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cromancer Infinite Skill Player RAW novel - Chapter 67
67화
악몽방(惡夢房).
상급 악령 라리스가 머무는 방이자.
발을 들인 자에게 무한한 악몽을 선사하는.
제3 금지의 숨겨진 방.
물론 이곳은 제3 금지가 생겨난 이래로 단 한 번도 열린 적이 없었기에.
칼리드만이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여, 열 배요? 어떤 곳이기에….”
“악몽의 방. 말 그대로 들어간 사람에게 악몽을 꾸게 만드는 곳이지.”
“악몽이라면….”
칼리드의 충고에 잔뜩 긴장된 얼굴로 다음 말을 기다리는 아르센.
“네 삶에서 가장 고통스러웠던 순간이 눈앞에서 무한히 반복되어 나타나게 될 거다.”
“그, 그럴 수가…!”
“네게 어떤 모습으로 악몽이 나타날지는 모르겠지만. 자칫하면 그대로 잡아먹혀 버릴 테니. 정신 똑바로 차리는 게 좋을 거야.”
아마 잡아먹히는 순간.
영혼이 통째로 빨려 나가게 되고.
그 이후에는 껍데기뿐인 육신만 남아 나뒹굴게 될 테지만.
굳이 아르센에게 겁을 주입해 줄 필요는 없었기에.
거기까지는 이야기해 주지 않았다.
“그, 그럼 어떻게 하면 거기서 빠져나올 수 있는 거죠?”
“라리스가 죽는 순간.”
“그, 그렇다면 영원히 빠져나오지 못한다는 말 아닌가요?”
“보통은… 그렇지.”
악몽방에 들어간 순간부터 라리스의 영향권 안에 들게 되니.
보통의 인간들은 들어간 순간 죽었다고 보는 것이 옳을 것이다.
아르센 역시 예외는 아니었고.
“그, 그럼 어떻게 하죠?”
“걱정하지 마라. 네가 죽기 전에 내가 먼저 라리스를 갈가리 찢어 주마.”
얼핏 듣기에는 터무니없이 들렸지만.
아르센은 칼리드의 자신감 넘치는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처음 만났던 칼리드가 같은 말을 했었더라면.
단번에 머리를 흔들었을 테지만.
지금은 칼리드가 얼마나 강한 사람인지 알고 있는 데다.
한 번 내뱉은 말은 반드시 지킨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굳이 여러 마디의 말로 떠들어대지 않아도.
그간의 경험으로 충분히 알고 있었으니까.
“갈까요?”
길잡이의 말에.
칼리드는 앞장서서 비밀통로 쪽으로 걸어 들어갔다.
그리고 그 뒤로.
한층 긴장된 표정을 하고 따라오는 아르센.
저벅. 저벅.
고작해야 한 명이 겨우 통과할 만큼 폭이 좁은 데다.
등불 없이는 한 치 앞도 보이지 않을 만큼 어두운 곳이었지만.
칼리드는 이미 길을 외우고 있는 건지.
조금의 머뭇거림 없이 앞으로 향했다.
한참을 걸어가던 칼리드.
앞으로 나아갈수록 점점 더 진해지는 악령의 기운에.
그는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로 입을 열었다.
“준비해라.”
“네, 네!”
“들어가는 순간부터 공격이 시작될 거다.”
어두웠던 통로가 거의 끝이 나고.
아까와 달리 환하게 밝혀진 두 번째 방-
악몽방에 두 사람이 첫걸음을 내딛는 순간.
-기다리고 있었단다, 연약하기 짝이 없는 인간들아. 너희도 이미 내가 여기 있다는 걸 알고 있었겠지?
고막을 타고 흐르는 남성의 목소리.
반들반들하게 기름이라도 바른 것마냥.
간드러지게 말하는 목소리에.
칼리드는 저도 모르게 미간을 구겼다.
“라리스.”
-여억시이. 내 감각은 틀리지 않았다니까안. 오호호호!
독특한 웃음소리와 함께.
하얀 방 한가운데에서 피어나는 검은색 연기.
그것들은 이리저리 뭉치는가 싶더니 인간의 모습으로 바뀌었다.
눈이 부실 만큼 새하얀 정복.
그 위로 떨어져 내리는 금빛 머리칼.
그리고.
눈동자가 없는 새하얀 눈깔.
“윽! 저, 저 사람… 눈이 없는데요?”
-뭐얼, 그런 걸 가지고 놀라세요? 지금부터는 그것보다 훠얼씬! 놀라운 걸 보게 될 텐데요!
그 말이 끝나자마자.
“으, 으읏!”
“아르센!”
짤따란 신음성을 토해내는 아르센.
라리스의 권능이 녀석을 첫 번째 타깃으로 잡은 게 분명했다.
그는 갑작스레 새카매지는 시야에 바닥에 털썩 주저앉더니.
그대로 눈물을 줄줄 쏟아내는 것이 아닌가.
