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cromancer Infinite Skill Player RAW novel - Chapter 122
122화
진심 어린 충고를 전해주던 벨로트가 떠난 지 얼마나 지났을까.
베이크 카보스 후작은 급작스러운 수하의 보고에.
화들짝 놀라 몸을 일으켰다.
“가주님! 큰일입니다!”
“큰일이라니?”
“영지 외곽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놈들이 나타나 영지민들을 속이려 들고 있습니다!”
“속이려 들고 있다고?”
그렇지 않아도 제국의 일이며 벨로트가 전해준 말 때문에 머리가 지끈거릴 지경인데.
이런 괴상한 일까지 일어나다니.
베이크는 지끈거리는 머리를 꾹꾹 누르는가 싶더니.
이내 수하를 향해 물음을 던졌다.
“그놈들이 누구인지는 파악했느냐?”
“그, 그것이 어디에서 온 사람들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다만?”
“몇몇 놈들이 리톤 신교라는 알 수 없는 단어를 외쳐대는 것을 들었습니다.”
“리톤 신교?”
신흥 종교 같은 것일까.
카보스 후작은 생전 처음 듣는 단어를 계속해서 곱씹어 보더니.
무언가 깨달았는지.
들릴 듯 말 듯 아 하고 탄성을 토해냈다.
‘리톤 신교! 리톤! 리톤 신교라고 했으니 분명 리톤 쪽에서 보낸 사람들일 거야!’
그렇지 않아도 벨로트가 던지고 간 말 때문에 싱숭생숭해 있던 차.
직접 어떤 이들인지 만나 이야기를 해 본다면.
자신의 다음 행보를 정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거기까지 떠올린 베이크는.
수하가 다음 대답을 말하기도 전에 외투를 걸쳐 입더니.
그를 향해 다급하게 지시했다.
“지금 영내에 모을 수 있는 기병을 모조리 모아라.”
“기, 기병을…?”
“그래. 리톤 신교인지 뭔지, 내가 직접 가서 내 두 눈으로 확인해 보겠다.”
가문 내부가 엉망진창이 된 데다.
신성 제국 놈들에게 시시때때로 수탈을 당한 탓에.
제대로 된 말을 몰 수 있는 기병이라고 해 봐야.
고작 100여 기 남짓이었지만.
‘이 정도면 잠깐 확인하고 오는 것 정도는 가능할 테니.’
베이크 카보스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말을 몰아 소문의 진원지 쪽으로 향했다.
아니나 다를까.
과연 수하의 보고대로.
거대한 짐수레 몇 대와.
그 주위를 둘러싼 수백 명의 사람들이.
카보스 외곽을 따라 걷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보고가 사실이었어. 그렇다는 건…. 저 무리를 이끄는 사람이 리톤과 관련이 있다는 건가?’
어느 쪽이든.
확인해 보면 그만이겠지.
그렇게 생각한 베이크는 재빨리 말을 몰아 선두 쪽으로 향했고.
거리가 점점 가까워지자.
무리의 가장 앞에 서서 무어라 떠들어대는 남자의 모습이 비쳤다.
‘옳지! 저 사람이로군.’
카보스 후작이 건너편의 남자를 인식하고 그쪽으로 말머리를 돌리자.
반대편의 남자 역시 고개를 돌려 이쪽을 바라보았고.
그 순간.
“컥!”
베이크 카보스는 그대로 심장이 멎는 것만 같은 충격에.
그대로 부서져라 이를 악다물었다.
‘뭐, 뭐야, 저 사람!’
꽤나 먼 거리였기에 자세히 보이지는 않았지만.
저 너머에서 전해져오는 커다란 마나의 파동.
그것은 분명 베이크 자신을 겨냥하고 있었다.
‘도대체 뭐지? 이 말도 안 될 만큼 거대한 마나는…!’
그 역시 검과 마법을 조금 수련했기에.
저 너머의 남자가 내뿜는 마력이 어느 정도인지.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만약 저 정도의 마력을 이쪽으로 퍼붓는다면…. 우린 모두 흔적도 못 남기고 죽는다….’
턱이 달달 떨리는 추운 날씨임에도.
저 너머에서 느껴지는 커다란 위협감에.
등 뒤로 식은땀이 주르르 흘러내릴 정도였다.
혹시나 싶은 마음에.
간신히 몸을 돌려 뒤를 바라보자.
베이크를 따라오던 기병대의 사람들은 아무렇지 않다는 듯.
착실히 말을 몰아 따라오는 게 아닌가.
‘심지어 저 마나를 나만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섬세하게 컨트롤하고 있단 말인가…!’
저 사람이 누구인지는 추측조차 할 수 없었지만.
확실한 것 한 가지는.
