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no Machine Advent (Descent of the Demon God) RAW novel - Chapter (237)
보기만 해도 오싹해지는 광경이었다.
흡사 시체가 걸어 다니는 듯 한 모습에 낭인들 모두가 놀라했다.
-끼릭! 끼릭!
전신이 썩어서 시체와 같은 모습을 한 괴인은 그들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한 낭인이 기겁을 하면서 망자라고 외치자 다른 낭인들이 부정했다.
“망자라니? 무슨 소릴 하는 겐가!”
“세상에 그런 게 어딨다고?”
사람의 심리라는 것은 참으로 특이했다.
[망자산에 들어간 자는 누구도 살아서 돌아오지 못한다. 그곳은 오직 망자들만이 들어갈 수 있는 곳이다.]중원 3대 금지 중 하나인 망자산에 관한 전설.
이를 알고 있기에 막상 입으로는 부정하면서도 모두의 심장은 빠르게 뛰고 있었다.
낭인들이 얼어붙어 있자 청성파 출신의 낭인인 윤자서가 나섰다.
-챙!
그가 검을 뽑고서 다가오는 괴인을 향해 소리쳤다.
“이보시오. 뉘신지 모르겠지만 멈추시오!”
그의 경고에도 비롯하고 거리 차가 가까워지자, 괴인의 발걸음이 갑자기 빨라졌다.
걷는다기보다는 갑자기 괴성을 지르며 뛰어왔다.
“크아아아아아아아!”
그 모습이 섬뜩하기 그지없었다.
광인처럼 달려오는 모습에 놀란 낭인 윤자서가 다급히 청성파의 검법을 펼쳤다.
검초가 순식간에 괴인의 몸을 난자했다.
-푸푸푸푸푹!
“커커커컥!”
전신의 요혈들을 찔린 괴인이 비틀거리며 쓰러지고 말았다.
그런데 괴이한 일이 일어났다.
‘피가 검어?’
천우명이 의아해했다.
검에 찔린 부위에서 검은 피가 흘러나왔다.
피가 오래 되거나 썩게 되면 일어나는 현상과 비슷해보였다.
“우.”
비위가 강한 허봉도 시체 썩은 모습을 하고서 쓰러진 괴인을 보며 인상을 찡그렸다.
낭인들이 쓰러진 괴인을 향해 다가갔다.
“대체 이게 뭣이여?”
“사람 맞아?”
비명 소리만 들으면 꼭 짐승이 울부짖는 듯 했다.
-착!
낭인 윤자서가 검집에 검을 꽂고서 괴인을 살폈다.
자세히 보니 더욱 시체처럼 보였다.
죽은 지 한참은 된 것 같은 모습에 대체 어떻게 움직인 건지 의문이 들 정도였다.
아까 전에 망자라며 호들갑을 떤 낭인 호종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진짜 망자 아니야?”
“아이 썅. 망자가 검에 찔리는 거 봤어?”
“그만 좀 하게. 호정.”
괜히 불안해진 낭인들이 그를 타박했다.
그나마 이 중에서 비위가 강했는지 개방 출신 낭인 혼노개가 슬그머니 다가가 코와 입을 가리고는 나뭇가지 같은 걸로 괴인의 시체를 이리저리 건드렸다.
“뭘 하는 겐가?”
“살펴보고 있네. 이 검은 피도 그렇고 혹시나 역병인가 싶어서 말일세.”
“여, 역병!”
역병이라는 말에 낭인들이 동시에 입과 코를 틀어막았다.
일리가 있는 의견이었다.
예전 산골 작은 한 마을에서 역병으로 문둥병이 돌아, 한 성 전체가 격리된 적이 있었다.
“역병에 걸리면 저렇게 짐승처럼 날뛰나요?”
고왕숙이 의아했는지 허봉에게 물었다.
그러나 허봉이라고 이런 것을 겪어보았겠는가.
“글쎄. 나도 저런 건 처음….”
그러던 찰나였다.
“크아아아아아!”
-콰득!
“으아아아아악!”
죽은 것처럼 쓰러져 있던 괴인이 갑자기 벌떡 일어나 낭인 혼노개의 발목을 깨물었다.
워낙 갑작스럽게 벌어진 일이라 피할 틈도 없었다.
당황한 혼노개가 소리를 지르더니, 괴인을 다른 발로 걷어찼다.
-퍽!
내공이 실린 발차기에 괴인이 튕겨나갔다.
