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k Heaven examination RAW novel - chapter (360)
368화. 패왕강검
“피해… 피하라고! 이 멍청한 새끼야―!!”
먼 거리에서 황보준을 쳐낸 혁대웅이 땅을 박찼다. 그 즉시 제갈소미에게로 다가서려 했다. 허나.
그 순간, 경악에 찬 제갈소미의 다급한 외침이 터져 나왔다. 그리고.
후욱.
“어……?”
다음 순간, 혁대웅은 지척까지 다가선 권왕 황보혁을 마주해야 했다.
스윽.
그리고 혁대웅이 채 방어 초식을 펼치기도 전, 권왕의 어깨가 한껏 당겨졌다.
“……!”
이벽 또한.
맹우강과 접전을 치르던 허공에 그대로 머무른 채 그러한 광경을 바라보고 있었다.
마침내.
권왕 황보혁이 움직였다.
또한 그 천하제일의 주먹은.
혁대웅을 향해 쇄도하고 있다.
청강유엽검식(淸江流葉劍式).
취풍쾌검(醉風快劍).
파아아아아앙.
그 즉시.
이벽의 몸이 유성처럼 쏘아졌다. 망설이거나 혹은 상황을 재고 있을 여유조차 없었다.
타아앙, 파아아아아아앙.
찰나의 순간.
이벽의 전신 곳곳이 나무에 감싸이고 다시 그 껍질을 떨쳐내기를 반복하며 쾌보의 추진력이 누적되었다.
타아앙, 쩌저저저적.
급기야 이벽의 눈에 비치는 풍경들이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목천의 영역에 접어든 의식으로도 채 인식하기 어려울 정도의 속도에 접어든 것이다.
쩌저저저저적.
으득.
이벽은 이를 악물었다.
그저 공기를 스치고 지나가는 것만으로 마치 온몸을 칼로 저미는 듯한 고통이 스쳤다.
물론, 고통뿐만이 아니었다.
실제로 이벽의 옷 곳곳이 날카롭게 찢어지며 선혈이 허공을 흩날렸다.
그저 ‘속도’만으로.
극한으로 단련된 신체가 충격을 입을 수도 있음을 이벽은 이해했다. 허나 물론, 속도를 늦출 수는 없었다.
타아아앙.
외려 이벽은.
한 번 더 추진력을 더했다.
쐐애애애애액.
그리고 다음 순간.
마침내 이벽의 신형이 혁대웅과 권왕 황보혁의 머리 위로 다다랐다.
그리고 다행히도.
권왕의 주먹은 아직 혁대웅에게 닿지 않았다. 훅, 이벽은 망설임 없이 검을 내뻗었다.
뻗어진 검신은.
대치하고 있는 두 사람의 한가운데 빈 공간을 파고들었다. 흠칫, 혁대웅의 미간이 흔들렸다.
파아아아아아아앙.
다음 순간.
이벽의 몸에 응축된 그 모든 추진력이 검끝에 밀집되었고 허공을 두드리며 폭발했다.
휘오오오오오.
화탄과 같은 충격파를 일으켰다.
휘청.
혁대웅의 신형이 흔들렸다.
훅, 발끝이 허공으로 떠올랐다.
“큭―!”
당혹스러운 가운데, 혁대웅은 본능적으로 균형을 되찾으려 했다. 허나 다음 순간 이벽과 시선이 부딪혔다.
“……!”
권왕 황보혁이 나섰다는 것은 즉, ‘친선비무회의 끝’과 ‘전쟁의 시작’을 뜻하며.
그 시점에서.
두 사람이 맡은 역할은 더는 비무대 위가 아닌 아래에서 아군 무인들의 선봉에 서는 것이다.
‘먼저 가라. 혁대웅.’
이벽의 의사는 명백했다.
일순 혁대웅의 표정이 일그러졌으나, 결국은 그러한 판단에 따르지 않을 도리가 없음을 이해했다.
