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k Heaven examination RAW novel - chapter (361)
369화. 전면전 개시 (1)
퍼억, 후우우우우웅.
권왕의 주먹이 뻗어졌다.
후욱, 쿠오오오오오오.
권풍이 제갈소미를 향해 쏘아졌다. 허나 그때에는 한발 먼저 땅을 박찬 이벽의 신형이 이미 그 경로를 가로막은 후였다.
청강유엽검식(淸江流葉劍式).
일엽유검(一葉柔劍).
후우우욱.
이내 권왕의 용권풍이.
빨려들듯 원 안에 갇혀 들었다.
쿠우우우웅.
“……!”
허나 그와 동시에.
어깨를 파고드는 무게감을 통해, 이벽은 자신의 판단에 큰 착오가 있었음을 즉시 깨닫게 되었다.
태애앵.
이벽의 검신이 휘어졌다.
짐짓 가볍게 쏘아진 권풍에 압축된 힘은… 이벽의 예상을 아득히 뛰어넘고 있었다.
거리를 점해 쏘아진 일격임에도.
그 안에 담긴 힘은 조금 전, 정면에서 맞부딪힌 것과 거의 다를 바가 없었던 것이다.
그리고.
패왕강검으로도 간신히 상쇄시켰던 그 압도적인 힘을 일엽유검의 힘으로 ‘되받아친다는 것’은.
다소 오만한 생각이었다.
울컥.
다시 목구멍으로 피가 치솟았다.
하물며 이미 적지 않은 충격을 입은 상태에서 다시 극심한 압력이 가해지자 기혈이 배배 꼬이는 듯했다.
우득, 쩌저저저적.
심지어는.
일엽유검의 기예를 이루던 나뭇잎이 메마른 소리를 내며 서서히 바스러지기 시작했다.
일엽유검의 원 안에서.
권왕의 용권풍은 사그라들기는커녕, 외려 주변의 바람을 흡수하며 자신의 부피를 키우기 시작한 것이다.
쩌저저저적, 쩌저적.
“…크윽!”
나뭇잎은 바람에 짓이겨지지 않으며, 부드러움은 강함을 능히 제압할 수 있다. 허나.
‘압도적으로 강한 힘’은.
상성과 묘리, 그 모든 것을 넘어.
문자 그대로 적의 기예를 짓이겨버린다. 그것은 과연 ‘천하제일의 주먹’이란 이름에 걸맞은 무게감이었다.
으득.
이벽은 이를 악물었다.
사라락, 다시 몇 장의 나뭇잎이 일어나며 손상된 일엽유검을 어떻게든 복구하려 했다.
후우우욱.
“핫, 재미있군.”
허나 그때였다.
맞은편에서 모래바람처럼 건조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물론, 권왕 황보혁이었다.
우우우우웅.
그리고.
이벽이 일권에 담긴 힘조차 채 감당하지 못하고 있는 그 순간, 다시 권왕의 두 번째 주먹이 뻗어졌다.
섬뜩.
이벽은 위기감을 느꼈다. 허나.
후우우욱.
“클클클…! 이거야 원, 면목 없구먼. 미안허이 자네. 내 조금 전에는 머리에 과하게 피가 쏠렸던 모양일세!”
허나 그때, 다행히도.
단단한 등이 이벽의 앞을 가로막았다. 최초의 접전에서 허무하게 밀려난 서천무존이 다시금 전면에 나선 것이다.
후욱, 휘오오오오.
그리고 노인의 오른쪽 검에서 구름의 용이 모습을 드러냈다. 벌어진 아가리가 권왕의 용권풍을 향해 마주 쏘아졌다.
휘오오오오, 카드득.
이내 부딪힌 순간.
용은 망설임 없이 권풍을 집어삼켰다. 허나 물론, 그것만으론 권풍의 기세를 막을 수는 없었다.
카드드드드드드득!
퍼어엉, 퍼어어엉, 퍼엉.
외려 머리에서부터 가슴과 배에 이르기까지, 권풍이 나아가는 경로를 따라 용의 형상이 빠르게 터져나갔다.