“컥!”
-챙!
낭인들 모두가 동시에 병장기를 뽑았다.
죽은 줄만 알았던 괴인이 살아 있었으니, 놀랄 만도 했다.
“이, 이게 어떻게 된 일이여?”
“주요 요혈들만 12곳이 넘게 찔렸는데 어떻게 살아 있지?”
윤자서가 찌른 요혈들은 전부 치명상을 불러오는 사혈들이었다.
한곳만 찔려도 목숨이 경각에 달하고 몸을 움직이는 것조차 힘든 혈 자리들이었는데, 놀랍게도 괴인은 기괴한 소리를 내며 움직였다.
-끼릭! 끼릭!
“빌어먹을!”
혼노개가 왼쪽 발목을 붙잡고서 거칠게 욕설을 내뱉었다.
발목의 살점이 완전히 뜯겨나가 있었다.
낭인 중 한 사람이 그를 부축했다.
“걸을 수 있나?”
“큭. 힘줄이 끊어진 것 같네.”
경공을 펼치기도 힘든 상태가 된 혼노개였다.
“크아아아아아!”
그런 사정을 알 리가 없는 괴인이 벌떡 일어나 달려들려고 했다.
검에 찔려도 죽지 않는 괴인의 모습에 낭인들이 당혹스러워하고 있던 찰나였다.
-촥!
그때 그들을 향해 달려들려 하던 괴인의 목이 바닥을 뒹굴었다.
괴인의 뒤에는 검을 들고 있는 허봉이 서있었다.
“목이 잘려도 살아나나 보자.”
“아…..”
온갖 잡생각에 사로잡혀 있던 낭인들이 멍한 얼굴로 바닥에 떨어진 괴인의 머리를 쳐다보았다.
요혈을 백 번 찌르는 것보다 확실하게 죽일 수 있는 방법이었다.
‘손속에 망설임이 없구나.’
낭인들의 일부는 허봉의 일검에 눈살을 찌푸렸다.
정파 출신인 그들은 어지간한 경우가 아니면 상대의 목을 노리는 경우가 드물다.
심지어 무공조차도 목을 자르는 초식은 삼가 하는 편이다.
‘정파가 아닌가.’
낭인들의 머릿속에 그런 의구심이 돌았다.
반면 어렸을 적부터 거친 조기 교육을 받아 온 소교주 천우명이나 고왕숙은 목을 자른 것에 대해서는 별 생각이 없었다.
그저 이 괴인이 어떻게 움직인 건지가 의문이었다.
한데 당혹스러운 일이 벌어졌다.
-끼릭!
“엇?”
목이 없는 괴인의 몸이 갑자기 허봉을 덮치려는 것이 아닌가.
한 번도 겪어 본 적이 없는 괴이한 일에 허봉이 당황해하며 보법을 펼치며 괴인을 피했다.
-타타탁!
“이게 뭐야?”
일단 피하기는 했는데, 머리도 없는 몸이 눈이 달리기라도 한 것처럼 허봉을 잡으려고 아등바등거리며 달려왔다.
“히익!”
낭인들이 얼이 빠지고 말았다.
처음에는 역병일 거라 여겼던 이들은 서서히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눈앞에서 목이 잘린 몸이 움직이는 걸 보았는데, 놀라지 않는 것이 더 이상했다.
“카각카각!”
더욱 놀라운 것은 잘린 머리가 제 멋대로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하지만 목이 잘려서인지 바람 빠진 소리를 질렀다.
“마, 망자!”
“망자야!”
그들은 확신했다.
눈앞에 있는 괴인이 정말로 망자라고 말이다.
그렇지 않고는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허 숙부! 다리. 다리를 노리세요!”
천우명이 허봉에게 외쳤다.
“에라이!”
-촥!
제멋대로 움직이는 몸을 피하던 허봉이 놈의 다리를 잘랐다.
다리가 잘리자 제멋대로 움직이던 몸통이 바닥에 쓰러지고 말았다.
그런데 쓰러진 몸이 다리가 없으니, 팔로 엉금엉금 기며 허봉을 잡으려고 했다.
소름 돋을 정도로 무서운 광경이었다.
“우왁!”
허봉 역시도 어찌나 놀랐는지 결국 본인의 제 힘을 드러내고 말았다.
-화르르륵!
허봉의 검에 불꽃이 치솟았다.