사라락.
찰나의 순간, 제갈소미를 일견한 혁대웅이 이내 청강유엽공의 묘리를 일으켰다.
그대로 충격파에 몸을 실은 채.
비무대 바깥으로 밀려 날아갔다.
슥.
물론 그때 이벽의 시선은.
이미 반대편을 향하고 있었다.
혁대웅의 거구를 날려 보낸 취풍쾌검의 충격파로도 권왕에게는 그저 ‘찰나의 흔들림’ 이상의 영향을 주지는 못한 듯했다.
하물며.
후우우욱.
뻗어지던 그 주먹은 거둬지지 않았으며, 혁대웅이 아닌 이벽을 향해 다시금 쏘아져 왔다.
허나 어찌 되었건.
그러한 찰나의 흔들림은 이벽으로 하여금 다음 한 수를 고민할 시간을 벌어주었다.
불현듯.
저 주먹에 아무런 저항조차 하지 못한 채 무너지고 말았던 오 년 전의 일이 뇌리를 스쳤다.
물론, 지금의 자신은.
그때와는 비교할 수 없이 강해졌으며, 그렇기에 이벽은 눈앞의 주먹이 ‘무엇인가’를 알아볼 수 있었다.
휘오오오오.
주먹을 얇게 감싼 것은.
마치 강기처럼 빛을 내었다. 허나 물론, 그것은 강기 따위가 아니라 ‘응축된 용권풍’이었다.
천지를 잇는 거대한 바람기둥이.
응축과 응축을 거듭해, 단 하나의 주먹의 되었고 빛을 뿜어내며 이벽을 향해 쏘아지고 있다.
“…….”
그것은 과거, 이벽이 진법 속에서 겪어보았던 ‘마교 우호법’의 일권 보다도 더욱 압도적인 힘이었다.
이내 이벽은.
자신이 지닌 그 어떤 기예로도 저 주먹에 실린 힘을 온전히 감당할 수 없음을 직감했다.
물론, 이 자리에 있는 것이 자신 혼자뿐이었다면 만월무변곡검을 통해 어떻게든 타점의 중심을 흘려버릴 자신은 있었다. 허나.
충격을 주변으로 흘려버린다면.
그것은 즉, 가까이에 있는 송영영과 제갈소미에게 감당하기 어려운 충격을 떠넘기는 꼴이 되고 만다.
다시 말해.
이 한 수만큼은 자신의 힘으로 온전히 버텨내야 한다. 그리고 그를 위해선 ‘정면승부’ 외의 선택지는 없다.
우우우웅.
사락, 사라락.
다음 순간 마침내.
이벽은 판단을 마쳤다.
그와 동시에 이벽을 지켜야 할 나뭇잎이 외려 등 뒤로 물러서며 흩어지기 시작했다.
사라락, 사락.
흩어진 나뭇잎들이 ‘회전’하며 힘을 끌어모았고, 그 모든 힘들은 즉시 이벽에게로 스며들었다.
후우우욱.
이벽의 검이 부풀어 올랐다.
청강유엽검식(淸江流葉劍式).
패왕강검(覇王强劍).
우우우우웅.
그리고 마침내.
권왕의 주먹과 맞닿았다.
후욱,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앙.
그 순간.
일대의 땅이 뒤흔들렸다.
쿠구구구구구구.
쩌적, 쩌저저저적. 콰아아아앙!
두 사람을 중심으로 비무대 위에 사정없이 금이 퍼져나갔고 파편이 사방으로 비산했다.
* * *
강 대 강의 정면충돌은.
마치 지진과 같은 충격을 낳았다.
기실 지금 이벽이 펼친 일검에 깃든 것은 다름 아닌 사파제일가, 패왕가의 비전에 담긴 ‘회전의 묘리’였다.
이벽과 혁대웅은.
