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no Machine RAW novel - Chapter (338)
# 종장 (2) #
-우우웅!
밤하늘의 공간이 일렁이며 거대한 무언가가 모습을 드러냈다.
공간을 투과시켜 보여주는 역반사 패널이 해제되면서 산 정상이 밤하늘의 달빛을 완전히 가려버렸다.
그것은 한 마리의 거대한 수리와 같은 형태였다.
다만 다른 것이 있다면 영롱한 은빛을 띠고 있어서 차가운 느낌마저 들었다.
-슈우우우!
날개 부분에서 흰 빛의 자기장 입자가 뿜어져 나오며 고도를 낮추는데, 밑으로 압력이 생겨나며 세찬 바람이 몰아쳤다.
이를 바라보는 천여운의 입에서 절로 탄성이 흘러나왔다.
저들이 자신을 감시했을 때 썼던 ‘드론’이라는 것과는 비교도 안 되는 거대한 크기였다.
‘저기에 사람이 타고 다닌다고? 미래의 마차는 참으로 신기하군.’
게다가 날아다니기마저 한다.
나노가 아니었다면 지금보다 더 놀랐을 지도 몰랐다.
‘공중 마차라고 해야 하나?’
어찌 되었든 그의 목적은 저 하늘을 날고 있는 타임젯(Timejet)이라는 것에 있었다.
저 안에 있는 자들을 전부 제압하고 타임젯을 탈취할 작정이었다.
‘저 녀석에게 좋은 방법을 들었으니까.’
공중에 떠있는 타임젯의 바로 밑에 혼자 덩그러니 있는 자가 있었다.
혈도가 제압되고 두 눈이 파여서 엎어져 있는 이 자는 키뉴 특전대의 부관인 테레즈였다.
천여운은 그가 제안한 방법이 나름 괜찮은 묘안이라 여겼다.
‘어차피 놈들을 죽여 봐야 계속 미래에서 병력을 보내겠지.’
그렇게 된다면 악순환의 반복이었다.
당장에야 자신이 미리 눈치 채고서 저들을 처리했지만 미래의 과학 기술은 무궁무진했다.
어떤 식으로 나올지 알 수 없는 것이었다.
그래서 천여운은 테레즈가 거짓말로 제안했던 방법을 차용하기로 했다.
‘딱 한 놈만 암시를 걸면 된다.’
천여운은 이 방법을 주로 적에게서 정보를 빼낼 때 사용한다.
하지만 암시는 세뇌를 통해 행동과 기억에 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그것이 복잡해지면 어렵지만 단순할수록 암시는 걸기 쉬워진다.
‘격전 중에 내가 죽었다는 정보.’
단 한 사람의 생존자에게 이 암시를 걸면 된다.
테레즈는 자신이 죽으면 나노머신도 사라진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렇다면 생존자가 미래에 이것을 보고한다면 그 타임 패트롤의 본부에 있는 수뇌부들도 믿게 될 확률이 높았다.
‘이것도 실패한다면……다른 방법을 강구해야겠지만.’
해서 나쁠 것은 없었다.
천여운이 날카로운 눈매로 타임젯을 주시했다.
-위잉!
그때 공중에 떠있는 타임젯의 아래 부분에서 원형의 빛이 일직선으로 내려오더니, 바닥에 쓰러져 있는 테레즈를 비췄다.
그러자 테레즈의 몸이 들썩거리며 위로 떠오르려 했다.
‘이런!’
천여운이 인상을 찡그렸다.
저들이 내려와서 직접 데려갈 거라 여겼는데, 예상 외의 방법을 썼다.
어떤 원리인지는 모르겠지만 허공섭물처럼 저 자의 몸을 타임젯에 실어서 돌아가려는 모양이었다.
‘그렇게 내버려둘 순 없지.’
천여운이 멀리서 테레즈를 향해 손을 뻗었다.
그러자 심후한 진기에 의해서 들썩거리며 살짝 떠올랐던 테레즈의 몸이 다시 밑으로 내려와 땅바닥에 붙어버렸다.
-우우우웅!
