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olithic Hunter RAW novel - Chapter 147
147화
“가자! 아침 운동이 제대로 몸에 약 된다.”
나는 바로 뛰기 시작했고, 아직도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고 있는 캭이 따라 달렸다.
쿵쿵! 쿵쿵!
놈의 발자국 소리가 지축을 울린다. 아마도 다 자란 검치호와 붙어도 이길 것 같다.
‘칵은 앞으로 얼마나 더 클까?’
과거를 생각해 보면 나는 더 이상 레벨 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한계점에 도달했다.
그리고 레벨 업을 하면서 지속적으로 젊음을 유지하게 될 것이다.
끼옥! 끼오옥!
끼옥이 내게 날아들었다.
“끼옥! 산돼지가 있는 곳을 찾아!”
끼오옥!
아마 이 세상에서 우리 셋은 가장 완벽한 헌팅 파트너일 것이다. 끼옥이 하늘에서 사냥감을 찾아내고, 캭이 사냥감을 몰고 내가 잡으면 되니 말이다.
그리고 배트맨은 내가 테이밍한 다른 옵저버 박쥐보다 탐지와 관측 능력이 훨씬 뛰어나다.
“오늘은 죽이지 않고 포획할 거다!”
캬아옥!
캭도 알았다는 듯 크게 한 번 울었다.
저 울부짖음에 아마 귀가 있는 야생동물은 1킬로미터 이상 도망칠 것이 분명했다.
“아가리 좀 닥치시고! 네가 울어 제끼면 있던 동물들도 다 도망쳐! 너도 레벨 업을 했는데 머리 돌아가는 것은 왜 그대로냐?”
하지만 새대가리인 끼옥은 학습 능력이 없는지, 다시 한 번 크게 울고 빠르게 날았다.
저쪽이다.
오늘은 말 그대로 타깃 헌팅이다. 그리고 목표는 화장실이다.
* * *
우리는 울창한 원시림 속에서 산돼지를 쫓고 있다.
사실 말이 산돼지지, 엄니가 거대하고 날카로운 것이 코가 짧은 코끼리가 아닐까 싶을 정도였다.
“발소리다.”
캭의 냄새를 맡았다면 벌써 도망을 쳤을 것인데 이 주변에 있다는 것은, 캭의 냄새를 감지하지 못했거나 도망칠 수 없는 상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거참, 이놈은 정말 계륵이라니까.”
캭을 내 헌팅에 동참시킨 것은 산돼지를 잡고 끌고 올 수레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다 자란 돼지는 최소한 2백 킬로그램이 넘는다.
그리고 이곳은 식물, 생선, 짐승, 몬스터 등, 내가 알고 있는 것보다 최소한 2배는 더 큰 놈들이 즐비한 곳이다. 그러니 캭이 없으면 산돼지 한 마리를 산 채로 잡아서 미라처럼 꽁꽁 묶어서 산을 내려와야 한다.
그럼 아침 운동이 아니라 아침 노가다가 된다. 그래서 캭을 어쩔 수 없이 데리고 왔다.
‘나중에 바퀴가 달린 수레를 만들어야겠다.’
필요는 발명을 이끌어 낸다.
부족민의 수가 늘어난 만큼 이전보다 더 많은 양의 식량을 확보해야 한다.
하지만 식량을 확보하는 것으로 끝이 아니다. 하늘 부족이 있는 동굴까지 끌고 가야 한다. 확보한 식량을 쉽게 운반하기 위해서 수레는 꼭 필요했다.
저벅! 저벅!
아직 거리가 있는데도 발자국 소리가 크다.
이 정도면 엄청나게 큰 놈이 분명하다. 요즘 들어서 발자국 소리만 들어도 그 크기가 짐작이 된다. 말 그대로 나는 뛰어난 사냥꾼으로 거듭나고 있었다.
“캭!”
나는 고개를 돌려 캭을 봤다.
캬옹?
“너는 여기서 꼼짝도 말고 있어!”
바로 잡아먹을 생각이면 캭에게 명령을 내리면 된다.
물고 오라고.
하지만 산 채로 잡아야 한다. 그리고 이놈도 토끼처럼 가축으로 만들 생각이다.
그러니 내가 조심스럽게 접근해서 독침을 쏴서 기절시키기만 하면 된다.
“아차!”
허리 뒤춤을 만지다 인상을 찡그렸다.
바람총을 가지고 오지 않았다.
“……젠장, 제대로 땀을 빼겠네.”
산돼지와 나의 치고받는 싸움이 될 것 같다.
꿀꿀! 켁! 켁에엑! 켁켁!
“좌측 40미터!”
산돼지 소리를 듣고 나는 바로 땅을 박차고 달렸다.
아니, 이제는 달린다는 표현보다는 날아다닌다는 표현이 더 정확할 것 같다.
작전이 바뀐 것이다.
“따라와서 퇴로를 안 막고 뭐해!”
캬옹?