당장 저 남자를 만나 입 한 마디 잘못 벙긋했다가는.
리톤은커녕.
뼈도 제대로 추리지 못할 수도 있다는 사실이었다.
“소, 속도를 늦추어라!”
“가주님! 안색이 좋지 않으십니다! 어디 편찮으신 데라도….”
“나, 난 괜찮으니까 후미부터 속도를 늦추어 따라올 수 있도록 해라!”
힘겹게 내뱉는 지시에.
다급하게 속도를 늦추기 시작하는 기병대와.
역시 느릿느릿 말을 모는 베이크.
그는 안간힘을 써서 자신에게 공격 의사가 없음을 내비쳤다.
반대편의 남자도 그런 상황을 눈치챈 건지.
베이크를 향해 겨누던 마나를 흐트러뜨렸고.
그제서야 카보스 후작은 토해내듯 막혔던 숨을 내뱉었다.
“푸하아! 사, 살았다!”
찰나였음에도.
얼마나 땀이 많이 났던지.
입고 왔던 외투의 안감까지 흠뻑 젖을 정도였으니.
카보스 후작이 얼마나 괴로워했는지는.
굳이 말로 하지 않아도 느껴질 정도였다.
‘저 사람… 이지?’
혹여나 저쪽에서 오해할까 싶은 마음에.
한껏 느리게 접근하는 카보스.
반대편에서도 한 명의 남자가 이쪽으로 다가왔고.
두 사람이 서로를 눈으로 인식할 수 있을 만큼 거리가 좁혀진 순간.
베이크 카보스는 훌쩍 말 위에서 뛰어내리더니.
그대로 남자를 향해 절을 올렸다.
털썩.
“감사합니다!”
다짜고짜 오체투지 하며 감사 인사를 올리는 모습에.
맞은편에서 걸어 온 남자-
칼리드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얼핏 보니 카보스 후작가의 사람인 것 같은데. 누구시지요?”
그의 물음에 그제야 다급하게 고개를 드는 베이크 카보스.
후작의 뒤로 기병대가 말을 멈춰 세울 때쯤에야.
그는 고개를 들어 칼리드와 시선을 맞추었다.
“저는 카보스 후작가의 주인, 베이크 카보스라고 합니다. 그쪽에 계신 분은….”
“아아. 카보스 가주님이셨군요. 저는 발데아의 칼리드라고 합니다.”
앞서 내쏘았던 거칠고 강대한 마나 파동과는 반대로.
한껏 예의 바른 태도로 인사하는 칼리드의 모습에.
혼란스러워진 건 오히려 베이크 쪽이었다.
‘발데아? 발데아 가문의 사람이었나?’
발데아 가문에서 이곳까지 사람을 보낼 이유가 있던가.
그보다 무언가 익숙한 느낌이 드는 이름에 한참을 고민하던 베이크.
그는 무언가가 떠올랐는지.
눈을 번쩍 뜨고선 칼리드를 향해 손가락을 뻗었다.
“아아! 생각났다! 칼리드 발데아! 발데아 가문의 수치…!”
“뭐, 예전에는 그런 별명으로 불리기도 했-”
“당신 뭐야! 당신 뭔데 우리 교주님을 그따위 멸칭으로 부르는 것이냐!”
칼리드의 이름을 듣고선 예전의 별명을 내뱉는 베이크에게.
멋쩍은 웃음을 지어 보이는 칼리드.
발데아와 그리 교류가 많지 않은 곳이다 보니.
충분히 있을 만한 일이었지만.
칼리드를 섬기는 신도들에게는 마냥 넘겨버릴 수 없는 중대 사항이었나 보다.
“카보스의 영주면 다야?! 엉?!”
“그쪽이 뭔데 우리 리톤 신교 교주님의 이름에 먹칠을 하는 건데!”
“리톤 신교의 이름을 욕되게 하는 자다!”
“교주님! 결단코 저런 자를 용서해서는 아니 됩니다!”
말 한마디에 버럭버럭 소리를 지르는 신도들의 모습에.
흠칫 놀라 몸을 떠는 카보스 후작.
그도 그럴 것이.
코앞에서 수십이 넘는 이들이 자신을 콕 집어 고함을 쳐대는데.
아무리 귀족이고 영지의 주인이라지만.
그 기세가 워낙에 흉흉했던지라.
몸이 움츠러들지 않을 수가 없었다.
“죄, 죄송합니다!”
상대는 공작 가문의 자식이라 한들.
이곳은 자신의 영지인데다.
스스로 후작 작위를 가진 사람이었지만.
칼리드가 어떤 힘을 가지고 있는지.
멀찍이서부터 뼈저리게 느껴왔기에.
