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olithic Hunter RAW novel - Chapter 106
106화
원정대는 2시간을 넘게 걸어서야 이달투 놈들의 서식지인 동굴이 있는 산맥 초입에 도착할 수 있었다.
“헉헉! 헉헉!”
고작 2시간밖에 안 지났는데, 전사들은 꽤나 지쳐 있었다.
예전처럼 맨몸에 덜렁 창과 돌도끼만을 들고 왔다면 이렇게까지 지치진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꽤나 무게가 나가고 통풍도 잘 안 되는 대나무 갑옷을 입고 있기에 악어머리 전사들은 지친 기색이 역력해 보였다.
‘방어력이 강한 만큼 체력도 많이 소모되지.’
나는 악어머리 부족에게 혁신적인 방어구를 만들어 줬지만 그게 악어머리 부족에게 무조건적인 이득이 되는 것은 아니었다.
“바로 공격하죠.”
큰눈도 지친 것 같지만 의욕이 앞서서 그런지 바로 이달투의 동굴로 공격을 감행하자고 말했다.
“하지만 전사들이 지쳤다.”
이빨은 그냥 아무 말도 없이 서 있는 나를 힐끗 보고 큰눈에게 말했다.
“그러게요, 대나무 갑옷이 좀 무거운 것 같아요.”
“맞다. 하지만 무거운 만큼 강해졌다.”
“예, 그러니까 바로 공격하죠.”
“좀 쉬어야겠다.”
이빨은 그렇게 말하고 서 있는 전사들을 봤다.
“잠시 이곳에서 쉰다!”
그 순간, 찰나지만 큰눈이 못마땅한 눈빛을 지었다.
‘저 새끼는 분명 부족을 말아먹을 거 같군.’
아마 저놈은 앞으로도 자기 마음대로 안 될 때마다 저런 표정을 지을 것이 분명했다.
‘그리고 권력을 잡으면 짜증까지 부리겠지.’
“예, 알겠습니다. 이빨 님!”
전사들이 지친 기색에도 악을 쓰듯 소리를 질렀다.
‘바짝 긴장하고 있네.’
내 눈에 보기에 여기 있는 백 명의 전사들은 모두 신참인 것 같다. 물론 그중 일부는 여러 번 싸워 본 전사들도 있겠지만 소수일 것이다.
‘실전 훈련?’
문뜩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곳을 부락처럼 쓸 것이다!”
이빨이 큰눈을 무시하고 이곳을 베이스캠프로 정한 모양이다.
그리고 또다시 큰눈이 이빨이 자신보다 먼저 전사들에게 명령을 내린 것이 불쾌한지 이빨을 향해 못마땅하다는 표정을 짓는 게 보였다.
‘저 새끼가 끝내 악어머리 부족을 말아먹을 새끼다.’
큰 부족을 거느리기에는 통이 너무 작았다.
“예, 알겠습니다. 이빨 님!”
전사들이 동시에 이빨의 말에 대답을 했다.
그렇게 이달투 원정대는 이곳에 임시 주둔지를 세우고 쉬었다.
“동굴은 어디에 있지?”
“여기서 온 것만큼 올라가면 됩니다.”
“그렇게 멀리 가야 해?”
큰눈이 인상을 찡그렸다. 평지를 이동할 때도 엄청나게 땀을 흘렸으니 산을 오르면 얼마나 더 땀을 흘려야 할지 짐작이 되는 모양이다.
“그렇더라고요.”
형님이라고 부르기로 했으니 존댓말 비슷하게 대답했다.
“너는 동굴만 알려 주고 뒤로 빠져.”
큰눈이 나를 무시하듯 말했다.
“저도 싸울 수 있습니다.”
“네가 죽으면 연꽃이 운다.”
말과 행동이 달랐다.
눈빛은 내가 죽기를 바라는 듯 싸늘했지만 말로는 위하는 척을 하는 놈이 가증스러웠다.
“다리가길다!”
그때 큰눈이 전사 하나를 불렀고, 다리가길다라는 이름의 전사가 큰눈에게 뛰어왔다.
“예, 큰창님!”
큰창이라는 단어의 의미는 지휘관이나 사령관을 의미하는 것 같다.
“너는 땅속에서일어서를 지켜라. 땅속에서일어서는 아직 애고, 녀석이 죽으면 연꽃이 운다.”
“예, 알겠습니다.”
이럴 놈이 아닌데 내게 호의를 베푸는 것은 꿍꿍이가 있기 때문이다.
‘저 새끼를 제일 조심해야겠네.’
치열한 전투가 펼쳐지면 아군에게 죽을지 적군에게 죽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저를 걱정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형님! 항상 조심하겠습니다.”
“하하하! 우리가 남이가!”
