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olithic Hunter RAW novel - Chapter 216
216화
악어머리 족장의 움막 안으로 이빨이 굳어진 표정으로 들어섰다. 어린 여자와 짝짓기를 끝낸 악어머리 족장은 여자에게 말했다.
“너는 가서 쉬어라.”
“예.”
“또 부르마.”
그렇게 여자가 밖으로 나갔다.
“무슨 일이냐? 얼굴이 왜 그래?”
“족장님, 큰눈이 잡아온 검은고래 놈들을 마구잡이로 죽이고 있습니다.”
“뭣이? 마구잡이로 죽이고 있다고?”
악어머리 족장이 인상을 찡그렸다.
“예.”
짧게 대답한 이빨은 못다 한 말이 있는 듯 악어머리 족장을 봤다.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해.”
“큰눈이 확실히 이상해졌습니다.”
“……그건 나도 알고 있다.”
“그리고 그렇게 마구 죽이는 이유는 고작 여자 하나 때문입니다.”
“뭐?”
“큰눈의 옆에 깡마른 여자 하나가 생겼습니다.”
“깡마른 여자라고?”
“예, 전사들이 그 여자가 사람들을 죽이는 것을 보고 웃었고, 그것을 본 큰눈이 더 웃으라며 놈들을 죽이고 있다고 합니다.”
“……말도 안 되는 소리다.”
“저도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전사들이 모두 그렇게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소문은 원래 빠른 법이다.
“으음…… 주술사를 불러라.”
“그래야 할 것 같습니다. 여봐라!”
이빨의 외침에 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전사 하나가 급히 들어왔다.
“가서 주술사를 데리고 와라.”
* * *
“그래서 짝짓기를 했어?”
악어머리 족장과 짝짓기를 한 어린 여자의 엄마가 여자에게 물었다.
“응.”
“그래서?”
“……아들을 낳으라고 하셨어요.”
“뭐?”
여자의 엄마가 놀라 자신을 딸에게 되물었다.
“왜요? 아들을 낳으라고 하셨다고요.”
“그, 그 말이 정말이니?”
“예.”
그때 공교롭게도 자기 움막으로 돌아가던 큰눈과 입술이달다가 그들의 앞을 지나갔고, 어린 엄마는 화들짝 놀라 고개를 숙였다.
“어서 가자! 가서 맛있는 것을 먹자.”
지금 큰눈은 입술이달다 때문에 눈이 멀고 귀가 막힌 듯 오직 입술이달다만 보였지만 그녀는 두 여자가 하는 이야기를 똑똑히 들었다.
‘흐음, 이제 내가 조금만 나서면 아들이 아비의 심장을 씹어 먹겠구나.’
계획이 착실하게 진행되는 것을 보고 그녀는 오묘한 미소를 지었다.
* * *
이끼가 자라있는 고지 초원은 무참한 살육의 현장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그 살육을 저지르고 있는 장본인은 강제 미션을 받은 나였다.
‘망할! 아냐, 이건 정말 아니다.’
지금 캭의 등에 탄 내게 쫓기고 있는 야크들이 인간을 해치는 몬스터였다면 한 점의 망설임도 없이 시위를 당겼을 것이다.
아니, 오히려 그놈들을 쫓아다니며 유쾌하게 죽였을 것이다. 하지만 저들은 평화롭게 풀을 뜯는 야크다.
말 그대로 온순한 초식동물. 지금 내가 하는 짓은 헌터로서 헌팅을 하는 것이 아니라 괴물이 되어 무차별적인 살육을 저지르는 것이다.
헌팅에도 기본 철칙이 있다.
첫 번째가 인류를 해하는 몬스터는 보는 족족 죽이는 것이다.
두 번째는 동물을 사냥할 때는 먹을 만큼만 사냥하고, 재미를 위해서는 사냥을 하지 않는 것이다. 지금 나는 고작 원치 않는 미션 때문에 헌팅의 철칙을 스스로 짓밟고 있었다.
“에이, 씨발, 달려!”
활을 당기면서도 화가 치민다. 내가 망할 놈의 신의 꼭두각시가 된 것 같은 기분이다.
강제 미션이라고 해도 이미 돌입한 이상 쉽게 미션을 포기할 수도 없었다. 명성 수치 3,000포인트를 그냥 날릴 수는 없었다.
기분이 더러웠지만 다시 나는 시위를 당겼고, 야크를 조준했다. 시위를 놓자마자 빠른 속도로 날아간 화살은 야크의 머리에 박혔다.
퍽! 또 한 마리의 야크를 참혹하게 죽였다.
-남은 야크의 수 : 89
벌써 11마리의 야크를 죽였다.
