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Second Life as an Idol RAW novel - Chapter 78
78
이 형 진짜 신들렸나?
(괜히 우리 때문에 눈치 본 건 아니지? 미안하다.)
“아니야. 우리도 너네랑 사진 찍고 싶었어. 팬들도 마피아즈 근황 알고 싶다고 하기도 했고.”
(그래? 그럼 다행이고… 너넨 이제 한국 가지?)
“어, 지금 막 호텔 나왔어. 가면 바로 다음 앨범 작업 들어가야 돼.”
(너넨 잘할 거야. 우리도 금방 갈게.)
마이킷 정지수와의 통화를 마친 이주혁이 부담감에 한숨을 푸욱 쉬었다. 아위는 밴에 짐을 싣고 공항으로 향했다.
“한국 가서 김치찌개 먹을 생각에 벌써 침 고이고요?”
“난 위장도 떨린다.”
김 현과 박진혁이 떠드는 사이 이주혁은 피곤함에 눈을 붙였다. 조태웅과 이안도 피곤함에 창밖만 바라보고 있었다. 음악을 듣고 있던 김주영이 한쪽 이어폰을 박서담에게 건넸다.
“…서담이 이거 불러 봐 봐.”
“뭔데요?”
김주영과 이어폰을 나눠 낀 박서담이 인상을 찌푸렸다.
“형 이거 너무 낮은데?”
“그래? 한번 불러 보기나 해 봐. 너한테 잘 어울릴 거 같은데.”
스터디 그룹 이후로 멤버들의 활발한 의견 교환이 이루어졌다. 밴 안에서는 노래 연습밖에 못 하기 때문에, 그들은 운전에 방해되지 않는 선에서 노래를 흥얼거리기도 했다.
“아… 아아. 이 정도 음인가?”
박서담이 크흠 목을 가다듬고 노래를 불렀다. 노래는 80년대 중반에 발매된 김희상의 곡으로, 매니아 층 사이에서 명곡으로 회자되는, 낮은 저음이 매력적인 곡이었다.
순간 자고 있었던 이주혁이 눈을 번쩍 떠서 고개를 홱 돌려 뒷자리를 쳐다보았다. 그 움직임에 김주영이 어깨를 움찔 떨었다.
“뭐야?”
“뭐… 뭐가?”
“겁나 잘 어울리는데? 누가 선곡한 거야?”
박서담이 손가락으로 김주영을 가리켰다.
“서담이가 저음에 소질이 있었구나?”
이주혁이 멍한 얼굴로 중얼거렸다. 아위는 전체적인 방향이 강력한 퍼포먼스에 치중되어 있었다. 그러다 보니 여태 아위의 곡들은 전체적으로 높은 음의 곡들이 많았었다.
저음 부분은 랩을 담당하는 이주혁과 박진혁이 담당했었고, 고음은 이안 위주로, 음이 올라가지 않는 멤버들은 대부분 가성을 써서 녹음을 했었다.
“주영아 너는 어떻게 알았어?”
“그냥… 어울릴 것 같았는데? 쟤 잠 덜 깼을 때 목소리 엄청 낮아.”
때문에 박서담이 저음으로 노래를 부른 적은 없었다. 지금 의외의 발견을 하게 된 것이다.
멤버들이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김주영을 바라보았다. 김주영은 뭐가 잘못됐나? 싶어서 어깨를 으쓱했다.
[감이 좋은 건가?]‘잠 덜 깬 목소리로 이 노래를 매치한 것도 신기한데.’
심지어 박서담의 음역대와 잘 맞는 곡을 선곡한 것이다.
박서담의 저음 그리고 김주영의 재발견이었다.
* * *
한국으로 돌아온 아위는 잠시의 쉬는 시간도 없이 회사 연습실을 찾았다.
오사카 공항에서부터 멍하니 생각에 잠겼던 이주혁이 그제야 정신을 차렸다. 그는 김주영의 팔뚝을 잡아당겼다.
“주영아 작곡실로 가자.”
“나? 나는 왜?”
“그럴 일이 있어. 진혁이도 따라와.”
김주영과 박진혁이 끌려가고, 남은 멤버들은 댄스 연습실에서 스트레칭을 했다. 무릎 위에 손을 올려 허리를 비틀던 이안이 말했다.
“그럼 현이 형 우리는 춤 좀 가르쳐 줘요.”
“그럴까? 전에 안무 만들었던 거 수정했거든. 녹화해서 마이튜브에 올리자.”
“좋다.”
김 현을 가운데 두고 음악 없이 가볍게 동작을 연습하려던 순간이었다.
“얘들아 왔니? 수고했다.”
“안녕하세요, 이사님.”
댄스 연습실의 문을 연 이사, 서수련이 반갑게 웃으며 말했다.
“걱정했는데 다들 탈 없이 돌아와서 다행이다. 다른 애들은?”
“작곡실이요. 주혁이 형 지금 장난 아니에요. 거의 신들렸음.”