사람이 갑자기 변하면 숨기는 것이 있는 법이다.
‘너랑 나랑은 남보다 못한 사이다. 개새끼야!’
지금은 속으로만 욕을 할 뿐이다.
툭툭! 툭툭!
그리고 큰눈이 바로 거만하게 내 어깨를 두드렸다.
“전사 머리들은 모두 모여라!”
그때 이빨이 전사들의 조장쯤 되는 전사들을 우리 쪽으로 불러 모았다.
‘많이 싸워 본 것 같다.’
전사 머리라 불린 전사들의 몸은 상처들로 가득했다.
지금까지 많은 전투를 겪었다는 증거였다.
이빨은 그들을 불러 전투에 대한 지시를 하기 시작했다.
“산은 위험하다.”
이빨의 말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 숲에는 이달투보다 더 무서운 놈들이 있다.
“예, 이빨 님!”
“방패를 쓰는 법은 연습을 시켰지?”
“예.”
놀랍다.
난생처음 보는 방어구를 줬는데, 그에 맞는 전투 방법을 연습을 하다니 말이다.
“동굴에 들어가면 앞이 잘 안 보인다. 그러니 조금씩 앞으로 걸어가면서 이달투 놈들을 공격한다.”
“예, 알겠습니다.”
이빨이 전사들에게 명령을 내리자 큰눈은 못마땅한 눈빛을 보였다.
마치 자신도 이 이달투 원정대를 이끄는 큰창인데, 아무 말도 못 하고 있으니 기분이 상한 것 같다.
“큰눈!”
그때 이빨이 큰눈을 불렀다.
“왜요?”
“명령할 것이 있으면 명령해라. 네가 제일 큰창이다.”
이빨은 큰눈이 어떤 놈인지 잘 아는 것 같다.
‘나중에 큰눈이 적이 되면 이빨부터 죽여야 한다.’
아둔한 놈한테 뛰어난 부하가 있는 꼴이다.
“이달투 놈들을 다 죽인다.”
“예, 큰눈 님!”
전사들의 조장들이 우렁차게 대답했다.
* * *
그 후로 두 번을 더 쉬고서야 드디어 이달투 놈들이 서식하고 있는 동굴 앞에 도착할 수 있었다.
“들어가는 입구가 좁군.”
이빨이 좁은 바위틈을 보고 인상을 찡그렸다.
“왜요?”
나는 이빨이 왜 찡그리는지 알고 있다.
하지만 큰눈은 모르는 것 같다.
“한 번에 하나씩밖에 못 들어간다.”
“그래서요?”
큰눈은 자존심만 세고 머리를 굴리지 못하는 멍청한 놈이어서 그런지, 이빨이 간략하게 설명해 줬지만 뭐가 문제냐는 듯이 뚱한 표정으로 되묻고 있었다.
이달투 놈들이 우리가 공격하는 것을 알 턱이 없지만 알게 된다면 입구 앞에서 긴 창을 들고 버티면 쉽게 동굴 안으로 전진할 수 없다.
‘혹시 대비를 하고 있을지도 몰라.’
며칠 전에 경비를 서던 아달투 놈들을 죽인 것이 떠올랐다.
만약 이달투 놈들이 경계를 하고 입구를 막고 버티고 있다면 입구를 확보하는 일도 쉽지 않다.
“그래도 밀고 들어가야겠지.”
“뭐, 그렇죠. 놈들을 싹 몰살시킵시다.”
큰눈은 부족한 자신 대신에 이빨이 전투를 준비하는 것이 못마땅한지 비아냥거리듯 대답했다.
“강한주먹!”
이빨이 강한주먹을 불렀고 강한주먹이 뛰어오면서 힐끗 나를 봤다.
‘저 새끼도 조심해야 해.’
악어머리 족장은 큰눈과 이빨이 이달투 원정대를 이끄는 큰창이라고 했다.
큰눈의 성격이라면 주목을 받거나 공훈을 세우기 위해 전투의 선두에 설 가능성이 높다. 그게 아니더라도 지휘하기 가장 좋은 위치, 중간쯤이나 후방에 설 수도 있다.
그리고 강한주먹은 저번 전투에서 내게 맞아서 죽다 살아났다. 아직 상처가 완쾌되지 않아서 전투의 최후방에 위치할 가능성이 높고, 큰눈이 직접 나를 호위하라고 한 다리가길다와 합공을 할 수도 있다.
동굴은 어둡다. 그러니 어두운 동굴에서 무슨 짓을 할지 아무도 모른다.
“예, 이빨!”
“동굴로 들어가라.”
이빨이 나를 힐끗 보며 말했다. 그리고 강한주먹도 나를 힐끗 봤다.
