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no Machine RAW novel - Chapter (67)
# 21장 되로 주고 말로 받는다(2) #
“공자님!!!”
너무도 갑작스럽게 일어난 일이었다.
물수제비처럼 바닥을 수차례나 튕기며, 쓰러진 생도들의 저편으로 날아가 버린 천유찬을 보며, 그 수하들이 전부 놀라서 동시에 소리쳤다.
천유찬의 수하들은 이 사태를 이해할 수가 없었다.
갑자기 염파가 조용히 천유찬의 뒤로 다가가서는 기습적으로 주먹을 날렸다.
공터의 멀리까지 튕겨져 나간 천유찬은 갑작스러운 일격에 충격이 심했는지, 바닥에 손을 짚고서 움직이질 못했다.
“염파! 너 이게 무슨 짓이야!”
천유찬의 수하 중에서 또 다른 노란 명찰을 차고 있는 적풍도종의 오지란이 소리쳤다.
길쭉한 턱에 눈썹이 아래로 쳐져서 우울한 분위기를 가진 그녀는 파부종의 호상화와 더불어 마도관의 여자 생도들 중에서 세 손가락에 꼽히는 고수였다.
“네놈이 정녕 미쳤구나.”
양도종의 우금필이 화를 참지 못하고 염파를 제압하기 위해 신형을 날렸다.
그런 그의 앞을 누군가가 가로막았다.
-퍽! 타타탁!
절도 있으면서도 강한 공력이 실린 일권에 우금필이 양팔을 교차하며 급히 방어를 했지만 뒤로 세 보 밀려났다.
우금필은 자신을 공격한 대상을 바라보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꿈틀꿈틀!
상의를 찢고 튀어나올 것 같이 굉장한 근육.
일반 생도들의 거의 두 배에 가까운 거구의 신장을 지닌 그는 마권종의 고왕흘이었다.
바닥에 기절해 있던 그가 벌떡 일어나서는 자신을 가로막은 것이었다.
“뭐야? 네놈이 어떻게?”
“다들 일어나야 할 것 같소.”
당혹스러워하는 우금필을 뒤로 한 채, 고왕흘이 쓰러져 있는 생도들을 향해 말했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이 기절해 있던 생도들이 눈을 번쩍 뜨더니, 자리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일어나는 것이 아닌가.
“빠르네요.”
“좀 더 누워있을 줄 알았는데.”
“뭐, 계획대로는 되었으니까.”
저들끼리 투덜거리며 일어나는 모습에 순간 벙 졌다가 얼굴이 분노로 일그러졌다.
“이, 이것들이!!!”
그제야 천유찬의 수하들은 자신들이 속았음을 알아차렸다.
옷과 얼굴에는 먼지와 피를 묻히고 있었지만, 자세히 보면 누구하나 상처 같은 건 없었다. 그저 부상을 당한 척 속인 것이었다.
‘잠깐 그러면 이 녀석들을 데리고 온 십이 조는?’
우금필이 떨리는 눈빛으로 갈연과 전 십이 조의 생도들을 쳐다보았다.
그러자 그들 역시도 고왕흘의 신호를 기다렸던 것처럼 허리춤에 차고 있던 목검을 빼들어 싸울 태세를 갖췄다.
“염파! 이노오오오옴! 감히 공자님을 배신했다는 말이냐!”
누군가 화를 참지 못하고 일갈을 내뱉었다.
우금필, 오지란과 마찬가지로 노란 명찰을 가슴에 달고 있는 생도였다.
그는 패권종의 진유로 고왕흘보다는 신장이 작았지만 그 못지않게 전신의 근육이 고루 발달한 권법의 달인이었다.
“역시 염파 놈이 배신한 건가?”
“염파 이 간사한 놈이!”
천유찬의 수하들이 하나 같이 분노해서 피로 얼룩진 천으로 얼굴을 감고 있는 염파를 노려보며 외쳤다.
어지간히 신뢰를 얻지 못한 듯 했다.
천유찬을 기습했던 염파가 그들을 향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했다.
“괜한 짓을 했군.”
그리고는 얼굴에 두르고 있던 천을 답답하다는 듯이 풀어버렸다.
-스르르륵!
얼굴을 가리고 있던 천이 벗겨지자, 천유찬의 수하들의 표정이 일제히 굳어졌다.
분명 방금 전에 목소리는 분명 염파였는데, 가려진 천 안에 드러난 얼굴은 완전히 다른 사람이었다.
“천여운!!!”
그는 바로 칠 번 생도 천여운이었다.
얼굴을 두른 천 때문에 갑갑했었던 천여운이 시원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대체 이게 어떻게 된 일일까?
