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no Machine Advent (Descent of the Demon God) RAW novel - Chapter (50)
어두운 암실.
불도 켜지 않은 상태에서 누군가가 방의 어딘가를 손으로 짚었다.
-위잉!
그러자 벽이 갈라지며 검은 금고 하나가 모습을 드러냈다.
“하아…..”
금고를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고 있는 사내는 바로 천우경이었다.
고민하듯이 금고를 한참동안 바라보던 천우경이 금고의 앞에 있는 번호판의 비밀 번호를 눌렀다.
-삐삐삐삐!
금고를 누른 후에 지문 인식까지 마지자 안에서 구형 핸드폰이 나왔다.
수십 년도 전에 단종 된 폴더 식 핸드폰이었다.
전화 기능 이외에는 어떤 기능도 되지 않는 핸드폰은 개량되어 특정 하나의 번호로만 발신되도록 되어 있었다.
-띠리리리! 띠리리리리!
-달칵!
발신음 두 번 만에 전화가 연결되었다.
-이거이거, 오늘 늦게 퇴근하길 망정이지 하마터면 못 받을 뻔했습니다.
스피커로 변조된 목소리가 들려왔다.
천우경이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
“일이 생겨서 어쩔 수 없었소.”
-일이라…..정기적인 통화 약속 시간이 아닐 때 이렇게 전화를 한 걸보면 꽤나 시급한 상황인 것 같군요?
“시간이 많지 않소.”
-후후후, 알겠습니다. 말씀하시지요. 고객님.
“새로운 보안 서버가 필요하오.”
-새로운 서버? 무슨 문제가 생겼습니까?
“내부 문제로 서버가 노출되었소.”
-호오. 그래요? 지금 서버는 아이피가 실시간으로 유동해서 특별한 문제가 없다면 추적도 불가능할 텐데요?
변조된 목소리의 말대로 지금 서버의 보안은 철저하다.
1시간 단위로 서버를 가동하는 메인 컴퓨터가 계속 바뀌고, 심지어 아이피도 끊임없이 변하기 때문에 추적이 불가능하다. 하지만 어떠한 불안 요소도 남기고 싶지 않았다.
“대금은 지불하겠소.”
-뭐, 고객님이 원하신다면이야. 하지만 새로운 보안 서버를 만드는 정도의 일이라면 최소한 D등급 이상의 코어는 지급해주셔야 겠습니다.
변조된 목소리의 말에 천우경이 순순히 받아들였다.
어차피 최근에 확보된 코어가 하나 있었다.
-선지급이신 것도 아시리라 생각합니다.
“…..그 정도는 알고 있소. 그리고…”
-그리고? 요구사항이 하나가 아니었군요? 이러면 대금 계산을 다시 해야 겠는 걸요.
변조된 목소리가 능청맞게 말했다.
하지만 이것에 일일이 반응할 천우경이 아니었다.
“한 사람을 처리해줬으면 좋겠소.”
-…….이거 의외군요. 기술 지원 이외에는 어떠한 요구도 하지 않겠다고 하셨던 걸로 기억하는데.
“가능한지 아닌지만 말하시오.”
-후후후, 위치는?
“제남시오. 당장 처리해야 하는데, 우리 쪽에선 그 자를 감당할 자가 없소.”
-꽤 성가신 자인가 보군요.
변조된 목소리의 말에 천우경의 눈빛이 심각해졌다.
성가신 정도가 아니라 자신의 모든 것이 파멸될 지도 모를 만큼 위험한 자였다.
-….고객님?
“아아….듣고 있소.”
-어느 정도 위험한지 그 수준을 알려주셔야 대금 책정이 가능한 데요.
“S요.”
-최고 등급이군요.
“그렇소.”
-S등급의 위험도라…..꽤 고객님을 많이 곤란하게 해드렸나 보군요. 흐음. 그 정도라면 A등급 코어 정도는 지급해주셔야 겠는데요.