허나 구름의 용 또한.
일방적으로 당한 것은 아니었다.
용의 몸 안을 통과하며 나아가는 동안, 용권풍 또한 빠르게 기세를 잃었다. 그리고.
훅, 콰아아아아아앙.
“하아압―!”
마침내 용의 꼬리를 뚫고 무존에게 당도한 순간, 이번에는 무존의 왼손이 횡을 그었다.
또 한 마리의 용이 나타나.
약화된 권풍을 물어뜯었다.
후우욱.
마침내 권풍이 잔바람으로 흩어졌다. 서천무존 정룡은 쌍검을 다루며, 두 마리의 용이 춤을 추는 것은 이벽 또한 이미 겪어본 일이었다.
카아아아앙.
허나 거기에서 끝이 아니었다.
용권풍을 파훼한 즉시, 무존의 쌍검이 서로 맞부딪혔다. 청아한 소리와 함께 다시 두 마리의 용이 머리를 드러냈다.
타앙.
“클클클! 이놈 미친개야! 감히 이 노부를 놔두고 아해를 노려? 네놈은 조금 전, 이 노부를 죽일 단 한 번의 기회를 놓쳐버렸음을 알 거라!”
그 즉시 무존이 땅을 박찼다.
두 마리 용과 함께 쇄도했다.
후우욱.
“무존, 가능성을 소진한 늙은이에게 볼일은 없다. 사라져라.”
물론 권왕 또한 주먹을 뻗었다.
후우욱.
허나 예의 주먹에 닿은 순간.
무존은 구름이 되어 흩어졌다.
“클클클! 그러니까 못 죽인다고 말했잖나?!”
곤륜이 추구하는 묘리는 본래 휘어짐에 있다. 정면충돌로는 승산이 없음을 이해한 순간, 무존은 마침내 진력을 끌어낸 것이다.
후우욱, 콰아아아아앙.
다시 그 순간.
좌측에서 파고든 용의 머리가.
권왕의 몸을 통째로 집어삼켰다.
콰아아아아앙, 콰아아앙.
이후 두터운 구름 속에서 몸이 저릿할 정도의 충격파가 여신 터져 나왔다.
스스스스.
이내 이벽은.
무존이 벌어다 준 시간 속에서, 일엽유검에 담겨진 권왕의 일권을 서서히 주변으로 흘려보냈다.
한 번에 되받아치는 것은 무리일지언정 시간을 두고서 천천히 하는 것은 가능하다.
콰아아아아아앙.
허나 물론.
그럼에도 시간은 넉넉지 않다. 결국, 무존 혼자서는 권왕을 당해낼 수 없음을 이벽은 직감했다.
또한.
검존은 저 하늘에서 검왕 남궁한일을 상대하는 것에 손이 묶였다. 즉, 자신은 아직 비무대를 내려갈 순 없다.
서둘러 무존에게 가세해야만―
스으으, 훅.
“……?!”
허나 바로 그때였다.
이벽의 검이 거짓말처럼 가벼워졌다. 일엽유검에 담긴 권왕의 힘이… ‘저절로’ 소멸한 것이다.
휘청.
동시에 이벽의 몸이 흔들렸다.
“…쿨럭!”
투둑.
마침내 억눌렀던 울혈이 터져 나왔다. 돌연 어깨가 무겁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허나 그것은.
‘퍽 익숙한 감각’이었다.
우우우웅.
이내 등 뒤에서 ‘아련한 꽃향기’가 맡아졌다. 엉망이 된 비무대 위로 자줏빛 안개가 내려앉았다.
“…미안하다, 꼬맹아. 만전을 기하려다 초가삼간 태워 먹을 뻔했네. 이 못난 빡대가리 사저를 부디 용서해라.”
제갈소미가 말했다.
* * *
우우우웅.
마침내.
만류일원진이 깨어났다.
자색의 안개가 일대를 감쌌다.
진법의 공능이 미치는 범위하에서 ‘도가에 속하지 않는 모든 내력의 흐름’은 굳어버리며.
절대고수의 영역조차.
결코 예외는 아니었다.
