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olithic Hunter RAW novel - Chapter 143
143화
“족장이 괜찮다고 했다.”
“그래도…….”
“괜찮아요. 제가 괜찮다면 다 괜찮아요.”
“……응, 알았다.”
“땅속에서일어서야!”
부족에 돌아오니 여기저기서 나를 부르느라 이달투 동굴을 해결하거나 불개미 던전을 클리어할 때보다 더 바빴다.
“예, 할머니!”
“오늘은 토끼 돌 구이 찜을 해 주랴?”
“예, 거기에 소금에 찍어 먹으면 정말 맛있죠. 하하하!”
아마도 한 달이나 밖에 나갔다가 돌아온 손자에게 뭐든 해 먹이고 싶은 것이 할머니의 마음일 것 같다.
이럴 때는 환하게 웃어 보이면 된다.
“돌은 제가 달굴게요!”
토끼 돌 구이 찜을 한다는 말에 목책에 서 있던 아이 하나가 신이 나서 소리쳤다.
“그래라! 마툭아!”
마탁과 마툭은 형제인 모양이다.
“예, 주술사 할머니!”
“오늘 토끼 돌 구이 찜을 먹는다.”
할머니의 말에 아이들이 신이 나서 환호성을 질렀다. 토끼 돌 구이 찜은 토끼고기가 든 대나무 통에 달군 돌을 넣고 구워 익히는 몽고식 요리다.
예전에 내가 할머니에게 해 줬고, 요리법을 숙지한 할머니가 내게 그 요리를 해 주시겠단다.
“제가 도울게요, 어머니!”
“오냐! 족장이 돌아오니 부락이 이렇게 활기가 넘치는구나.”
“이달투도 사람으로 치면 우리 하늘 부족도 작은 부족은 아닌 것 같아요.”
제비꽃이 이달투 서른 명을 보고 할머니에게 말했다.
“그렇구나. 부락에 사람하고 사람 비슷한 것으로 바글바글하는구나. 호호호!”
맞는 말이다.
악어머리 부족에서 데려온 사람들과 이달투드워프까지 합치면 하늘 부족 부락민의 수는 예순 명에 육박한다.
하지만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이다.
여기서 만족할 생각은 티끌만큼도 없다. 나는 하늘 부족을 씨족에서 부족으로, 부족에서 더 큰 부족으로 만들 것이고, 그다음에는 부족 연맹체로 발전시킬 것이다.
그 후에는 왕국이 될 것이다. 그 말은 내가 일국의 왕이 된다는 말이다.
전 어비스에서 황제도 마다한 내가 왕이 될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에 그저 놀랍기만 했다.
‘여긴 지구니까.’
전에 없었던 권력욕이 싹트고 있었다. 그건 내게 연꽃이 있고 연꽃이 낳아줄 아들이 생긴다는 생각 때문일 것이다.
‘지난 어비스에서 초연할 수 있었던 것은…….’
나 혼자 뿐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지구로 귀환하고자 하는 열망이 컸기 때문일 것이다.
‘그건 그렇고 한 끼 식사에 열 마리나 잡아야 하네.’
나도 모르게 인상이 찡그려졌다.
부족민이 많아진 만큼 먹이려면 더 많은 식량을 구해야 한다.
그리고 저 부족민들의 책임자는 나다. 즉 내가 다 거둬 먹어야 한다는 거다.
물론 나보다 캭이 더 등골이 빠질 거고, 앞으로 이달투드워프는 온종일 산을 헤매야 할 것이다.
물론 한동안은 동굴 안에서 사육하는 토끼와 캭이 사냥해 오는 식량으로 충분할 테지만, 곧 겨울이 올 것이고 그러면 아마도 극단의 대책이 필요할 것 같다.
정말 다른 것은 몰라도 겨울나기 준비에 혼신의 힘을 다해야 한다. 이곳의 짐승들은 내가 알고 있던 짐승들에 비해 2~3배는 더 크고, 겨울이 되어 식량이 부족해진 맹수들이 이곳까지 내려올 수도 있다. 물론 나와 캭이 있으니 부락민이 당할 거라는 생각이 들지는 않지만 까딱하다가는 제대로 못 먹고 겨울을 지내게 될 수도 있다.
‘내일부터는 겨울나기 준비를 철저하게 해야겠어.’
먹는 입이 늘었으니 더 많은 식량을 비축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나도 이것저것 설명을 하느라 쉴 틈이 없었지만 이달투드워프들도 땅도 파고 대나무로 초막도 짓느라 분주하게 움직였다. 지금 여기서 놀고 있는 놈은 아첨꾼인 이달투드워프2뿐이다.
“……너는 일 안 하냐?”
