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cromancer Infinite Skill Player RAW novel - Chapter 75
75화
“로이 발데아와 저의 대결을 통해서. 이긴 쪽을 지원하는 상단에게 창립절 축제의 상권을 전부 넘겨주는 겁니다.”
이를테면 울티마와 네그모 상단의 싸움을.
칼리드와 로이를 통해 대리전을 하는 셈이었다.
이기는 쪽은 도합 16만 골드-
발데아 공작가의 1년 예산에 가까운 금액만큼.
창립절 축제에서 이름을 알릴 수 있을 테고.
지는 쪽은 아무런 득도 보지 못하고 그대로 8만 골드를 잃는.
도박과도 같은 제안이었다.
얼핏 듣기에는 터무니없이 들리는 계획이었지만.
의외로 부루라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았다.
‘이런 제안을 스스로 해 준다면… 우리 쪽에서는 고마운 일이지!’
로이와 칼리드가 창립절 축제 때 자웅을 겨룬다는 이야기는.
이미 로이 발데아를 통해 들어 알고 있었던 사실이었다.
물론 그 둘의 싸움을 통해 네그모 상단이나 부루라가 얻을 것이 딱히 없었기에.
그러려니 하고 넘기려 들었는데.
이렇게 되면 이야기가 다르지 않은가.
‘로이 대 칼리드라. 다른 사람이 개입하지 않는다는 전제하에…. 로이 발데아에게 배팅을 하지 않는 사람이 멍청한 것 아닌가?’
단순히 생각하면 어느 쪽이 이기든 50 대 50의 싸움으로 비추어질 테지만.
저렇게 자신 있게 이야기를 꺼낸 칼리드의 상대는.
다름 아닌 만병(萬兵)의 장군 로이 발데아다.
게다가 칼리드가 가진 힘과 마력에 대한 정보는 이미 수집을 끝마친 부루라였기에.
이미 그의 머릿속에서는 견적 계산이 끝나 버렸다.
‘칼리드 발데아가 가진 마력이라고 해 봐야 기껏해야 3성 내외 아닌가. 저주 술법에 능하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그 정도로는 만병의 장군을 이긴다는 건. 어림도 없는 소리지. 아암!’
“어떻습니까? 제 제안이.”
듣기에는 더할 나위 없이 달콤한 제안이었지만.
확실히 상인은 상인인 걸까.
부루라는 무언가 미심쩍다는 듯 가늘게 눈을 뜬 채로.
앞에 놓인 테이블을 톡톡 두들겼다.
“제안이야 나쁘지 않습니다만…. 다른 사람도 아니고, 그쪽에서 먼저 제안을 해 오는 이유는 뭡니까?”
타당한 의심이었다.
칼리드와 로이의 싸움이 벌어진다면.
열에 아홉은 로이 발데아의 승리를 점치는 싸움일진대.
거기에다 막대한 돈과 상권까지 얹어서 싸움을 하겠다?
제안을 듣는 부루라로서는 뒤에 무언가 구린 꿍꿍이를 숨겨 놓았겠거니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괜히 이런저런 말을 덧붙이는 건 의심만 사겠지.’
그런 네그모 상단장의 물음에.
칼리드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했다.
“제가 이런 제안을 하는 이유야, 하나뿐이지 않겠습니까?”
“무슨….”
“당연히 제 쪽이 이길 것 같은 싸움이니 제안을 드리는 겁니다.”
“푸핫!”
거짓이라고는 요만큼도 섞이지 않은 그의 답변에.
부루라는 터지듯 웃음을 토해냈다.
“상단장님?”
“푸하하하! 으하, 으하하핫!”
아예 배를 부여잡고 한참을 웃어대던 부루라.
그는 눈가에 찔끔 맺히는 눈물을 닦아내고는.
칼리드를 향해 깊숙이 고개를 숙여 보였다.
“죄송합니다. 추태를 보였군요.”
“뭐, 어떻게 들으셔도 상관은 없습니다만. 제 이유는 그게 다입니다.”
이길 것 같아서라.
부루라는 그 말을 속으로 몇 번이고 중얼거리더니.
들리지 않을 만큼 작게 콧방귀를 뀌었다.
‘그렇군. 대단한 꿍꿍이가 있는 게 아니라…. 그냥 멍청한 거였어. 제 주제 파악을 못 하는 멍청이였었구먼그래.’
그렇지.
다른 사람들이야 어떻게 평가하든.
스스로가 어느 정도인지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이는 거의 없을 테고.
칼리드 역시 마찬가지일 테니.
자신이 로이 발데아를 상대로 싸워 이길 수 있다고.
굳게 믿고 있는 거겠지.
‘그렇지 않고서야 이런 터무니 없는 제안을 할 리가 없잖아.’