그것은 반 시진 전에 역혈마공을 펼쳤던 하일명을 제압하고 나서의 일이다.
역혈마공으로 내공을 폭증시켜 점혈을 풀어낸 하일명은 짐승처럼 울부짖으며 천여운을 향해 덤벼들었다.
“주군!!!”
공력이 폭증한 상태로 하일명은 왼손의 검결지로 절초를 펼쳤다.
머릿속이 하얗게 변하며 이지를 잃기 전에 무조건 천여운 만큼은 쓰러뜨리려 했다.
천여운의 뒤로 검결지가 닿기도 전에 그의 왼쪽 옆구리를 누군가가 발차기를 날려 걷어찼다.
-퍽!
그는 바로 백기였다.
오른 손가락을 전부 부러뜨린 천여운에 대한 분노로 미처 보지 못했는데, 백기 역시도 바로 옆에 있었다.
위급한 상황이었기에 백기는 생각할 겨를도 없이 아까 전처럼 발차기를 날렸던 것이다.
“크아아아!”
-파팡!
“헛?”
그러나 이번에 날아간 사람은 하일명이 아닌 백기였다.
공력이 폭증한 하일명의 몸에서 생겨난 강한 반탄력에 튕겨져 나간 것이었다.
‘이 놈이 또 나를 방해해!’
천여운을 공격하던 하일명은 또 다시 자신의 부러진 갈비뼈를 노린 백기에게 분노해서 방향을 틀어, 튕겨져 나가면서 넘어진 그를 공격하려했다.
그러나 천여운이 그것을 지켜볼 리가 없었다.
“어딜!”
-꽉!
백기를 향해 신형을 틀려고 하는 하일명의 오른 팔목을 천여운이 붙잡았다.
절정의 초입인 백기마저 반탄력으로 튕겨낸 하일명은 스스로의 폭증한 공력을 과신했다.
‘이번에도 통할 것 같으냐!’
하일명이 폭증한 공력을 십성으로 끌어올려 대항했다.
그러나 아무리 폭증했다고 한들, 일 갑자 반의 내공과 청옥석에 흔적을 남길 수 있을 만큼 괴력을 가진 천여운이 힘에서 밀릴 리가 없었다.
-휘익!
“크어어어?”
팔목이 잡힌 채로 하일명의 몸이 허공으로 떠올라 바닥에 내동댕이쳐졌다.
-쾅!
“크아악!”
이를 놓치지 않고 천여운이 바닥에 누운 하일명의 위로 뛰어올라, 그의 머리를 향해 주먹을 내리찍었다.
-콰앙!
워낙 다급하게 제압하려다보니 약간 힘 조절이 되지 않았다.
염파의 얼굴이 박혔을 때보다도 훨씬 깊숙한 깊이로 하일명의 머리가 땅바닥에 박혀버리고 말았다.
‘죽진 않았겠지.’
머리를 깨부술 정도로는 하지 않았다.
더군다나 역혈마공을 펼쳐서 그런지 핏줄이 울룩불룩 튀어나온 하일명의 신체가 보통 사람들보다 훨씬 단단해진 느낌이었다.
“끄르르르!”
-툭!
다행히 하일명의 머리가 부서지는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앞에는 천여운의 주먹과 뒤통수는 땅바닥에 부딪치면서 강한 뇌진탕을 겪은 하일명은 그대로 거품을 물고 기절해버리고 말았다.
역혈마공으로 반전을 노린 하일명의 계획이 일순간에 수포로 돌아갔다.
“휴.”
그렇게 폭주한 하일명을 제압한 천여운은 수하들을 통해서 그것이 역혈마공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대부분의 종파 사람들은 조기 교육을 받기 때문에 하일명이 폭주한 증상이 역혈마공에 의한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저도 처음 봤습니다.”
“본교의 금지된 마공을 익히다니. 마도관 방출은 정해졌군요.”
고왕흘이 기절해 있는 하일명을 보며 혀를 찼다.
차라리 굴욕을 참고 훗날을 기약했으면 좋았을 텐데, 그 순간을 참지 못하고 역혈마공을 펼쳤으니 어리석은 선택이라 할 수 있었다.
“전부 정리되었습니다.”
“이제 의무실로 보내기만 하면 됩니다.”
어젯밤 그들을 기습했던 하일명의 조원들은 다리와 손가락이 전부 부러졌으니, 삼 단계 시험까지 낫지 못한다면 방출이라고 봐도 무방했다.
“……오종의 복수를 해서 후련하기는 한데, 찝찝하네요.”
허봉이 하는 말의 의미를 모두가 모를 리가 없었다.
정작 이 일을 꾸민 진정한 배후의 인물은 아무런 피해도 보지 않았다.