“그래? 작업 잘되는가 보네…. 그럼 우선 너네라도 인사 받자.”
“인사요?”
서수련이 댄스 연습실의 문을 열었다.
“안녕하세요!”
이제 막 중학생이 된 거 같은 앳된 얼굴의 남자애들이 우르르 들어와서 아위에게 허리를 푹 숙였다.
“이번에 온 우리 연습생들.”
“아 오디션, 벌써 봤구나.”
“너네보고 온 애들도 있어. 롤모델이래.”
벌써 롤모델이라고? 이안이 묘한 표정으로 연습생들을 살폈다. 대충 세어 보니 20명 정도였다. 연습생들은 눈을 반짝 빛내며 아위를 쳐다보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이안을 비롯한 멤버들은 멋쩍게 웃으며 인사를 했다. 언제나 후배였었는데 선배가 되니까 기분이 묘했다.
새로 온 연습생들은 블랙러시가 쓰던 연습실에서 트레이닝을 시작한다고 한다.
“연습하는데 미안해, 얘들아. 그래도 얼굴은 익혀 둬야 할 거 같아서 불렀어.”
“잘 부탁드립니다!”
연습생들이 우렁차게 인사하자 멤버들이 부담스러워서 움찔했다. 그들이 인사했을 때 블랙러시의 심정이 이랬나. 조태웅이 이안의 팔을 툭 쳤다.
‘우리 이럴 땐 어떻게 하냐?’
‘몰라.’
이안이 어깨를 으쓱했다. 김 현이 대표로 나섰다.
“안녕. 아, 반말해도 되지? 우리보다 나이 많은 사람은 없을 테니까.”
김 현이 장난치는 어조로 말하자, 몇몇 연습생들이 웃었다. 역시 장기 연습생 짬이 느껴지는 여유로운 대처였다.
“우리가 앨범 준비 중이라 지금은 여유가 없는데, 나중에 물어보고 싶은 거 있으면 언제든지 물어보고.”
“맞아.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마.”
이안이 김 현의 말에 적당히 맞장구쳤다.
“잘생기셨어요….”
한 연습생이 말문을 트자 여기저기서 정말 팬이라며 아우성쳤다.
“너는 내가 기억한다. 형이 음료수 사 줄까?”
조태웅이 그 연습생을 보며 히죽 웃었다. 연습생들이 하하 웃었다. 아위가 무게 잡지도 않고 편하게 대하니까 연습생들도 한결 편한 표정으로 아위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럼 얘들아, 수고해.”
“넵. 들어가세요, 이사님.”
연습생들은 서수련을 따라서 아위의 연습실을 나갔다. 나가면서도 아위의 연습을 지켜보고 싶어서 뒤를 힐끔 돌아봤는데, 아니나 다를까 복도로 나가자마자 연습실 유리문에 다닥다닥 붙어서 아위를 지켜보고 있었다.
“젊다…. 나도 저런 때가 있었는데.”
“귀여워. 우리 동생들 보는 거 같아요.”
“서담이 동생이 딱 저 때구나?”
조태웅과 박서담이 말하자, 진이 나이 차이도 얼마 안 되는 것들이… 라면서 코웃음을 쳤다.
이안은 유리문 밖의 연습생들에게 손을 흔들었다. 연습생들이 즉각적으로 반응해 손을 흔들었다.
“우리가 벌써 선배라니….”
김 현이 피식 웃었다. 그도 옛날에는 저 위치에서 블랙러시에게 인사하고, 문에 붙어서 블랙러시 연습하는 걸 구경하곤 했었다.
“자, 연습하자!”
* * *
[M칼럼] 아이원 해체와 마이디어 동반입대… 차기 케이팝 ☆은 누구?…복수의 가요 관계자는 아이원과 마이디어를 이을 차기 케이팝 스타로 ‘AWY’를 뽑았다. 만장일치였다.
‘완성도 높은 퍼포먼스와 곡이 그룹 특유의 색이 있다. 뿐만 아니라 작곡과 작사, 랩과 춤, 노래, 연기까지…. 멤버 개개인마다 다재다능한 매력이 있다.’
‘그룹 활동이 우선인 마이디어와는 다르게 그룹 중심적이면서도 개인적으로 능력을 펼칠 수 있게 다방면으로 활동하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발전을 멈추지 않는 그룹이라 생각한다.’
그렇다면 아위 중에서 가장 기대되는 멤버는 누군가 물어보자 의외의 대답이 나왔다.
‘서담, 며칠 전 마이튜브에 올라온 서담의 커버 영상을 봤다. 음색의 재발견이다. 앞으로가 기대된다.’
‘리더인 주혁을 꼽겠다. 그가 작곡했던 곡들은 대중적이진 않았지만 음악성으로는 뛰어난 감각을 가졌다고 생각한다. 그가 대중성을 잡으면 차트에 오래 롱런할 곡을 만들 수 있을 것.’
