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no Machine Advent (Descent of the Demon God) RAW novel - Chapter (28)
8화 게이트 (1)
심양시 시청 부지 내 게이트 방위국.
해가 지고 어두웠지만 방위국 건물은 전 층이 다 불이 켜져 있었다.
게이트 방위국은 언제 어디서 터질지 모르는 사태를 대비하여, 교대 근무제로 밤낮 할 것 없이 24시간 체제로 돌아간다.
시민들의 안위가 걸린 일이었기에 그들은 항시 긴장을 늦추지 않는다.
그만큼 게이트 방위는 크나큰 사명이었다.
“동쪽 B-1방벽 이상무.”
“동쪽 B-2방벽 이상무.”
방벽 모니터실 쪽에서 30분 단위로 진행되는 보고가 이어지고 있었다.
300여 개가 넘는 모니터 앞에 요원들이 앉아서 순차적으로 이상 유무를 보고하는데, 이 작업은 보안에 있어서 매우 중요했다.
이곳 심양시 게이트 방위국 뿐만이 아니라 전 세계에 있는 방위국이 공통적으로 행해지는 매뉴얼이라 할 수 있었다.
“동쪽 F-1방벽 이상무.”
“흠.”
이어지는 보고에 모니터실의 센터에 서있던 회색 군복을 입은 단발의 중년의 여성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녀 이름은 위소용.
오늘 밤의 당직 사령을 맡은 방위국 중교(中校-중령급)였다.
보고를 받고 있는 위소용이 모니터실의 대형 모니터 위에 표기되어 있는 D-day 전광판을 보면서 팔짱을 꼈다.
‘앞으로 3일에서 4일 남았나. 하아.’
절로 한숨이 나왔다.
그녀는 군인이었지만 천성이 군대 체질은 아니었다.
위소용이 우려하는 것은 4일 째 되는 날에 게이트가 열리는 것이었다.
‘제발 내가 당직일 때만 그런 일이 벌어지지 마라.’
당직 사령을 맡으면서 두 차례 정도 게이트가 열렸었다.
첫 번째는 어떻게 운이 좋게도 잘 대처해서 막을 수 있었지만, 두 번째 게이트 때에는 남서쪽 방벽이 완전히 뚫리면서 공장 부지 하나가 쑥대밭이 되고 말았다.
사상자만 400여명.
위소용에게 있어서 최악의 기억이었다.
‘공장 부지를 그딴 데다가 지어가지고….’
원래는 방벽 내 3km까지는 공장은 물론이거니와 어떠한 건물이라도 짓는 것이 위법이었지만, 당시 심양 시장의 사위라는 연줄만으로 허가가 났다.
덕분에 그 게이트 사건을 계기로 시장은 중도 해임되었다.
‘그때는 그나마 운이 좋았지만….’
이번에 방벽이 뚫린다면 핑계 거리도 없었다.
트라우마를 가진 그녀로서는 부디 게이트가 자신이 당직이 아닐 때 열리기만을 간절히 바랄 뿐이었다.
“남쪽 G-25방벽 이상무.”
“좋아. 계속 수고하도록. 30분 후에 다시 나오겠다.”
마지막 이상 유무 보고가 끝나고 그녀가 자신의 사무실로 다시 들어가기 위해 몸을 돌리던 찰나였다.
-삐! 삐! 삐! 삐!
모니터실의 메인 탐지기에서 경고음이 들려왔다.
“당직 사령!”
탐지기 앞에 있던 소위의 외침에 위소용의 인상이 일그러졌다.
이 경고음을 그녀가 모를 리가 없었다.
‘게이트!’
-웅성웅성!
모니터링을 맡고 있는 군인들이 소란스러워졌다.
게이트 조사팀으로부터 예고 받은 것보다도 훨씬 빨랐다.
-위이이이이잉! 위이이이이잉! 위이이이이잉!
메인 탐지기의 경고음이 울린 지 5초 만에 사이렌이 자동으로 가동되었다.
그것은 게이트 경보령이었다.
심양시 전체로 사이렌이 울려서 위험을 알리게 된다.
위소용이 다급히 몸을 돌려서 탐지 담당을 맡고 있는 소위에게 물었다.
“진 소위 어디야?”
“좌표는…..41°46’48.4″N 123°01’17.5″E. 26번 게이트입니다! GE 파동 활성화 38% 진행 되었습니다!”
좌표는 심양시의 서쪽 부근이다.
“칫!”
26번 게이트라면 역시 예상보다 빨랐다.
게다가 GE(Gate Energy) 파동 활성화가 38%라면 게이트가 반쯤 열린 셈이었다.
