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no Machine Advent (Descent of the Demon God) RAW novel - Chapter (103)
이 광경을 지켜보고 있던 모든 군인들이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그것은 안우홍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무공을 익히지 않은 그들에게는 아쉬리 라우가 천여운을 향해 달려드는 그 순간 곧바로 튕겨져나온 것으로 보였다.
‘무슨 일이 벌어진 거지? 갑자기 아쉬리 라우가 저 꼴이 되다니…’
찢겨진 이마로 얼굴이 피범벅이가 된 아쉬리 라우. 비틀거리는 것만 봐도 상태가 좋지 않음을 알 수 있었다.
스우라 라우의 표정이 굳어졌다.
‘아쉬리는 다섯 번째 차크라마저 연 대전사 후보인데. 그를 고작 한 수에 패퇴시키다니.’
라우 전사들은 차크라(Chakra) 즉, 원반의 기운을 익혔다. 무한한 우주의 기운을 받아들여 몸속에서 에너지를 소용돌이 시키는 비기로 라우 일족을 비롯한 구 인도국의 전사들은 이 차크라를 익혀 초인의 경지에 이르렀다.
‘다섯 번째 차크라만 열어도 무림인들은 상대할 수 없을 터인데.’
그 확신이 산산조각 나고 말았다.
천여운이 발걸음을 돌리려 했다.
아직 승부가 끝나지 않았는데 식당 쪽으로 가려는 모습에 스우라 라우가 소리쳤다.
“지금 뭐하는 것이오?”
‘제법 튼튼하긴 하다만. 결과는 나온 것 같은데.”
아쉬리 라우는 서있는 것만으로도 용한 상황이었다. 당장이라도 살짝만 건드려도 쓰러질 듯 했다.
승부는 단 한 번이었다.
천여운은 그것이 끝났음을 이야기한 것이다.
-으득!
이빨을 간 스우라 라우가 핏줄이 곤두선 목으로 소리를 질렀다.
“아쉬리이이이!!!”
호랑이가 울부짖는 듯한 엄청난 소리는 하나의 파장이 되어서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200미터 이상 떨어져 있는 군인들이 귀를 틀어막을 정도였다.
“헉!”
어지러운 듯이 멍해져 있던 아쉬리 라우의 동공이 진해졌다.
그는 방금 전까지 혼이 빠져 있었다.
뇌에 큰 충격을 받아서 뇌진탕이 일어났던 것이다.
‘내….내가 대체 뭘 당한 거지?’
천여운이 딱밤을 내미는 것까지는 기억이 났다.
고개를 들어보니 그가 있는 위치는 천여운에게서 한참이나 떨어져 있었다.
“아쉬리! 우리가 가진 사명을 잊은 게냐!”
“대, 대전사!”
성난 범과 같은 스우라 라우의 외침에 아쉬리 라우가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그에게는 이 승부를 반드시 이겨야만 하는 사명이 있었다.
‘조국을 위해!’
망국이 되어버린 구 인도국을 살려야 한다.
“흐아아아아압!”
아쉬리 라우가 기합을 내뱉으며 정신을 가다듬고 심기일전 하려 했다.
강한 정신력이라면 이 상황을 극복할 수 있을 거라 여겼다.
그러나,
“엇?”
고작 한 발자국 내딛었을 뿐인데, 땅바닥이 눈앞으로 올라왔다.
-쿵!
‘모, 몸이 움직이지가 않아.’
바닥에 쓰러진 아쉬리 라우는 몸을 부르르 떨었다.
차크라와는 전혀 다른 기운이 자신의 오장육부로 파고들었는데, 그것을 몸 밖으로 해소시킬 수가 없었다.
강렬한 사명감과 집념으로 움직여보려 해도 소용없었다.
“아쉬리!”
“대…. 대전사.…몸이.…몸이….”
“이겨내라! 대 라우 일족의 정신력이 고작 이 정도인 것이냐?”
