 눈빛을 교환했다. 이주혁은 프로듀싱에 참여한 사람으로 박진혁과 사전 인터뷰가 예정되어 있었다.
“미리 알면 재미없지, 형.”
이안이 그렇게 말하고 옆을 흘끔 쳐다봤다. 김 현이 아직도 조마조마한 듯 몸을 들썩이고 있었다. 이안은 그런 김 현의 어깨를 톡톡 두들겼다.
“이번 곡 진짜 잘 뽑았어요.”
“내일 열두 시에 음원 풀리나? 우리 그룹 곡보다 순위 더 높으면 어떡하지?”
“와 김칫국 대박.”
멤버들의 속 편한 말을 들은 박동수가 부드럽게 코너링을 했다.
‘뭐… 별일 있겠어?’
박동수는 관심 없는 척하면서도 박진혁이 나온 ‘아이돌 래퍼’를 꾸준히 모니터링하고 있었다.
방송 내내 박진혁은 그냥 이름 알릴 목적으로 나가라는 회사의 뜻에 착실히 따랐다.
악성 편집도 당하지 않았고, 가장 맘에 걸렸던 디스전도 문제없이 넘어갔다. 출연자들과의 분쟁도 없었고, 프로듀서와도 두루두루 친하게 지내는 모습이 방송에 비추어지기도 했다.
보통 이런 서바이벌 프로그램은 선생롤, 만인의 차애롤이 가늘고 길게 살아남는 법이다.
‘괜찮겠지….’
박동수가 방송국 지하 주차장에 주차를 하면서도 애써 술렁이는 마음을 다잡았다.
* * *
“진혁이, 리허설 먼저 들어갑시다.”
“벌써요?”
이종수 피디의 말에 조연출이 의아한 듯 그를 바라보았다. 아직 제대로 준비도 안 한 상태에서 리허설을?
“어차피 랩 공연이라 카메라 워킹 많이 들어갈 거 아니잖아? 먼저 온 사람부터 하자고.”
“뭐… 네.”
조연출은 갑자기 의욕이 많아진 이종수를 보며 고개를 갸우뚱했다.
박진혁이 준비해 온 AR이 무대를 울리고, 추레한 차림의 박진혁이 마이크를 잡았다.
그가 한 소절을 부르자, 모든 스태프들의 시선이 박진혁에게로 집중됐다.
“피디님, 지금 이거 뭐예요?”
“내가 지시한 거야. 강병인 그 새끼한테는 비밀이다. 다들 입 단속해.”
조연출은 황당한 얼굴로 이종수를 쳐다봤다. 1절이 끝나고, 2절이 시작되자, 김 현과 이안이 무대 위로 뛰어올라 노래를 불렀다.
“와… 이거 그거 맞지?”
“그 소문이 진짜였나 봐.”
스태프들이 입을 쩍 벌리며 무대를 바라봤다.
박진혁의 리허설 무대가 끝나고, 모든 스태프들의 시선이 무대에서 이종수 피디에게로 옮겨졌다.
“내가 시킨 거니까 다들 그런 줄 알고 있어.”
물론 그 말을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나 이거 마지막 프로야. 다들 강 피디한테는 얘기하지 말아 줘.”
이종수가 지친 표정을 ‘연기’하면서 스태프들한테 부탁했다. 스태프들은 본사를 등에 업고 으스대는 강병인 피디를 내심 아니꼽게 보긴 했었다. 그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걱정하지 마세요.”
가장 설득이 힘들 것 같았던 조연출도 이종수에게 넘어갔다. 이종수가 속으로 흐흐 웃었다. 그리고 그 고요함 속에서 누군가가 절규했다.
“미친… 미친…!”
바로 리허설을 지켜보던 아위의 매니저 박동수였다. 그는 제 머리를 쥐어뜯듯이 잡았다.
미리 확인했어야 했다. 걱정하지 말라는 박진혁의 말을 믿는 게 아니었는데! 하물며 리더인 이주혁, 너마저!
“이 새끼들이…!”
데뷔한 지 고작 6개월 된 신인이, N넷 서바이벌 프로그램에 나와서, N넷을 까는 음악을 들고나와?!
“야 이 미친놈들아!”
박동수가 체면도 잊고 소리쳤다. 그의 외침에 백스테이지로 내려가던 김 현이 뒤돌아 박동수를 바라보며 씨익 웃었다.
“야… 재밌다.”
백 스테이지에 마지막으로 들어온 김 현이 한 소리였다. 그의 표정이 눈에 띄게 밝아져서 이마에 땀이 흐르는 것도 모르고 흥분으로 가득 찼다.
“재밌어…!”
“재밌지?”
박진혁이 해맑게 웃었다. 이안이 스태프에게 받은 수건을 김 현에게 내밀었다.
“형들, 들었어? 아까 내려가면서 동수 형 소리치는 거?”
“들었지.”
“난 그 형이 그렇게 크게 소리칠 수 있다는 걸 지금 알았잖아.”
“기합 확정이지?”
이후 자신들의 처우가 안 좋아질 걸 짐작했지만, 삼인방은 땀을 닦고 물을 들이켜면서도 웃음을 멈추지 않았다.
“알 게 뭐야, 지금 우리가 신나는데!”
* * *
박동수의 외침을 기민하게 쳐다본 이종수 피디가 큐시트를 내려놓았다. 모두 커버 쳐 주겠다 약속했으니 든든한 뒷배가 되어 볼까?
“아위 매니저죠? 내 말 좀 들어 봐요.”
이종수 피디가 자리에 내려놓은 큐시트에는 모든 출연진들의 순서와 곡이 나열되어 있었는데, 그중 박진혁의 곡만 별 표시에 형광펜으로 주욱 그어져 있었다.
박진혁 – 주작(朱雀) (Feat. 현, 이안 of AW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