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k Heaven examination RAW novel - chapter (362)
370화. 전면전 개시 (2)
콰아아아아아앙!
스으으으.
땅을 뒤흔드는 충돌음과 함께.
비무대 위로 안개가 내려앉았다.
“……!”
혁대웅의 안색이 흔들렸다.
마침내 진법이 발동된 것이다.
허나 조금 전, 자신을 대신하여 권왕의 주먹에 맞선 이벽은 결국 비무대를 벗어나지 못했으며.
반대로 진법 안쪽에서 무력화된 적들을 상대할 예정이었던 정도맹의 무인들은 외려 바깥에 남겨져 버렸다.
권왕의 갑작스런 움직임으로.
진법은 퍽 다급하게 발동되었다.
그 결과 안쪽에는 적의 우두머리인 검왕과 권왕, 정도맹의 검존과 무존, 송영영, 그리고 사형제인 제갈소미와 이벽이 남겨졌으며.
그 외에는 적과 아군 모두가.
비무대 바깥에 자리하고 있었다.
우우웅, 콰아아앙.
다시 충돌음이 이어졌다.
허나 그 사이 소리는 마치 먼 산에서 들려오듯 아득해졌다. 진법이 완성됨으로써 공간의 안팎이 분리된 것이다.
또한 안개가 짙어지며.
이내 시야마저 가려져 버렸다.
육안으로 보이지 않는 것은 물론, 심안을 통해 안쪽을 살피려 해도 그저 격전이 펼쳐지고 있음을 간신히 짐작할 따름이었다.
“…….”
혁대웅은 침음했다.
허나 바로 그때였다.
타아앙, 쐐애애애액.
“구 무림의 잔당 놈들이 하찮은 잔재주를 부렸다―! 놈들을 말살하고 술자를 찾아라!”
“어서 맹주님을 도와야 한다!”
분기탱천한 외침과 함께.
아군이 자리한 위치의 좌우 양옆에서 일단의 무리들이 쇄도했다.
진법이 발동된 이후, 마침내 상황을 파악한 적들이 비무대를 우회하며 날아들기 시작한 것이다.
후우욱, 쐐애애애액.
좌우로 나뉘어 달려드는 적들은 도합 백여 명을 넘기는 숫자였으나, 발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았다.
예상대로 한 명 한 명 모두가 절정을 넘어서는 정예고수들이었다. 허나 그뿐만이 아니었다.
후욱, 쐐애애애액.
개중에서도 좌우 각각 선두에서 허공을 박차며 날아드는 열 명 가량의 몸짓은.
이미 그마저도 넘어서 있었다.
말인즉슨, 천하무림을 아우르는 거대문파의 경우에도 한 세대에 한 명이 나올까말까한 초절정의 고수가.
무려 스무 명을 넘기고 있다.
물론, 조금 전 절정의 후기지수가 적들 사이에서 우르르 몰려나왔던 것을 생각해보면 도저히 예상치 못할 일은 아니었다.
허나 그렇다고 한들.
또한 당혹스럽지 않을 수 없었다. 무거운 침음성이 아군 무인들 사이로 번져나갔다.
타앗.
“하하! 뭘 쫄고들 있나?! 엎어 치든 메치든 어차피 우리 모두 한 따까리하러 온 거 아닌가!”
허나 그때 정도맹 측에서 한 명의 인영이 표홀하게 날아올랐다. 청성제일검, 천풍쾌검 공능자였다.
“조금만 버티면 우리 맹주님들께서 권왕의 목을 들고 나오실 것인즉… 두려울 게 뭐가 있나?!”
“……!”
카아아앙, 카아아앙.
“과연, 도우의 말이 맞소!”
“종남의 제자들은 마음의 준비를 하라! 마침내 갈고닦은 정도를 구현할 때가 되었다―!”
다음 순간, 공능자의 고무에 힘입어 정도맹의 무인들 사이로 사기가 드높아졌다.
이내 하나둘 검을 빼 들며, 각 문파를 대표하는 무인들이 좌측 전선의 앞으로 나서기 시작했다.
타아앙.
“헹, 우리도 질 수 없지!”
그와 동시에 구 무림맹 측에서는 개방주 철면개가 힘차게 땅을 구르며 우측 전선으로 튀어 나갔다.
“거지새끼들아! 드디어 우리 전공인 개싸움이다! 뒈질 때 뒈지더라도 각자 뚝배기 세 개씩은 깨고서 나한테 허락 맞고 뒈져라!”
