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no Machine Advent (Descent of the Demon God) RAW novel - Chapter (195)
어째서 아이린 후작이 있어야 할 자리에 천여운이 있는 것일까?
“내, 내 딸은?”
베프만 공작이 당혹감이 섞인 목소리로 물었다.
그런 그를 바라보며 천여운이 싸늘한 목소리로 답했다.
“네놈들이 수작 부리려고 했던 곳에 있겠지.”
“바, 바무트!”
일족의 흉악한 죄수들로 가두는 지하 감옥.
오랫동안 모든 욕구에서 굶주려 있는 괴물들로 가득한 최악의 장소.
그곳에 딸이 갇힌 것이었다.
아들인 아이작 후작에 이어서 딸마저 당했다는 생각에 분노를 참지 못한 베프만 공작이 그를 공격하려들었다.
“네에에에노오오옴!”
-파아앗!
죽일 듯한 기세로 수도를 날리려 했던 그의 몸이 갑자기 멈춰졌다.
그 자신의 의지에 의해서가 아니었다.
가늠조차 할 수 없는 엄청난 마력이 그를 붙잡고 있었다.
‘이, 이건?’
베프만 공작이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칼리아프 대공이 그를 향해 손을 내밀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대공!”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그 옆에 있는 자는…..인간이로군.”
대공의 말에 성의 중정으로 모인 마족들이 웅성거렸다.
그럴 만도 한 것이 인간이 이들의 행성에 침입한 경우는 여태껏 존재한 적이 없었다.
그야말로 대사건이었다.
분노로 잠시 이성을 잃었던 베프만 공작이 제정신으로 돌아왔는지, 상황을 파악하고서 다급히 외쳤다.
“대공 전하. 이 자가 아리샤의 무구를 가지고 있습니다!”
“아리샤의 무구?”
그 동안 있었던 모든 사정을 설명할 필요 없었다.
이 정보 하나면 충분했다.
그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칼리아프 대공의 옆에 있던 이고르 공작이 손을 들어올렸다.
-차차차차착!
그러자 마족들이 일제히 각기 병장기를 빼들었다.
-위잉! 철컥! 철컥!
그것뿐만이 아니라 성의 위에 설치되어있던 방위 시스템이 가동되며 총구 형태의 수많은 기기들이 천여운을 겨냥했다.
손동작 하나로 이 정도 군율을 보여줄 정도면 훈련이 굉장히 잘되었다고 할 수 있었다.
이고르 공작이 앞으로 걸어 나오며 말했다.
“인간. 네놈이 아리샤의 무구를 가지고 있다고?”
천여운이 팔짱을 끼고서 답했다.
“그렇다면.”
그런 천여운의 여유로운 태도는 이고르 공작을 자극했다.
어찌 보면 적진의 한복판이었고 하찮은 인간이 상위 고등 종족이라 자부하는 마족들을 앞두고서 두려움조차 보이지 않는 것이 거슬렸다.
“건방진 놈.”
이고르 공작이 검지와 중지 손가락만 펴고서 손을 들어올렸다.
그러자 천여운이 서있던 바닥에서 진동이 흘러나왔다.
-드르르르!
그와 동시에 그의 주변에 에너지 형태로 이루어진 막들이 생겨났다.
막은 유리관처럼 천여운을 포위했다.
몇 발자국도 움직이기 힘든 상태로 만든 것이다.
-팟!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서 베프만 공작이 신형을 날려 천여운에게서 떨어졌다.
경계심이 가득 찬 표정을 하고 있는 그의 모습에 이고르 공작이 의아함을 감추지 못했다.
“베프만 공작. 뭐하는 거요?”
그 물음에 베프만 공작이 진지한 목소리로 경고했다.
“저 자는 지구의 아리샤와 같은 존재요. 절대로 우습게 볼 자가 아니오.”
“지구의 아리샤?”
그 말에 이고르 공작이 순간 어처구니가 없어했다.
고작 인간을 상대로 겁을 먹은 것도 모자라 아리샤에 비견한다는 것이 우스웠다.
“하하하하하핫, 베프만 공작. 말 같지도 않은 소리를 하는군. 고작 인간 따위에게 겁을 먹은 건가?”