“자, 잠깐만요! 안 돼요! 제 동생만은… 동생만은….”
도대체 눈앞에 무엇이 보이는 걸까.
권능이 닿은 상대에게 가장 끔찍한 기억을 보여주는 라리스.
놈의 능력이 아르센에게 어떤 기억을 되새겨 주고 있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그 기억이 썩 유쾌하지는 않은 쪽이라는 건 분명해 보였다.
“제가, 제가 잘못했어요…. 네? 제가 잘못했으니까 이제 그만….”
혼자서 허공을 향해 무어라 떠들어대는 녀석을 두고.
한 걸음씩 거리를 좁혀 들어오는 라리스.
녀석은 칼리드를 흥미롭다는 듯 바라보더니.
아이를 대하듯 살짝 허리를 굽혔다.
-아아주 우스워 보이죠? 당신도 곧 저 꼴이 될 거예요.
흥.
웃기지도 않은 소리다.
칼리드는 놈의 말에 절로 코웃음이 났지만.
괜스레 라리스를 자극하지는 않았다.
악령의 힘이 약해지는 건 권능을 쓴 직후.
마력이 어느 정도 소모되었을 때였기에.
-알카단? 알카단 당신, 거기에 있는 거 다아아 알고 있어요. 하지만 알죠? 우리 사이가 어떤 관계로 엮여 있는지?
-엿같이 난처하게 됐군.
-혹시나 알카단이 당신을 도와줄 거라고 생각했다면 오산이에요, 인간. 우리는 지엄한 정령계의 법칙으로 맺어진 사이니까요.
-…기억하고 있지? 칼리드, 난 널 도와줄 수 없다.
어젯밤 알카단이 했던 이야기를 기억하고 있었기에.
칼리드는 굳이 라리스의 도발에 응하지 않았다.
‘어차피 이 녀석의 도움을 기대한 건 아니었으니까.’
-자아, 인간. 당신도 이제 끔찍한 꿈에 빠져들도록 하세요.
엿가락처럼 늘어지는 목소리와 함께.
일순 암전되는 칼리드의 시야.
그와 함께 그의 눈앞에는 악몽방과 라리스의 모습 대신에.
새로운 광경들이 펼쳐지기 시작했다.
“어휴… 넌 어떻게 된 게 항상 그 모양이냐?”
“검술 하나도 못 해, 사령술도 못 다뤄…. 할 줄 아는 게 뭐야? 응?”
“네가 가문의 직계 혈통이라는 사실이 부끄럽구나, 칼리드.”
어릴 적의 칼리드를 가운데에 두고.
사방을 둘러싼 이들이 그를 향해 손가락질을 하는 모습.
몇몇은 얼굴을 익히 아는 이들도 있었고.
심지어는 가주 보르도와 벨톤은 물론, 가문의 내로라하는 인물들까지도.
그들 사이에 끼어서 몹쓸 말을 쏟아내고 있었다.
“나 같으면 부끄러워서 얼굴도 못 들고 다녔을 것 같은데?”
“양심도 없나, 저건. 가문의 이름에 먹칠을 하는 걸 자기 자신은 모르는 건가?”
“쯧쯧쯧. 저런 놈이 활개를 치고 다니니, 발데아 가문도 이제 끝물이구먼.”
수백의 사람 앞에서 욕설과 비난 세례에 시달리는 칼리드.
아이러니하게도 그의 얼굴은.
마치 남의 이야기를 듣는 것처럼 한없이 평화로웠다.
‘뭐… 기분이 썩 좋지는 않지만. 내게 하는 이야기는 아니니까.’
분명히 칼리드를 향한 욕설임에는 분명했다.
그러나 지금의 그는.
칼리드 발데아임과 동시에.
칼리드 발데아가 아니었기에.
그에게는 눈앞의 상황이 손톱만큼의 상처도 주지 못했다.
도리어 꽤나 재미있는 구경거리라도 된 듯.
흥미로운 눈으로 사람들의 얼굴을 주욱 훑어보았다.
‘그냥 기억 속에 있는 사람들을 모조리 끄집어내 온 건가.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도 제법 있는데.’
그렇게 한참 동안 욕설 폭격을 관람하던 칼리드는.
허리춤에서 검을 빼내 들더니.
그대로 사람들을 향해 가로로 휘둘렀다.
촤아아악!
그의 일검에.
천 쪼가리 찢어지는 소리가 귓전을 때리는가 싶더니.
그대로 환하게 밝아지는 시야.
그와 함께 칼리드의 앞에선.
한껏 자신을 욕하던 이들의 모습은 증발하듯 사라져 버렸고.
남은 건 입을 찢어져라 벌린 채로.
그를 바라보는 라리스의 모습이었다.
-이, 인간…! 다, 당신! 어떻게 된 거죠? 분명히 악몽의 권능이 당신에게도 닿았을 텐데…!
“번지수를 잘못 찾아도 한참 잘못 찾았어. 안타깝지만, 이 기억의 주인은 내가 아니거든.”