노란 명찰 하나로 이 많은 생도들을 움직여서 서로 싸우게 만들고 이런 사태까지 일으켰으니 참으로 악질적이라 할 수 있었다.
“배후의 범인을 알고도 건드리지 못하다니! 화가 나네요.”
“후우.”
허봉의 말에 다른 생도들이 한숨을 푹 내쉬었다.
도마종의 소교주 후보자인 천유찬은 하일명이나 염파와는 완전히 다른 상대였다.
본인 자체도 무위가 절정의 극에 이르렀다는 소문이 있을 정도였고, 그 밑으로 절정의 초입에 이른 수하만 세 명이나 된다고 알려졌다.
인재를 가려서 받는 그였기에 마룡단을 지급 받기 전부터 일류 경지에 이른 자들만 수하로 거둬들인 천유찬은 마도관의 생도들 중에서 세력 면으로는 최고라 할 수 있었다.
“분하기는 하지만 지금 겨루기에는 전력에서 밀리네.”
천여운과 천유찬이 지금 부딪치게 된다면 개인의 대결로 끝나지 않는다.
소교주 쟁탈전으로써 두 후보자 간의 세력과 세력이 부딪치는 양상을 띠게 될 것이 틀림없었다.
“적어도 우리도 비슷한 인원과 백기 이외에도 절정의 초입에 이른 실력자가 두 명은 더 있어야 겨뤄볼만 할 겁니다.”
자우민도 고왕흘의 의견에 동의하는지 그렇게 말했다.
이에 호상화가 눈썹을 치켜 올리며 말했다.
“절정의 초입이라면 저나 고왕흘 생도가 함께 합공한다면 상대할 수 있지 않을까요?”
고왕흘이나 호상화의 무위는 절정의 초입을 앞두고 있었다.
깨달음만 갖춰진다면 언제든지 기(氣)를 발출시킬 수 있기 전까지 도달한 그들이었다.
“인원이 모자란다고 한다면 저희도 돕겠습니다.”
그때 이들의 대화를 듣고 있던 갈연이 나서서 말했다.
십이 조의 생도들이 돕겠다는 말에 생도들의 표정이 바뀌었다.
만약 그들이 천유찬과의 싸움에서도 돕는다면 인원에서는 앞서는 상황이 된다.
“천유찬과 절정의 초입에 이르렀다는 녀석만 해결할 수 있으면 되는 거냐?”
천여운의 물음에 고왕흘이 인상을 찡그리며 답했다.
“그렇긴 하지만 주군께서 도마종의 후보자인 천유찬을 상대하게 되면 한 사람을 상대할 방법이…”
“내가 두 사람을 맡겠다.”
“네?”
천여운의 선언에 모두가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아무리 천여운의 실력이 진일보하긴 했지만 절정의 극에 이른 고수와 절정 초입의 고수를 동시에 상대한다는 것은 무리였다.
무공 교두들은 본신절기를 사용하지 않았지만, 그들은 분명 전력을 다해서 부딪칠 것이다.
“한 번에 상대한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그럼 무슨 수로?”
궁금해 하는 그들에게 천여운이 자신이 생각한 바를 이야기해주었다.
그 말을 전부 들은 수하들의 표정이 묘하게 바뀌었다.
이들 중에서 가장 계책에 능한 고왕흘조차 이 방법이 정말 통할지 의문이 갔다.
‘목소리만 들어도 바로 알아들을 텐데.’
무슨 수로 그들을 속인단 말인가?
얼굴을 가리는 것만으로도 가능할지는 의문이 들었지만, 만약 정말 통하게 된다면 방심을 유도할 순 있을 것이다.
확실하게 속인다는 전제하에서 말이다.
그렇게 반 시진 후, 천여운은 놀랍게도 정말로 그들을 속여 냈다.
“저, 염파입니다.”
그 목소리를 듣는 순간, 기절한 척하고 있던 천여운의 모든 수하들이 놀라서 자신들도 모르게 몸을 움찔거릴 뻔했다.
‘허어!’
‘대체 어떻게 한 거지?’
모두가 천여운의 신기한 능력에 놀라했다.
어떻게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천여운의 입에서 나오는 목소리는 그의 것이 아니었다.
성대모사가 아니라 정말로 염파의 목소리 그 자체였다.
완전히 똑같은 목소리에 당연히 천유찬을 비롯해 그의 수하들이 전부 속아 넘어갔다.
덕분에 한군데 뭉쳐 있던 천유찬과 그 수하들의 사이를 갈라놓았다.
‘나노, 목소리 변조를 풀어.’
[알겠습니다.사용자의 목소리 변조(變調)를 해제하겠습니다.]
그것은 전부 나노의 기술이었다.