원형의 빛이 계속해서 그를 잡아당기려 했으나 꿈쩍도 하지 않았다.
몇 번을 시도하던 끝에 원형의 빛이 사라졌다.
‘과연 어떻게 나올까?’
동료가 살아 있다.
망설이고 있지만 분명 구출을 시도할 거라 여겼다.
처음부터 버릴 생각이었다면 구원 요청을 무시했을 테니 말이다.
천여운의 그 짐작은 정확했다.
-위이이잉!
타임젯이 고도를 낮추며 좀 더 밑으로 내려왔다.
최대한 안전거리를 유지해서 구출을 성공하면 언제든지 도망칠 수 있도록 하려는 모양이었다.
대략 칠 장(丈) 정도까지 내려왔다.
-파파파파파팍!
땅에 많이 가까워지자 자기장 입자 때문에 바람이 거세서 사방으로 모래와 먼지바람이 흩날렸다.
-철컹! 위이이잉!
타임젯의 옆에서 입구로 보이는 곳이 열렸다.
네모난 입구에 세 명의 붉은 슈트를 입은 자들이 무기 등을 들고 서있었다.
슈트의 굴곡을 보아 두 사람의 사내와 한 여인이었다.
그 뒤로 슈트를 입지 않은 가슴 부분이 파여서 풍만한 몸매를 자랑하는 여인이 서서 그들에게 뭔가를 지시하고 있었다.
[위험할 수도 있으니까. 생존자를 와이어에 묶어서 올리자마자, 세 사람 모두 곧장 올라와. 바로 출발할 거니까. 그때까지 경계 엄호 철저히 하고.] [라저.]타임젯의 입구를 열면서 바람 소리가 거셌기에 그들은 무전으로 대화를 나눴다.
명령을 받은 그들이 타임젯에서 밑으로 뛰어내렸다.
-촤르르르륵!
-슈우욱!
여자는 와이어를 팔에 감아서 뛰어내렸고, 다른 사내 두 사람은 슈트에 입자를 발산하며 천천히 땅에 안착했다.
슈트를 입고 있는 데드로즈 특전대의 여인이 서둘러 바닥에 쓰러져 있는 생존자 테레즈의 상태를 살폈다.
[이런!] [왜 그래? 안나.] [두 눈이….우욱!]안나라 불린 대원이 두 눈알이 없는 테레즈를 보면서 거북해했다.
두 남자들도 잔인함에 혀를 내두를 정도였으니, 속에서 올라오는 것도 당연했다.
[대체 그 무림인이라는 놈이 얼마나 괴물이었으면 전부 전멸하고 혼자 이 꼴이 돼서 살아남은 거지?]영상으로 보았을 때 분명 대단한 실력자였다.
초진동 탄환을 막아낼 정도의 괴물이었으니 말이다.
[키뉴 특전대장은 대 게이트 전을 여러 번 치른 베테랑이라고 들었는데, 시신조차 남지 못하고 죽다니. 하…..]겨우 속을 가라앉힌 안나가 테레즈의 몸을 와이어 줄로 감으려 했다.
그런데 정신을 잃고 있을 거라 여겼던 테레즈의 입에서 신음소리가 들렸다.
“읍읍읍읍!”
몸을 파르르 떨면서 경기를 일으키고 있었다.
[뭔가 이상한데.]남자 대원 중 한 사람이 테레즈의 몸에 손을 내밀었다.
그러자 슈트의 손바닥에서 붉은 빛이 흘러나와 테레즈의 몸을 스캔했다.
[혈류의 흐름이 에너지에 의해 막혀 있다는데.] [잠깐만요. 이거 들어 봤어요. 무림인이라는 특수 능력자들이 에너지로 혈류의 흐름을 막는 기술이에요.]그녀가 허리춤의 붉은 십자 표시의 상자에서 주사기 같은 것을 꺼냈다.
그리고 뚜껑을 열어서 테레즈의 목에 꽂았다.
-푹!
주사기에 들어있던 푸른 약물이 혈관을 타고 들어갔다.