그의 비웃음에 베프만 공작이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칼리아프 대공의 오른팔과 왼팔이라 불리는 그들은 같은 소속이긴 했으나 엄밀히 말하면 경쟁 관계이기도 했다.
그러다보니 이런 식으로 상대를 깎아내리기 일수였다.
“뭐 그래도 잘했소. 그대의 결정은 잘못 되지 않았네. 인간은 이곳의 환경을 전혀 버틸 수 없을 테니 말이네. 하하하핫.”
이 행성의 중력은 자그마치 지구의 10배에 달한다.
게다가 산소 농도 역시도 지구보다 훨씬 낮았기 때문에 인간은 환경적으로 절대로 버틸 수 없었다.
“이고르 공작.”
“네. 전하.”
“그만하고 저 인간에게서 아리샤의 무구를 회수해라.”
“Yes, your highness.”
이고르 공작이 예를 갖춘 후에 씨익 웃으며 천여운에게 다가갔다.
에너지 막에 갇혀 있는 천여운은 말없이 가만히 서있었다.
그런 그에게 이고르 공작이 말했다.
“인간. 지금 숨을 쉬는 것조차 힘들 거다. 이곳에 들어선 순간부터 네놈은 스스로의 명줄을 재촉한 게다.”
그의 앞까지 도착한 이고르 공작이 손가락을 까딱거리며 제안했다.
“본 공작이 자비를 베풀도록 하지. 살고 싶다면 아리샤의 무구를 내놓아라. 그렇다면 네놈을 목숨을 구제 하주마. 과연 네가 여기서 몇 분이나 버틸 수….”
“후우.”
그때 천여운이 깊게 숨을 내뱉었다.
호흡이 막혀서 그러는가 싶었는지 이고르 공작이 피식 웃었다.
“점점 그렇게 숨통이 조여 올 것이다. 어서…”
“이제 적응되는군.”
“뭐?”
천여운이 호흡을 자연스럽게 내뱉었다.
그 모습에 이고르 공작이 인상을 찡그렸다.
지금쯤이면 산소 부족으로 얼굴이 일그러지고 보랏빛으로 바뀌어야 정상이었다.
그런데 천여운은 멀쩡했다.
[주변 환경의 산소 농도에 맞춰서 폐활량을 조절했습니다.]안타깝게도 그에게는 나노가 있었다.
나노가 주변의 환경에 맞춰서 천여운 육신이 산소를 받아들이기 편하게 만들었다.
덕분에 금방 적응했다.
게다가,
-슥!
천여운이 앞으로 한 걸음 내딛었다.
그 발걸음에서는 전혀 무거움이 느껴지지 않았다.
이고르 공작이 이해할 수 없어했다.
‘뭐지? 이놈 어떻게 움직이는 거지?’
자그마치 지구의 열 배에 달한다.
체중이 열 배나 늘어난 상태나 마찬가지일 텐데 저런 가벼운 걸음은 무엇이란 말인가.
의아해하는데, 어느새 에너지 막까지 다가온 천여운이 그곳에 손을 갖다 대려 했다.
“멍청한 짓 하지 마라. 10만 알피르의 마력장이다. 손을 잃고 싶지 않다면…”
-치치칙!
말이 미처 끝나기도 전에 손끝이 에너지 막에 닿았다.
그 순간 에너지 막에 물결처럼 파동 같은 것이 일어났다.
-파앙! 쩌저저적!
그와 동시에 에너지 막이 파동이 일어난 곳을 중심으로 유리처럼 갈라지기 시작했다.
이고르 공작은 그제야 위기를 감지할 수 있었다.
‘이놈 위험하다.’
그가 뒤로 몸을 날리며 소리쳤다.
“디트로이드!”
-위잉! 철컥! 철컥!
그러자 성벽 위에 있던 총구 형태들에서 붉은 빛이 감돌았다.
충분한 에너지가 응축되자,
“파!”
이고르 공작의 외침과 함께 수많은 총구에서 광선이 뻗어 나와 천여운이 있는 유리막을 강타했다.
-콰콰콰콰콰콰콰쾅!
광선은 얼마나 강한 열을 띠었는지 주변이 아지랑이처럼 보였다.
