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no Machine Advent (Descent of the Demon God) RAW novel - Chapter (176)
-쾅!
“끄악!”
굉음 소리와 비명 소리가 동시에 터져 나왔다.
문란영은 그 광경을 차마 쳐다볼 수가 없어서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심후한 진기에 의해서 이리저리 벽에 박히고 있는 허봉의 모습은 애처롭기마저 할 정도였다.
-쾅!
“억!”
하지만 허봉의 안에는 그 자신이 아닌 코드네임 씨(C)가 들어 있었다.
그녀는 지금 죽을 맛이었다.
내심 천여운이 한 번이라도 자신과 접촉하기를 바랐지만, 허봉의 몸에 손도 대지 않고서 고통을 가하고 있었다.
‘으으으, 이 몸이 형편없는 거야? 아니면 저놈이 괴물인 거야?’
그녀는 육신을 바꾼 자의 기억을 읽을 수는 없어도 그 힘을 어느 정도 활용할 수 있었다.
그런데 허봉의 육신이 너무 무력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으드득!
정말 괴로운 것은 이 육신의 재생력이었다.
목이 부러졌는데, 얼마 있지 않아서 저절로 맞춰지는 것이 느껴졌다.
덕분에 천여운은 아무런 거리낌 없이 그녀에게 고통을 가하고 있었다.
-쾅!
“으악! 그만! 제발 그만!”
코드네임 씨(C)가 천여운에게 애원을 했다.
계속 되는 고통에 정신이 붕괴될 것만 같았다.
천여운 눈 하나 깜빡이지 않고 말했다.
“그만두는 방법은 알 텐데.”
그 말과 함께 천여운이 손을 가볍게 까딱거리자, 코드네임 씨(C)의 팔이 뒤로 꺾이면서 부러지고 말았다.
-우드득!
“으아아아악!”
연속되는 고통에 씨(C)는 진심으로 혀를 내둘렀다.
그래도 자신의 수하일 텐데, 그 육체가 재생력이 빠르다고 해도 저렇게 망설임 없이 고통을 가하는 것이 잔인하게 느껴졌다.
“원래대로 만들어라.”
-두두둑!
천여운이 손을 휘젓자 그녀의 양 손가락들이 뒤로 꺾이며 부러졌다.
육신이 느낄 수 있는 웬만한 고통은 전부 느끼고 있는 그녀였다.
‘제발!’
문란영이 손톱이 박힌 살점에 피가 흘러나올 만큼 주먹을 꽉 쥐고 있었다.
남편의 육신이 고통을 당하는데 괜찮을 리가 없었다.
“하아….하아….싫어요.”
이런 고통에도 불구하고 코드네임 씨(C)의 입에서 나온 말은 거절이었다.
천여운의 눈에 이채가 띠었다.
‘지독한 고집이로군.’
수하의 몸임에도 고통을 가하는 천여운도 지독했지만, 끝까지 버티고 있는 그녀 역시도 만만치가 않았다.
“적당히 해라.”
“내가….내가 원래대로 돌아가면….당신은 절 죽이려들겠죠.”
그녀는 이 육신을 벗어나 원래대로 돌아가는 순간 자신의 목숨이 위태롭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다.
천여운이 슬슬 심기가 불편해졌는지 다소 차가워진 목소리로 응수했다.
“점점 그렇게 만들고 싶어지는군.”
“하아….제 말이 맞잖아요. 어차피 제가 이 육신에 있으면 당신은 절대로 건드릴 수가 없죠.”
“그 말에 장담하나?”
“지금까지 제게 치명상을 주지 않았잖아요.”
그녀가 파르르 떠는 와중에 입 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그 말대로 천여운은 고통을 가하면서도 치명적인 부상만은 주지 않고 있었다.
가령 단전에 손상을 준다거나 몸을 아예 잘라버리는 행위를 말이다.
‘짜증나는군.’
영물의 피를 먹은 자들은 재생력이 뛰어나다.
그렇다고 해도 그것에 한계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완전한 불로불사인 천여운은 육신이 잘려나가도 그대로 재생되었지만, 허봉은 그렇지가 않았다.
코드네임 씨(C)가 키득거리며 웃었다.
“킥, 자그마치 육백 년이 넘게 살아왔습니다. 이런 고통을 느껴본 적이 없는 것 같나요? 포기하세요.”
“후우.”
천여운이 한숨을 내쉬었다.
아무래도 적당한 고통으로 더 이상 무리인 듯 했다.
천여운이 기절해 있는 허봉과 문란영을 번갈아 바라보더니, 날카로워진 눈빛으로 말했다.
“두 사람한테는 미안하군.”
“네?”
문란영이 불안한 표정으로 반문했다.
이에 천여운이 검결지를 움켜쥐면서 중얼거렸다.
“적당히는 안 되겠어.”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천여운이 의아해하고 있는 코드네임 씨(C)를 향해 검결지를 뻗으려고 했다.
바로 그 순간이었다.
-스륵!
그 사이로 누군가 나타나 천여운의 손목을 붙잡고 들어올렸다.
-촤촤촤촤촤촥!