그렇게 자신이 당직을 설 때 이런 일이 벌어지지 말기를 간절히 바랐는데, 그 기원은 산산조각 났다.
하지만 이러고 있을 틈이 없었다.
“유형은?”
-타타타타타!
그녀의 외침에 서쪽 방벽의 모니터를 담당하는 군인들의 키보드를 치는 소리가 빨라졌다.
그들은 각자 한쪽 방벽 부근의 CCTV 카메라만 담당하는 것이 아니라 방벽 외부 쪽에 설치된 카메라도 맡고 있었다.
그때 서쪽 방벽 모니터를 맡고 있는 한 군인이 외쳤다.
“이, 이걸 보십쇼!”
-타탁!
군인이 키보드를 누르자 모니터실의 대형 화면으로 연결되었다.
화면의 상단에 표기된 좌표는 게이트에서 굉장히 가까웠다.
-드르르르!
그런데 카메라 영상이 떨리고 있었다.
그것은 매우 빠른 속도로 점점 심하게 떨려갔다.
모두가 긴장된 눈으로 그것을 바라보았다.
-두두두두!
이윽고 야간 투시경 모드로 전환된 녹색 화면에서 지평선 너머로 가득히 달려오는 무언가가 잡혔다.
군인이 카메라의 화면을 확대시켰다.
떨리는 화면에서 지구상에는 존재하지 않는 이형의 괴물이 잡혔다.
“개, 개체 형입니다!”
하마 정도의 크기에 여섯 개의 뿔이 달리고, 날카롭고 긴 송곳니. 그리고 퓨마처럼 빠른 사족 보행으로 달려오는 괴물이 보였다.
그 숫자는 화면상으로는 도무지 헤아릴 수 없을 정도였다.
‘개체형.’
위소용이 속으로 약간은 안도했다.
게이트에서 나오는 위험 요소 유형은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개체형(個體形), 재해형(災害形), 특수형(特殊形).
그 중 그나마 제일 무난한 것이 개체형이었지만, 단지 세 유형 중에서 낫다는 것뿐이지 위험하기는 매한가지였다.
왜냐하면 지난번에도 방벽을 뚫은 것이 개체형이었다.
“위험도는?”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타타타타!
군인이 키보드를 치며 모습을 드러낸 위험 개체의 정보를 검색했다.
얼마 있지 않아 대형 화면에 검색 자료가 떴다.
[위험 개체 – 뿔자칼(Horn jackal) : C등급게이트 발현 기록: 유럽 게이트에서 12회. 아시아 게이트에서 7회
-베를린 15번 게이트 2049.05.20. 19:23(First)
-뮌헨 29번 게이트 2051.07.15. 20:02.
.
.
-사천성 청두시 43번 게이트 2058.02.19. 19:40]
“C, C등급!”
-웅성웅성!
또 다시 모니터실이 소란스러워졌다.
위험 개체는 총 여섯 등급으로 나뉘는데, E등급, D등급, C등급, B등급, A등급, S등급으로 위로 갈수록 그 위험 수치가 높다고 보면 되었다.
모니터실의 군인들이 놀라는 이유는 간단했다.
모든 유형이 위험하기는 하지만 C등급 이상부터는 위험 난이도가 현저히 올라간다.
‘C등급이라니….’
위소용이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자신이 심양시 방위국으로 승진해서 전출 온 이래로 처음이었다.
지난 번 실책 때가 D등급 위험도였는데, 그보다 위라면 그야말로 위기라 할 수 있었다.
난감해하는 그녀에게 모니터링 군인 중 한 사람이 말했다.
“방위군이 서쪽 방벽으로 이동 중입니다. 개체유형 정보를 보내겠습니다.”
그 말에 그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상황은 벌어졌고 더 이상 혼란해하고 있을 틈은 없었다.
자신이 이 위험을 책임져야 할 사령관이니 말이다.
“심양시 소속 게이트 키퍼들에게도 소환 명령을 내리고, 무림 협회 지부에도 게이트 방위 요청을 보내.”
“라저!”
* * *
같은 시각.
심양시 시내를 가로질러서 서쪽을 향해 달리는 버스 세 대가 있었다.
버스의 양측 옆면에는 심양시 방위국 게이트 키퍼(Gate Keeper)라고 적혀 있었는데, 말 그대로 이 버스는 게이트 키퍼들을 태운 버스였다.
버스들은 경보령이 내려진지 3분 만에 출발한 상태였다.
방위국의 소환 명령보다도 훨씬 빨랐다.