스우라 라우가 분노에 섞인 목소리로 그를 다그쳤다.
그런 스우라에게 천여운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했다.
“몸속에 파고든 진기를 해소하지 않고서 무리하다가 평생 못 움직일 거다.”
천여운의 그 말에 아쉬리 라우의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
내공이라는 이 이질적인 기운을 해소하고 싶어도 현재 차크라를 운용할 수가 없었다.
“뭐?”
스우라 라우가 다급히 쓰러진 아쉬리 라우에게 뛰어갔다.
그리고는 그의 상태를 살폈다.
스우라 라우가 인상을 쓰더니, 천여운을 노려보면서 말했다.
“무슨 짓을 한 거요?”
그의 물음에 오히려 천여운이 의아한 듯이 물었다.
“내공과는 다르긴 하다만 그런 기운을 다룬다면 몸속에 타인의 기운이 파고들면 장기기관을 파괴한다는 것 정도는 알 텐데?”
“이게 장기 기관이 파괴되는 거라고 보오?”
스우라 라우가 비켜서며 아쉬리 라우를 보였다.
아쉬리 라우의 얼굴 피부로 핏줄들이 징그럽게 튀어나와 있었다.
‘응?’
천여운이 미간을 찡그렸다.
내상을 입게 만들었지만 저런 현상은 주화입마를 입거나 내공이 역류했을 때나 일어날 법한 현상이었다.
-스륵!
“엇?”
천여운이 어느새 그들의 앞으로 나타났다.
‘빠르다.’
스우라 라우가 경계심이 가득한 눈빛으로 천여운을 바라보았다.
차크라를 개방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 움직임을 전혀 감지하지 못했다는 것에서 자존심이 상한 모양이었다.
“비켜봐라.”
악의가 없어 보이는 목소리에 사우라 라우가 못마땅한 얼굴로 비켜섰다.
천여운이 아쉬리 라우의 맥을 짚어 보았다.
자신의 진기가 그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알기 위해서였다.
‘이건…..’
천여운의 눈빛에 이채가 띠었다.
당연히 내기가 악영향을 미쳐서 이런 현상이 벌어진 거라 여겼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이자의 기운이 몸속에 파고든 진기를 흡수하고 있다.’
독특한 현상이었다.
내공끼리도 그 성질이 다르면 흡수되지 않는다.
그런데 완전히 전혀 다른 형태의 기운이 한 쪽을 흡수하고 있었다.
‘흡수는 하는데…..나의 진기가 강해서 육신에 과부하가 일어 난 것인가.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나?’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보통 이런 것은 좀 더 상위 기운일 때나 가능한 일이었다. 천마기가 여타의 기운들을 흡수하듯이 말이다.
“대체 왜 이러는 것인지 알겠습니까?”
스우라 라우가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이에 천여운이 답변을 하지 않고 되물었다.
“이 녀석 몸속에 단전처럼 집중된 다섯 기운이 아까 전에 말했던 그 차크라라고 하는 것인가?”
“그, 그렇습니다.”
“이 기운 대체 뭐지?”
스우라 라우의 눈매가 날카로워졌다.
무림인들 간에도 무공에 대한 연원을 묻거나 내공법을 탐내는 것이 금지이듯, 구 인도국의 전사들도 각 일족의 차크라 운용법을 묻는 것은 절대적인 실례이다.
“…..지금 무엇을 묻고 싶은 겁니까?”
“차크라라고 하는 기운의 정의를 묻는 거다.”
천여운이 궁금한 것은 차크라가 정확히 어떤 기운인지였다.
‘천마기를 싣지 않았어도 나의 진기에는 대자연의 기운이 깃들어 있다.’
대자연의 기운은 모든 기운의 최상위에 놓여 있다.
자연경의 경지에 올라 대자연의 기를 깨닫지 못한다면 이 기운을 수용할 수 없다.