저벅.
“으음, 함께 하겠소, 방주.”
“오호홋! 이하동문이랍니다~”
그리고 당가주 당명오와 하오문 수호대의 초연서, 고 노야가 그 좌우로 다가섰다.
언뜻 아무런 공통점이 없는 이들이었으나, 기실 모두가 이벽을 따라 이 자리에 선 이들이었다.
허나 그럼에도 여전히.
초절정고수의 머릿수만을 생각한다면, 좌우 모두 아군이 열세인 상황임은 변함이 없었다.
“케헤헤, 괜찮겠냐, 쥐방울?”
파진성이 어깨를 으쓱했다.
“파 소협, 자꾸 의미 없는 질문 좀 하지 마요 진짜. 안 괜찮으면요? 여기서 나 혼자 쉬고 있을까요?”
공손수가 가볍게 쏘아붙였다.
물론 그것이 목숨을 건 싸움에 앞서 파진성 나름대로의 긴장을 푸는 방법임을 모르지는 않았다.
조금 전, 비무대에서 격전을 치른 두 사람은 이미 적잖은 힘을 소모한 상태였다. 허나.
마음만큼은 그리 무겁지 않았다. ‘새로운 깨달음’의 감각이 아직도 손끝에 남아있는 듯했다.
“케헤헤, 그야 뭐, 여차하면 너 하나쯤 구석에 짱박혀 있어도 우리 대주님께서 어련히―”
슥.
파진성이 손을 뻗었다.
혁대웅의 어깨에 얹으려 했다.
“…에엥?”
허나 그 손은 빈 허공을 갈랐다.
타앙, 후우욱.
기실 그 순간 혁대웅은 이미.
하늘을 향해 날아오르고 있었다.
사형제들 쪽이 걱정되지 않는다면 거짓말이지만, 이내 화정봉에서 직접 겪어보았던 진법의 위력을 떠올렸다.
하물며 검존과 무존이 있다.
고로 분명 괜찮을 터였다. 그러니 자신 또한, 달라진 상황에 맞추어 ‘할 일’을 다할 뿐이다.
그리고 그 할 일이란 물론.
가능한 적들의 머릿수를 줄여, 열세인 전력 차를 거꾸로 뒤집어놓는 일이다.
우우웅.
이내 혁대웅의 등 뒤로.
패왕의 물레바퀴가 나타났다.
파지지직, 콰아아아아앙!
허나 그때였다.
벼락이 번쩍이며 혁대웅의 머리 위를 내리쳤다. 후우우웅, 허나 혁대웅은 그 즉시 창대를 회전시키며 뇌기를 흘려내었다.
“…맹 형, 아직 살아있었군요?”
혁대웅이 우측의 저만치를 향했다. 마찬가지로 허공에 모습을 드러낸 인영을 향했다.
“뭐, 자네에겐 유감이겠지만 그렇게 됐네. 여러모로 운이 좋았지. 아마도 아직 이 몸에게도 할 일이 남아있는 모양―”
맹우강이 어깨를 으쓱했다.
후욱, 쐐애애애액.
허나 그 순간 즉시.
혁대웅의 신형이 쏘아졌다.
콰르르릉, 파지지지직!
“하핫! 뭐가 그리 다급한가?”
다시 벼락이 내리쳤다.
그리고 어느새 이미 공기 중으로 퍼져있던 맹우강의 도의 파편들이 수십 가닥의 섬광을 내뻗었다.
파지지직, 파지지지직!
“……!”
움찔.
혁대웅의 손발과 창이 붙들렸다.
“미안하지만 얌전히 있어 줘야겠네. 자네가 전면에 나서면… 아랫사람들에게 너무한 처사가 아닌가?”
“…….”
물론.
천뢰지망의 기예로도 혁대웅을 정말로 묶어둘 수 없다는 것쯤은 맹우강 또한 짐작하고 있었다.
또한.
이벽과의 싸움에서 이미 적잖은 부상을 입은 맹우강은 허세를 부리고 있을 뿐, 기실 혁대웅과 정면승부를 치를 자신 따윈 없었다.
다만.
‘약간의 이야기’를 나누고자 했다.
물론 혁대웅이 그에 응하지 않는다면, 이벽을 상대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어떻게든 힘을 쓰지 못하도록 발목을 잡아끌며 시간을 끌면 그만인 것이다.
