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olithic Hunter RAW novel - Chapter 146
146화
‘이제 너도 놓치지 않을 것이다.’
이 순간 연꽃이 떠올랐다. 하지만 이곳은 원시시대고 강한 족장이라면 더 많은 아내를 거느리는 것이 의무라면 의무다.
그녀는 자신의 운명과 사랑을 위해 용기를 낸 만큼 나도 그녀를 위해 그리고 연꽃을 위해 강해질 생각이다.
“벌써 힘이 됐다. 고마워, 사이네. 네가 아니었으면 아무것도 모르고 당할 뻔했다.”
정보는 가장 중요한 무기라는 것을 다시 한 번 실감하는 순간이다.
“이제야 제 이름을 불러 주시는군요.”
사이네의 눈동자에 살짝 이슬이 맺힌 것 같다.
‘저런 모습도 처음이다.’
레드에게 소환되었다고 했으니 나를 만나기 이전의 여정은 무척이나 험난했을 것이다.
“……정말로 보고 싶었어요.”
지난 어비스에서 나는 사이네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한 적이 없다.
언제 죽을지 모르는 헌터이기에, 미션을 클리어하고 지구로 돌아간다는 목표 때문에.
하지만 그녀는 그런 나에게 힘들고도 거친 삶을 지탱해 주는 버팀목이 되어 주었다.
사랑은 어느 곳에서나 피어나는 법이니까.
“사이네.”
“예, 최강욱 님.”
“이곳에서 나는 헌터 최강욱이 아니라 하늘 부족의 족장인 땅속에서일어서다.”
“예, 알겠어요.”
“그리고 나와 함께 하려면 받아들여야 할 것이 있다.”
“연꽃 님을 말씀하시는 건가요?”
서운해 해도 어쩔 수가 없다.
“그래.”
이곳은 일부다처제가 가능한 원시시대고 이미 나는 연꽃을 짝으로 받아들였다.
“이미 알고 있습니다. 연꽃 님이 저를 인정해 주실 지가…….”
사이네가 내게 걱정스러운 눈빛을 보였다.
“이해해 줄 거다. 이곳은 원시시대니까.”
“…….예.”
이렇게 내 짝은 둘이 됐다.
‘아니, 셋이군.’
악어머리 족장이 내게 준 또 다른 짝인 가시꽃도 있으니까.
이런저런 생각이 들었지만 결국 그 생각의 끝에는 레드가 있었다.
‘내 적이 레드란 말이지…….’
이미 한 번 죽인 놈이다. 그리고 놈은 더 이상 드래곤이 아닌 헌터다.
그러니 또 못 죽일 것도 없다.
5년의 간극을 메우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더욱더 빠르게 부족을 키우고 훈련시켜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배트맨!’
초음파로 배트맨을 불렀는데, 아무런 대답이 없다.
‘배트맨! 자꾸 딴청 피울래?’
-아, 예, 주인님!
밤이 되고 있으니 잘 리가 없다는 생각에 다시 한 번 부르자 배트맨이 대답했다.
딴짓을 하고 있었는지 허둥지둥하는 게 느껴졌다.
‘지금보다 훨씬 더 경계를 강화해야겠다.’
이달투의 동굴에서 2백 마리 정도의 박쥐를 옵저버로 쓰기 위해 데리고 왔다.
‘밤에는 배트맨이 지키면 되고…….’
낮에 쓸 옵저버를 더 확보해서 감시 반경을 넓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 알겠습니다요. 대나무 숲으로 오는 놈들이 있으면 바로 보고드리겠습니다요.
‘아니, 지금 감시하고 있는 것보다 훨씬 더 반경을 넓혀라.’
-어디까지 말입니까요?
‘강 너머까지!’
-강 너머까지 말씀이십니까? 알겠습니다요!
사람이 도보로 강 너머에서 이곳까지 오는 데 걸리는 예상 시간은 사흘이다. 하지만 박쥐는 사람보다 빠르게 날아다닌다.
강 너머에서 하늘 부족으로 오는 것을 발견하면 아무리 늦어도 3시간 안에 보고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 레드가 나를 발견하고 공격을 해 온다 해도 사흘의 시간적 여유가 있는 셈이다.
‘사흘이면 싸울지 도망칠지 결정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다.’
절대 상대보다 약할 때 싸워서는 안 된다. 즉 강할 때 싸워야 한다.
적보다 약하다고 판단될 때는 피하는 것이 상책이다.
용기와 무모함을 구분할 줄 아는 헌터가 진정으로 강한 헌터다.