선두의 1번 버스 안.
맨 앞자리에 타고 있는 노랗게 염색한 올백 머리의 30대 초반의 청년이 껌을 짝짝 씹어가며 스마트폰의 화면에 뜬 문자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게이트 키퍼들은 즉각 서쪽 D-8, D-13, E-3방벽으로 세 팀으로 나눠서 집결할 것.위험 개체 – 뿔자칼(Horn jackal) : C등급]
“느려. 느려. 경보령이 뜨자마자 팍팍 보내줬어야지.”
“그만 노닥거리고 안에 방호복이나 입지 그래?”
그의 옆자리에서 버스 윗칸에 있던 방호복을 꺼내고 있는 턱수염을 기른 중년인이 나무랐다.
“에이. 대장. 저는 그런 거 필요 없는 거 아시잖아요. 멋대가리도 없고.”
“양태평! 방벽 바깥에서 독성 물질에 감염 돼서 삼도천을 건너봐야 정신 차릴 거냐?”
눈꼬리가 치켜 올라가는 모습에 노란 머리의 청년, 양태평이 투덜거리면서 자리에서 일어나, 버스의 짐칸을 열었다.
“B급 키퍼인 제가 언제 그런 거에 감염된 거 보셨다고….”
“자꾸 궁시렁 댈래?”
“네이. 네이.”
자존심이 강하고 제멋대로인 양태평이 이렇게 약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턱수염의 사내가 심양시 게이트 키퍼들의 대장이었기 때문이었다.
도정락.
나이 42세.
심양시에서 유일한 A급 키퍼이자 특수능력자다.
신체의 피부를 강철로 만들 수 있는 특수 능력을 지닌 자로 버스를 들어서 던질 만큼 괴력을 소유하기도 했다.
도정락이 귀에 끼고 있는 오른쪽 이어폰을 터치하고서 말했다.
“방위국 문자들은 다 받았겠지?”
그 물음에 이어폰에서 2번, 3번 버스에 타고 있는 소대장인 B급 키퍼 두 남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치칙! 네에.
-받았습니다.
“1번 버스는 D-13으로 갈 테니, 2번 버스는 D-8, 3번 버스는 E-3 방벽으로 가라.”
-네. 알겠어요. 대장.
3번 버스의 소대장인 B급 키퍼 고윤의 답이 없었다.
의아해진 도정락이 대답하라고 말하려 하는데, 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도 대장…..급히 목돈이 필요해서 그런데, 이번에는 제가 D-13으로 가면 안 되겠습니까?
“아…..”
게이트가 열린 좌표를 보면 D-13과 일직선이다.
비교적 게이트 코어(Core)를 가진 알파형 위험 개체와 마주칠 확률이 높았다.
게이트 키퍼들의 주 임무는 방위군이 일반 위험 개체들을 막는 동안에 알파형 위험 개체의 코어를 처리해서 게이트가 닫히게 하는 것이었다.
“수당이 필요했나 보네. 우리 윤이 형. 키킥.”
같은 소대장이어서 이어폰의 소리를 들은 양태평이 비아냥거렸다.
게이트 키퍼들은 국무원에서 높은 연봉을 받고 일한다.
경제 체제라는 것이 그렇듯이 이런 게이트 키퍼들이라고 모두가 같은 연봉을 받는 것은 아니었다.
급수에 따라서 천차만별이다.
이로 인해 게이트 키퍼들은 게이트가 열리지 않는 시기에는 어떻게 해서든 스스로의 능력을 향상시켜 급수를 올리려고 한다.
그런데 이것과 별개로 특별 수당이라는 것이 있다.
“하긴 C등급 알파 위험 개체의 코어라면 성과급이 40억에서 50억 정도는 할 테니, 충분히 노릴 만도 하네.”
상상을 초월하는 액수였다.
B급 키퍼의 연봉이 10억이원 안팎인 것을 생각하면 수당이 굉장했다.
이 때문에 키퍼들은 목숨을 걸고 알파형 개체를 처리하려고 안달이 날 수밖에 없었다.
“윤이 형. 근데 이를 어쩌나. 나도 이번에 봐둔 빌딩이 하나 있어서 양보…”
-깡!
“으악!”
양태평이 자신의 머리를 감싸 쥐고서 비명을 질렀다.
강철화 된 도정락의 주먹을 불시에 맞았으니 아프지 않을 리가 없었다.
그런 양태평을 무시하고서 도정락이 이어폰에 손가락을 갖다 대고서 말했다.
“알았다. 내가 E-3방벽으로 가마.”
-치칙!….감사합니다! 대장.