변조된 목소리의 말에 천우경이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예상보다 훨씬 높은 대가를 요구했다.
A등급 코어는 파벌에 상당한 희생을 통해서 겨우 얻어낸 물건이었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젠장!’
하지만 그 정도 대가는 치러야 가능한 일이라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다.
“바로 지급하겠소.”
-이야. 역시 통이 크시군요. 고객님께서 지난번에 구하신 A등급 코어를 정제하셨을 줄 알았는데 의외인데요.
“됐고 바로 가능하오?”
-마침 잘 됐군요. 안 그래도 제남시 쪽에 게이트 경보령 예보가 발효되어서 코어도 확보할 겸 실험을 진행하려 했는데.
“실험?”
-뭐 그런 게 있습니다. 아무튼 코어 A등급을 지급해주신다니, 우수 고객님을 위해서 신규 서버 개설 관련은 서비스 차원에서 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알겠소.”
-S 목표물에 관한 정보는 그곳으로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그럼.
-달칵!
전화가 끊겼다.
한참 동안 벽에 기대고 서있던 천우경이 안주머니에 있던 케이스에서 떨리는 손으로 담배를 꺼내 물고는 중얼거렸다.
“어떻게 이 자리까지 왔는데….빌어먹을 구시대의 잔재 따위에게 죽어줄 것 같아!”
* * *
다음날.
제남시 용천 그룹 본사 중진 회의실.
접합 수술을 받아서 여전히 깁스를 하고 있는 회장 천유장이 들뜬 얼굴로 가장 상석에 앉아 있는 천여운에게 말했다.
“고작 하루밖에 되지 않았는데 파급력이 대단합니다!”
그가 이렇게 들떠 있는 이유는 간단했다.
어제 오후 천유경 파벌인 임강이 굴복하면서 알려준 보안서버에서 대회의실에서의 CCTV영상을 올리고 나서의 결과 때문이었다.
책상 위에 올려진 태블릿 PC에는 지금까지 접선해온 천유경 파벌의 교인들의 수치가 표기되어 있었다.
“고작 하루 만에 서른세 종파나 접선해왔습니다. 그 중에 상위 종파가 여덟이나 되다니, 시작이 좋은 것 같습니다. 선조님.”
이렇게 된 것에는 천여운의 등장이 컸다.
과감하게 자신의 정체를 동영상을 통해 공개함으로써 천우경 파벌에 혼란과 이탈을 야기시켰다.
그 결과는 무서울 정도로 빨랐다.
동영상을 올린 시간을 생각한다면 아직 17시간 만의 일이었다.
하지만 천여운은 크게 만족해하지 않았다.
“부족하다.”
듣기로는 현 시대의 천마신교는 상위, 중소 종파를 통틀어 그 숫자가 700여 파에 달한다고 했다.
그 중에 현재 천유장 파벌에 있는 종파는 가장 적은 146종파의 지지를 받고 있었다.
33종파가 합류해도 삼분의 일에도 못 미쳤다.
“그래도 이런 기세라면 저희 쪽 파벌이 우세해지는 것도 그리 오래 걸릴 것 같지 않습니다.”
천유장은 이것을 긍정적으로 여겼다.
하루만에 33종파가 이탈했다는 것은 장기적으로 볼 때 더욱 많은 종파가 합류할 확률이 높았기 때문이었다.
‘선조님의 존재가 이렇게 큰 영향을 미칠 줄이야.’
천유장은 흡족함을 감추지 못했다.
그때 천여운이 차갑게 식은 눈빛으로 말했다.
“네놈의 파벌?”
“네?”
“뭔가 네놈이 착각하고 있군. 지금 내가 내리는 지시들이 네 놈의 파벌을 늘려주려고 한 것 같으냐?”
‘아차!’
천유장은 순간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스스로 말실수를 했음을 깨달았다.
“그, 그게….”