“저는 주인님 옆에 바짝 붙어 있는 것이 일입니다. 헤헤헤!”
우직한 이달투드워프답지 않게 이달투드워프2는 잔머리를 쓰고 있다.
“부채질할 필요 없으니까 너는 이제부터 똥을 주워서 모아.”
“예, 주인님!”
악취의 이유는 여기저기 싸지른 똥 때문이다.
원시시대이다 보니 위생 개념이 거의 없다.
처음에 엉덩이를 닦은 손으로 바로 고기를 집어 먹는 것을 보고 기겁했었다. 그래서 젓가락과 숟가락을 큰바위와 늑대발톱에게 만들어 줬던 것이 떠올랐다.
‘화장실부터 만들어야겠지.’
정말 이것저것 할 일이 너무 많다.
“이건 뭐야? 족장!”
연꽃이 궁금한 듯 대나무 우리에 갇혀 있는 습지 거대 거머리를 손가락으로 툭툭 치며 내게 물었다. 그리고 나는 그 모습에 기겁하며 연꽃의 팔을 잡아당겼고, 의도하지 않게 연꽃이 내 품에 안겼다.
“아직 낮인데…….”
연꽃은 살짝 얼굴을 붉히고 말했다.
‘……진짜 배란기인가?’
그리고 여전히 사이네라는 백인 여자는 목책에서 나를 보다가 살짝 입술을 깨물었다.
‘내가 왜 원시시대까지 와서 여자들 눈치를 봐야 하지? 하!’
물론 눈치를 주는 여자는 아무도 없다. 그냥 내가 눈치를 보는 거다.
“위험한 거야. 절대 건드리면 안 돼.”
“위험해?”
“응, 피를 빨아 먹는 거야.”
“피?”
정말 이것저것 설명을 하려고 하니 입에서 단내가 났다.
“응, 하여튼 절대로 옆에 가지 마.”
“알았어.”
* * *
“악어머리 부족이 검은고래 부족이라고 불리는 놈들을 복속시켰다고?”
레드가 자신의 초막에서 납작 엎드린 와탕카에게 물었다.
“예, 그렇습니다.”
“이상하군, 너는 검은고래 부족은 아주 큰 부족이라 하지 않았나?”
“그렇습니다.”
“다 복속을 시켰다는 거냐?”
“그건 아닌 것 같습니다. 꽤 많은 검은고래 부족 패잔병들이 도망을 쳤다는 보고를 받았습니다. 그리고 사이네, 그 망할 년도 거기에 있는 것 같습니다.”
“악어머리 부족이 그렇게 강했나?”
“야만족치고 강한 부족입니다.”
타크는 현생인류를 야만족이라고 불렀다.
“강하다? 미개한 놈들이 강해 봐야 얼마나 강하겠어?”
“그렇습니다. 결국 미개한 놈들일 뿐이죠. 그리고 제 짧은 생각으로는 레드 님께서 찾고 계신 놈도 그곳에 둥지를 튼 것 같습니다.”
타크의 말에 레드의 표정이 찰나지만 짜증스럽게 변했다.
“왜지?”
“지금까지 야만족들이 갑옷이나 방패 같은 것을 만들어 쓰는 것을 본 적이 없습니다. 이 근방에 있는 어떤 부족도 방어구는 없었습니다. 도구는 오로지 돌창과 돌도끼뿐이었습니다.”
“그랬었나?”
“예, 와탕카의 전사들이 원래 이곳에 터를 잡고 있었던 구렁이 부족을 다 죽일 때도 그저 돌칼만 들고 있었습니다.”
“그럼 그놈이 만들어 줬다는 것이냐?”
“아무래도 그런 것 같습니다. 제가 제 부족 전사들에게 만들어 준 것처럼 말입니다.”
타크가 자기 부족 전사들이라고 말하자 바짝 엎드린 와탕카가 인상을 찡그리고는 눈동자만을 돌려 타크를 노려봤다.
“그렇군, 이제 확실해진 거군.”
“예, 그리고 와탕카가 아이들의 머리를 가지고 온 후 얼마 지나지 않아서 착용하기 시작한 것으로 봐서 분명 그곳에 헌터…….”
“결국 모두 거기에 있다는 말이군.”
“예, 그렇게 생각됩니다.”
“사이네!”
담담하기만 했던 레드의 표정이 굳어졌다.
“예?”
“사이네가 거기에 있다고 했다.”
“그렇습니다.”
타크의 표정도 굳어졌다.
“이제 놈이 내 존재를 아는 것은 시간문제겠군.”
“그…… 그럴 것입니다. 아마도 그래서 무기와 방어구를 만들어 줬을 겁니다. 레드 님께 대항하기 위해서 놈이 준비하고 있는 겁니다.”