가만히 있으라고 할 때는 언제고 이제는 산돼지의 퇴로를 막으라고 하냐는 눈빛이다.
“맞을래?”
캬옹!
캭도 뛰었다. 아니, 캭은 정말 나는 것 같다.
탁!
내가 힘차게 땅을 박차고 도약을 할 때마다 10미터 정도를 달려가지만 캭은 그 정도는 우습다는 듯이 더 멀리, 그리고 더 빠르게 달려간다.
그리고 바로 4초 정도 만에 나는 놈의 앞에 도착했고, 내 등장에 놀란 산돼지는 매섭게 나를 봤다가 캭이 자기 머리 위로 점프를 해서 넘어서서 퇴로를 막는 것을 보고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
퀘에엑!
꿀꿀! 꿀꿀!
새끼들이 있다. 그리고 그 새끼들의 어미인 산돼지는 뻥을 조금만 친다면 초막만큼 컸다.
“뭐든 크다니까.”
나는 바로 산돼지를 노려봤다.
저건 산 채로 잡아도 안 될 것 같다.
‘파 놓은 구덩이보다 더 크네…….’
그런데 산돼지는 나보다 캭을 더 신경 쓰이는 듯 내게 등을 보이며 캭을 노려보았다.
“아우~ 자존심 상해.”
덩치만 보면 딱 캭의 4분의 3 정도 되는 놈이다. 송곳니도 무척이나 길고 뾰족하다.
아마 일반적인 이빨호랑이라면 캭과 다르게 놈을 보고도 고민했을 것이다. 사냥을 하다가 저 길고 날카로운 송곳니에 상처를 입을 수도 있을 테니 말이다.
산돼지는 새끼들 때문인지 도망치지는 않고 어떻게든 캭을 위협해서 물러가게 만들려는 것 같다. 그리고 나한테는 아예 관심도 주지 않았다.
“도망치지만 못하게 해!”
캬아악!
캭이 알았다는 듯 포효했다.
어깨에 천부의 검을 메고 왔지만 나를 제대로 무시한 저 산돼지를 단칼에 베어 죽이는 자비를 베풀고 싶지는 않다. 그리고 하늘 부족의 구성원이 늘어난 만큼 동굴 속 토끼는 서서히 줄어들고 있었고, 이번 참에 제대로 포식할 생각이다.
나는 바로 옆에 있는 나무에서 묵직한 가지를 꺾었다.
“고기는 두드려야 연해지지.”
다닥다닥!
나는 바로 놈을 향해 달렸고 내 발자국 소리를 들었는지 놈이 급하게 고개를 돌려 나를 노려봤다. 하지만 놈은 당황하지 않고, 가소롭게도 사람 따위가 어디서 겁도 없이 자신에게 덤벼드는 것이냐는 비아냥이 담긴 눈으로 쳐다봤다.
‘허, 살다 살다 이제는 돼지 새끼한테까지 무시를 당하네.’
물론 놈이 내가 얼마나 강한지 모르기 때문에 저럴 것이다.
꿀꿀! 꿀꿀!
내가 달려들자 새끼 돼지들은 겁을 먹었는지 어미의 곁에 달라붙어 울기만 했다.
퀘에엑! 퀘에엑!
어미는 덤벼들고 있는 나를 위협하기 위해 거칠게 울었다. 하지만 나는 저런 돼지 멱따는 소리에 위협을 받는 평범한 사람이 아니다.
“너는 네 덩치랑 그 눈깔 때문에 뒈지는 줄 알아!”
송곳니가 길고 날카로운 산돼지의 공격 패턴은 단순하다.
오로지 정면 돌격에 충돌이다. 그리고 지금까지 정면충돌에 꽤 많은 사람이 당했을 것이다.
사실 새끼와 함께 있는 멧돼지는 범도 공격하지 않는다는 이야기가 있다. 하지만 그건 호랑이의 이야기다.
쿵쿵쿵! 쿵쿵쿵!
놈은 도망칠 곳이 없다는 생각을 했는지 놈이 우선은 약해 보이는 내 쪽으로 돌격을 감행했다.
“우선 힘을 좀 빼자.”
쿵쿵! 퍽!
나를 들이받기 위해 달려드는 산돼지의 돌격을 슬쩍 피하고 들고 있는 몽둥이로 등짝을 후려쳤다.
꿰에에엑!
거친 비명이 터졌다. 사실 이 순간은 남들이 본다면 박진감이 넘치는 장면으로 보일 것이다. 투우를 하듯 저돌적인 산돼지의 돌격을 아슬아슬하게 피하는 것처럼 보일 테니 말이다.
아마 놈이 캭을 무시하고 바로 내게 달려들었다면 나는 단칼에 베는 자비를 베풀었을 것이다. 하지만 놈은 나를 무시하고 캭을 노려봤다.
그래서 이러고 있다.
“얼씨구, 기세가 등등하네?”