혹여나 다른 술수가 있을까 싶었는지.
부루라는 그 짧은 찰나에도 변수가 될 만한 것들을 떠올려 보았지만.
기적이 일어나지 않는 한.
칼리드가 로이 발데아를 이길 확률은 잘해야 5% 미만이었다.
“알겠습니다, 공자님. 공자님의 제안, 받아들이도록 하겠습니다.”
받아들이지 않을 이유가 없다.
마법사나 사령술사들의 1성 차이는.
그야말로 하늘과 땅 차이.
축제 시작까지 기껏해야 한 달도 채 남지 않았다는 걸 감안한다면.
‘절대로 못 이겨. 칼리드의 목숨이 열두 개라도 로이 발데아를 이기는 건 불가능하다.’
그 기간 안에 로이 발데아가 가진 마력을 뛰어넘을 만큼 성장하는 건 절대로 불가한 일.
상대가 주제 파악을 못 하고 있는 지금이야말로.
부루라는 크게 한 번 배팅을 해야 할 타이밍임을 직감했다.
“긍정적으로 받아들여 주셔서 감사합니다, 부루라 상단장님.”
“별말씀을.”
“이번 제안에 대해서는 울티마 상단을 통해 공식적으로 서류화해 보내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이번 배팅이.
40년 넘게 상인으로 산 삶 중에서.
가장 크게 벌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 확신했다.
‘95% 확률로 8만 골드를 벌 수 있다면. 하지 않을 이유가 없지.’
“감사합니다, 공자님. 정말로 감사합니다.”
***
시간을 생각보다도 빨리 흘러갔다.
칼리드는 그에게 주어진 3주 남짓의 기간 동안.
창립절 축제를 기획하는 전권을 위임받아.
하나부터 열까지 스스로 축제를 기획하고 설계하기 시작했다.
예전에 비해 훨씬 늘어난 즐길 거리와 판매대와.
상인들을 위한 공간들.
그리고 무엇보다도.
‘비무대는 클수록 좋지.’
광장 전체를 가득 메울 만큼 커다란 비무대.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대련용 비무대와 비교하면.
거의 9, 10배는 될 정도로 널따란 크기였다.
“고, 공자님. 다른 것도 아니고 비무대를 이렇게 크게 만드실 필요가 있습니까?”
수십 년간 건물을 짓던 기술자들조차도.
난생 한 번도 본 적 없는 거대한 규모에.
눈을 휘둥그레 뜨며 칼리드를 바라보았지만.
그는 그저 아무런 말 없이 공사를 진행시킬 뿐이었다.
‘크면 클수록 좋지. 그래야 구경꾼도 많이 몰릴 테고. 로이 발데아도 더 화려하게 죽을 수 있을 테니까.’
칼리드와 로이의 대결은 단순히 두 사람만의 싸움이 아니다.
어마어마한 돈과 상권을 배팅한 두 상단의 싸움이자.
후계 순위를 건 싸움이었고.
그 끝에는 한쪽이 죽을 수밖에 없는 대결.
칼리드는 그런 위험천만한 싸움을 할 당사자였기에.
그 한 번의 대결에서 얻을 수 있는 이익은 빠짐없이 챙겨야 했다.
‘이번 싸움에서 이기면… 다른 건 몰라도 울티마 상단 쪽에 확실한 빚을 지워둘 수도 있고. 레베로 상단장에게 자금 지원을 받는 것도 훨씬 쉬워지겠지.’
싸움은 최대한 박빙으로.
그리고 최대한 힘겹게.
누구도 예상치 못한 결과가 나와야만이 임팩트가 있을 것이니.
비정상적으로 큰 비무대는 그걸 위한 포석인 셈이었다.
“칼리드 도련님!”
한창 축제 준비를 진두지휘하던 칼리드.
그는 뒤편에서 자신을 부르는 익숙한 목소리에.
몸을 돌려 뒤를 바라보았다.
“아르센?”
“고생이 많으십니다, 공자님.”
“레베로 상단장님까지 오셨군요.”
“근래 축제 준비를 맡아 바쁘시다 들었습니다.”
흰 머리 검사 아르센뿐만 아니라.
울티마의 상단장도 함께 오다니.
칼리드는 들고 있던 설계도를 품속에 갈무리해 넣고는.
두 사람을 향해 시선을 옮겼다.
“거의 끝나갑니다. 이틀 후에 바로 창립절 축제가 시작될 텐데. 마무리 전까지는 조금 무리해야겠지요.”
넉넉하다고 생각했던 일정은 생각보다 빡빡하게 돌아갔기에.
창립절 축제가 시작되는 전날인 내일까지 인력을 집중해야만.