도정락의 호의에 B급 키퍼 고윤의 목소리가 밝아졌다.
그런 그에게 도정락이 말했다.
“대신 절대로 무림 협회 놈들한테 코어를 빼앗기면 안 된다. 알겠지?”
-치칙! 반드시!
결의가 넘치는 목소리에 도정락이 히죽 웃고는 운전수에게 말했다.
“훗. 남서쪽에 있는 E-3 방벽으로 갑시다.”
* * *
한편 심양시 서북쪽의 인근 도로.
흰색 세단 차량이 빠르게 무림 협회 지부로 향하고 있었다.
차의 뒷좌석에서는 화려한 검집을 옆으로 세워둔 두 명의 남자가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우측에 앉아 있는 사람은 연 컴퍼니의 전무 이사인 모용이선이었다.
그리고 좌측 자리에는 반백에 짙은 눈썹을 가진 60대의 남자가 있었는데, 그는 연 컴퍼니의 회장인 모용금이다.
-톡톡!
문자가 왔는지 모용이선이 팔을 들어 스마트폰의 화면을 보았다.
이에 모용금이 물었다.
“협회의 사람들은 전부 모였다고 하느냐?”
“거의 대부분 도착한 것 같습니다. 아버님. 저희만 가면 됩니다.”
현재 무림 협회 지부의 빌딩으로 심양시 내에 있는 등록된 대부분의 무림인들이 모인 상태였다.
그들은 심양 지부장인 모용금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 노친네도 왔겠지?”
“저희가 제공하는 사택을 마다하시고 줄곧 무림 협회에서 계셨으니.”
“흥.”
모용금이 콧방귀를 내는 대상은 바로 팽능겸이었다.
70대의 연배인 팽능겸이 무림의 법도 상 한 배분이 높았기에 찾아가서 인사를 할 법도 했지만, 모용금은 그를 찾아가지 않았다.
그래도 모른 척 할 수는 없기에 모용이선을 보내 숙소를 제공하려 했지만 그것마저 거절하고 무림 협회 지부로 가버렸다.
“다 늙어서 욕심 많아. 천진시나 잘 지키고 있을 것이지. 온갖 곳을 돌아다니면서 코어를 탐내는군.”
“뭐, 저희가 제지할 방법은 없으니까요.”
도와준다는 명목으로 왔기 때문에 축객령을 내릴 수도 없었다.
심양시 전체가 연 컴퍼니의 영역이라면 모를까 제 발로 온 것을 어찌 쫓아내겠는가.
모용이선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그보다도 하필 이런 시기에 게이트가 터져서.”
“조급해 하지마라. 너는 차기 연 컴퍼니의 경영자가 될 사람이다.”
“…….”
“식스 로드 토이 건은 게이트 일을 먼저 해결하고 나서 강구해도 늦지 않다.”
“하지만 제가 보낸 추적자들을….”
“허어. 조급해 하지 말라고 했지.”
심기가 불편해 보이는 모용금의 목소리에 모용이선이 입을 다물었다.
아직까지 자신은 아버지이자 회장인 모용금의 아성을 뛰어넘기에는 모든 면에서 부족했다.
“우선은 코어에 집중해라. C등급의 코어라면 이 애비의 공력을 한 단계 더 증강시킬 수 있다. 물론 너 역시도 마찬가지고.”
코어(Core).
그것은 순수한 에너지의 결정체이다.
각 국의 정부에서는 이것을 대체 에너지로 활용하고 있지만, 무림 협회에서는 코어를 정제하여 내공을 증강시킬 수 있는 기술을 가지고 있었다.
무림 협회의 무림인들이 게이트 방위에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결정적인 이유였다.
모용금이 자신의 보검을 꾹 쥐고서 말했다.
“이번에는 지난 번 보다 어려울 게다. 게이트 키퍼들뿐만 아니라, 팽능겸 그 늙은이도 코어를 노리고 있으니 말이다.”
“걱정하지 마십쇼. 제가 반드시 코어를 손에 넣겠습니다.”
코어만 손에 넣어도 일거양득이었다.
이번에도 연 컴퍼니가 게이트를 닫게 만드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명예마저도 얻을 테니 말이다.
“오냐. 그래도 무리는 하지 말 거라. C등급 알파 위험 개체라면 네 실력으로 힘들 수도 있으니.”
“알겠습니다!”
모용세가의 후예인 두 부자는 코어에 대한 전의를 다졌다.
* * *
심양시의 서남쪽에 있는 폐공장 건물.
“으아아아아! 그게 무슨 개소리야!”
-퍽!