-그럴 리가! 분명히 칼리드 발데아의 악몽을 끄집어낸 건데…! 이 내가 실수 따위를 할 리가 없어요!
어찌나 당황했던지.
능글맞은 말투로 칼리드를 농락하려던 아까와 달리.
더듬더듬 말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는 라리스.
그는 다급하게 허공에 손을 휘둘러 칼리드에게 악몽을 선사하려 했지만.
[스킬: 최상급 상태 이상 저항이 발동합니다.] [마법이나 저주 및 자연 발생적인 상태 이상에 저항합니다.] [스킬: 냉정함이 발동됩니다.] [감정적인 위기 또는 상태 이상에 저항하는 능력이 상승합니다.]한 번 당하지 두 번을 당할까.
이미 칼리드의 몸은 라리스가 펼친 악몽의 권능에 익숙해진 건지.
그가 몸을 움직이지 않아도 가지고 있던 스킬이.
칼리드를 놈의 권능으로부터 보호해 주었다.
“이게 다냐?”
-이이잇! 어째서! 어째서, 인간 당신에게는 제 권능이 듣질 않는 거죠! 저 나약해 빠진 인간에게는 닿았단 말이에요!
녀석이 가리킨 곳에는.
아직까지 악몽의 권능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아르센이.
바닥을 데굴데굴 구르며 고통스러워하고 있었다.
‘빨리 끝내는 게 좋겠군. 계속 저 꼴을 당하게 둘 수는 없으니.’
칼리드는 악몽의 권능을 퍼부어대는 라리스를 노려보다가.
딱.
허공을 향해 가볍게 손가락을 튕겼다.
그러자 그의 머리 위로 하나둘씩 생겨나는 붉은색의 창.
그것들은 눈 깜빡할 새에 증식해나가더니.
이내 백여 개로 불어나 버렸다.
-지금 뭘 하려는 거죠?
주춤.
칼리드가 만들어낸 첨혈창들을 보더니.
뒤로 한 걸음 물러서는 라리스.
악몽을 관장하는 악령임에도.
칼리드가 만들어낸 술법의 마력은 느껴지는 건지.
아니면 본능적인 두려움에 의한 건지.
녀석은 다급하게 뒤쪽으로 물러났다.
아니, 물러나려 했다.
칼리드의 손가락이 움직이기 전까지는.
“어딜 가려고.”
무감정한 한 마디와 함께.
손가락을 움직여 라리스를 가리키자.
핏!
가장 꼭대기에서 명령만을 기다리던 붉은색 창 하나가.
그대로 번개처럼 쏘아져 나가더니.
그대로 라리스의 가슴팍 정중앙을 꿰뚫었다.
-커윽! 자, 잠깐만…!
방어는커녕.
제대로 된 반응조차 하지 못할 정도로 빠른 속도에.
녀석은 뒤늦게 손을 내저으며 칼리드를 제지하려 들었지만.
피핏! 피피피핏!
뒤이어 소나기처럼 쏟아지는 첨혈창은.
아무런 저항 없이 악령 라리스가 현신한 육체를 꿰뚫어 버렸다.
-끄으으윽!!!
“꽤 질기네. 이걸 얻어맞고도 버틴단 말이지.”
삽시간에 퍼부어진 공격에.
얼굴조차 알아볼 수 없을 만큼 흉측해진 몰골.
밤송이가 되어 버린 라리스는 칼리드의 말에도 몸을 한껏 웅크린 채.
아무런 반응을 하지 않았다.
‘한 번 더 먹여줘야 하나.’
제법 많은 마력을 쏟았는데도.
일격에 죽지 않은 라리스.
과연 상급 악령이라 할 만한 인내력이었다.
확실한 마무리를 위해.
오른손 끝에 다시금 검은 마나를 집중시키는 칼리드.
그 순간.
백지장처럼 새하얗던 라리스의 눈깔에 시뻘건 핏줄이 하나둘씩 돋아나더니.
이내 검붉은색으로 물들어 버렸다.
‘…마력?!’
-이 더러운 인간! 내가 이렇게 허망하게 당할 줄 알아요!!!
비명처럼 하이톤의 목소리를 내쏘는 라리스.
그와 함께.
거대한 마나가 놈의 몸에서 끓어오르듯 솟아나더니.
커다란 삼지창의 모습으로 변했다.
-죽어어어어어어!!!
칠판을 긁는 것처럼 불쾌하게 찢어지는 목소리.
그와 함께.
칼리드를 노리던 삼지창의 끝이.
그대로 그의 머리통을 향해 날아들었다.
사령명가의 무한스킬 플레이어
지은이
: 대왕생
제작일
: 2022년 11월 24일
발행인
: (주)에이시스미디어
편집인
: 에이시스미디어 편집팀
주소
: 서울특별시 강남구 선릉로 428 11F 12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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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작품은 (주)에이시스미디어가 저작권자의 계약에 따라 발행한 것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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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6976-0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