제남에 당도하기에 앞서 비무를 통해 서로의 기예를 나눴고, 이를 통해 혁대웅은 이벽의 청강유엽공을 패왕가의 무공에 접목했다.
그리고 이벽 또한.
다시 그것을 받아들였다.
청강유엽공의 강의 묘리는.
‘패왕강검’의 기예로 거듭났다.
마침내 천하제일의 주먹을 맞상대하고도 능히 버텨낼 만한 ‘강검’의 기예가 완성된 것이다.
“…쿨럭!”
허나 엄밀히 말해.
‘대등하지는’ 않았다.
툭, 투둑.
이벽의 입가로 피가 떨어졌다.
단 일권을 맞상대한 것만으로.
조금 전 맹우강과 수십여 합을 나눈 것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는 충격이 심신을 파고들었다.
휘청.
이내 몸이 흔들렸다. 다음 순간, 이벽의 발이 땅에서 떨어지며 신형이 힘없이 뒤로 밀려났다.
“…….”
한편.
권왕은 잠시 침묵했다.
자신의 주먹을 내려다보았다.
이 주먹이 뻗어지고도 맞은편의 상대가 ‘파괴’되지 않은 것은 퍽 오랜만의 일임을 상기했다.
핫, 미소가 떠올랐다.
“선우벽. 생각보다도 더 잘 무르익었군. 역시 그때 죽이지 않은 보람이 있다.”
저벅.
이내 권왕이 다시 나아갔다.
찰나의 희열과 함께 달아나는 이벽을 뒤쫓으며 제 이권을 뻗으려던 찰나였다.
멈칫.
권왕의 걸음이 멈추었다.
고개가 하늘을 향해 꺾어졌다.
후우우우욱, 콰아아아아아앙.
그리고 다음 순간.
‘구름의 용’이 거꾸로 내리꽂혔다. 아가리를 벌린 채 그대로 권왕의 온몸을 집어삼켰다.
후우욱.
그와 동시에.
용의 꼬리가 이벽을 휘감았다.
구름에 휩싸인 순간, 채 상쇄시키지 못한 충격이 이벽의 몸에서 씻은 듯이 빠져나갔다.
타악.
이내 이벽이 착지했다.
그 즉시 다시 맞은편을 향했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앙.
그리고 다음 순간.
구름의 용이 산산이 흩어졌다.
그리고 그 안에서 권왕, 그리고 쌍검을 교차한 채 권왕의 주먹을 막아내고 있는 서천무존 정룡의 모습이 나타났다.
“클클클! 과연… 주먹 하나는 끔찍할 만큼 무겁구만. 암, 그래야지. 천마를 자처하려면 이 정도는 해줘야지!”
무존이 웃음을 흘렸다.
권왕이 비무대에 오른 그 순간, 더는 그 역시 ‘나서지 않을 이유’가 없어진 것이다.
후욱.
허나 다시 그때였다.
돌연 엉망이 된 비무대 위로 짙은 음영이 드리웠다. 흠칫, 이벽이 즉시 위를 향했다.
무존의 용에 이어.
또다시 다른 무언가에 의해 태양이 가려지며 그림자가 일대를 뒤덮은 것이다.
후우우욱.
그리고 그 무언가는.
‘매의 형상’을 하고 있었다.
쐐애애애애액.
이내 한 번의 날갯짓으로 허공을 한 바퀴 순회한 매가 그대로 아래를 향해 강하를 시작했다.
흡사 하늘이 무너지듯.
피할 곳도, 달아날 곳도 없다.
또한 이벽에게는 퍽 익숙한 정경이기도 했다. 허나 동시에 남궁세가의 가주, 남궁천승의 그것과는 ‘격’이 달랐다.
‘…막아야 한다.’
스윽.
이벽은 몸을 추슬렀다.
일검의 충격이 가시지 않았으나, 어떻게든 기혈을 가다듬은 뒤 그 즉시 날아오르려 했다. 허나.
후욱.
“허허헛!”
