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no Machine Advent (Descent of the Demon God) RAW novel - Chapter (64)
-슈우우우욱!
나노 슈트를 착용한 천여운의 신형이 상공을 가로지르고 있다.
흰 자기장 입자를 내뿜으며 날아가는 그 속도는 마하 13에 육박하는 속도였다.
맨몸이었다면 절대로 불가능한 일이었지만 게이트리윰 나노 입자로 만들어진 슈트는 공기의 저항력을 이겨내게 만들었다.
-삐삐삐!
나노 슈트의 안구 쪽에서 위치 정보와 전방 시야가 동시에 표시되었다.
웅장한 태산(泰山)을 등지고 있는 방벽으로 둘러싸인 도시가 보였다.
태안시(泰安市)였다.
게이트가 열리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신성한 태산 덕분에 관광 도시로 유명하던 태안은 지금은 방벽에 막혀 작은 소도시로서의 역할만을 하고 있을 뿐이었다.
태산 너머로 방벽이 멀리서 보이고 있었다.
‘나노. 몸을 가려줘.’
[역패널 실드를 가동합니다.]나노 슈트에 역패널 실드가 적용되면서 슈트가 투명하게 바뀌어갔다.
‘자기장 입자를 거둬. 내가 직접 날아간다.’
[알겠습니다.]발에서 분사되던 자기장 입자가 그쳤다.
천여운은 진기를 끌어올려 능공허도로 비행 방법을 바꾸었다.
지난번에 방벽을 넘으면서 적외선 카메라 망에 걸린 것 때문에 방위국과의 마찰이 있었다.
이를 귀찮게 여긴 천여운은 그것을 교훈삼아 방벽을 조용히 넘어갈 작정이었다.
[방벽을 넘어갑니다. 50미터, 30미터, 10미터.]-슈우우욱!
천여운의 신형이 방벽의 위를 통과했다.
혹시나 하는 우려도 있었지만 역시 이 시대의 기술력으로는 역패널 반사까지는 카메라로 감지해낼 수 없었다.
같은 시각.
태안시(泰安市)의 동북쪽에 있는 한 폐건물.
지하의 한 호실 내부에 수많은 모니터가 있었고, 그것들에선 지하 터널들을 화면으로 잡고 있었다.
터널들은 지하 고속기차가 운행되는 터널들이었다.
모니터의 영상들은 터널들에 설치된 CCTV 카메라의 영상을 해킹해서 송출하는 것으로 이를 유심히 모니터링 중인 흰 연구복을 입은 사십대의 사내가 있었다.
-탁탁탁탁!
뭔가 초조한지 연신 탁자를 손가락으로 두드리면서 제남시와 연결된 터널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터널의 전광판 위에는 운행 중지라는 붉은 글자가 깜빡거리고 있었다.
연구복의 사내가 한숨을 내쉬었다.
‘멍청하군. 게이트가 열려서 제남시로의 터널이 운행되지도 않는데, 뭐가 걱정 되서 이걸 쳐다보고 있는지.’
그가 탁자의 한쪽에 올려놓은 부서진 구형 핸드폰을 쳐다보았다.
이 사내는 천여운과 통화를 하던 그 정체 모를 조직의 변조된 목소리의 주인이었다.
‘내가 뭘 하는 건지 모르겠군.’
‘지금 간다’ 라는 말 하나가 마음에 걸려서 CCTV실로 왔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어리석은 짓이었다.
제남시에서 태안시가 가깝다고 하나 지하 고속기차를 타고 40분은 족히 걸린다.
그런데 게이트 경보령으로 운행중지가 되었으니 그 마저도 힘든 일이었다.
“서 연구원님.”
그때 모니터실의 문을 열고 누군가 그를 불렀다.
회색 양복을 입은 삼십대 후반에 포마드로 올백 머리를 한 사내였다.
“말씀하신 대로 모든 정보는 본사로 보내고 저장된 자료들은 전부 포맷하고 삭제했습니다.”
서 연구원이라 불린 사내가 일어나 말했다.
“잘했어요. 서류들도 폐기했죠?”
“전부 소각시켰습니다. 직원들이 차량에 폐기 불가능한 연구물들만 실으면 철수하시면 됩니다.”