목의 성대의 근육을 조절해서 천여운의 목소리를 염파와 동일하게 변조시킨 것이었다.
이것은 천여운이 구금동에 있으면서 나노의 수많은 기능들을 중에 쓸 만한 것을 더욱 분석하면서 알게 된 기술이었다.
“아아아. 아직 내 목소리 아니야. 아아아아. 이제 됐어.”
“뭐, 뭐야?”
“목소리가 변하고 있잖아.”
점차 염파의 목소리에서 원래의 목소리로 돌아가는 것에 주위에 있는 아군과 적이고 할 것 없이 모든 생도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이 빌어먹을 놈이 몸에 사술을 익혔구나!”
-슉!
고작 목소리 따위에 속아 넘어갔다는 생각에 화가 머리끝까지 차오른 패권종의 진유가 그대로 천여운을 향해 신형을 날리며 권초를 펼쳤다.
주먹에 권기(拳氣)가 흐릿한 빛으로 발해지는 것이 절정 초입에 이른 무위였다.
이에 천여운의 눈빛이 반짝였다.
“지, 진유! 안 돼!”
우금필이 놀라서 만류하려했지만 그의 신형은 이미 천여운의 코앞까지 도달해 있었다.
천여운의 무위는 이미 전 생도들을 통틀어 다섯 손가락 안에 든다.
‘그 놈이 천여운이라면 네가 상대가 될 리가….’
차마 그것을 입 밖으로 뱉지 못했다.
-파파파파팍!
아니나 다를까 천여운이 허리춤에 차고 있는 목검도 뽑지 않고 검결지를 만들어서는 검식만으로 진유의 패도적인 권초를 가볍게 막아냈다.
‘내 권초를 이렇게 쉽게?’
그것도 모자라 보법으로 진유의 품으로 파고들어, 번개처럼 왼손으로 가슴에 있는 노란 명찰을 떼어냈다.
-탁!
“이건 내가 가져간다.”
“이, 이 개자식이!”
어이없게 노란 명찰을 빼앗긴 것에 황당해진 진유가 이를 악물고 두 주먹을 교차해서 위로 들어 올렸다.
패권종의 절기인 패권부참(敗拳斧斬)이었다.
십성 공력으로 패권부참을 펼쳐서 품 안까지 파고든 천여운을 내려찍으려 했다.
“죽엇!”
그러나 그의 초식이 미처 닿기도 전에 천여운의 오른손 주먹이 빠르게 그의 가슴을 먼저 때렸다.
-퍽! 우드득!
“크허헉!”
가볍게 내지른 주먹 같았는데, 맞는 순간 가슴뼈에 금이 가는 소리와 함께 진유의 몸이 뒤로 열 보 가량 밀려났다.
갑옷처럼 상체를 두르고 있는 튼튼한 근육이 아니었다면 가슴뼈가 부러져서 쓰러졌을지도 몰랐다.
“쿨럭!”
그래도 내상을 입었는지 진유가 피가 섞인 기침을 했다.
확실히 권법을 익혀서 외공도 튼튼한 절정 초입의 고수라서 그런지, 적당한 주먹으로는 한 방에 쓰러지진 않았다.
‘하일명보다 강하다.’
천유찬이 선별해서 뽑은 자답게 절대로 약하지 않았다.
백기가 아니라면 자신의 수하들이 감당하기에는 아직 어려운 상대였다.
‘놈이 회복하기 전에 제대로 마무리 한다.’
천여운이 진유를 쓰러뜨리기 위해 신형을 날리려는 순간 나노의 목소리가 머릿속에 울려 퍼졌다.
[후방 60미터 지점에서 강한 에너지가 발생하고 있습니다.]놀란 천여운이 뒤로 몸을 돌렸다.
그리고 나노가 말한 에너지의 정체를 파악한 천여운은 생각할 겨를도 없이 자신의 수하들과 전 십이 조의 생도들을 향해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외쳤다.
“엎드려!!!”
-팍!
외침을 들은 생도들이 영문도 모른 채, 다급히 바닥에 납작 엎드렸다.
그 순간 허공을 가로지르는 소리와 함께 흰 빛의 도기(刀氣)가 엎드려 있는 그들의 위로 스치고 지나갔다.
-촤아아아악!
“헛?”
“도, 도기?”
천여운의 대결에 집중하고 있어서 망정이었지 조금만 늦었다면 큰일 날 뻔했다.
그들을 스쳐지나간 도기는 정확하게 천여운에게로 쇄도했다.
두 손가락을 모은 천여운의 검결지에서 선명한 흰빛이 일어나며 검의 형태를 이루었다.
-촥!
검기를 형성한 천여운이 자신에게 쇄도해온 도기를 베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