-저기, 주인님! 그런데 말입니다요…….
‘왜?’
-이곳에는 날아다니는 맹수들이 너무 많습니다요! 자꾸 저와 제 부하들을 노립니다요.
끼옥의 임무를 변경해야 할 것 같다.
아니면 야행성 맹금류인 수리부엉이를 테이밍하든지 배트맨과 박쥐들을 지킬 방법이 필요할 것 같다.
‘알았다.’
-저는 이제 어느 정도 강하지만 제 부하들은 그냥 박쥐입니다요.
맞는 말이다.
-하지만 주인님의 명령이니 목숨을 걸고 경계를 하겠습니다요!
요즘 들어 배트맨은 부쩍 경계를 설 때마다 생색을 낸다.
‘그래, 수고해라.’
-넵! 잘하겠습니다요!
우르르 콰콰쾅!
두두! 두두두!
끝내 비가 떨어지기 시작했다.
“비 온다. 뛰자.”
나는 나도 모르게 사이네의 손을 잡아 버렸고, 그녀의 눈동자가 파르르 떨리는 것처럼 그녀의 손의 떨림을 느끼고 그녀의 손을 더욱 힘껏 잡아줬다.
“내가 다 알아서 할 테니까 걱정 마.”
아마도 할머니가 도와주실 것 같다. 나는 그냥 못이기는 척하면 된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면서도 사랑보다는 지금 내 머릿속에는 레드가 더 많이 떠올랐다.
‘지금은 레드가 나를 노리고 있다는 것을 알았으니 되었다.’
이제 내 진정한 적이 누군지 알았으니 그에 맞게 대비를 하면 되니까.
지피지기 백전불태라고 했다.
‘한 번 죽여 본 놈이다.’
그러니 또 못 죽일 것이 없다.
* * *
신방이나 다를 것이 없는 작은 동굴 안.
비를 맞으며 동굴 안으로 뛰어 들어온 나는 동굴 안에서 나를 하염없이 기다리고 있는 연꽃을 봤다.
‘또 그녀를 기다리게 했네.’
내가 비를 맞으며 뛰어 들어온 모습을 보고 연꽃의 입가에 미소가 머금어졌다.
‘좀 미안하네.’
어쩔 수 없이 연꽃에게는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 시간을 두고 사이네와 연꽃이 가까워지기를 바랄 뿐이다.
‘문은 꼭 닫아야겠네…….’
원시시대에는 밤에 딱히 할 유희거리가 없고, 할 만한 것은 딱 하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부부가 한 방에서 자면 어쩔 수 없이 애가 생긴다. 그러니 작은 동굴 신혼 방에는 문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건 그렇고…….’
레드의 존재를 확인하고 착잡한 마음으로 동굴로 돌아왔다.
아무것도 모르는 연꽃은 그런 나를 보며 야릇하게 웃고 있었지만 나는 연꽃처럼 마냥 웃을 수는 없었다.
‘어떻게 하면 더 빨리 강해질 수 있을까?’
오직 빠르게 강해져야 한다는 생각뿐이다.
‘방어보다는 공격이다.’
최대한 빠르게 힘을 키워서 전격전을 통해서 레드의 부족을 공격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내 부족은 너무 초라했다. 모든 부족민을 더해도 100이 되지 않는다.
‘결국 해야 할 것은 한 가지군. 팽창이다, 팽창!’
이제부터는 부족을 팽창시키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아야 한다. 정말 어쩔 수 없다면 나 역시 악어머리 부족처럼 해야 할 것 같다.
나 하나로 안 된다면 지난 어비스에서 동료들을 모아서 헌팅한 것처럼 부하들의 수를 늘려서 레드를 꺾을 참이다.
“내가 있는데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
연꽃이 내게 물었다.
“네 생각!”
“피~ 무슨 걱정 있어?”
“혹시 악어머리 부족이 어떻게 강해졌는지 알아?”
내 물음에 연꽃이 나를 빤히 봤다.
“음…… 그야 다른 부족을 죽이고 강해졌어.”
물론 그 사실은 나도 알고 있지만 하도 답답한 마음에 물었던 거였다. 그리고 마음속으로는 나 역시 그 방법을 택해야 한다는 생각을 이미 하고 있다.
“피곤하지 않아?”
“내 짝을 보고 있으니까 하나도 안 피곤해.”
연꽃이 미소를 보였다.
“우리 어서 자자!”
내 말에 연꽃이 수줍은 표정으로 변했다. 우린 이미 하나가 된 지 오래다. 그런데도 연꽃은 저렇게 수줍어하고 있다.