“크헉!”
백종서의 발길질에 공안국 특수 전담부의 과장인 능도명이 쓰러졌다.
얼굴이 새빨갛게 상기되어서 분을 이기지 못하고 있는 백종서가 그의 멱살을 잡고 들어 올리며 소리쳤다.
“지금 뭐가 어째고 저째? 안가가 방벽 바깥에 있다고?”
“으으으….”
그것이 백종서가 화를 내는 이유였다.
게이트 경보령이 내린 이후로 어쩔 줄 몰라 하는 태도에 다그쳐서 이야기를 하게 했다.
그런데 능도명의 입에서 나온 말은 어처구니가 없는 진실이었다.
“이 미친 새끼야. 어떻게 그런 짓을 할 수 있단 말이야!”
“그, 그래서 이야기 하지 않았나? 내가 없으면 그곳으로 갈 수 없다고…”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해!”
-퍽!
“꺽!”
백종서가 능도명의 턱을 발로 차버렸다.
고통스러운 와중에 능도명은 본인 나름대로 억울할 따름이었다.
‘제기랄. 내가 안가를 밖에다 지었나.’
사실 그가 이번에 밝힌 것은 공안국에 있어서 치명적인 약점이 될 만한 정보였다.
보통 안가(安家)라 하면 공안국이나 특수 정보기관 같은 곳이 비밀 유지를 위하여 이용하는 장소이다.
무언가를 숨길 만한 장소.
게이트 이전이었다면 보통은 깊은 산골짜기나 인적이 드문 곳이 안가로 사용되곤 했다.
하지만 게이트가 생겨난 이후로 공안국에서는 역발상을 하게 되었다.
가장 위험한 곳인 방벽 바깥에 지하 안가를 짓는 것이다.
‘빌어먹을! 그래야 너 같은 놈들이 못 찾을 거 아니야.’
방벽 바깥은 평상시에 모든 사람의 출입을 통제한다.
게이트 후유증이라 하여 독성 물질부터 시작해 제거되지 못한 위험 개체들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어떻게 그런 짓을…..”
백종서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현 시대의 사람들은 방벽 바깥이 매우 위험한 것을 모두가 인지하고 있었다.
그런데 어머니가 그런 곳에 인질로 붙잡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으니, 분노 못지않게 울컥할 수밖에 없었다.
솔직한 심정으로는 당장 능도명의 사지를 찢어 죽이고 싶었다.
‘하아….하아….안 돼. 일단은 어머니부터 구해야 해.’
게이트 경보령까지 내려졌다.
이런 판국에 빨리 어머니를 구하지 않으면 무슨 사달이 날지 몰랐다.
백종서가 능도명의 멱살을 잡고서 물었다.
“어디야? 우리 어머니가 있는 안가 어디에 있어?”
“그, 그게….”
“빨리 말해. 내 손에 죽기 싫으면.”
“서, 서쪽에서 1km 정도 떨어진 곳에 지하…”
-삐빅!
그때 백종서의 손목에 있는 플랙시블 스마트폰에 방위국의 긴급 문자가 떴다.
[26번 게이트 경보령.서쪽 방벽에서 30km이내 거주 시민들은 인근 지정된 보호소로 대피 바랍니다.]
‘!!!’
멱살에 붙잡힌 덕분에 그것을 같이 본 능도명의 얼굴이 굳어졌다.
그 자신도 이런 일이 벌어질 거라고는 꿈에도 몰랐다.
능도명이 당황스러운 목소리로 다급히 말했다.
“아, 안가의 입구는 두께가 1M가 넘는 초합금으로 만들어졌고 그 안에 우리 쪽 요원들도 있으니….”
“씨발. 지금 그런 소리가 잘도…”
“됐다. 그만 해라.”
그때 천여운이 백종서의 말을 잘랐다.
이성을 잃은 그가 천여운에게 충혈 된 눈으로 소리 높였다.
“하, 하지만 제 어머니께서….”
“그놈을 패 죽인다고 네 모친을 구할 수 있을 것 같나?”
“알고 있습니다. 하나 게이트 경보령이 내려져서 위험 개체들이 방벽 바깥에 몰려들 텐데, 어떻게 한단 말입니까?”
“뭘 어떻게 해.”
“네?”
“내가 본교의 교인을 죽게 내버려둘 것 같으냐?”
‘!?’
천여운의 그 말에 백종서의 눈동자가 떨려왔다.
그런 그의 반응을 뒤로 한 채, 천여운이 멱살이 잡혀 있는 능도명에게 말했다.
“그 안가의 위치. 좌표 불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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