“…쳇, 짜증 나게.”
혁대웅이 혀를 찼다.
이내 뇌기에 구속된 자신의 손발을 내려다보았다. 허나 딱히 섣부른 행동을 취하지는 않았다.
함부로 구속을 떨쳐냈다간.
다시 벼락이 내리친다. 그리고.
그것을 자신이 함부로 피해버리면, 자칫 아래의 아군들에게 피해가 갈 수 있음을 떠올렸기 때문이었다.
어떤 의미로는.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맹우강은 혁대웅에게 있어 가장 상대하기 성가신 상대였다.
콰아아아아아앙.
고심하는 혁대웅의 발아래.
마침내 전면전이 시작되었다.
* * *
후우우욱, 콰아아아아아앙!
“클클! 이거 영 재미가 없구만 그래. 이놈의 진법인지 뭔지, 솔직히 별로 마음에 들지 않는단 말야!”
무존이 혀를 차며 웃었다.
허나 하는 말과는 달리 그 두 손에 쥐어진 쌍검이 움직임을 멈추는 일은 없었다.
그리고 그 궤적을 따라.
두 마리의 용이 춤을 추었다.
콰아아아아아앙!
비틀.
이내 한 마리 용에게 가격당한 검왕 남궁한일의 몸이 충격을 이기지 못한 채 거칠게 흔들렸다.
후우우욱.
다시 그 빈틈을 타 무존의 나머지 검 한 자루가 떨어졌다. 그대로 목을 파고들려 했다. 허나.
콰아아아아앙.
남궁한일의 어깨 뒤에서 주먹 하나가 뻗어지며 검을 밀쳐내었다. 물론, 권왕 황보혁이었다.
“허헛! 그래도 뼈가 시린 것보단 재미가 없는 게 낫지 않나? 우리도 이제 나이가 있는데 말일세.”
탕, 퍼어어어어어억.
허나 다시 그 순간.
또 한 자루의 검이 끼어들었다.
물론, 지척에 있던 검존이었다.
그리고 검과 주먹이 맞닿은 순간, 피륙이 짓이겨지는 소리와 함께 권왕의 몸이 훅 뒤로 밀려났다.
태극혜검의 묘리 안에서는.
그 어떤 강맹한 힘이라 한들 외려 자기 자신을 상하게 할 뿐인 것이다.
치이이이익, 탓.
가까스로 권왕이 착지했다.
“…….”
허나.
피투성이로 너덜너덜해진 몰골에서는 더는 조금 전의 여유를 찾아볼 수 없었다.
상처는 커녕, 이마에 땀방울 하나 맺히지 않은 검존과 무존의 모습과는 퍽 딴판이었다.
“허헛, 대단하네! 솔직히 자네가 이 정도까지 버텨낼 수 있을 줄은 예상치 못했네. 과연, 천마를 자처할 자격은 있다 이거구만?”
“…….”
“허나… 슬슬 이 이상의 저항은 아무런 의미도 없음을 자네 역시 이해할 때가 되지 않았나?”
검존이 어깨를 으쓱했다.
말마따나 진법의 발동에 성공한 시점에서 이미 일전의 결과는 불 보듯 뻔한 일이 되었다.
허나 내심 검존은.
가슴 한켠의 서늘함을 느꼈다.
진법의 공능에 의해 절대지경의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상태에서도 권왕과 검왕의 저항은 만만치 않았다.
일거에 목을 취할 수 있으리란 예상과는 달리, 두 사람은 서로의 빈틈을 메꾸며 무려 십여 합 이상을 버텨낸 것이다.
어쩌면.
진법의 힘을 빌리지 못했다면… 오늘 낭패를 겪는 것은 자신들이 되었을 공산이 크다.
아니, 그러나.
의미 없는 생각이었다.
어찌 되었건 놈들은 이미 만신창이가 되었으며, 또한 내력을 회복할 수조차 없으므로 단전이 고갈되는 순간 최후를 피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스윽.
허나 그때였다.
그 사이 균형을 추스른 검왕이 한 발 나서며 검을 겨누었다. 마치 권왕을 보호하려는 듯한 모양새였다.
“클클클, 퍽 눈물겨운 충성심이구만! 남궁한일 네놈, 대체 언제부터 저 자식 뻘인 개새끼와 그렇게 끈끈한 사이가 되었나?”
“…….”