그러자 갑작스럽게 나타난 그자의 팔목에 날카로운 예기들이 일어나, 살갗에 수많은 검상으로 피가 튀었다.
“누구냐!”
-스륵!
백기와 문란영이 동시에 갑자기 나타난 자의 양옆을 점했다.
그리고는 그 자의 요혈을 바로 가격할 수 있도록 무형장과 무형각을 일으켰다.
“이거 범의 아가리에 뛰어든 꼴일세.”
천여운의 손목을 억지로 붙잡느라 팔목이 너덜너덜해진 남자가 중얼거렸다.
붉은 머리카락에 심지어 눈썹마저도 붉은 자였다.
선글라스를 끼고 있었는데, 그 눈동자가 천여운에게서 벗어나질 않았다.
“2 객주!”
그때 허봉의 몸에 갇혀 있는 코드네임 씨(C)가 얼굴이 환해져서 그를 불렀다.
하지만 이내 얼굴이 어두워졌다.
초인이라 불렸던 특수 개체인 제 3객주 엘레나마저도 천여운의 상대는커녕 당했다는 사실을 떠올렸기 때문이었다.
“2 객주. 프로토콜 3이에요! 빨리 여기서 벗…”
-으드드득!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그녀의 턱이 어긋나서 부러져버리고 말았다.
이 정도는 굳이 미세한 컨트롤이 없이도 무형의 진기만으로도 가능한 천여운이었다.
“더 높은 자인가보구나.”
심검을 일으키는 찰나의 순간에 난입하여 도중에 방향을 틀어버릴 만큼 상당한 실력자였다.
물론 그 대가로 팔 한쪽이 엉망진창이 되었지만 말이다.
“언제까지 잡고 있을 셈이냐?”
천여운이 붙잡혀 있는 손목에 진기를 일으켰다.
방금 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엄청난 진기가 천여운의 손목으로 집중되었다.
-부들부들!
천여운의 손목을 붙잡고 있는 2 객주라는 자의 눈썹이 치켜 올라갔다.
잡고 있는 손이 버티기 힘들만큼 떨려왔다.
2 객주가 놀랍다는 듯이 말했다.
“하! 정말 대단하군. 이 정도 기운이라면 거의 선기의 투법을 완성했다고 해도 믿을 수 있을 정도일세.”
“선기?”
“더는 버티기 힘들군.”
-팍!
천여운의 진기를 버티지 못한 2 객주가 손을 놓았다.
그 순간에 맞춰서 백기와 문란영이 양쪽에서 절초를 펼쳤다.
-펄럭!
그런데 2 객주라는 자가 두 손을 양쪽으로 펴며 부드럽게 회전시키자, 그의 옷소매가 늘어나며 이내 그들의 초식이 흘려지듯이 기운이 흩어졌다.
“아니?”
“이건 대체?”
무형의 진기가 흩어지는 현상은 그들 역시 처음 겪는 일었다.
뛰어난 수법이라기보다는 순수하게 기운이 흩어지는 현상이라 두 고수 역시도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보통 자가 아니다.’
-팍!
그때 천여운이 번개처럼 2 객주의 미간으로 검결지를 뻗었다.
천여운의 검결지에는 흑색 아지랑이가 스멀거렸는데, 천마기가 담겨져 있었다.
천마기가 실린 무형검의 위력은 상상을 불허한다.
“이크! 이건 정말 위험하군.”
-스릉!
그 순간 2 객주가 있던 공간이 일렁였다.
그와 동시에 공간이 접히면서 천여운의 검결지가 허공을 갈랐다.
-촤아아아악!
검결지에 찢겨져 나간 공간에서 타이어가 찢겨져 나가며 공기가 빠지는 듯한 소리가 들려오며 그 공간에 검게 물들었다.
천여운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공간을 접어?’
다른 자들의 눈에는 그저 빠르게 이동한 것처럼 보일 것이다.
하지만 공간을 깨달은 천여운은 확실하게 그가 공간을 접는 것을 느꼈다.
공간 이동과는 완전히 다른 수법이었다.
그것은 마치 전설 속의 도가의 선인들이 펼친다고 하는 축지(縮地)를 보는 듯 했다.
-툭!
그때 바닥에 무언가 떨어졌다.
그것은 2 객주란 자의 팔로 짐작되는 것이었다.
-스륵!
팔이 허공에서 떨어짐과 동시에 허봉과 몸을 교환한 코드네임 씨(C)의 뒤에서 2 객주란 자가 나타났다.
2 객주가 바닥에 떨어진 팔을 보면서 당혹스럽다는 듯이 말했다.
“기어코 자네는 내 팔을 가져가는군.”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전혀 고통스럽지 않은 얼굴이다.
오히려 2 객주는 자신의 잘린 팔을 보면서 남의 일인 듯이 연신 허어허어 이 말만을 내뱉었다.
‘대체 뭐지?’
천여운 역시도 이 자의 정체가 궁금해졌다.
앞서 상대했던 3 객주라 불렸던 여자와 달리 이 자는 분명 인간이다.
그런데 무공을 익힌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이능력도 아니었다.