불기린의 영력을 지닌 허봉은 화기를 다룰 수 있다.
“거, 검에 불꽃이?”
낭인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무림인들 중에서도 화기를 다룰 수 있는 자들은 극소수에 불과했다.
‘설마?’
놀라하는 사이였다.
-화르르륵!
허봉이 화검을 휘두르자, 기면서 그를 향해 다가오던 몸통이 반으로 잘리며 불이 붙었다.
이 정도라면 당연히 죽어야 정상이었다.
그런데 반쯤 잘려서 불에 타고 있는 몸통이 제각각 끊임없이 움직여댔다.
-파닥파닥!
‘이게 대체 뭐야?’
모든 사람들이 이 광경에 할 말을 잃고 말았다.
* * *
어두운 지하 금옥.
금옥 안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들려왔다.
-쾅! 쾅!
쇠창살 안에서 무언가가 요동을 치며 빠져나오고 싶어 했다.
그런 쇠창살 안을 흥미로운 눈빛으로 쳐다보고 있는 이가 있었으니, 그는 바로 천여운이었다.
“재밌군.”
천여운이 이렇게 흥미로워하는 이유는 간단했다.
쇠창살 안에 갇혀 있는 존재가 머리와 몸 통, 왼팔만 있었고, 다른 부위들은 전부 잘려나가 있었는데 살아있었기 때문이었다.
‘이게 재밌다고?’
그의 옆에 서있는 황제 주태겸이 어처구니가 없어했다.
누가 봐도 소름끼치는 광경이었다.
금옥 안에 있는 존재는 말 그대로 시체나 다름없었다.
그런데 죽은 자가 제멋대로 움직이고 있었다.
“이걸 어디서 발견했다고 했지?”
“…….귀주성의 망자산 인근의 계곡이오.”
눈치를 보면서 조심스럽게 답변한 이는 황태자 주치윤이었다.
“망자산? 3대 금지로군.”
천여운도 그곳을 들어본 적이 있었다.
3대 금지 중에서 유일하게 천여운이 가보지 못한 곳이기도 했다.
“재미있는 것을 주웠군.”
그런 천여운의 반응에 황태자 주치윤이 심각하다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렇게 가볍게 여길 사안이 아니오.”
“뭐가 말이지?”
“저 괴이한 것은 아무리 잘라도, 물에 수장을 시켜도, 불에 태워도 형체가 남아있는 한 움직인단 말이오.”
“호오.”
그 정도라면 사실상 거의 불사에 가까운 존재였다.
다만 보고 있는 대로라고 한다면 재생 능력까지 갖춘 것 같지는 않았다.
그래서인지 천여운에게는 크게 심각하게 다가오진 않았다.
“굳이 본교에 도움을 청할 일은 아닌 것 같군. 금의위나 동창, 황군의 힘으로도 처리할 수 있는 사안 같은데.”
그런 천여운의 말에 황제 주태겸이 말했다.
“그렇지 않네. 국사.”
“……무엇이 말입니까?”
“자네 말대로 그 정도 사안이었다면 태자가 섣불리 국사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서신을 보내진 않았을 걸세.”
천여운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듯이 말했다.
“설령 죽지 않는다고 해도 움직이지 못하게 만들어서 저렇게 가둬두면 될 일인데, 무엇이 문제라는 겁니까?”
그런 천여운의 말에 황태자 주치윤이 심각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랬다면 도움을 청하지도 않았을 것이오. 가장 큰 문제는……저 괴이한 존재가 전염이 되오.”
“전염?”
괴인을 바라보는 천여운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 * *
-콰득!
“으아아악! 호, 혼노개 지금 뭐하는 겐가!”
혼노개를 부축하고 있던 낭인이 당황해서 그를 뿌리쳤다.
“끄윽.”
낭인이 자신의 어깨 죽지를 바라보았다.
살점이 뜯겨나가 있었다.
갑자기 느닷없이 부축하고 있던 혼노개가 그의 어깨를 물어뜯은 것이었다.
“미친 이게 무슨…..호, 혼노개?”
화를 내려고 했던 낭인의 두 눈이 커졌다.
“크으으으.”
혼노개의 상태가 이상했다.
두 눈은 시체마냥 회색 빛으로 멍해져 있었고, 얼굴에 검은 핏줄이 돋아나서 괴이하게 변해가고 있었다.
-우드득! 우드득!
그런 혼노개가 그의 살점을 씹고서 삼켰다.
