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no Machine RAW novel - Chapter (172)
# 52장 폐검곡의 기연 (2) #
어두운 밤.
사방이 둥그런 암석 장벽으로 둘러싸인 곳이 있다.
오직 하늘만이 트여 있어서 이보다 높은 곳에서 바라보지 않고는 발견할 수 없는 비밀의 장소였다.
놀랍게도 이곳에 상당한 규모의 장원이 자리하고 있었다.
장원에 있는 건물 앞에는 수많은 탕기가 놓여 있었고, 약재 창고 안에는 수많은 약초들이 벽면의 약함을 가득 매우고 있었다.
누가 보아도 의원이라고 생각되는 곳이었다.
이곳은 바로 폐검곡의 암석 장벽 안에 숨겨진 신의(神醫)의 은신처였다.
한 장원 건물 안에는 여러 개의 침상이 놓여 있었는데, 그곳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한 중년의 사내가 있었다.
멋들어지게 올린 머리가 힘없이 헝클어져 있는 이 사내는 바로 사 장로 양단화였다.
그런 양단화의 입에서 저도 모르게 고통을 호소하는 신음이 흘러나왔다.
“윽!”
“무슨 사내가 이런 것도 못 참는가.”
-팍!
움찔 거리는 그의 머리를 붙잡는 한 노파가 있었다.
육십 대는 훨씬 넘겨 보이는 노파는 특이하게도 연령대에 비해서 굉장히 건장한 몸을 하고 있었다.
우람한 팔뚝 근육이 마치 고왕흘을 보는 듯 했다.
-툭! 툭!
“하아….”
양단화가 이렇게 통증을 호소하는 이유가 있었다.
그의 부상 부위 때문이었다.
오른쪽 이마에서부터 눈 밑까지 검기에 베이면서 시력을 상실하고 말았다.
괴물 같은 무위를 지닌 그 객잔주 노인과 겨루면서 얻은 부상이었다.
한 쪽 눈을 잃었지만 그래도 목숨을 건진 것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문 단주가 아니었다면 이렇게 치료도 받지 못했겠지.’
과연 교주가 뽑은 육검 중의 한 사람다웠다.
평소에는 순진무구해 보였는데 분노해서 전의를 불태우는 모습은 아직도 기억에 생생했다.
보통 고수들은 흥분하게 되면 이성을 잃고서 날뛰는데 그치는 반면, 문규는 놀라울 만큼 자신의 공격을 보조하면서 노인의 허점을 노렸다.
그 덕분에 ‘그 자’가 나타날 때까지 겨우 버틸 수 있었던 것이다.
‘대단한 재능이다. 어쩌면 십 년에서 이십 년 내로 본교에 연무화 장로에 버금가는 여자 고수가 등장할 지도 모르겠다.’
그들이 살아남을 수 있던 것은 전적으로 문규의 공이 컸다.
그렇기에 양단화는 그녀의 뛰어난 재능을 높이 샀다.
-따끔!
“윽!”
아무리 참으려고 해도 얼굴을 꿰매는 것은 아프다.
거의 다 꿰매갈 무렵에 건너편 침상에서 울음이 터져 나오는 소리가 들려왔다.
“엉엉엉! 히끅…공자님.”
“흑!…..어찌 그럴 일이….”
건너편 침상에서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고서 울고 있는 자가 있었으니, 바로 문규였다.
오열을 하듯이 울고 있는 그녀를 덩치가 커다란 여인이 끌어안고서 같이 눈물을 흘리고 있었는데, 그녀는 육검의 일인인 호상화였다.
놀랍게도 행방불명되었다고 알려진 그녀는 이곳 신의의 은신처에 있었다.
물론 살아있는 것은 호상화만이 아니었다.
“끄으으으윽! 주군!”
“……..”
문규의 옆 침상에는 초췌한 얼굴의 허봉이 상반신에 붕대를 칭칭 감고서 누워 있었다.
누워서 흐느끼는 허봉의 옆에는 백기가 앉아 있었는데, 큰 충격 받았는지 멍한 눈으로 중얼거렸다.
“이럴 수가…..”
같은 말만을 되뇌였다.
그들이 이런 반응을 보이는 것은 천여운이 폭발에 휘말려 낭떠러지에 떨어졌다는 소식을 들었기 때문이었다.
“서로 안면이 있는 일행이라 하더니 참으로 다르구먼.”