“젠장…….”
캬아아악!
여기저기 고지 초지에는 검은 바위처럼 죽은 야크들이 쓰러져 있었다. 나도 그렇지만 캭 역시 이유 없는 살육에 흥분해 버린 것 같다.
피비린내가 사방에 가득했다.
음모오오~ 음모오오~
그때 내가 방금 전에 죽인 야크의 새끼인지 도망치던 어린 야크 두 마리가 돌아와 쓰러진 야크의 옆으로 가더니 구슬프게 울었다. 그리고 죽은 야크를 일으키려는 듯 머리를 부비적거렸다.
몬스터라면 절대 보일 수 없는 행동이었다. 눈에는 눈물을 뚝뚝 흘리며 죽은 야크의 곁을 떠나지 못하는 새끼 야크들이 구슬퍼 보였다.
“미칠 것 같네.”
이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감성적인 인간은 아니라고 자부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건 정말 아니었다.
“결국, 나는 꼭두각시다.”
내가 망할 놈의 신을 죽이겠다고 소리쳤지만, 나는 그 신의 의도대로 움직이는 마리오네트일 뿐이었다. 그 결과 이런 괴물이 되고 있었다. 야크들에게는 나는 분명 재앙 같은 괴물이다.
“줄을 끊어야겠다.”
캬아악!
캭이 다른 야크를 죽이기 위해 앞으로 힘껏 달려 나갔고, 캭의 질주에 야크들은 여기저기 도망을 치느라 정신이 없었다.
“멈춰!”
캬아아악?
캭이 흥분한 상태에서 왜 멈추냐는 듯 울부짖었다.
“멈추라고! 캭! 난 꼭두각시가 아니다.”
고개를 들어 여전히 하늘에 떠 있는 태양을 봤다. 해는 서쪽으로 향해 져가고 있었다.
“이대론 계속해서 끌려다닐 수밖에 없어. 나는 명성 3,000포인트를 버린다.”
태양을 올려봤다. 저무는 태양도 여전히 뜨거웠고 나는 눈을 감았다.
명성은 명예로운 것이다.
그런데 나는 지금 명성 수치를 잃지 않기 위해 악명을 쌓고 있었다. 저주스러운 신의 의도대로.
이제는 그 꼭두각시의 줄을 끊으려 한다. 어쩌면 지금까지 그 줄에 매달려 있기에 신에게 놀아나고 있었던 것 같다. 수도 없이 터지는 행운들이 그 줄에 연결되어 있었기에 나도 모르게 그의 꼭두각시가 되게 했다.
“이런 무가치한 살육, 더는 하지 않겠다.”
캭은 고개를 갸웃 기울였다.
캬옹?
절체절명 위기의 순간마다 행운이 작용했다.
처음에 내가 땅에 다시 묻힐 때도 그랬고, 배트맨을 잡을 때도 그랬다. 신은 자기의 뜻대로 놀아나는 나를 보며 즐겼을 것이고, 마치 개에게 먹이를 던져주듯 그렇게 이것저것 내게 운을 던져준 거였다. 이제는 거기에 의존하며 끌려 다니는 것은 사절이었다.
“몬스터도 아닌 힘없는 동물을 먹지도 않을 거면서 이유 없이 함부로 죽이는 것은 헌팅이 아니지. 캭, 더는 네게도 그런 걸 시키지는 않을 거다.”
캭!
이 순간은 내 인생의 변곡점이다. 신을 죽이겠다고 떠들고 다녔을 뿐, 나는 여전히 신의 꼭두각시에 불과했다.
더는 늦으면 안 된다. 지금이라도 끊어야 한다. 어렵게 확보한 3,000포인트를 잃더라도.
“이제 해가 지네.”
나는 넋이 나간 사람처럼 태양이 서쪽으로 완벽하게 지는 것을 제자리에서 천천히 기다렸다. 뉘엿뉘엿 해가 저무는 동안 야크들은 다시 멀찍이 떨어진 곳에서 유유히 이끼 비슷한 풀을 뜯기 시작했다.
그래도 내가 만든 저 야크 사체들은 바위처럼 내 마음을 짓누르기에 충분했다.
나는 천천히 지는 해를 바라봤다.
-미션 클리어 실패.
-미션 클리어 실패를 통해 명성 수치 3,000포인트가 하락했습니다.
끝내 미션 실패 메시지를 듣고 말았다. 후회는 없다. 이 순간이 진정한 변환점이 되게 만들 것이다.
더는 신의 꼭두각시로 되는대로 살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이런 말도 안 되는 미션들은 모두 거부하겠다.
-흐응, 이제야 줄을 끊었군. 하지만 그게 전부일까?