“알겠어요. 모니터실만 포맷하면 되겠군요. 준비가 다 되면 말해주세요.”
명령을 내린 서 연구원이 다시 모니터 앞에 앉으려 했다.
그런데 올백 머리의 사내가 모니터실을 나가지 않고 가까이로 다가와 말했다.
“서 연구원님. 그런데 아직 거점을 옮기려면 한 달은 남았는데, 아직 본사의 인가도 떨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이렇게 해도 되는 것인지?”
명령 때문에 철수 준비는 했지만 탐탁지 않은 사내였다.
설사 책임자의 판단이라고 해도 본사의 인가 없이 멋대로 움직이게 되면 그곳에 속해있는 자들 모두가 제재 당할 수도 있었다.
“혹시 모르니까요.”
여유가 없어 보이는 서 연구원의 말에 올백 머리 사내가 물었다.
“의뢰된 타깃 때문에 그러시는 겁니까?”
“만약을 대비하는 겁니다.”
서 연구원의 말에 올백의 사내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설사 알파 위험 개체가 잡혀서 게이트가 닫혔다고 해도 경보령이 풀리기까지는 적어도 이삼일은 걸립니다. 본부의 인가를 기다려도 늦지 않을 텐데요.”
“그건 책임자인 제가 판단합니다.”
“……너무 저희 보안 시스템을 믿지 못하시는 거 아닙니까?”
올백 머리의 사내는 그를 호위하는 보안 책임자였다.
그런 자신의 앞에서 서 연구원이 초조해하는 모습이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았다.
서 연구원이 고개를 돌려서 그에게 말했다.
“당신도 제 옆에서 영상을 보았을 텐데요.”
그 역시도 제남시에서 보내온 영상을 보았다.
2퍼센트 밖에 전송되지 않은 영상은 10초, 그리고 8초짜리였다.
그 첫 번째 영상은 수백 개의 얼음검으로 이기어탄검강을 쓰는 천여운의 모습이었다.
“……인외의 규격이더군요.”
그것만큼은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 역시도 그 영상을 보면서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서 연구원이 입술을 질끈 깨물며 말했다.
“제가 왜 현장 연구원 중에서도 커리어가 긴 이유를 아시나요? 그건 감이 뛰어나서입니다. 일말의 위험이 있다면 그걸 피하는 것이 책임자의 판단이죠.”
“당신을 지키는 것도 보안 책임자의 역할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저런 괴물들을 상대하기 위한 매뉴얼도 갖추고 있습니다.”
보안 책임자의 딱딱한 목소리에 서 연구원이 입을 다물었다.
그가 자존심이 상했다는 사실을 인지했기 때문이었다.
‘이래서 전투원들이란….’
지금은 보안 책임자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어도 이 남자 역시도 게이트 전을 비롯해 여러 전투를 지휘하던 자였음을 알고 있었다.
이런 자들은 똥인지 장인지 직접 겪어야 아는 자들이었다.
더 이상 말을 섞어봐야 의견이 맞지 않다고 판단한 서 연구원이 말했다.
“준비하세요. 거점 이동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완고한 태도에 보안 책임자가 다시 한 번 한숨을 내쉬며 답했다.
“알겠….”
-쿠웅!
그때 건물에 진동이 느껴졌다.
정확히 말한다면 건물 자체의 진동은 아니었다.
화들짝 놀란 서 연구원이 몸을 돌려 폐건물의 바깥쪽에 설치된 CCTV 화면을 보았다.
‘!!!’
이를 바라본 서 연구원의 얼굴이 굳어졌다.
CCTV 화면에는 건물의 50미터 바깥쪽의 허공에 떠있는 누군가의 모습이 보였다.
검은 코트를 펄럭이며 허공을 날고 있는 그는 바로 천여운이었다.
영상에서 보았던 그 모습 그대로였다.
“어, 어떻게?”
어찌나 놀랐는지 서 연구원이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분명 놈이 올지도 모른다고는 추측했다.
하지만 짧아도 이틀에서 사흘은 걸릴 거라고 예상했는데, 불과 30분 채 되지 않아 나타날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보안 책임자 역시도 많이 놀랐는지 심각해진 얼굴로 말했다.
“저 자…..하늘을 날고 있는 겁니까?”
“설마….”