이질적이라기보다는 너무도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는 기운은 악하다거나 탁기조차 느껴지지 않았다.
‘아! 2 객주도 공간 이동을 할 수 있었나?’
허봉의 육신을 가진 코드네임 씨(C)가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솔직히 2 객주가 도망을 쳐서 다른 객주들과 그분께 이 사실을 알리기를 바랐는데, 이렇게 된다면 자신도 함께 탈출할 수 있을 듯 했다.
“2 객주 지금 당장 저를 탈출시켜 주세요!”
그런데 그의 뒤에서 들린 2 객주의 말은 전혀 예상지 못한 반응이었다.
“자네 드디어 몸을 바꿨군.”
“네?”
“그 몸의 어금니에는 아무 것도 없겠지?”
“그게 무슨? 2 객주님 당신 대체 무슨 생각을 하시…”
-파팍!
그 순간 코드 네임 씨(C)가 큰 충격을 받고서 그대로 쓰러지고 말았다.
기절했는지 전혀 깨어나질 못했다.
갑자기 벌인 뜬금없는 행동에 천여운이 의아한 목소리로 물었다.
“무슨 짓이지?”
같은 아군을 공격할 줄은 몰랐다.
그런데 2 객주란 자가 갑자기 하나뿐인 손을 들어 올리며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항복일세.”
“뭐?”
그의 입에서 나온 말은 뜬금없게도 항복이었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전혀 알 수 없는 행동에 천여운이 경계심이 가득한 눈빛으로 노려보면서 물었다.
“지금 무슨 수작을 부리는 거지?”
“말한 그대로일세. 항복이네.”
“…….장난치나?”
“장난으로 보이는가? 지금 자네에게 잘린 팔로 타고 들어오는 마기(魔氣) 때문에 출혈을 멈출 수가 없네. 그려.”
2 객주가 자신의 잘린 팔을 들어 보이며 익살스럽게 말했다.
잘린 팔의 단면에서 계속해서 피가 흘러내렸는데, 검은 아지랑이 같은 것이 피어오르고 있었다.
천마기가 체내를 파고 드려는 증상이었다.
“고작 그것 때문에 항복한다고?”
천여운은 그를 전혀 믿을 수가 없었다.
공간마저 접을 수 있는 능력자라면 혼자서 도망치는 것이 가능하다.
그런데 아군마저 느닷없이 기절시킨 후에 항복을 한다면 누가 믿을 수 있겠는가.
“하긴. 내가 자네라고 해도 믿기 힘들겠지. 그 자의 후예여.”
“그 자?”
“이런다면 믿을 수 있겠는가.”
2 객주가 바닥에 쓰러진 허봉의 육체를 가진 코드네임 씨(C)의 등을 밟았다.
그 순간 그들의 몸이 일렁이며 공간에 스며들었다.
또 다시 공간을 접으려는 것이었다.
-스륵!
그때 천여운의 신형이 흐릿해지더니, 이내 그의 몸이 코드네임 씨(C)의 나신을 하고 있는 허봉의 앞에서 나타났다.
그 상태에서 천여운이 비어있는 공간을 향해 손을 뻗었다.
-콱!
그 순간 공간에서 무언가 튀어나오며 천여운의 손에 목이 붙잡히고 말았다.
“컥!”
목이 붙잡힌 자는 바로 2 객주란 자였다.
2 객주가 많이 놀란 눈으로 천여운을 바라보았다.
‘공간을 접는 위치를 파악해?’
설마 자신의 위치를 파악해 붙잡을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한 듯 했다.
안타깝게도 천여운은 공간을 깨달았기에 그가 바로 앞에서 공간의 굴곡을 접는 것을 목격하고서 이 원리를 파악했다.
직접 펼칠 수는 없어도 적어도 접히는 공간에 간섭할 수 있었다.
당황해하는 그에게 천여운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무슨 짓거리를 하려는 거냐?”
“자….자네….영역의 절반에 발을 걸치고 있군.”
“뭐?”
“놀라워. 그 괴물 같은 자 이후로 순수한 무(武)로 이 영역에 발을 담근 자는 오랜만에 보는군.”
전혀 알아들을 수 없는 소리를 하고 있었다.
천여운이 눈살을 찌푸리더니 이내 검결지를 그의 미간에 겨냥하고서 경고했다.
“아무래도 네놈은 많이 위험한 것 같군. 그냥 죽어라.”
공간을 접는 능력을 확실하게 파악했다.
게다가 이번에는 놓치지 않기 위해 주변의 공간을 완전히 붙들어 놓은 천여운이었다.
무상천마검으로 그를 단번에 죽일 작정이었다.
그때 2 객주가 다급한 목소리로 천여운에게 말했다.
“내, 내가 자네 수하와 씨의 몸을 다시 바꿔줄 수 있네.”
그 말에 빠르게 검결지를 뻗으려던 천여운의 손이 멈췄다.
“그게 무슨 말이지?”
2 객주가 힘겹게 자신의 손을 들어올려서 선글라스를 벗으며 진지해진 눈빛으로 말했다.
“말 그대로일세. 자네를 도와주겠단 소리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