그때 내가 이 세계로 왔을 때 내게 속삭이던 망할 신의 목소리가 다시 내 뇌리에 울렸다.
“너!”
바드득, 이를 악물었다.
-모든 것은 이미 시작되었다.
무슨 개소리를 하는지 모르겠다. 나는 나도 모르게 절규를 하듯 외쳤다.
“네놈! 내가 반드시 죽일 거다!”
내 울부짖음에 한가히 풀을 뜯던 야크들이 다시 놀라 내 쪽을 봤다. 하지만 더 이상 신의 음성은 들리지 않았다.
음모오오오아아아악!
그때 내 귀를 자극하는 거친 울부짖음이 어둠이 내려앉은 초지에 울려 퍼졌고 나는 내 눈으로 믿을 수 없는 모습을 지켜봐야 했다.
음모오오아아악!
놈들의 눈동자에서 붉은 안광이 솟아오르고 있었다. 내가 지금 보고 있는 것은 말도 안 되는 것이었다.
캬아악!
캭도 놀랐는지 털을 곤두세우며 울부짖었고, 끼옥 역시 날카롭게 울부짖었다. 나는 허탈하게 웃으며 읊조렸다.
“저거였군.”
-블랙야크
종족 : 야크의 악령.
우두머리 야크가 죽어 악령이 된 존재.
생명력 : 110,000/110,000
공격력 : 17,000
방어력 : 27,800
내 손에 죽은 야크 우두머리가 악령으로 깨어났다. 무참한 살육의 결과였다.
신은 이것을 원한 것이리라.
나는 11마리의 죄 없는 야크들을 죽였다. 그들의 원한이 악령의 생명력으로 전환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100마리를 다 죽였다면…….”
놈의 생명력은 지난 어비스에서 죽인 드래곤을 능가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저 추측이다. 하지만 분명하고 명확한 것은 놈의 붉은 안광이 나를 죽일 듯이 노려보고 있다는 것이다.
“미노타우로스 같군.”
지난 어비스에서 헌팅해 본 경험이 있다. 소의 머리에 인간의 몸을 가진 인간형 몬스터로 가공할 파워를 가진 놈이다. 하지만 블랙야크처럼 말도 안 되는 생명력을 가지지는 않았다.
음모오오오-!
쿵, 쿵! 놈이 강하게 발을 구르며 내게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캬아악!
캭도 겁을 먹었는지 몸을 뒤로 쭉 젖히며 울부짖었다.
‘도망쳐야 하나?’
나는 단 한 번도 몬스터를 보고 물러난 적이 없다. 작전상 후퇴를 한 적은 꽤 있다. 그렇다 해도 새롭게 작전을 짜고 다시 도전했었다.
그때 내게 다가오던 블랙야크가 죽어 있는 야크의 몸통과 머리통을 잡더니 그대로 잡아당겼다.
그극, 기기긱 하는 기괴한 소리와 함께 머리통이 떨어져 나갔고, 그 아래로 척추가 딸려 나왔다. 악령이 된 블랙야크는 야크의 머리통을 높이 들어 올리고는 척추를 따라 흐르는 피를 마치 육식동물처럼 마시기 시작했다.
꿀꺽, 꿀꺽.
놈의 목구멍으로 검은 야크의 피가 넘어가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린다.
‘놈은 이제 악령이고, 몬스터다.’
내가 만들어낸 악령이다.
‘만약 지금 도망치면…….’
저놈은 모든 야크들, 살아 있는 야크들까지 저렇게 잡아먹을 것 같다. 원한의 존재는 피를 갈구한다.
“그래, 결자해지다.”
도망칠 생각은 접었다. 캭을 타고 거리를 두고 싸우면 어떻게든 될 것 같다.
캬옹?
“싸운다고! 이제는 진짜 헌팅이다. 저 새끼는 몬스터니까!”
야크의 피를 마시는 블랙야크를 노려보며 캭을 독려했다.
카아아아악!
전투의지를 불태우는 듯 캭이 울부짖었다.
순간 단단히와 이달투드워프들이 짓고 있을 거대한 목책이 떠올랐다. 몰이가 쉽지 않겠지만 저 많은 야크들을 몰아가서 집어넣으면 식량 걱정은 물론이고 젖과 가죽을 원활하게 공급받을 수 있을 수 있다. 이제 야크들을 다 죽이지 않아도 된다 생각하니 한 번 더 욕심이 났다.
-미션 발동!
그때 뜬금없이 미션 발동 메시지가 떴고 나도 모르게 절로 인상이 찡그려졌다.
‘이 자식이 또 뭔 지랄을 하려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