다시 무존이 웃었다.
허나 검왕은 입을 열지 않았다.
기실 싸움이 시작된 이래, 냉막한 인상의 노인은 일언반구의 말도 꺼내지 않았으며 표정 또한 흔들리지 않았다.
허나 퍽 놀라운 것은.
정확한 연유를 알 수는 없으나, 검왕 남궁한일은 ‘금강불괴’와 같은 신체를 손에 넣은 듯했다.
몇 번이고 베고 두드려도.
기어코 다시 두 발로 일어섰다.
그리고 위기의 순간마다 자신의 몸을 내던져 권왕을 향한 공격을 대신 받아내곤 했다.
“클클, 유구무언이라 이건가? 눈물겹구만 그래! 내 나란히 목을 베어줄 터이니… 지옥에서도 그 인연 부디 함께하시게나!”
다시 무존의 검이 쇄도했다.
콰아아아아아아앙!
“…….”
한편.
한켠에 물러선 채 일전을 지켜보고 있는 이벽 또한 이미 끝난 싸움임과 다름없음을 직감했다.
검존의 말마따나.
만에 하나를 대비해 제갈소미와 그 옆의 송영영을 지키기 위해 이벽은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허나 그것은.
말 그대로 만일을 위한 것일 뿐, 기실 이 진법 안에 두 사람을 위협할 만한 이는 아무도 없었다.
검왕과 권왕은.
이쪽을 노리기는커녕 검존과 무존의 영역에 붙들린 채 방어에 치중할 뿐, 그 바깥으로는 한 걸음도 벗어나질 못했다.
물론, 예견된 상황이었다. 허나.
‘…뭐지 이 감각은?’
이벽은 위화감을 느꼈다.
적들의 행색은… 절체절명의 위기에 몰린 것치고는 ‘지나치게’ 침착해 보였다.
콰아아앙, 콰아아아아앙.
허나 그런 와중에도 일방적인 승부는 계속해서 이어졌다. 그리고 마침내.
퍼억. 우드드드득.
검존과 검왕의 검이 맞닿은 순간, 태극의 묘리에 의해 검왕의 어깨가 기이한 각도로 꺾여 들었다.
“정룡, 지금일세!”
“클클클! 어련히 알아서 할까!”
훅, 퍼어어어어어억!
그리고 다시 그때, 기다렸다는 듯 무존의 검이 검왕의 옆구리를 파고들었다.
카드드드드드득!
구름의 용이.
텅 빈 옆구리를 물어뜯었다.
남궁한일의 옆구리에서 한 뼘이 넘는 살점이 뭉툭하게 뜯겨나갔다.
그리고 제아무리 절대고수라 한들, 그와 같은 중상을 입고서는 더는 싸움을 이어나갈 수 없다.
마침내.
승부는 끝이 난 것이다.
휘청.
남궁한일의 몸이 흔들렸다.
“클클! 거 마지막까지 몸뚱아리 하나는 더럽게 딴딴하구먼! 아무쪼록 잘 가시게!”
허나 그때였다.
찰나의 순간, 이벽은 무존의 어깨 너머로 비치는 검왕의 냉막한 눈빛과 마주했다.
“……!”
금강불괴에 버금가는 신체.
그리고 과묵함과 더불어 죽음을 앞에 두고도 극도로 무감각한 그 눈빛은… 이벽에게 있어 분명 낯설지 않았다.
돌연.
‘흑천방주 맹철극’이 떠올랐다.
“…무존! 피하시오!”
그 순간 이벽이 외쳤다.
타앙.
그리고 쓰러지던 검왕 남궁한일이 그대로 땅을 박찼다. 최후의 동귀어진을 시도하듯 무존을 향해 파고들었다.
“클클! 그게 무슨 뚱딴지같은 소린가? 머리에 피도 안 마른 아해가 벌써부터 노파심인가?!”
허나 물론.
무존은 그러한 공격에 당해줄 만큼 호락호락한 이가 아니었다. 다시 무존의 검이 뻗어졌다.
퍼어어어어억.
이내 검신이 남궁한일의 가슴 한복판을 파고들었다.
그리고 물론 ‘살아있는 사람’이라면, 그 즉시 검왕의 목숨은 끊어져야 마땅했다. 허나.
덥썩.
가슴을 관통당한 채.
검왕이 무존을 끌어안았다.
“뭐, 뭣?”
콰드드드드드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