빠듯하게 날짜를 맞출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으음…. 축제 준비며 설계며 다 좋긴 합니다만…. 공자님, 어떤 일을 맡으셨는지 잊으신 건 아니겠지요?”
그 말을 하러 온 건가.
하긴 한두 푼도 아니고 8만 골드나 걸려 있는 일인데.
걱정이 되는 것도 당연하지.
“물론 알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지금이라도 충분히 휴식하면서 컨디션을 회복하시는 것이 좋지 않을까….”
“괜찮습니다. 이틀 밤을 꼬박 새워도 로이를 잡아내는 일 정도는 그리 어렵지 않으니까요.”
“그것이… 그리 쉬이 생각할 문제는 아니지 않겠습니까?”
칼리드에 대해 제법 알고 있는 레베로조차도.
그의 패배 쪽으로 마음이 기우는 걸까.
“그래요?”
“전문 승부사들도 공자님의 승률을 한 자리 정도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승부사들이라면.
싸움에 돈을 거는 도박사들을 이야기하는 건가.
나름 이런 판에는 전문적인 지식과 정보를 가진 이들일 텐데.
그런 이들조차 칼리드의 패배를 점치고 있다라.
레베로가 전해준 말에.
칼리드는 덤덤한 표정으로 말했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습니다.”
“예?”
“저를 믿지 못하시는 거라면…. 로이 발데아의 승리에 돈을 배팅하는 것도 방법 중의 하나가 되겠지요.”
물론 이미 네그모와 배팅해 놓은 8만 골드는 어찌할 수 없겠지만.
“미, 믿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제 말은 지금이라도 휴식을 취해 컨디션을 챙기는 것이….”
“비무대 일만 끝나면 그리하도록 하지요.”
“도련님! 이거 받으세요!”
자신만만하게 말하는 칼리드와.
그걸 불안하게 바라보는 레베로 울티마.
그 사이에서 언제 끼어들까 눈치를 보던 흰 머리 검사는.
손에 꽉 쥐고 있던 서류 뭉치를 끄집어내 칼리드의 코앞에 디밀었다.
“이게 뭐지?”
“로이 발데아에 대한 정보예요. 어느 정도 알려진 특징 같은 것들을 정리해 둔 자료이니, 꽤 쓸만할 거예요.”
어찌나 세게 쥐었던지.
돌돌 말려 풀릴 생각조차 않는 그것을.
칼리드는 몇 번의 도전 끝에 온전한 모습으로 펼 수 있었다.
‘로이, 그 녀석에 대해 정보를 조사해 온 건가.’
눈으로 주르륵 훑어나가던 칼리드.
그는 보는 둥 마는 둥 하더니.
도로 아르센을 향해 종이를 내밀었다.
“고맙다.”
“어… 안 주셔도 괜찮은데.”
“이 정도는 이미 알고 있는 것들이거든.”
굳이 말하지는 않았지만.
이 대륙 내에서 로이 발데아에 대해.
칼리드보다 많이 알고 있는 자는 본인 외에는 없을 것이었기에.
종이나 정보 따위는 그다지 필요 없는 물건이었다.
‘게다가 군데군데 틀린 곳도 몇 개 있고 말이야.’
“아르센.”
“네, 도련님.”
“네게 부탁 하나만 하자.”
“부탁이요?”
“그래. 부탁하는 김에 너도 생각이 있다면 같이 해도 되고.”
칼리드의 말에.
호기심 어린 눈으로 그를 바라보는 아르센.
옆에 서 있던 레베로 역시 궁금했던지.
칼리드가 하는 양을 지켜보았다.
그는 안주머니에 손을 넣어 무언가를 찾는 듯 뒤적이더니.
쑤욱.
안에서 자그마한 종이 쪼가리 한 장을 끄집어냈다.
“자, 받아라.”
“이, 이게 뭐예요?”
한눈에 보아도 심상찮아 보이는 물건.
아르센은 두 손으로 공손하게 종이를 받아들었다.
“3천 골드다. 정확하게는 3천 골드를 빌릴 수 있는 증서지.”
“예에? 그, 그걸 왜 저에게….”
엄청난 금액을 입에 올리는 칼리드.
아르센은 그의 말에 눈을 껌뻑이며 칼리드와 종이 쪼가리를 번갈아 쳐다보았다.
“잘 들어. 지금부터 이걸로 네가 뭘 하면 되는지 알려줄 테니. 너는 내가 하라는 대로만 하면 돼.”
사령명가의 무한스킬 플레이어
지은이
: 대왕생
제작일
: 2022년 11월 24일
발행인
: (주)에이시스미디어
편집인
: 에이시스미디어 편집팀
주소
: 서울특별시 강남구 선릉로 428 11F 12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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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6976-0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