오히려 체내에 있는 기운과 부딪쳐 해가 될 뿐이었다.
“그걸…..내가 그 쪽에게 말할 것 같습니까? 우리 일족의 비전을 말이오.”
노기가 담긴 그의 목소리에 천여운이 피식하고 웃더니 일어났다.
그리고는 망설임 없이 발걸음을 돌렸다.
“뭐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 어차피 승부는 끝났다. 그쪽 일은 이제 그쪽에서 알아서 해라.”
어차피 입찰 경쟁은 이미 천여운의 승리였다.
그가 죽든 말든 상관할 바가 아니었다.
바로 그때였다.
-쾅!
뒤에서 강한 진각 소리가 들려왔다.
천여운이 고개를 돌렸다.
스우라 라우가 전신에 강렬한 기운을 발산하고 있었다.
“이대로 그냥 갈 작정이오!”
그의 기세만 봐서는 당장이라도 달려들 것만 같았다.
천여운이 그런 스우라에게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설마 무인들끼리의 대결에 있어서 그 정도 각오도 하지 않고 대결을 한 것은 아니겠지.”
아쉬리 라우 역시도 천여운을 죽일 기세로 덤볐다.
서로가 목적을 떠나서 무인 간에 대결은 죽음을 동반하는 것은 당연했기에 그것에 항의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한 일이었다.
-으득!
스우라가 이를 갈면서 말했다.
“……인정하오. 분명 이건 그대의 승리요. 우리 라우 일족은 정당한 대결에 목숨을 잃는 것에 절대로 수치를 느끼지 않소.”
“그래? 그런데…..지금 행동은 뭐지?”
살기와 차크라가 엮여서 사방에 돌풍이 몰아칠 것 같았다.
스우라가 천여운을 향해 말했다.
“이번에는 나와 겨룹시다.”
“겨루자?”
“나 라우 일족의 대전사 스우라 라우가 그대에게 승부를 요청하는 바이오.”
“관심 없다.”
천여운이 무시하고서 고개를 돌렸다.
이에 스우라가 빠른 속도로 천여운의 앞을 가로막았다.
그리고는 매서운 눈빛으로 노려보며 말했다.
“설마 내가 두려운 것이오?”
일부러 도발을 했다.
이에 천여운의 입 꼬리가 올라갔다.
“내가 두려운 것이라면 꼬리를 물고 가도…”
-탁!
천여운이 그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스우라가 손을 거칠게 쳐내려고 했는데, 그 순간 그의 몸이 만근이라도 되는 것처럼 밑으로 억눌렸다.
“흐헉!”
-콰콰과과!
스우라의 다리가 지면을 뚫고 들어가 어느새 허리까지 파고 들었다.
너무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서 차크라를 개방할 틈도 없었다.
당황해하는 그에게 천여운이 오만하게 내려다보며 말했다.
“너무 강한 말은 쓰지마라. 더 약해보일 뿐이니.”
“이…이이…?
천여운이 그런 그에게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는 다시 앞으로 걸어나갔다.
-고오오오오!
그때 스우라의 몸에서 밝은 빛이 뿜어져 나왔다.
처음에는 적색, 오렌지색, 황색, 녹색 순으로 이어지더니, 아쉬리 라우와 같은 청색, 그리고 자색, 종국에 와서는 눈부신 백색 빛으로 전신이 물들었다.
-파스스스!
스우라의 주변에 있던 지면이 녹아내렸다.
마지 주위에 공진이라도 일어나는 듯이 사방이 흔들렸다.
-드르르르르!
천여운이 멈춰 섰다.
특이 했다.
뒤에서 느껴지는 스우라가 내뿜는 기운이 뭔가와 공명을 하고 있었다.
그것은 대자연의 기운과는 완전히 궤를 달리했다.
천여운이 고개를 돌려보았다.
‘주변의 기운들이 응축, 아니 회전하면서 빨려 들어간다.’