나는 살짝 의외라 생각했지만 기색을 드러내진 않았다.
“싸울 준비를 해라.”
“예.”
드디어 공격이 시작되었다.
“횃불을 켜라!”
“횃불을 켜라!”
여기저기서 횃불을 밝히라는 소리가 들렸고, 전사들이 마른 잎으로 불을 피우기 시작했다.
화화화! 화화화!
모닥불에 횃불을 대는 순간 송진과 돼지기름이 발린 횃불이 빠르게 타올랐다.
‘이제 시작이군.’
횃불을 든 전사들은 방패를 들 수가 없다. 횃불을 많이 만들었지만 실제로 활용할 팔이 없었다. 이제부터 두 번째와 세 번째 미션 클리어가 시작되는 순간이다.
‘입구에 이달투 놈 있어?’
나는 바로 정신을 집중해서 배트맨에게 초음파 소통을 시도했다.
‘야! 배트맨!’
-……예.
이제야 배트맨이 초음파 소통을 해 왔다.
‘앞에 이달투 놈들이 있냐고?’
-없습니다요.
다행이다. 아마 그날 울부짖던 늑대가 죽은 이달투 놈들의 시체를 훼손한 모양이다.
“들어가자!”
제일 앞에 강한주먹이 섰고, 그 뒤에 몇 명의 전사들이 섰다.
그리고 이빨과 큰눈이 섰고, 큰눈 뒤에는 용의 뼈로 만든 검을 든 전사 하나가 섰다.
‘호위병이네.’
그때 큰눈이 나를 봤다.
“땅속에서일어서!”
“예, 형님!”
내가 형님이라고 부르자 큰눈은 기분이 좋은지 미소를 보였다.
“그런데 너는 왜 대나무 갑옷을 안 입었어?”
“너무 무거워서요. 그냥 대충 챙겨 입었어요.”
나는 걸치고 있는 이빨호랑이 가죽을 들어 올려서 작은 대나무 갑옷을 보여 줬다.
방어력보다는 활동성이 좋은 갑옷이다.
“그 정도로는 약해. 내 뒤에 바짝 붙어 있어. 내가 너를 지켜 준다.”
또 잘난 척을 했다. 그리고 바로 다리가길다가 내 옆에 찰싹 붙었다.
“제가 지켜 드리겠습니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눈빛이 예사롭지 않다.
“그런데 들고 있는 것은 뭐야?”
레벨 업을 위해서 숨겨 두었던 활을 다시 조립했다. 그리고 화살도 아주 많이 챙겨 왔다.
대답을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할 때, 이빨이 외쳤다.
“들어간다!”
그리고 큰눈이 썩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이빨을 노려봤다.
“형님, 준비하시지요. 들어간답니다.”
“나도 들었어.”
대답을 흘렸지만 큰눈은 살짝 긴장했는지 눈치채지 못하고 동굴 속으로 천천히 전진했다.
* * *
제일 먼저 이달투의 동굴 안으로 들어간 강한주먹이 횃불로 동굴 안을 밝혔다. 강한주먹은 횃불을 들었기 때문에 방패를 들지 못했다. 그리고 나머지 전사들도 차례대로 줄을 서서 들어갔다.
“잘 보이지가 않습니다.”
강한주먹이 이빨에게 말했다.
횃불이 있지만 밖에서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았기에 눈이 어둠에 적응하지 못해 잘 보이지 않는 것 같다.
사람의 눈은 어둠과 빛에 적응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나는 잘 보인다.
수리부엉이의 특성을 흡수한 결과다.
“……캄캄합니다.”
강한주먹의 목소리가 떨렸다.
인간은 어둠 자체에 대한 공포가 있고, 전사인 강한주먹도 마찬가지였다.
“조심해라. 조금 지나면 어느 정도 보인다.”
“예, 알겠습니다.”
전사들은 모두 이빨에게 의지하는 것 같다.
‘이빨이 다른 마음을 먹는다면…….’
역시 악어머리 부족의 거대함은 사상누각인 것 같다.
‘족장이 안 온 것도 이상해.’
어쩌면 나머지 전사들을 데리고 약탈을 위해 떠났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로 앞에 다섯 놈이 있답니다요.
거의 모든 전사가 들어섰을 때, 배트맨이 이달투가 있다는 것을 알려 줬다.
‘있답니다?’
이건 배트맨이 다른 동굴 박쥐들에게 보고를 받고 있다는 의미다. 그리고 다시 말해 배트맨이 동굴 박쥐들의 두목이 됐다는 방증이기도 했다.
“뭔가 있습니다!”
좀 걸어 들어가면 통로의 폭이 넓어진다. 그리고 선두에 선 강한주먹이 뭔가를 발견하고 큰 소리로 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