* * *
김주영의 재발견 이후 이주혁은 곡을 작업할 때마다 다른 멤버들을 돌아가면서 호출해 의견을 물었다.
“형 근데 우리가 이러고 있는 게 도움이 돼?”
“당연하지.”
이안의 물음에 이주혁이 웃었다. 아위는 음원강자 블루믹과 정세준의 곡을 받았었기에 다음 타자로 자신의 곡을 선보인다는 것에 부담감이 있었다.
하지만 혼자 짊어져 봤자 어깨만 무겁다는 걸 깨달은 이후로는 멤버들에게 의견을 구했다. 어차피 곡을 부를 사람은 멤버들이니까.
“이건 어때?”
“오… 좋은데? 너 어디서 작곡 배웠었니?”
“아주 조금?”
전생의 작곡 경험이 이렇게 도움이 될 줄이야. 이안이 허허 웃었다.
“형 근데 난 진짜 떠오르는 게 없어.”
“…그래?”
멤버들은 이주혁을 위해 자유시간을 쪼개서 다 같이 작곡실에 모였다. 모여서 각자 스터디를 하거나, 몰래카메라 같은 장난을 치기도 하고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하기도 했다.
이주혁은 그걸 관찰하면서 그때그때 떠오르는 분위기를 곡에 실었다.
심지어 조태웅은 멤버들 앞에서 그간 연기했던 배역을 다시 연기하기도 했다.
“그럼 아무 멜로디나 쳐 봐.”
이주혁이 건반을 톡톡 쳤다. 조태웅이 자신 없는 얼굴로 건반 앞에 앉았다.
“나 피아노 할 줄 모르는데?”
“그럼 발로 쳐.”
그리고 조태웅은 진짜 발로 건반을 쳤다. 이안은 조용히 그 장면을 사진으로 찍었다.
* * *
오늘도 습관적으로 작곡실을 찾은 멤버들이 하나둘 모여들었다.
“어 뭐야. 주혁이 형 없는데.”
“그 형 여기 지박령 아니었냐?”
“작업 다 끝났나 봐.”
늘 모니터를 쳐다보던 이주혁이 보이지 않았다. 그는 제일 마지막에 도착했는데, 작업을 마무리 짓고 간밤에 푹 잔 얼굴이었다.
“얘들아 일단 가이드 나왔는데… 한번 들어 볼래?”
“드디어!”
멤버들이 소리를 질렀다. 어떻게 보면 다 같이 만든 곡이라서 다들 기대치가 상당했다.
이주혁이 곡을 재생했다. 가이드 보컬까지 이주혁이 전부 녹음한 곡이었다.
“…와.”
“좋은데?”
세련된 라틴 팝 장르의 곡이 작업실에 울리자 멤버들이 감탄했다. 도입부부터 멜로디가 귀에 쏙쏙 박혔다.
‘나만 좋은 거 아니지? 어때?’
[뭐… 괜찮네.]진에게서 저런 반응이면 정말 잘 나왔다는 뜻이다.
“이건 블라인드 테스트 필요 없겠는데? 다른 곡 완전 발라 버리겠다.”
“더 있어.”
“더 있다고요?”
이주혁이 노트북을 돌려 멤버들에게 보여 줬다.
“…이게 다 몇 곡이야?”
컴퓨터 폴더 안에는 _최종, _최종최종본, _해치웠나 따위가 붙은 파일이 빼곡하게 채워져 있었다.
“이거 전부 우리가 녹음만 하면 끝인 거?”
“후 작업 들어가겠지만 일단 그렇지?”
“와….”
“근데 이거 내가 계속 작업해 온 곡이 아니라 너네랑 있으면서 쓴 곡이야. 다들 고생했어.”
이주혁이 곡을 차례대로 재생했다. 멤버들이 입을 쩌억 벌렸다. 곡 수가 단기간에 나올 숫자가 전혀 아니었는데 심지어 곡의 완성도도 매우 높았다.
‘이 형 진짜 신들렸나?’
[이야… 이거도 좋네.]진이 음악에 심취할 정도였다. 멍하니 곡을 듣고 있었던 멤버들이 마지막 곡이 끝나고 박수를 쳤다.
“와 형 진짜 대박.”
“진심 우리 형 곡이라서가 아니라 객관적으로 들어도 다 명곡이다.”
“우리 전곡 타이틀 가자.”
멤버들이 주접을 떨었다. 김 현이 주머니에서 작은 젤리 봉지를 꺼내 이주혁의 손에 꼬옥 쥐어 주었다.
“형 죽으면 안 돼.”
“우리 이주혁 과로사 방지위원회 만들자.”
“형 우리 오래오래 함께 가요.”
다른 멤버들도 하나둘씩 간식거리를 꺼내 이주혁의 손에 쥐어 주었다. 이주혁이 하하 웃으며 멤버들의 성의를 받았다.
“난 그런 건 없고… 이거라도.”
“아 그건 좀.”
“왜!”
물론 이안이 건넨 솔잎 음료는 받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