그 광경이 어찌나 섬뜩했는지 낭인이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혼노개!”
다른 낭인들도 그의 상태가 이상하다는 것을 알아차렸는지 그에게서 떨어졌다.
이 모습은 마치 괴인을 보는 듯 했다.
불에 타고 있는데도 계속 해서 꿈틀거리고 있는 저 존재와 흡사했다.
“혼노개 정신 차리게!”
낭인 중 한 명이 그를 다그쳤다.
하지만 혼노개는 더 이상 그 본인이 아니었다.
“크아아아아아!”
그의 입에서 괴인과 같은 짐승이 울부짖는 소리가 튀어나왔다.
그 모습에 낭인들이 영문을 알 수 없어했다.
“대, 대체 이게 무슨 일이야?”
“크아아아아!”
놀랄 틈도 없었다.
괴인처럼 변한 혼노개가 어깨를 물어뜯은 낭인을 향해 달려들었다.
당황한 낭인이 그대로 냅다 경공을 펼쳤다.
-팟!
“도, 도망쳐!”
차라리 사람을 상대로 한다면 싸워볼 생각이라고 하겠지만, 눈앞에서 뻔히 죽지 않는데다가 저렇게 변질된 것을 보니 그런 의욕조차 생기지 않았다.
“모, 모두 철수!”
낭인들의 우두머리인 윤자서가 소리쳤다.
여기서 더 있다가는 모두 당할 것만 같았는지 낭인들이 전부 반대편으로 몸을 날렸다.
-파파파팟!
“도련님.”
허봉의 물음에 소교주 천우명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 괴이한 존재가 무엇인지 알 수 없기에 지금은 물러나는 편이 나을 것 같았다.
“꺄악!”
그때 귓가를 울리는 고왕숙의 찢어질 듯한 비명 소리.
“고왕숙!”
놀란 천우명이 그녀를 바라보았다.
혹시나 그녀가 당한 것인가 놀라 했는데, 괴인으로 변한 혼노개가 고왕숙의 두꺼운 한 손에 머리가 붙잡혀서 팔 다리를 바등거리고 있었다.
‘!?’
“크아아아!”
괴인 혼노개가 그녀를 물려고 입을 쩌억 벌리고 울부짖었다.
“꺄아아아아아악!”
-콰득!
그 순간 그녀의 손에 힘이 들어갔는지, 혼노개의 머리통이 수박처럼 으깨지고 말았다.
그 상태에서 고왕숙이 혼노개의 가슴에 주먹을 내질렀다.
-퍽!
“크웩!”
-파아아아앙!
엄청난 신력에 혼노개의 몸이 수 장 바깥으로 날아가 버리고 말았다.
괴인을 날려 보낸 고왕숙이 눈물을 글썽이며 손에 묻어있는 혼노개의 뇌수를 털어내며, 천우명에게 뛰어왔다.
“도련님. 너무 무서워요!”
그녀가 안기려고 하는걸, 천우명이 기를 쓰고 막아냈다.
‘…..네가 더 무서워.’
차마 그 말은 하지 못했다.
그러는 사이에 고왕숙의 주먹에 날아갔던 머리통이 으깨진 혼노개의 몸이 일어나서 그들을 향해 뛰어오고 있었다.
“도련님. 일단 저희도 물러나야 겠습니다.”
허봉이 사태가 심각하다고 여겼는지 후퇴를 권했다.
“네. 숙부. 일단 밖으로 가시죠.”
-팟!
천우명도 이에 동의했는지 숲 반대편을 향해 몸을 날렸다.
무림 초출에 대한 동경을 꿈꾸었는데 이런 일이 벌어질 거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중원 3대 금지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것이 아니었다.
‘정말로 망자인건가.’
그렇지 않고 상식적으로 이런 일이 벌어질 수는 없었다.
그런데 들어왔던 길을 되짚어서 돌아가고 있던 천우명의 눈에 무언가가 띠었다.
‘응?’
안개 사이로 보이는 것은 다름 아닌 도망쳤던 낭인들이었다.
낭인들이 뒷걸음을 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왜 저러는 거지?’
의아해했던 천우명은 그들과 가까워지면서 어째서 앞으로 나아가고 있지 못하는지 알 수 있었다.
‘!!!’
짙은 안개 너머로 보이는 수많은 인영들.
그것은 전부 괴인들이었다.
끝
ⓒ 한중월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