나는 연꽃을 대나무 침대에 눕히고 그녀의 몸에 나를 밀착시켰다.
그리고 팔을 통해 그녀의 매혹적인 육체와 연꽃이 가진 은은한 향이 느껴졌다.
“아흐으~ 하아악~.”
그때 동굴 벽을 타고 어디에선가 야릇한 신음이 작은 메아리가 되어 울리기 시작했다.
‘큰바위군…….’
새로 큰바위의 짝이 된 여자의 교성과 함께 살과 살이 부딪히는 소리도 들렸다.
정말 아무리 동굴이라지만 방음 자체가 안 되고 있다.
“하으으~ 하아아~.”
이번에는 다른 여자의 교성이었다.
이번에는 늑대발톱이었다.
‘……미치겠네.’
꼴깍!
내 옆에 누워 있는 연꽃을 봤다. 그리고 나를 떠올리며 독수공방을 하고 있을 사이네가 떠올랐다.
“아아아~ 아아아~.”
그리고 또 다른 여자의 소리가 들렸다. 이번에는 동굴 밖인 듯 아주 미약하게 들린다.
아마도 이달투드워프1과 그의 짝이 되겠다는 여자가 지금 엉성하게나마 만든 초막에서 짝짓기를 시작한 것 같다.
‘……젠장!’
여기저기서 야릇한 소음을 들으니 본능적으로 내 몸이 반응하기 시작했다.
현대사회에서는 층간 소음이 살인이 일어날 정도로 문제가 되었다.
어이가 없게도 나는 원시시대까지 와서 층간 소음에 고통 받고 있는 것이다. 물론 나 역시 곧 그 층간 소음에 동참하겠지만 말이다.
‘정말 사랑이 무진장 꽃피는 원시시대네.’
여기서 나 몰라라 하고 자면 안 된다.
여자가 원할 때 재깍재깍 충족시켜 줘야 가정이 평온한 법이다.
이윽고 나는 연꽃을 향해 돌아누워서 그녀를 살포시 안아 줬다.
내가 바라보는 그녀의 눈동자에서 내가 담겨 있는 것이 보였다. 내 눈동자 속에는 그녀가 담겨 있다.
* * *
일어나자마자 묘하게 착잡한 내 마음 때문에 나도 모르게 분주하게 움직였다.
‘배트맨, 밤 동안 특별한 것은 없었지?’
내 영역의 옵저버 역할을 맡은 박쥐들을 통솔하는 배트맨에게 초음파로 물었다.
-넵! 특별한 것은 없습니다요!
‘그래, 계속해서 잘 감시해.’
-알겠습니다요!
배트맨에게 기본적인 경계에 대한 보고를 받고 나는 내 부락을 둘러봤다. 정말 원시시대의 아침은 항상 여유로웠다.
하지만 내 하늘 부족은 그럴 여유가 없다.
갑자기 부족민이 늘어나 사방에서 악취가 진동하고 있다. 멀리서 나를 노리고 있는 레드보다 내 코를 썩게 만들고 있는 이 악취부터 해결해야 할 것 같다.
“제대로 팠군, 수고 많았다.”
내 칭찬에 이달투드워프들이 흐뭇한 표정으로 변했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이것 말고도 3개나 더 팠습니다.”
“잘했다. 그럼 이제 대나무를 잘라서 주변에 박아라.”
남이 보지 못하게 울타리를 쳐서 화장실을 만들 생각이다. 그리고 하늘 부족민을 모두 모아 앞으로는 생리 현상을 이곳에서 처리하라고 교육하기만 하면 된다.
그리고 구덩이 옆에는 이달투드워프2가 모은 똥 덩어리들이 수북하게 쌓여 있었다. 꽤 많다.
“헤헤, 주인님! 저도 거의 다 주웠습니다!”
“그래, 수고했다. 너는 이제 손목 굵기의 대나무를 잘라서 박아. 내가 그어 놓은 선에 쓰러지지 않게 박으면 된다.”
구덩이를 팠으니 이제는 벽을 만들어야 했다.
“예, 알겠습니다.”
아침도 먹기 전에 이달푸드워프들은 다시 화장실 만드는 작업에 투입됐다.
캭!
카오옥!
내 부름에 캭이 바로 달려와 내 앞에 엎드렸다.
“모닝 헌팅 좀 가자.”
이제 화장실 재료만 구하면 된다. 마음이 복잡할 때는 몸을 혹사시키는 것이 최고다.
캬옥?
캭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침부터 무슨 사냥이냐는 눈빛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