마치 무저갱과도 같았다.
여태껏 보지 못한 현상에 천여운의 눈빛이 흥미로움으로 가득해졌다.
그때 스우라가 천여운에게 말했다.
“조건을 달겠소. 그대가 이긴다면 차크라에 대해서 알려주겠소.”
“포기를 모르는군.”
“대신 내가 이긴다면 입찰 경쟁을 포기하고 아쉬리의 상태를 봐주시오. 우린 이 일에 사활을 걸었소.”
스우라의 진정한 목적이었다.
이에 천여운이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이 말했다.
“내가 그래야 할 이유를 모르겠는데.”
“일족의 비전이라고 이야기해서 쉽게 생각하는가 본데, 먼 옛날 불패의 신화로 유명했던 정복왕 티무르의 비전이라면 충분히 가치가 있다고 보오.”
‘티무르?’
천여운이 중원 이외의 이야기를 알 리가 없었다.
그런 그에게 나노가 설명해주었다.
[사마르칸트에서 일어난 정복왕 아미르 티무르입니다.]티무르 제국의 지도자 아미르 티무르.
그는 중앙아시아와 아프가니스탄, 러시아, 북인도, 아나톨리아 반도까지 정벌한 정복왕이었다. 어떠한 정복자들조차 실패 했다던 힌두쿠시 산맥을 넘어 인도까지 원정한 절대자로 그가 마지막으로 정벌하려 했던 곳이 바로 중원이었다.
중원 원정길에 병사하지 않았다면 그의 손에 중원이 넘어갔을 거라고 전해진 패왕이다.
[절름발이였지만 그는 티무르 제국 최강의 무인이라고 불렸다고 합니다.]‘최강의 무인이라고?’
천여운이 스우라를 쳐다보았다.
그렇다면 저 힘의 근원이 어느 정도 이해가 갔다.
라우 일족은 정복왕 티무르의 차크라 비전을 이은 두 분파 중 하나였다.
천여운이 그에게 물었다.
“비전을 잃을 걱정은 하지 않나 보군.”
“전혀! 본인은 라우 일족의 대전사. 티무르 차크라의 일곱 번째 차크라를 정복한 마스터요. 절대 패배란 없소.”
일곱 차크라를 개방한 그는 자신감으로 넘쳤다.
작은 산 하나를 통째로 무너뜨렸다는 말이 그저 나온 게 아니었다.
그런 스우라에게 천여운이 말했다.
“수지타산이 맞지 않군.”,
“뭐요?”
대영웅의 비전마저 걸었는데 그게 무슨 소린가.
그때 천여운이 그를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바라보며 말했다.
“차크라 비전뿐만이 아니라 라우 일족의 충성을 받도록 하지.”
‘!!!’
천여운의 그 말에 스우라의 표정이 험악하게 일그러졌다.
이건 되로 주고 말로 받는 격이었다.
비전도 모자라 라우 일족더러 충성을 맹세하라니, 황당하다못해 그를 찢어죽이고 싶은 심경이었다.
“다, 당신 정녕!”
화를 내려는 그에게 천여운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리 따질 처지가 아닐 텐데. 이미 끝난 승부를 다시 받아 준다는데, 그 정도는 되어야 해줄 용의가 있지 않나?”
스우라가 주먹을 불끈 쥐었다.
원하는 것을 얻기에 천여운은 절대로 만만 한 자가 아니었다.
자신의 손에 모든 것이 달려있다고 생각하자 스우라는 어깨가 무거워졌다.
‘그래. 내가 이기면 될 일이다. 나는 라우 일족 최강의 대전사. 고작 중원 무림인에게 당하지 않는다.’
마음을 정한 스우라가 외쳤다.
“좋소! 약조를 꼭 지키길 바라오.”
조건을 받아들이는 결정에 천여운의 입 꼬리가 작게 올라갔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