얼굴을 꿰매고 있는 노파가 오열소리에 잠시 뒤를 돌아보았다가 말했다.
노파가 이렇게 말하는 이유는 당연했다.
말수가 유달리 없는 백기나 호상화와 달리 감정 표현을 잘 표출하는 허봉과 문규였으니, 모르는 사람이 본다면 상반되어 보일 수밖에 없다.
“자네들의 주군이라는 자가 인덕이 있었나 보군. 모두가 눈물을 흘릴 정도면 말이야.”
“…….”
노파의 말에 사 장로 양단화는 아무 대답도 할 수 없었다.
그 역시도 죽은 교주를 떠올리면 가슴이 먹먹하긴 매한가지였다.
목숨으로 죄를 청하고 싶지만 지금으로서는 임무를 다해야만 했다.
-탁!
능숙하게 꿰매는 것을 마친 노파가 그의 꿰맨 부위에 약초를 발랐다.
치료를 받고 있던 양단화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저 신의 공.”
놀랍게도 양단화는 노파를 신의라고 불렀다.
건장한 체구에 근육질의 노파는 다름 아닌 이곳 숨겨진 장원의 주인인 신의 감로수였다.
노파가 눈썹을 치켜 올리며 말했다.
“내가 자네더러 그리 부르라고 하던가?”
“…..감 파파.”
노파는 어떤 이유에서인지 스스로 신의라 불리길 원하지 않았다.
평범한 할머니라 불리는 걸로 만족했다.
이 노파는 참으로 특이한 사람이었다.
처음에는 우락부락할 만큼 발달한 근육 때문에 무공을 익혔나 싶었는데 그것도 아니었다.
그가 의아해 하자 신의는 당연하다는 듯이 말했다.
‘자고로 의원이라면 긴 수술을 위해 체력을 단련해야지.’
옳은 말이긴 했다.
다만 그녀가 말한 체력이라는 것이 상당히 과해 보였지만 말이다.
감 파파라고 부르라는 신의 감로수에게 양단화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혹시 진료 의뢰를…”
-꽉!
“으윽!”
신의 감로수가 약을 바르다 말고 양단화의 상처 부위를 꾹 눌렀다.
근육만큼이나 힘이 보통이 아니다.
덕분에 양단화는 통증으로 하던 말을 중간에 멈춰야만 했다.
“하아…..”
이상하게 신의 감로수는 처음 보았을 때부터 부탁을 하려고 할 때마다 말을 자르고서 꺼내지도 못하게 했다.
그녀가 의무실의 입구 쪽으로 흘깃 눈동자를 움직였다.
그곳에서 두 명의 무사들이 유심히 신의 감로수를 지켜보고 있었다.
마치 감시를 하는 것처럼 말이다.
‘저들의 눈치를 보는 것인가?’
사 장로 양단화 역시도 그녀의 태도가 이상하게 느껴졌는지 더 이상의 권유를 멈췄다.
처음 이곳에 왔을 때만 하더라도 도움을 받았다는 생각에 감사하기만 했는데, 어느 순간부터 이곳 장원의 분위기가 이상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슥슥!
약초를 바른 후에 상처부위에 붕대를 감아준 신의 감로수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녀가 최대한 내색하지 않고 당부했다.
“상처 부위는 이레 정도는 꾸준히 치료를 받아야 하니, 안정을 취하도록 하게. 그럼.”
그 말과 함께 그녀는 볼일을 마쳤다는 듯이 의무실 밖으로 나갔다.
의무실 입구 쪽에서 대기하던 무사 두 명도 그녀를 호위하듯이 뒤를 따랐다.
신의 감로수가 나가자 양단화의 귓가에 전음이 들려왔다.
[양 장로도 슬슬 눈치 챘겠지?]양단화가 고개를 옆으로 돌리자 좌측편의 침상에 걸터앉아 있는 짙은 눈썹에 미녀가 팔짱을 끼고서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는 바로 이 장로 연무화였다.
특별 파견대의 두 사람이 이곳에 있던 것처럼 그녀 역시도 무사했다.
처음으로 인피면구 속에 감춰진 연무화의 젊어진 모습을 보게 된 양단화는 아직도 익숙하지 않은지 어색한 눈빛으로 전음에 답했다.