“확실히 말해두지. 본교에는 파벌 따위는 없다. 명심해라.”
“…..소손이 어리석은 발언을 했습니다.”
천여운의 살벌한 경고에 천유장이 긴장된 목소리로 답했다.
하마터면 천여운의 심기를 건드릴 뻔 했다는 생각에 심장이 오그라드는 줄 알았다.
“네 녀석은 당분간 무림 일에는 손을 떼라. 회사 경영과 확장에 집중해라.”
“그, 그건…..”
“대답해라.”
“알겠습니다.”
천유장에게는 선택권이 없었다.
그나마 회사의 운영권 자체에는 손을 대지 않는 것만으로도 감읍해야 할 따름이었다.
천여운은 현재 용천 그룹 내 힘을 둘로 나눌 계획이었다. 회사 경영은 회장인 천유장, 무림에 관련된 업무는 부회장인 자신에게 모든 힘이 집중되도록 말이다.
어차피 나노에게 지식을 전이 받았다고 해도 이 세계의 기업을 경영하는 법은 잘 모르기 때문에 그게 더 효율적이라고 생각했다.
“환명오.”
“네넵!”
옆에서 눈치를 보고 있던 환명오가 부름에 얼른 답했다.
천여운이 그에게 무언가를 건넸다.
“아!”
그것은 어젯밤 천여운이 달라고 했던 USB였다.
“총 320군데다.”
“그게 무슨?”
“천우경 녀석이 만든 서버가 가동되고 있는 위치다.”
“네? 이걸 어찌?”
환명오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자신 역시도 암종의 프로그래머들에게 지시하여 이를 추적하게 했었다.
그렇지만 보안을 뚫는 것은 둘째 치고 잦은 아이피의 변화와 서버를 운영하는 메인 컴퓨터가 수시로 바뀌면서 찾을 수가 없었다.
게다가 동영상을 올린 지 불과 삼십 분 채도 되지 않아, 파일이 삭제되었을 뿐만이 아니라 서버 자체가 완전히 폐쇄되었다.
결국 추적은 거의 포기하다시피 했는데, 천여운이 USB에 서버를 운영하는 컴퓨터들이 있는 위치를 추려낸 것이었다.
‘천마께서는 해킹에도 능하신 건가?’
환명오가 혀를 내둘렀다.
물론 서버 추적을 한 것은 나노였다.
아이피가 유동되는 것은 나노가 쉽게 해킹할 수 있었지만, 서버가 운영되는 컴퓨터가 320군데나 되다보니 정확한 근거지만은 알아낼 수 없었다.
“일주일을 주겠다. 녀석의 근거지를 알아내라.”
“명을 받듭니다!”
“항유린.”
“넵!”
음마종의 항유린이 기다렸다는 듯이 일어나며 답했다.
“제남시 무림 협회 지부쪽 동향은?”
“명하신 대로 제남시 내에 있는 무림 협회 소속의 모든 문파에 마킹을 붙여두었습니다. 제갈 문화 재단 쪽과 HB(황보세가) 철강 쪽에서 아직까지는 움직임이 없습니다. 게이트 경보령을 앞둔 상황이라 그런지 간자들이 처리된 것을 아직까지는 파악하지 못한 듯합니다.”
“회동을 하려 한다거나, 협회 소속의 무림인들을 소집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면 곧바로 선 조치를 취해라.”
“알겠습니다.”
-씨익!
항유린 부장의 입가에 미소가 감돌았다.
천여운은 그들이 회동하기도 전에 사전에 차단하라고 명한 것이었다.
그 동안 천유장 파벌은 내분으로 무림 협회와의 마찰을 피했었기에 그녀에게는 너무도 마음에 드는 명이었다.
“블레이드 식스는?”
천여운의 관심사는 오히려 그쪽이 더 컸다.
간자들 중에 블레이드 식스 소속은 없었지만 오랜 숙적이었던 극도육무문의 후예인 만큼 그들을 간과할 생각이 없었다.