다음 순간.
또 하나의 인영이 등 뒤의 하늘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흡사 계단을 밟고 오르듯 사뿐한 몸짓으로 훌훌 날아올랐다.
물론, 태극검존 태허였다.
허나 대붕(大鵬)을 닮은 하늘의 제왕에 맞서기에는 노인의 작은 체구는 너무나 무력해 보였다.
후우욱.
그러나 그때.
마침내 검존이 담뱃대가 아닌 검을 꺼내 들었다.
훅, 한 번의 가벼운 손짓만으로 노인과 매 사이에 대해와 같은 태극이 모습을 드러냈다.
파사사사사삭.
그리고 태극과 매가 맞닿은 순간.
매의 형상이 바깥에서부터 산산이 분쇄되며 무수한 깃털로 흩어지기 시작했다.
휘오오오오.
매는 마치 정말로 살아있는 생물마냥 거칠게 몸부림쳤으나, 태극은 잔잔한 수면처럼 일렁일 뿐 조금도 옅어지지 않았다.
쿠우우우우우우웅.
그리고 이내.
흩어져버린 매의 잔상 안에서.
검왕 남궁한일이 모습을 드러냈다. 마침내 도가제일검과 천하제일검가의 지존이 부딪혔다.
부딪힌 것은 검과 검에 불과했으나, 마치 거대한 낙석이 땅을 두드린 듯한 굉음이 울려 퍼졌다.
“이보게 검왕. 대체 그사이에 어디서 무슨 맛난 걸 먹었길래 그 나이에 검이 더 무거워진 건가? 으응?”
“…….”
검존이 짐짓 농을 건네었으나.
검왕은 아무런 답도 하지 않았다.
검존과 무존.
권왕과 검왕.
마침내 각측을 대표하는 천하십대고수가 싸움을 나섰다. 이벽은 마침내 한시름을 놓았다.
아니, 그러나.
이내 제갈소미를 일견했다.
우우우우웅.
꽃을 닮은 자색 기운이.
비무대 위를 은은하게 뒤덮고 있었다. 마침내 진법은 발동의 목전에 이른 것이다. 허나.
이를 악문 채 기운을 끌어올리고 있는 제갈소미의 표정에는 무언가 고뇌의 기색이 스치고 있었다.
찰나의 순간, 이벽은 고민에 빠졌다. 이대로 혁대웅을 따라 비무대를 벗어나야 할지, 혹은―
후욱.
그러나 다시 그때였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앙.
“…커억! 이, 이런 개 같은―”
돌연 당혹스런 신음이 터져 나왔다. 그리고 이벽은 서천무존 정룡이 한 움큼의 피를 뿜으며 허망하게 밀려나고 있는 모습을 확인했다.
스윽.
그리고 다시.
권왕 황보혁의 고개가 움직였다.
이내 제갈소미와 그녀의 주변을 감싸고 있는 자색 기운을 확인한 순간 핫, 입꼬리가 움직였다.
“……!”
타아아앙.
한 숨의 여유조차 없이.
또다시 위기가 찾아들었다.
권왕의 어깨가 재차 당겨짐과 동시에, 이벽은 그 즉시 땅을 박찼다. 울컥, 목구멍 안쪽에서 피가 솟구쳤으나 애써 삼켰다.
그렇게, 이벽은 다시금 주먹보다 먼저 권왕과 송영영, 제갈소미의 사이를 막아서는 데에 성공했다.
퍼억, 후우우우우웅.
허나 물론, 권왕은.
아랑곳 않고 일 권을 쏘아냈다.
후욱, 쿠오오오오오오.
이내 용권풍이 거리를 점하며 날아들기 시작했고 거의 동시에 이벽의 검이 원을 완성했다.
청강유엽검식(淸江流葉劍式).
일엽유검(一葉柔劍).
후우우욱.
이내 뻗어진 용권풍이.
빨려들듯 원 안에 갇혀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