[……감시를 당하는 것 같소.]신의 감로수에게 붙어있던 무사들이 떠났지만 여전히 주위에 몇몇 기척이 느껴졌다.
그 기척들은 한시도 눈을 떼지 않고 의무실 안의 동태를 살피고 있었다.
그래서 그들은 전음으로 대화를 나누는 것이었다.
[연 장로. 대체 어찌된 영문이오?]부상을 입은 것 때문에 신의에게 상처를 치료받느라 정작 대화를 나누지 못했던 그들이었다.
양단화의 물음에 연무화가 한숨을 푹 내쉬며 대답했다.
[이곳에 도착한 우린 저들과 대치했었다.]폐검곡에 도착한 연무화의 일행을 누군가 공격해왔다.
정확히 말하면 누군가들이었다.
그들은 이곳 숨겨진 장원에서 나온 무사들이었는데, 연무화와 일행을 습격한 후에 정체를 물었었다.
물론 정파의 영역이었기에 연무화가 그것을 밝힐 리가 없었다.
그저 혹시나 하는 마음에 의(醫) 자가 적힌 주홍색 옥패를 보이면서 신의를 만나러 온 사람들이라고만 했다.
그러자 그들을 습격했던 자들이 경계심을 한층 풀고서 관심을 보였다.
[그때 그 객잔주와 세 명의 고수가 나타났다.]갑작스러운 노인의 등장에 새로운 싸움이 벌어지고 말았다.
노인도 그랬지만 다른 세 명도 초절정의 고수였는데, 그들 덕분에 순식간에 암종의 대원이 살해되었고 숨겨진 장원에서 나온 무사 두 명도 죽임을 당했다.
그렇게 연무화가 객잔주 노인과 싸우고 있을 무렵에 ‘그 자’가 나타났다.
[…..무당패검 현운자.]무겁게 가라앉은 그녀의 전음에 양단화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역시 그자가 맞구려.]양단화가 그 이름을 모를 리가 없었다.
중원 무림에서 가장 강하다고 알려진 오대 고수.
그 오대 고수의 밑으로 차세대 절대자가 될지도 모른다고 알려진 아홉 무인들이 있다.
무림인들은 그들을 통틀어 구패(九霸)라고 불렀다.
구패 중에서 무당패검 현운자는 무당파의 장로이자 정파 무림에서 명성을 떨치는 고수였다.
[그의 도움으로 노인을 쫓은 뒤에 우리는 이곳에 들어올 수 있었다. 하지만…..보다시피 아직도 신의를 설득하지 못하고 있다.]사 장로 양단화가 했던 것처럼 그들도 진료 의뢰를 했지만 소용없었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주홍 옥패가 있다고 해도 치료를 하기 힘들다는 말만을 번복할 뿐이었다.
그녀는 그 이유가 이곳을 지키고 있는 무당패검 현운자에게 있다고 추측했다.
‘대체 무엇 때문일까?’
신의의 태도를 보면 분명 숨겨진 무언가가 있었다.
당장에 문제는 무당패검이었다.
[그 자가 아직 우리의 정체를 모르는 것이 다행이구려.]하필 이곳에 무당패검 현운자가 있으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여기서 한 가지 더 의문스러운 점이 있다면 현운자 외에 다른 무사들은 무당파의 도인 같지는 않았다.
연무화가 무거운 숨을 내쉬며 전음을 보냈다.
‘……..’
현운자 정도 되는 자가 그들 일행을 의심하지 않을 리가 없었다.
그들 일행에 무림에서 수위에 꼽히는 화경의 고수가 두 명이나 있는데, 당연히 출신이나 어디에 속하는지 알아내려 할 것이다.
[어쩌면 알면서도 우리를 이용하려 드는 것일 수도 있겠지.]연무화가 숨어있는 기척들이 있는 곳을 바라보면서 의미심장하게 말했다.
한편 장원의 다른 건물.
그곳에서 흰 수염에 강인한 인상을 가진 도복의 노인이 어떤 이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그들은 어젯밤 당원 객잔에 있던 무당파의 도인들이었다.
도인들 중에 가장 항렬이 높은 무진자가 말했다.
“그래서 연락이 끊겼군요. 현 사숙.”
“그렇다. 그들이 이곳 폐검곡을 둘러싸고 있는 바람에 어쩔 수가 없었느니라.”
흰 수염의 무당파 도인은 바로 무당패검 현운자였다.