기실 이벽이 채 감당치 못했던 권왕의 일권이 너무 쉽게 흩어진 것 역시 진법의 공능이었던 것이다.
허나.
땀방울이 맺힌 제갈소미의 얼굴에는 퍽 탐탁지 않은 기색이 감돌고 있었다.
말하자면.
진법은… ‘절반의 성공’이었다.
즉, 비무대 위에 선 권왕 황보혁과 저만치 하늘의 검왕 남궁한일을 가두는 데에는 성공했으나.
비무대 저편의 배후에 자리한 나머지 적들의 경우 단 한 명도 더 가두지 못했다.
외려 그녀가 진법의 발동에 몰두한 사이, 막내사제 이벽까지 진법에 발목을 붙잡혀버리고 말았다.
물론.
적진의 우두머리 두 명이 다짜고짜 비무대 위로 나서버린 이상 어쩔 수 없는 일이기도 했다.
이미 진법을 들켜버린 시점에서.
이 이상 뜸을 들이다 그 두 명을 놓치기라도 했다면… 그것은 절반은커녕 ‘완전한 실패’가 되었을 터였다.
“…사저.”
그때였다.
“몸은… 좀 괜찮나?”
“…네가 할 말이냐?”
이벽이 뒤를 돌아보았다.
훗, 엉망이 된 사제의 몰골을 마주한 순간 제갈소미는 어쩐지 웃음이 나왔다.
“꼬맹아, 그래도 고맙다. 덕분에 살았네. 두 놈 다… 사문의 이름에 부끄럽지 않을 정도로는 강해졌구나.”
“…….”
그것은.
제갈소미가 화정촌을 떠난 이래 근 일 년 만에 처음으로 두 사람이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기도 했다.
철컥.
“대주, 왜 나한테는 괜찮냐고 안 물어봐?”
그때, 제갈소미의 맞은편에 서 있던 송영영이 검을 거두며 대화에 끼어들었다.
“…송영영, 너도 괜찮나?”
“됐어. 필요 없어. 이미 늦었어.”
휙.
창백한 안색이 고개를 돌려버렸다.
“…훗.”
두 사람 사이의 미묘한 공기를 감지한 제갈소미가 다시 웃었다. 이내 시선을 바깥으로 돌렸다.
안개 너머로.
진법의 안과 밖에는 흐릿한 경계가 생겨났으며 더는 누구도 그사이를 마음대로 드나들 수 없게 되었다.
이 순간, 진법의 안팎은.
‘별개의 공간’이 된 것이다.
‘…뭐, 어떻게든 되겠지.’
이내 제갈소미는 시선을 돌렸다.
자신이 ‘바깥의 싸움’을 걱정해본들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지금은 각자의 역할에 충실하는 수밖에 없다.
후우욱, 콰아아아아아앙.
그리고 때마침.
다시 충격파가 터져 나왔다.
세 사람의 시선이 전면을 향했다.
후욱, 터어엉.
전면을 감싼 구름이 흩어졌고, 권왕 황보혁의 신형이 한켠으로 밀려 날아갔다.
치이이이익.
저만치에 착지했다.
허나 그 즉시 움직임을 멈추지는 못했으며, 일 장가량을 밀려나고 나서야 가까스로 제자리에 멈춰 섰다.
“클클클! 갑자기 왜 그러나? 뼈다귀도 못 먹은 개새끼마냥 기운이 없어졌구먼?”
무존이 어깨를 으쓱했다.
“…….”
권왕이 자신의 주먹을 내려다보았다. 무미건조한 표정 위로 미간이 슬쩍 찌푸려졌다.
후우우욱, 콰아아아아앙!
그리고 다시 그때였다.
신형 하나가 하늘에서 추락했다.
비틀.
인영 또한 권왕의 지척에 가까스로 착지했으나 제대로 서지 못한 채 몇 번이고 발을 헛디딘 후에야 간신히 균형을 되찾았다.
냉막한 인상의 노인은.
물론, 검왕 남궁한일이었다.
훅, 타앗.
“허헛!”