서 연구원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소리쳤다.
“말도 안 돼! 하늘을 날아왔다고?”
도저히 믿기지 않는 일이었다.
게이트가 열린 이후 하늘은 더 이상 인류의 것이 아니었다.
인류는 비행기를 잃었고, 그들은 원활한 이동을 위해 지하 터널을 팔 수 밖에 없었다.
“어떻게 이런 일이…”
당혹스러워하는 그에게 보안 책임자가 다급히 말했다.
“일단 연구원께서는 지하 2층 세이프 룸으로 가시죠.”
“세이프 룸으로 말입니까?”
“저 자가 아직 저곳에 있는 것은 저희 보호막을 뚫지 못한 겁니다. 방어 시스템을 가동할 터이니, 연구원께서는 세이프룸으로 가십쇼.”
그의 말대로 CCTV 화면에 천여운은 뭔가에 막혀 있었다.
그것은 이 폐건물 주위에 돔 형태로 둘러져 있는 위장 전용 보호막이었다.
겉으로는 아무 것도 없는 황무지로 보이는 역할을 했지만 지금 부딪친 것을 보아서 위치를 정확히 알아챈 게 틀림없었다.
서 연구원이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물었다.
“막을 수 있겠소?”
“보호막은 수십 톤의 위력에도 견딜 수 있습니다. 절대 안 깨집니다. 지금부터는 저희 일입니다.”
머뭇거리는 서 연구원에게 보안 책임자가 소리쳤다.
“어서!”
“아, 알겠습니다!”
그의 재촉에 서 연구원이 모니터실 밖으로 뛰어나갔다.
그가 나가자 보안 책임자가 숨을 깊게 들이쉬었다가 내뱉으며, 허리춤에 있는 휴대용 무전기를 눌러서 말했다.
“지금부터 방어 시스템을 가동한다. 모든 보안 요원들은 위치로!”
-라저!
보안 책임자가 CCTV 화면 속의 천여운을 쳐다보며 중얼거렸다.
“괴물이라고 해도 어차피 인간. 게이트의 위험 개체와 비교할 수 있을까. 이 거점 기지는 게이트 전에도 견디도록 만든 곳이다.”
영상 속에서 천여운이 펼친 이기어탄검강의 세례를 보았다.
하지만 그것으로 방어막을 뚫을 수 없을 거라 여겼다.
무림인들이 펼치는 강기(?氣)가 수십 톤의 미사일의 폭발과 동일할 거라고는 생각지 않았다.
그때 화면 속에 보이는 천여운의 손에 푸른빛 강기가 맺혔다.
-촥!
천여운이 보호막을 향해 강기를 날렸다.
-차아앙! 우우우웅!
보호막과 부딪친 강기가 앞을 뚫지 못하고 사방으로 흩어지며 분산되었다.
이것이 돔 형태 방어막의 이점이었다.
강기도 일종의 에너지였다.
그것이 날카롭다고 한들 에너지인 이상 돔 형태의 방어막이 충격을 분산시켜버린다.
“역시로군.”
보안 책임자의 입 꼬리가 올라갔다.
저 정도 충격으로는 강기를 수백 방을 날린다고 해도 절대로 방어막을 날릴 수 없었다.
‘내부 방어까지는 필요도 없겠군.’
외부 방어 시스템만으로도 천여운이 지쳐서 돌아갈 거라 여겼다.
그런데 천여운이 갑자기 방어막에서 거리를 두었다.
‘그걸 쓰려는 것인가?’
영상에서 보았던 광역 초식인 천공섬광을 쓸 거라고 생각했다.
보안 책임자가 무전기를 누르고 지시했다.
“보호막의 에너지를 최대치로 높여라.”
-라저!
바깥쪽에서는 위장 때문에 보이지 않겠지만 그의 지시가 떨어지고 얼마 있지 않아, 에너지 실드의 번쩍이는 스파크가 더욱 진해졌다.
-파치치칙!
보호막에 쓰이는 에너지 소모가 크겠지만 상관없었다.
보안 책임자가 자신만만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얼마든지 해보아라.”
그때 천여운의 검결지를 쥔 손을 앞으로 내밀었다.
그러자 그의 앞으로 흐릿한 검의 형태의 무언가가 생겨났다.