거리를 벌린 이고르 공작이 중얼거렸다.
“죽었나?”
그런 그의 귓가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숙여라.”
그것은 칼리아프 대공의 목소리였다.
그의 명령에 이고르 공작은 생각할 겨를도 없이 고개를 아래로 숙였다.
-촥!
“헛?”
그 순간 날카로운 예기가 위를 스치고 지나갔다.
그렇게 스쳐지나간 예기는 바로 뒤에 있는 칼리아프 대공과 마족들을 향해 날아갔다.
“전하!”
“위험합니다!”
마족들이 앞 다퉈 방패처럼 막으려 했으나,
“물러서라.”
-딱!
그 말과 함께 칼리아프 대공이 손가락을 가볍게 튕겼다.
그러자 그의 앞의 공간이 마블링처럼 출렁거리며 이내 날카로운 예기가 그곳으로 빨려 들어갔다.
-스스스스!
광선에 의한 먼지가 걷혀지며 천여운의 모습이 드러났다.
“디트로이드를 견디다니?”
“저, 저게 정말 인간이 맞아?”
그 모습에 마족들이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천여운이 앞으로 걸어 나오며 말했다.
“제법이군.”
천마기를 실은 무형의 검기를 이런 식으로 막은 자는 처음이었다.
무형검에 천마기를 실으면 그 위력을 배가 된다.
보통 마족들이라면 방심해서 자신들의 마력만으로 막으려 들었을 텐데, 칼리아프 대공은 특이한 능력으로 막아냈다.
“…….오랜만에 보는 뛰어난 검사로구나.”
칼리아프 대공이 흥미롭다는 표정으로 걸어 나왔다.
“전하!”
여타의 대공이나 마왕의 최측근들도 아닌 존재에게 관심을 보이는 것을 처음 본 휘하 마족들이 놀라워했다.
얼떨결에 무형의 검기를 피한 이고프 공작이 수치스러웠는지, 다급히 소리쳤다.
“전하! 전하께서 나서실 일이 아닙니다. 제가…”
“네 상대가 아니다.”
“네?”
대공은 방금 전의 그 일검만으로 천여운의 실력을 높게 평가했다.
그런 그의 말에 이고르 공작이 이를 악물고서 천여운을 노려보았다.
주군의 명에 거스를 수 없기 때문이었다.
그런 그의 귓가로 천여운의 비아냥대는 소리가 들려왔다.
“목숨을 건졌군.”
-으득!
‘이놈이!’
천여운의 그런 도발은 매우 효과적으로 들어갔다.
그렇지 않아도 낮은 작위의 마족들이 보는 앞에서 망신을 당했다고 여긴 그였기에 그대로 넘아갈 수밖에 없었다.
“하찮은 인간 주제에!”
-팟!
이고프 공작이 천여운을 향해 신형을 날렸다.
신형을 날리는 순간 그의 이마에서 뿔이 튀어나오며 모습이 변해갔다.
공격하는 즉시 각성체로 변모한 것이다.
분노와 별개로 그 역시도 전투에 있어서 백전노장이었다.
천여운이 보통 상대가 아니라는 것을 알기에 처음부터 전력을 다하려는 것이었다.
-파앙!
각성하는 순간 엄청난 마력에 의해 사방에 풍압이 일어났다.
천여운을 그대로 압사할 기세였다.
“죽여주마아아아!”
“너나 죽어라.”
-슥!
그 자리에서 천여운이 수직으로 검결지를 그었다.
검결지를 긋는 순간 허공에 검은 선이 생겨나더니, 이내 달려들던 이고르 공작을 스치고 지나갔다.
-촥!
“컥!”
기세 좋게 몸을 날렸던 이고르 공작이 멈춰 섰다.
이고르 공작이 고통스러운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이, 이게….대체….”
“네놈 주인의 말을 듣지 그랬나?”
천여운이 그런 그를 비웃었다.
“이…이…..”
-쩌어어억!
분노를 미처 토해내기도 전에 이고르 공작의 몸이 반으로 갈라졌다.
체내에 있는 핵까지 절반으로 갈라졌기 때문에 나누어진 즉시 그의 몸에서 검은 연기가 뿜어져 나오며 재처럼 흩어졌다.