“그렇지 않아도 보고 드리려 했는데, 어젯밤 식스 에센스의 무인들이 환성공원 쪽에서 뭔가를 추적하는 모습을 발견했습니다.”
“추적?”
“네. 무엇을 추적하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습니다만. 새벽 두 시까지 수색하던 그들이 철수했습니다.”
자세한 상황을 알아내지 못한 그녀가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턱을 쓰다듬으며 고민하던 천여운이 무림의 일에 손을 떼라는 말을 듣고서 시무룩해 있는 천유장을 불렀다.
“천유장.”
“네넵!”
“방위군 뿐만이 아니라 제남시청 쪽 공무원들도 연을 맺고 있다고 했나?”
“그렇습니다.”
제남시에서 확고하게 뿌리를 내리기 위해, 천유장은 여기저기 잔가지를 쳐놓은 상태였다.
“이번은 예외로 하지.”
“네? 예외라 하시면…?”
“제남시청 쪽과 접선해 환성공원과 그 근방의 48시간 내의 모든 CCTV 영상을 확보해라.”
“아, 알겠습니다!”
천여운의 그 명에 천유장의 얼굴이 밝아졌다.
내심 무림 쪽의 일에 완전히 배제될 까봐 걱정했던 그였다.
‘허어…..’
일사천리로 일이 진행되는 모습에 중진들이 속으로 감탄했다.
자신들이 교주로 지지하는 천유장이 위축될까 싶어서 밝히지는 않았지만 천여운의 행보를 보면 거침이 없었다.
‘이리 원만한 회의는 얼마만이지?’
‘대단하다.’
‘천마 조사 이래 본교를 최전성기로 부흥시킨 분답다.’
무공만 최고라고 생각했는데, 전국을 바라보는 시야부터 이끌어가는 역량이 굉장했다.
회장인 천유장과는 비교가 되지 않았다.
천여운이 그에게 교주로서의 자질이 부족하다는 말을 한 것이 어떤 의미인지 확연하게 와 닿을 정도였다.
어쩌면 빠른 시일 내로 본교가 다시 통합되는 것도 꿈이 아닐 지도 모른다고 중진들은 생각했다.
-똑똑!
그때 누군가 회의실의 문을 두드렸다.
회의실 안으로 들어온 사람은 본부장인 비막헌이었다.
중진 회의에 제 시간에 참석하지 않고 모습을 보이지 않아서 의아해했던 중진들이었다.
비막헌이 천여운에게 허리를 숙여 인사하고는 말했다.
“명하신 대로 용천 그룹 내에서 부회장 부속실 팀원들의 모집을 끝냈습니다. 업무 처리 능력과 무공 실력을 겸비한 자들로 오십 명 가량 추렸습니다.”
‘아아….’
중진들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벌써 부회장 부속실의 인원을 꾸렸을 줄은 몰랐다.
원래 부속실의 숫자는 많아도 열 명을 넘기지 않는데, 저렇게 많은 인원을 추려냈다는 것은 무인으로서 임무를 위해서일 것이다.
“어떤 사원들인지는 모르겠지만 부속실로 배치된 자들은 영광으로 여길 겁니다. 하하핫.”
“교인으로서 최고의 명예이지요.”
중진들이 천여운에게 아부성 멘트를 날렸다.
그때였다.
-드르륵!
‘응?’
스마트폰의 진동이었다.
그런데 그것은 한 사람의 것만이 아니라 모든 중진들의 스마트폰에서 난 소리였다.
중진들이 스마트폰에 화면을 쳐다보았다.
무심결에 그것을 보던 그들의 표정이 일제히 굳어졌다.
‘억!’
인사팀에서 문자가 온 것이었는데, 자신들의 부서에서 가장 뛰어난 능력을 지닌 자들이 인사 이동되었다는 통보였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