‘뭐지? 저건?’
무형검을 모르는 보안 책임자가 의아하게 그것을 지켜보았다.
천여운이 무형검을 쥐고서 허공을 향해 위로 날아올랐다.
보호막 돔보다도 훨씬 위쪽 상공으로 올라간 천여운이 아래로 무형검을 겨냥했다.
‘뭘 하려는 거야? 설마 저걸 날리려는 건가?’
그때 천여운이 쥐고 있는 무형검에서 검은 불꽃이 치솟았다.
-화르르르륵!
“저거….설마 불꽃이야?”
검은 불꽃의 기세가 뭔가 심상치 않았다.
무형검만 뒤덮은 게 아니라 천여운의 주변이 검은 불꽃으로 잠식되어 사방이 아지랑이로 일렁이고 있었다.
-치칙! 보안 책임자님.
무전기에서 보호막을 담당하는 시스템 관리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무슨 일인가?”
-보호막의 돔 위로 엄청난 에너지가 응집되고 있습니다.
“뭐?”
보안 시스템 실에는 여러 탐지기가 있었다.
그것은 방위국에 있는 탐지기와 동일한 것이었기 때문에 외부의 에너지 역시도 측정할 수 있었다.
“어느 정도기에 그러는 거지?”
-이, 이 정도 에너지라면 백 톤이 넘는 폭발 에너지에 버금갈…
바로 그때였다.
천여운이 흑염의 무형검을 보호막 돔을 향해 찔렀다.
그 순간 검 끝에서 검은 불꽃이 광선처럼 뿜어져 나오며, 보호막에 부딪쳤다.
-콰아아아앙!
보호막에 검은 불꽃의 광선이 부딪치는 순간, 엄청난 압력이 일어나며 에너지 보호막이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볼록하게 들어간 것이 금방이라도 뚫릴 것 같았다.
“…..말도 안 돼.”
에너지 분산으로도 이를 감당하지 못한 것이었다.
당황한 보안 책임자가 무전기로 소리쳤다.
“막아! 막아야 해. 예비 에너지를 다 사용해서라도 저걸 막아…”
-콰지지지지직!
그때 뭔가 찢겨져 나가는 커다란 소리가 건물 안까지 들려왔다.
보안 책임자가 놀라서 자리에서 일어나려는 순간,
-화르르륵!
뜨거운 열기가 건물을 관통했다.
-콰아아아아앙!
* * *
지하 2층 세이프룸 안에 있는 서 연구원이 초조하게 기다렸다.
두께가 1미터에 이르는 특수 합금으로 만들어진 세이프룸 안은 매우 안전했지만, 바깥의 상황을 전혀 알 수 없으니 답답했다.
“젠장.”
거점을 늘 옮기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세이프룸 안에는 CCTV 카메라 같은 것을 설치해놓지 않은 것이 불찰이었다.
보호막부터 내부 보안 요원들은 게이트 전까지 가능한 프로 전투원들이었다.
제남시로 보낸 자들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실력을 가졌다.
‘그래 믿고 기다리자. 후우.’
호흡을 가다듬으며 마음을 최대한 진정시켰다.
서 연구원이 두 눈을 감았다.
명상을 하면서 기다리고 있으면 어떤 식으로든 결과가….
-촥! 촥! 촥!
“헉!”
뭔가를 베는 소리에 놀라 그가 두 눈을 떴다.
그때 세이프 룸의 사방이 갈라지면서 그것들이 종이 판자로 만든 상자마냥 무너져 내렸다.
-반짝!
당황한 서 연구원이 어쩔 줄 몰라 했는데, 밝은 햇빛이 그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여긴 지하인데?’
그가 무심결에 위를 쳐다보았다.
서 연구원의 두 눈동자가 미친 듯이 흔들렸다.
놀랍게도 천장이 있어야 할 위가 휑하게 뚫려 있었다.
“이게 대체 어찌 된….”
바로 그때였다.
-꽉!
누군가 그의 목을 움켜잡았다.
“켁!”
서 연구원이 얼굴이 하얗게 질려서 할 말을 잃고 말았다.
그는 바로 천여운이었다.
놀라서 벌벌 떨고 있는 그에게 천여운이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
“네놈이냐?”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