-파스스스스!
순간 정적이 감돌았다.
이 광경을 본 모든 마족들이 어찌나 놀랐는지 입을 다물지 못했다.
‘고, 공작 각하를 고작 손짓 한 번에?’
‘저게 정말 인간이라고?’
명색이 칼리아프 대공 측의 2인자라 할 수 있는 이고프 공작이 한순간에 두 동강이 나서 목숨을 잃었다.
저 정도 결과가 나오려면 압도적인 역량의 차를 가져야만 가능한 일이었다.
‘그리 경고했건만.’
베프만 공작이 속으로 혀를 찼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아까 전에 이성을 잃었을 때, 칼리아프 대공이 개입한 것을 다행스럽게 여겼다.
저 모습이 자신의 모습이었을 지도 몰랐다.
이로써 천여운은 확실하게 마족들에게 자신의 힘을 확인시켜주었다.
칼리아프 대공이 놀랍다는 듯이 입을 열었다.
“놀랍구나. 검으로 공간을 가르다니.”
짧은 찰나에 칼리아프 대공은 천여운의 일검이 공간마저 가른 것을 보았다.
모든 마족들 중에 유일하게 이를 본 것이다.
대공의 입술이 실룩거렸다.
그의 얼굴에 드러난 감정은 기쁨이었다.
“근 이천 년 만이로군. 전투의 고양된 감정을 느껴본 적이.”
이는 강한 호승심이었다.
오랜만에 만난 강자에 대한 기쁨과 호승심을 그는 숨기지 않았다.
칼리아프 대공이 웃으면서 앞으로 걸어 나왔다.
“마음에 든다.”
-슥!
칼리아프 대공의 한쪽 다리에 있던 흑철이 분해되면서 이내 독특한 형태의 창으로 변했다.
창날이 일곱 개가 달린 괴이한 형태였다.
천여운의 눈에 이채가 띠었다.
칼리아프 대공이 가진 저 창은 아리샤의 갑주 중 하나였다.
‘예상대로군.’
천여운은 일곱 개의 무구 중에 지구에 없는 두 개는 이곳에 있을 지도 모른다고 추측했었다. 그 예상이 맞아 떨어진 것이다.
그때 칼리아프 대공이 천여운에게 제안을 했다.
“인간. 나와 내기를 하는 게 어떻겠느냐?”
“내기?”
“그래. 나는 네가 마음에 든다.”
“그래서?”
“네놈을 가지고 싶군.”
칼리아프 대공이 탐욕스러운 얼굴로 혀를 내밀어 입맛을 다셨다.
그 모습에 불쾌함을 느낀 천여운이 인상을 찡그렸다.
이를 개의치 않고서 대공이 말을 이어갔다.
“나와 겨루자꾸나. 네가 패하면 가지고 있는 아리샤의 무구를 전부 넘기고 내 산하의 수하가 되어라.”
그 말에 마족들이 당황해서 대공을 쳐다보았다.
마음에 든다는 말은 천여운을 수하로서 탐내는 것이었다.
“네놈에게는 나쁘지 않은 제안이지 않느냐? 패해도 장차 마왕이 될 본 대공의 오른팔이 될 수 있는 영광을 누릴 수 있는 것이다.”
칼리아프 대공은 이미 승패가 갈라진 것 마냥 말했다.
이에 천여운이 피식하고 웃더니 답했다.
“네놈이 진다면?”
“그럴 일은 영원히 없을 것이다.”
대공의 자신감과 오만함은 끝을 달리고 있었다.
“만약에 그럴 일이 벌어진다면 네놈이 원하는 모든 것을 들어주지. 원하는 것이 있나?”
칼리아프 대공의 그 말에 천여운이 앞으로 걸어 나오며 말했다.
“네놈이 들어줄 수 없을 텐데.”
“후후후, 본 대공이 들어주지 못할 청은 아무 것도 없다. 무엇이든 말해보아라.”
“네놈들이 그리 탐내는 마왕의 자리 정도면 괜찮겠군.”
“뭐?”
그 말에 여유롭게 대처하던 칼리아프 대공의 표정이 한순간에 굳어졌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