새끼들이 있는 것 때문에 더 성을 내는 것 같다.
꿀꿀! 꿀꿀!
그때 네 마리의 새끼 돼지가 사방으로 흩어지기 시작했고, 퇴로를 막았던 캭이 날카로운 발톱을 집어넣은 채 한 마리를 앞발로 지그시 밟고, 또 한 마리를 조심히 물었다.
끼오옥!
그리고 하늘에서 끼옥이 쏜살처럼 수직으로 낙하하더니 두 마리의 새끼 돼지를 낚아챘다.
“너네 죽이면 안 된다! 죽이면 혼날 줄 알아!”
끼오오옥!
끼옥이 알았다는 듯 크게 울었다.
꿰에에엑! 꿰에엑!
자기 새끼들이 사냥 당하자 어미 산돼지는 흥분했는지 더욱 큰 소리로 울부짖었다. 그리고 다시 방향을 틀어 나를 향해 돌진을 감행했다.
쿵쿵! 쿵쿵쿵!
살짝 지축이 울리는 느낌이다. 하지만 나는 다시 여유롭게 피했다.
“멍청한 놈!”
퀘에엑!
어미 산돼지는 화가 났는지 거칠게 다시 울었다. 정말 성질이 더러운 놈이 분명했다.
캭하고 끼옥에게 잡힌 새끼들이 낑낑거리며 울고 있지만 어미는 새끼가 맹수들에게 물려 죽었다고 생각했는지 눈이 뒤집힌 것 같다.
아마도 끝까지 도망치지 않고 덤벼들 것 같다.
“너랑 놀 시간이 없는데…….”
나를 무시했기에 괘씸하다는 생각에 매타작을 해서 때려죽일 생각이었는데 문뜩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내가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에이, 그냥 한 방에 보내자.”
물론 베어서 죽일 생각은 없다. 들고 있던 몽둥이를 바닥에 던지고 놈을 노려보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우두둑! 주먹에서 소리가 났다. 그와 동시에 산돼지가 나를 향해 돌진을 감행했다.
쾅! 나는 바로 힘차게 주먹을 뻗어 산돼지의 대가리를 후려갈겼다.
그러자 빠자작, 하고 산돼지 대가리가 깨지는 소리가 들렸다.
-치명적인 일격이 터졌습니다.
쿵!
그대로 놈이 쓰러졌다. 그리고 눈깔과 코, 입에서 피를 흘리며 단번에 죽었다.
첫 산돼지 헌팅은 성공이다.
“그렇지, 소시지도 있지……?”
할 일이 또 하나 늘어난 것 같다.
* * *
꿀꿀! 꿀꿀!
아침 헌팅으로 산돼지 두 마리를 쉽게 포획했다. 그리고 새끼 산돼지를 열두 마리 정도 주웠다.
물론 한 마리는 덩치랑 그 성질머리 때문에 죽여서 끌고 왔다.
이제는 돌주먹 한 방이면 작은 언덕만 한 산돼지 정도는 손쉽게 골로 보낼 수 있게 됐다.
‘하지만…….’
무려 5년이다. 5년이라는 시간 동안 레드는 나보다 훨씬 강해졌을 것이다.
꿰엑! 꿰엑!
어미 산돼지는 반항하지 못하게 덩굴로 입과 네 다리를 꽁꽁 묶어서 캭의 등에 매달았고, 나머지 새끼들은 포로를 묶듯 서로서로 덩굴로 묶어 끌고 돌아왔다.
물론 내 돌주먹에 죽은 놈도 캭이 땀을 뻘뻘 흘리며 뒷다리를 물고 겨우 산에서 내려왔다.
삼백 킬로그램은 우습게 넘어 보이는 산돼지 두 마리를 끌고 오는 것은 아무리 강해진 캭이라 해도 중노동인지 후들후들 다리가 떨리고 있었고, 간신히 목책 앞까지 도착하자 캭은 기진맥진했는지 벌러덩 하고 쓰러졌다.
“수고했다.”
카아……오오옥!
꽤 지쳐서 그런지 대답도 잘하지 못했다.
“자, 먹어라, 네 몫이다.”
카오옹…….
나는 죽은 산돼지의 뒷다리를 큼직하게 썰어 내 캭에게 던졌다. 하지만 캭은 지금은 쉬는 게 우선이라는 듯이 지친 눈빛으로 나를 보고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래, 쉬어라. 오늘 고생했다.”
이대로 던져두면 나중에 알아서 먹을 것임을 알기에 나는 캭을 격려하고 동굴로 걸어갔다.
그때, 목책 위에서 내가 온 것을 발견한 아이들이 뛰어내리더니 나를 향해 달려왔다.
“오늘은 산돼지 수육입니까? 족장님!”
나를 제일 처음 맞이한 마탁이 군침을 흐리며 내게 물었다.
이젠 수육이라는 단어도 안다. 먹는 것에 대한 단어라서 그런지 전파가 빨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