“이제 놈이 나를 안단 말이지?”
“예, 레드 님! 분명 악어머리 부족에 헌터 최강욱이 있을 겁니다.”
“그럼 당장 공격하러 가겠다. 타크! 전사들을 준비해라! 이제 싸울 때다!”
자신의 숙적, 최강욱을 떠올린 레드가 줄기줄기 살기를 뿜어냈다.
“하, 하지만 레, 레드 님! 송구하오나!”
타크가 바닥에 납작 엎드리며 진언하려 했다.
“나는 공격하겠다고 말햇다. 어서 전사들을 준비하라!”
“하지만 지금 악어머리 부족을 공격하시면 승패를 가늠할 수 없습니다.”
“내가 하찮은 원시인에게 패한다고 말하려는 것이냐? 이노오오옴!”
“아니옵니다! 다만 용 부족 전사들이 아직은 준비가 덜 됐다는 것을 말씀을 드리는 것입니다. 차라리 저를 죽이고 잠시만이라도 분노를 푸십시오.”
“덜 되었다라…… 네놈은 도대체 5년 동안 무엇을 했단 말이냐!”
“죽여 주십시오. 레드 님!”
타크가 다시 반짝 엎드렸다.
“하지만 지금 악어머리 부족을 공격하면 승산이 없습니다. 놈이 어디에 있는지 알았으니 철저하게 준비해서 단번에 죽여야 합니다.”
“이런 망할!”
“죽여 주십시오, 레드 님!”
“……됐다. 완벽하게 이길 수 없다니 참을 것이다.”
“감사하옵니다. 레드 님!”
“단, 봄이 오면 바로 공격해서 악어머리 부족이든 그 망할 놈의 최강욱이든 다 죽여야 할 것이다. 그때까지 전사의 수를 최대한 많이 늘려라! 제대로 훈련을 시키란 말이다.”
레드는 분노를 꾹꾹 억눌렸다.
‘최강욱에게 또 질 수는 없다.’
바드득!
레드는 이전 어비스에서 칼을 휘두르며 달려들던 최강욱을 떠올리고는 이를 빠득빠득 갈기 시작했다.
‘놈을 꼭 죽인다.’
그런데 드래곤은 신에 가까운 완전체라고 불리는 생물인데 오직 다른 생각을 하지 못하고 신이 자신에게 약속한 것만 맹목적으로 쫓고 있었다. 만약 헌터가 된 레드가 땅속에서일어서인 헌터 최강욱과 손을 잡는다면 킬 더 갓은 더 수월해 질 텐데 말이다.
‘신께서 내게 약속을 하셨다. 내게! 귀환을 약속하셨다.’
* * *
부족 사람들이 한곳에 모여 식사를 하자 이제는 정말 대식구가 되었다는 실감이 들었다.
토끼를 열 마리나 잡았는데 부족한 감이 있었다. 하지만 누구도 불만스러운 표정을 짓지는 않았다. 큰바위는 배가 고팠는지 우리가 먹을 수 있는 것들 중에 가장 많은 죽순을 구워 먹었고, 아이들도 대나무 꼬챙이에 죽순을 구워 먹기 시작했다.
죽순을 구워 먹는 모습이 익숙하다는 것은 그만큼 활쏘기 훈련을 많이 했다는 의미고, 정말 어느 정도의 성과를 내지 못하면 내가 늑대발톱과 큰바위에게 내렸던 벌을 아이들에게도 그대로 적용했다는 소리다.
“족장님이 오셔서 토끼 고기도 먹고 너무 좋아!”
“자, 밥 다 먹었다. 이제 활 쏘러 간다.”
큰바위가 아이들에게 강요하듯 말했고 아이들은 살짝 인상을 찡그렸지만 항상 해왔던 일인 듯 군말 없이 활들을 챙기기 시작했다.
“예, 가려고 그랬어요. 어서들 가자!”
동시에 열 명의 아이들이 모닥불 앞에서 일어났고, 사이네도 일어났다.
“얼마나 잘 쏘는지 보자.”
나 역시 아이들의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궁금했다.
“연꽃아.”
“예, 할머니!”
“너는 가지 말고 땅속에서일어서 족장의 잠자리 준비를 해라.”
“예, 할머니!”
할머니의 말에 연꽃이 환한 미소를 지었다. 하여튼 나는 의도치 않게 할머니가 만들어 준 기회를 통해 스스로 자신을 사이네라고 밝힌 여자와 이야기를 할 기회를 얻게 됐다.
‘사이네라면…….’
그녀가 진짜 사이네라면 내 짝이 한 명 더 생기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