현운자는 한 달 동안이나 무당파와 연락이 끊겼던 이유를 그들에게 설명해주었다.
물론 그 이유는 객잔주로 변장한 노인과 관련이 있었다.
언젠가부터 나타난 그들이 폐검곡의 숨겨진 장원을 찾기 위해서 수색을 하는 바람에 제대로 된 연락을 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현 사숙. 차라리 무당이나 제갈세가로 장소를 옮기는 것이 어떨까요? 거의 대법이 완성되었다면 굳이 신의의 거처를 고집할 필요가 있을까요?”
“……그녀를 너무 자극해서 나쁠 것은 없다. 푸른 하늘(蒼天)을 위해서라지만 정도는 지켜야 한다.”
“죄송합니다.”
“괜찮느니라. 그리고 네 말대로 신의가 대법을 거의 완성했다. 저들이 이곳의 위치를 파악한 이상 장소를 옮기는 것이 옳다.”
더 이상 이곳에 머무르기에는 이미 노출된 게 많았다.
입구에 청옥석 벽과 기문진식이 설치되어 있지만 뚫리는 것은 시간문제일 것이다.
무진자가 한 가지 더 의아한 것이 있는지 물었다.
“헌데 현 사숙. 저들을 어찌 도와준 겁니까? 아무리 봐도 저들은 사파 연맹이나 마교의 주구들이 틀림없습니다.”
그가 말하는 저들은 천여운 일행을 뜻했다.
무당패검 현운자에게서 그들 일행 중에 화경의 고수가 두 명이나 있다는 말에 경악을 했던 무진자였다.
화경의 경지는 무림에서도 수위에 꼽히는 고수들이었다.
“무 사형의 말이 맞습니다. 사숙.”
그렇지 않아도 천여운이 인피면구를 하고 있는 것 때문에 그 일행을 의심하고 있던 무당파의 도인들이었다.
물론 드넓은 중원 무림에 숨겨진 고수들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서로 같은 일행에 두 명이나 되는 화경의 고수가 있다면 분명 그들은 무림 삼대 세력 중에서 한 곳에 속해 있을 확률이 높았다.
정파의 인사들은 그들이 잘 알고 있으니, 당연히 사파 연맹이나 마교 외에는 답이 없었다.
“더군다나 저들도 신의를 노리는 자들이잖습니까?”
“……이이제이다.”
이이제이(以夷制夷).
오랑캐를 이용하여 다른 오랑캐를 제압한다는 말이다.
“아아! 설마 저들을 이용해서?”
“그래. 저들을 방패로 삼아서 그들을 막고서, 우리는 신의를 데리고 무당산으로 귀환한다. 알겠느냐?”
“원시천존. 원시천존. 참으로 혜안이십니다.”
현운자의 진정한 의중을 알게 된 무진자가 그의 혜안에 탄복했다.
밖에서 이곳을 노리는 자들만큼이나 천여운 일행을 위험하게 생각하고 있던 무진자로서는 그의 계획이 달가울 수밖에 없었다.
설사 그것이 현재 동맹을 맺고 있는 마교라고 할지라도 말이다.
* * *
같은 시각 절벽의 낭떠러지.
그곳에서 경쾌하게 허공을 가르는 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었다.
-촤촤촤촤촤촤촤촥!
온통 어둠뿐인 공간 속에서 한 청년이 쉬지 않고 검초를 펼치고 있었다.
검초를 펼치고 있는 이 청년은 바로 천여운이었다.
그는 벌써 한 시진이 넘게 검초를 펼치고 있었는데, 이것은 기존에 천여운이 익히고 있던 것들과는 확연하게 달랐다.
-촤촤촤촤촥! 파팍!
끊임없이 이어지던 검초가 중간에 끊기면서 천여운의 신형이 흔들렸다.
제대로 검식이 연결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하아….하아….”
천여운은 지쳤는지 바닥에 주저앉아서 휴식을 취했다.
이마에는 땀방울이 송글송글 맺혀있었다.
‘쉬운 일이 아니구나.’
두 절세무공의 깨달음을 하나로 모은다는 것을 절대로 쉽게 이룰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지금까지 검을 휘두르며 시도하고 있던 것은 천마검공에 극도신의 무공의 장점을 합치는 일이었다.
천여운은 두 시진 전을 떠올렸다.
처음 천마 조사가 남긴 흔적들을 보고서 경악을 금치 못했다.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할 수 있는 거지?’