[일단 재생 나노 머신을 주입했으니, 시간이 지나면 혈류의 흐름이 원래대로 돌아올 거에요. 와이어에 묶을 게요.] [엄호 할게.]대원 안나가 와어이 줄을 테레즈의 몸에 묶는 동안 두 사람이 엄호 경계에 들어갔다.
[판넬.]-슈슈슈슈슉!
한 대원의 슈트에서 작은 드론 서른 개가 나와서 사방에 초진동 탄구를 겨냥했다.
다른 대원은 한 손에 총을 들고, 다른 한 손바닥을 빈 허공에 내밀면서 주위를 살폈다.
-달칵! 달칵!
서두른 덕분에 테레즈의 몸에 와이어 줄이 잘 묶여졌다.
-탁탁!
줄을 잡아 당겨서 묶인 상태를 확인한 안나가 타임젯으로 무전을 보냈다.
[타임젯. 생존자를 와어이에 고정시켰다. 이제 올리….]-팍!
바로 그때 그녀의 손목을 누군가 붙잡았다.
“꺄아아아악!”
순간 놀라서 당황스러워했는데, 그녀의 팔을 붙잡은 것은 바로 테레즈였다.
방금 전까지 혈도가 제압되어서 움직이지 못하던 그가 힘겹게 떨리는 손으로 그녀를 붙잡고서 입을 열었다.
“…..이….야…이…라고!”
바람 소리 때문에 잘 들리지 않았다.
A.I 슈트에 명령을 내려서 테레즈의 목소리를 키우게 했다.
그러자,
“함정이라고!!! 빨리 도망쳐!”
[함정?] [안나 그게 무슨 말….]경계를 서던 남자 대원이 의아해서 물어보려던 순간이었다.
판넬 시스템으로 자동 엄호 경계에 들어가 있던 드론들이 일제히 어느 방향을 향해 초진동 탄환을 연사하기 시작했다.
-탕! 탕! 탕! 탕!
[앗!]그들의 슈트의 고글로 엄청난 속도로 달려오는 한 인영이 포착되었다.
놀랍게도 그 인영은 날아가는 초진동 탄환을,
-채채채채채채챙!
검과 같은 것으로 전부 베어냈다.
세 사람은 동시에 경악스러워했다.
긴 머리카락을 흩날리며 달려오는 그 자는 바로 천여운이었다.
사전에 미션 브리핑을 위해서 보았던 그 얼굴이 틀림없었다.
[그, 그 무림인이에요!] [판넬! 분산 요격!]-슈슈슈슈슉!
드론들을 조정하는 남자가 앞으로 나서서 명령을 내리자, 그들의 주변에서 한 방향으로 사격을 하던 드론들이 사방으로 퍼져 나가 천여운을 사격하려 했다.
그러나,
“이런게 많나 보군.”
천여운이 사방으로 산개하려는 드론들을 향해 손을 뻗었다.
그러자 드론들이 일제히 움직임에 제약이 걸린 듯이 그 자리에 멈춰 섰다.
[엇? 드론이?] [왜 그래요?] [모, 모르겠어. 판넬이 침식당했다고 하는데 왜 이러는 건지…]바로 그때였다.
천여운이 그를 향해 뻗었던 손바닥을 밀어내는 시늉을 했다.
무슨 짓을 하나 의아해하는데 멈춰 섰던 드론들이 일제히 남자 대원을 향해 날아왔다.
[뭐, 뭐얏?]남자가 당황해서 날아오는 드론들을 향해 두 손을 뻗었다.
-푸슝!
손에서 자기장 에너지가 일직선으로 빔의 형태로 발사되며 드론을 격추시켰다.
하지만 드론이 날아오는 속도가 너무 빨랐다.
격추시킨 것은 고작 여섯 개에 불과했다.
-파파파팍!
“으아아악! 떼 줘! 떼 달라고!”
몸에 드론이 달라붙자, 당황한 남자 대원이 길길이 날뛰며 이를 떼어 내려했다.
그의 슈트에서 파장을 방출해 떼어보려 했지만 소용없었다.
천여운이 손바닥을 움켜쥐었다.
그 순간,
-콰콰콰콰콰콰콰쾅!
“끄아..”