그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납작 몸을 엎드렸다.
‘그런데… 저 사람들 분명… 리톤 뭐라고 했던 것 같은데….’
리톤… 리톤 신교….
엎드린 자세 그대로 어색한 단어를 중얼거리던 카보스 후작은.
“리톤! 리톤 신교!”
다른 사람들이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도 잊고선.
그대로 벌떡 몸을 일으켰다.
“…로더스의 가주님께 무언가 들은 것이 생각나셨나요?”
그런 그를 보며.
벨로트의 이름을 입에 올리는 칼리드.
그 말을 듣는 순간.
그제야 상황을 파악한 베이크 카보스는.
멍청한 표정을 하고서 칼리드를 바라보았다.
‘그렇… 구나! 이 사람이… 벨로트 공작님이 말했던 [그분]이었어!’
소녀를 연상시킬 만큼 곱상한 외모와 호리호리한 체격.
나이 또한 기껏해야 스물 정도로 치면 많이 쳐 준 정도일까.
심지어 칼리드 발데아의 이름은 멀찍이 떨어진 그조차 들어 보았을 정도로.
발데아 가문의 사람들에게는 불명예스러운 이름이라 들었는데.
그런 그 사람이.
로더스 가주가 언급했던 그분이면서.
동시에 마나 파동만으로 자신을 꼼짝 못 하게 제압했던 이 남자라고?
무어라 말해야 할까.
칼리드의 물음에 오랫동안 고민하던 베이크 카보스.
그는 머리를 짜내고 짜낸 끝에.
힘겹게 입을 열어 답했다.
“가능하다면… 로더스 가주님과 같은 길을 가고 싶습니다.”
저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어떠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는지는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
이미 산전수전 다 겪은 로더스의 가주가.
저렇게 새파랗게 어린 칼리드를 택했다는 것만 해도.
그의 능력은 어느 정도 검증된 바나 다름없는 데다.
칼리드가 가진 무력이 어느 정도인지는 자신의 몸으로 직접 체험해 보지 않았던가.
그렇다고 가만히 있으면.
신성 제국에 영지와 가진 것들을 모조리 빼앗기는 것이 확정된 상황인데.
그로선 될성부른 동아줄을 붙잡아야 할 것 아니겠나.
‘게다가… 지금 보니 이 사람들… 전부 우리 영지의 주민들이잖아.’
한달음에 달려온 가주의 눈치를 보는 수백의 사람들은.
분명 리톤 신교의 이름을 부르짖는 저 무리와는 다른 사람들이었다.
그 말인즉-
‘이만한 사람들을 한 번에 사로잡을 수 있는 힘이 있는 사람이라는 거겠지.’
[베이크 카보스가 당신에게 깊은 존경심을 표합니다. 신앙심+3]“저와 저희 가문의 사람들을 받아 주십시오.”
비록 카보스는 영지를 다스리는 데에 특출난 능력이 있는 사람이 아니었지만.
눈치를 보고 상대의 가진 능력을 파악하는 데에는 꽤 뛰어난 재주가 있었던 건지.
조금의 고민도 없이 칼리드를 향해 고개를 숙여 보였고.
그 순간.
모자랐던 신앙심 포인트가 베이크 카보스를 통해 채워지면서.
5000포인트를 달성하게 되었다.
[세 번째 능력을 개방합니다.]그와 함께.
환하게 밝아지는 칼리드의 시야.
‘세 번째 능력은 뭘까.’
첫 번째는 종교를 창시하는 능력이었고.
두 번째는 신도들에게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능력이었는데.
존경받는 자의 스킬 효과는 칼리드조차도 알 수 없는 미지의 영역이었기에.
그는 잠자코 다음 말을 기다렸다.
물론 자신의 주변에 있는 이들에게는 들리지 않겠지만.
억겁 같은 찰나의 침묵이 지나고.
칼리드의 귀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위대한 이를 극진히 섬기기 위해, 당신의 명령을 따르고 신도들을 지휘하는 사도(使徒)를 임명할 수 있게 됩니다.] [사도가 된 이는 경험해 본 적 없는 힘을 얻게 될 것이며 이는 다른 차원의 존재에게도 해당됩니다.]거기까지 말을 듣는 순간.
칼리드의 뇌가 그대로 정지해 버렸다.
“뭐, 뭐라고?!”
사령명가의 무한스킬 플레이어
지은이
: 대왕생
제작일
: 2022년 12월 29일
발행인
: (주)에이시스미디어
편집인
: 에이시스미디어 편집팀
주소
: 서울특별시 강남구 선릉로 428 11F 125호
전자우편
※ 본 작품은 (주)에이시스미디어가 저작권자의 계약에 따라 발행한 것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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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6976-0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