자신은 전혀 생각하지 못한 발상의 전환에 놀라웠다.
그저 완성된 무공을 숙달하는데 그친 자신과 달리 천마 조사는 새롭게 보게 된 무공에서 깨달음을 얻어서 시도를 하려고 했다.
그것이 불발에 그쳤지만 말이다.
‘육체의 한계.’
아무리 무공과 검에 있어서 최고의 영역에 이른 천마라고 해도 유일하게 극복할 수 없는 문제였다.
무공을 위한 최고의 신체를 가진다고 해도 인간이 발달시킬 수 있는 근육과 근섬유질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이 극도신의 도법은 인간의 한계 영역까지 발달시켜야만 완전히 펼칠 수 있다.
이를 검법에 담으려고 했던 천마는 몇 번의 가벼운 시도 끝에 결론을 내렸다.
‘불가능.’
하지만 천여운을 달랐다.
천마검공, 극도신의 무공, 역혈마공을 분석하면서 인간의 한계를 넘어설 만큼 근육과 근섬유질이 발달한 그였다.
천여운은 천마가 시험 삼아서 만든 초식을 무리 없이 펼칠 수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완성된 천마검공이 아니었기에 천마가 만들었던 것을 표본 삼아, 천여운이 직접 합쳐야만 했다.
‘…..어렵다.’
다만 이론적으로는 가능했지만 그걸 실질적으로 합치는 것은 쉽지 않았다.
기존에 있는 천마검공의 초식 자체가 완벽하게 검식의 조화를 이루기 때문에 거의 새로운 초식을 창안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다시 해보자.’
적당히 휴식을 취한 천여운이 일어나서 다시 검초를 펼쳤다.
-촤촤촤촤촤촤촥!
나노를 통해서 시뮬레이션을 돌리며 분석하고 있다.
하지만 그 스스로도 직접 한계에 부딪치면서 깨달음을 얻고 싶다.
천여운은 쉬지 않고 새로운 검식을 다양한 방법으로 합치기 위해 노력했다.
“하아….하아….”
‘지친다.’
그러기를 또 한 시진이 지나고 이제는 완전히 탈진했다.
연속해서 천마검공을 두 시진 가까이 펼치니 내공이 완전히 비어버렸다.
어째서 한계를 뛰어넘은 새로운 검식을 합칠 수 없을까?
수많은 방법으로 도전해도 계속 실패했다.
‘기존의 검식에 한계를 넘어선 검식이 합쳐지지 않는다. 어떤 식으로든 조화를 이뤄야 하는데…..’
새로운 검식들이 조화를 이뤄야만 검공이 완성된다.
대 자로 뻗어서 조화를 어떻게 이뤄야 할지 고민을 거듭하던 천여운의 머릿속에 문득 뭔가가 스치고 지나갔다.
‘그래! 기존의 검식을 전부 활용하려 하지 말자. 조화롭지 않다면 빼는 것이 옳다. 굳이 스스로 제한을 둔다면 조화를 이루는데 자유롭지…..자유롭지…..’
기존의 검식.
그리고 새로운 검식의 조화를 생각하던 천여운에게 의도하지 않았던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깨달음이라는 것은 의식하지 않았을 때 찾아오곤 한다.
‘조화를 이루기 위해선 자유로움 필요하다. 그것은 스스로를 가둬두는 것이 아니라 여는 것에서 이루어진다.’
화경(化境).
그것은 기존에 가진 것을 일원화 하는 과정에서 깨달음이 온다.
화경을 이룬 고수가 스스로의 내기를 완전히 통제할 수 있는 것은 그에서 비롯된다.
하지만 그보다 높은 경지는 다르다.
화경을 넘어서는 경지는 기를 다루는데 있어서 스스로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로워진다.
내외(內外)가 조화를 이루면서 기를 자유롭게 순환할 수 있을 때, 그 깨달음을 일컬어 무인들은 현경(玄境)의 경지라 부른다.
-고오오오오!
천여운의 몸에서 강렬한 빛이 흘러나오며 그의 주변이 요동쳤다.
고요하던 대자연의 기운들이 내공이 비어버린 천여운의 몸으로 빨려 들어왔다.
대자연의 기운이 내부의 경맥들을 순환하면서, 어느덧 좌선하고 있는 천여운에게 새로운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