드론들이 일그러지더니, 이내 남자의 몸에 붙은 상태로 폭발해버렸다.
짧은 비명과 함께 사내의 몸이 폭발 속에 휘말렸다.
“이런!”
-탁!
그때 근처에 있던 다른 남자 대원이 재빨리 바닥을 향해 손을 짚었다.
그러자,
-쿠르르르르!
바닥의 돌들이 위로 올라오며 작은 장벽을 만들어내 폭발의 여파를 막아냈다.
‘응?’
천여운의 눈에 이채가 띠었다.
뭔가 그의 손에서 독특한 기운이 발하더니, 땅바닥에 있던 돌덩이들이 움직였다.
‘진기와는 다르다.’
내공이나 진기와는 다른 류의 힘이었다.
그런 그와 달리 두 사람은 혼란스러움에 정신이 없었다.
안나가 다급히 무전을 쳤다.
-휘리리릭!
무전이 들리며 와이어 줄이 휘감기기 시작했다.
와이어 줄이 팽팽해지면서 묶여 있는 테레즈의 몸이 위로 떠오르려 했다.
무선으로 들려오는 데드로즈 특전 대장인 루아즈의 목소리가 다급히 들려왔다.
[너희도 당장 탈출해라. 고도를 높이겠다.] [라저!]-슈우우우우!
특전 대장 루아즈의 말대로 타임젯이 천천히 고도를 높여갔다.
그들도 서둘러 슈트를 비행모드로 전환해 자기장을 발산해 탈출을 시도하려 했다.
[안나! 내가 능력으로 엄호할 테니, 먼저 날아!]남자가 몸을 돌려서 두 손을 들어올리는 시늉을 했다.
그러자 그들의 주변 바닥에 있던 수십 개의 돌멩이들이 위로 떠올랐다.
‘마틴의 초능력이라면 잠시 동안 방어가 가능할 거야.’
특전 대장인 루아즈를 제외한다면 공방에 특화된 초능력을 지닌 마틴이었다.
저자의 한계를 알 수 없지만 잠시 동안은 막을 수 있으리라 여겼다.
[알겠어요!]대원 안나가 고개를 끄덕이며 감기는 와이어를 따라서 위로 날아오르려고 했다.
바로 그 순간이었다.
-푹!
[컥!]-슈우우욱! 털썩!
몸을 돌린 상태로 천천히 그들보다 느리게 따라오던 마틴이 갑자기 단말마의 비명과 함께 밑으로 떨어졌다.
[마, 마티이이이인!]놀란 그녀가 떨어진 마틴을 바라보았는데, 머리의 뒤통수가 뚫려 있었다.
밑에서 천여운이 위로 날아오르는 그들을 향해 두 손가락을 모아서 겨냥하듯이 팔을 뻗고 있었다.
그 사이의 허공에 불투명한 검의 형태로 보이는 무언가가 떠있었다.
-오싹!
‘저, 저건….’
영상 속에 보았던 그 알 수 없는 무림인의 힘이었다.
‘도망쳐야 해!’
잔뜩 겁에 질린 안나는 생존자를 엄호해야 한다는 사실도 잊고서, 비행 모드의 자기장 출력을 최대치로 높여서 먼저 타임젯에 오르려고 했다.
그런 그녀의 두 눈에 믿을 수 없는 광경이 보였다.
-끼기기기기기기!
추진기에서 자기장 입자를 밑으로 발산하며 고도를 높이려고 하는 타임젯이 위로 올라가지 못하고, 밑으로 조금씩 끌어내려오고 있었다.
[뭐야? 왜 고도가 내려가는 거야?] [모, 모르겠습니다! 뭔가 강한 힘이 기체를 끌어당기는 것 같습니다.]안나의 무전으로 타임젯 안에서 하는 말들이 들려왔다.
“서…..설마?”
당황한 그녀가 고개를 돌려 밑을 쳐다 보았다.
그 밑에서 천여운이 날아오르려는 타임젯을 향해 손을 뻗어 끌어당기는 시늉을 하고 있었다.
‘!!!’
말도 안 되는 힘에 안나는 경악하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