곧이어 검존 또한 무존의 곁으로 내려앉았다. 허나 무게감이 느껴지지 않는 착지는 검왕과는 퍽 대조적이었다.
“그래, 좀 어떤가 황보혁?”
그리고 검존이 웃었다.
“꽤 즐겁지 않나? 자네에게 이 한 수를 보여주기 위해… 제법 많은 이들이 고생을 했단 말일세!”
“…그렇군.”
이내 권왕이 답했다.
슥, 가볍게 주변을 둘러보았다. 이벽과 송영영, 제갈소미를 일견한 뒤 다시 검존을 향했다.
“검존. 고작해야 이런 장난질을 위해 그렇게나 시간을 끌고 있었던 건가?”
“허헛, 그렇다고 하면 어쩔텐가?”
“클클클! 과연, 한 치도 예상을 벗어나지 않는 천하의 광견이로다!”
검존과 무존이 함께 웃었다.
스스로 천마를 자처할 만큼 오만함에 젖은 권왕이 한낱 진법 따윌 위협으로조차 여기지 않으리란 것은 물론 예상대로였다.
그리고 바로 그러한 오만함 덕에 놈은 제 실력을 드러내지도 못한 채, 최후를 맞이하게 되는 것이다.
“…….”
저벅.
이내 이벽 또한 나아갔다.
두 노인 사이에 서고자 했다.
어찌되었건 싸움은 가능한 빨리 끝내는 것이 좋으며, 화정봉의 그때와는 달리 지금의 자신은 이 안에서도 충분히 싸울 능력이 있기 때문이었다.
“낙검신룡 자네, 그만큼 하고도 아직도 더 할 생각인가? 역시 젊음이 좋긴 좋구만. 허헛!”
허나 그때 검존이 팔을 뻗었다.
“이만 물러서 있게나. 자네와 자네 동료들은… 이미 차고도 넘칠 정도로 할 일을 잘 해주었지 않나? 이 정도는 우리 늙은이에게 맡기고 쉬고 있게.”
“…하지만 검존.”
“어허, 하지만이고 뭐고! 그래, 기왕에 이렇게 된 김에… 만에 하나를 대비해 거기서 우리 제자들이나 좀 지켜주고 있게나.”
“…….”
스윽.
그 순간, 검존이 고개를 돌렸다.
“물론, 사실은 그럴 필요도 없지만 말일세. 자네도 알다시피, 싸움은 이미 끝난 것이나 다름이 없다네. 허헛!”
뒤를 돌아본 노인이 이벽을 마주하며 히끗 웃음을 보였다.
타아아앙.
허나 바로 그때였다.
줄곧 침묵을 지키던 검왕 남궁한일이 움직임을 보였다. 그림과 같은 일검이 파고들었다.
스윽.
“어이쿠, 빈틈을 찌른단 말이지?”
그러나 예상하고 있었다는 듯.
그 즉시 검존의 검이 움직였다.
스윽, 우우우웅.
대강 그어진 검 끝에서.
셀 수 없는 태극이 피어났다. 삽시간에 크기를 부풀리고 사방으로 흩어지며 검왕과 권왕을 포함한 일대를 감싸버렸다.
“자, 그럼 빌어먹을 개같은 천마토벌 한 번 개같이 해보실까? 클클클!”
후욱.
심지어는 그 뿐만이 아니었다.
그와 동시에, 기다렸다는 듯 무존의 몸에서 다시 구름의 용이 일어났다.
휘오오오오오.
‘퇴로’를 차단하듯.
태극의 외곽을 맴돌았다.
다시 말해 그것은.
환야의 진법 위로 제갈소미의 안개가 일대를 감쌌고, 다시 검존의 태극이 펼쳐졌으며, 무존의 운룡이 그 주변을 감싼 것이다.
권왕의 표정이.
아주 조금 일그러졌다.
“자, 그럼… 계속해보세! 과연 ‘고작 장난질’인지 어떤지는 좀 더 겪어봐야 하지 않겠나? 허헛!”
훅. 타앗.
정도맹의 두 절대자가.
동시에 나란히 땅을 박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