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olithic Hunter RAW novel - Chapter 215
215화
“조심해라. 아콘이 너희 씨족을 찾고 있었다.”
“이제 그딴 놈은 두렵지 않다.”
“겁이 없어졌군.”
“겁이 없어진 게 아니라 이젠 정말 두렵지 않다. 그럼 간다.”
거산이 돌아섰고, 불개미세트로 무장한 이달투드워프2를 봤다.
“가자!”
“알았다.”
거산이 뒤돌자 이달투드워프2는 자신들만의 언어로 이달투드워프들에게 말했고, 그렇게 거산과 이달투드워프들이 떠나자 오소리 씨족 족장에게 전사 하나가 다가왔다.
“아무래도 미친 것 같습니다.”
“그런 것 같다. 미쳤지. 그러니 이빨호랑이놈들에게 대항을 하는 거지.”
“그런데 저것, 살이 통통하게 올랐습니다.”
원시인들이 못 먹을 것은 없다. 특히 먹을 것을 많이 빼앗겨 오소리 씨족은 항시 굶주린 상태였다.
“그렇군.”
“잡아먹을까요?”
“먹지 말라고 했지만…… 짐승을 왜 안 먹겠느냐.”
오소리 씨족 족장이 멍1을 보고 입맛을 다셨고, 그 순간 얌전하게 앉아 있던 멍1의 눈동자가 매섭게 변하더니 날카로운 이빨을 보였다.
크으르릉!
“조, 족장님, 저놈의 이, 이빨이 엄청…….”
“몽둥이들을 불러라!”
“예, 족장님!”
전사가 황급히 사라지고 나서 한참 후 6명의 전사가 몽둥이를 들고 왔다.
그들은 멍1에게 기세 좋게 달려들었다. 그리고 전사들은 멍1에게 죽지 않을 정도로 물리고 맞았다.
“고작 들, 들개가 왜 이렇게 강해?”
“으으윽! 아파 죽겠습니다.”
다시 멍1은 언제 그랬냐는 듯 얌전히 자리에 엎드렸다. 만약 땅속에서일어서가 어지간하면 사람을 죽이지 말라는 명령을 하지 않았다면 저들은 벌써 멍1에게 물려 죽었을 것이 분명했다.
“그들이 정말 강한 것인가?”
오소리 씨족 족장은 거산이 떠난 곳을 물끄러미 봤다.
“저, 저분은 너무 강합니다.”
“저분?”
놀랍게도 오소리 씨족 전사가 멍1에게 저분이라고 말했다.
“오소리 신보다 더 강합니다.”
“아니다, 오소리는 들개보다 더 강하다.”
저들이 하는 이야기를 멍1이 들었는지 귀를 쫑긋 세웠다. 그리고 살짝 자존심이 상한 표정으로 변하더니 갑자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 모습에 이미 상처투성이인 오소리 씨족 전사들은 기겁해 뒤로 물러났다.
멍1이 그들을 힘껏 뛰어넘어 숲으로 사라졌고 오래지 않아 꽤나 큰 오소리 한 마리를 잡아와 오소리 씨족 족장 앞에 던졌다.
마치 내가 이 오소리보다 강하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처럼 보였다.
“보, 보십시오, 오소리보다 강합니다.”
“으음…….”
“앞으로 저분을 신으로 모셔야 합니다.”
“저, 저분?”
“예, 보십시오, 오소리보다 강합니다.”
어처구니가 없는 상황이 일어나고 있었다.
“그럼 이제 우리는 멍 씨족이다.”
이해할 수 없는 것을 경원하거나, 강한 존재를 숭배하는 것이 원시인들의 특성이다. 그리고 오소리 씨족 사람들에게는 그 어떤 동물보다 지금 멍1이 강해 보였다.
“예, 우린 이제 멍 씨족입니다.”
졸지에 멍1은 씨족의 신이 됐다.
‘놀고 있네~.’
멍1은 속으로 그런 생각을 하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늘어지게 하품을 했다.
“하늘 부족이 멍 님을 이끈단 말이지. 정말 하늘 부족은 거북 씨족 족장이 말한 것처럼 강한 것 같군.”
“족장님, 차라리 그곳으로 가는 것이 어떨까요? 먹을 것도 엄청 많다고 했습니다. 망할 놈의 이빨호랑이 부족처럼 빼앗지도 않고 오히려 준다고 했습니다.”
“거짓일 수 있다. 어떻게 확신하겠느냐. 좀 더 생각해 보자.”
살던 터전을 떠나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기에 족장은 깊은 고뇌에 빠졌다.
* * *
두다다다다!
캭은 발이 안 보일 정도로 빠른 속도로 달렸고, 침엽수의 숲을 지나 이제는 이끼처럼 자라나는 풀만 있는 곳으로 왔다.
‘툰드라 지역처럼 보이는군.’
멀리도 온 것 같다.
“스토오옵!”
캬옹?
내 명령에 캭이 걸음을 멈추고 무슨 일이냐는 듯이 올려봤다. 동물인지라 내가 어떤 식으로 말을 하든 뜻을 알아들었다. 영어를 하든 중국어를 하든 말이다. 아마 터키어나 그리스어를 해도 알아들을 것이다.
실은 미친 듯이 살을 에는 칼바람 때문에 멈췄다.
캭과 끼옥은 두꺼운 털과 깃털로 몸을 감싸고 있기에 춥지 않겠지만 나는 춥다. 바로 캭의 옆구리에 단단히 묶어놓은 염소 가죽 주머니에서 염소 가죽으로 만든 털옷을 꺼내 입었다.
“어휴, 이제 좀 살 것 같네.”
털옷을 입으니 추위가 한결 가셨다. 나는 툰드라 지역 같은 넓은 평지를 바라봤다.
‘거의 다 온 것 같네.’
아득하게 보이던 설산이 이제는 또렷하게 보였다. 내 눈앞에는 푸른 이끼의 초지가 펼쳐져 있었고, 그 위에서 풀을 뜯는 녀석들이 보였다.
“참 많다.”
소처럼 생겼는데 소는 아닌 것 같다. 뿔이 날카롭고 머리가 물소보다 작다. 그리고 몸에 난 털이 길게 늘어져 있다.
“혹시 야크인가?”
얼핏 저것들이 야크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야크
종족 : 몬스터(야크의 조상)
생명력 : 5,000/5,000
공격력 : 300
방어력 : 500
내 예상대로 내가 보고 있는 녀석들은 야크의 조상들이었다.
‘어? 그런데 야크는 고산지대에 사는 것들 아닌가?’
캭을 타고 바람처럼 달려왔기에 깨닫지는 못했지만 이끼와 함께 드문드문 눈도 보이는 것이 이곳의 지대는 높을 수도 있다.
한가히 풀을 뜯고 있는 놈들의 몸통 길이는 거의 4미터 정도가 되는 것 같고, 높이가 2미터 가까웠다.
가까이서 본 것은 아니지만 확실히 물소보다 커 보였다.
‘야크를 가축으로 키우는 부족도 있었어.’
이곳의 야크는 등이 곧고, 네 다리가 물소보다 짧아 보였으며 단단해 보였다. 그리고 배 아래까지 희고 긴 털이 나 있어서 무척이나 따뜻해 보였다.
그때 캭이 입맛을 다셨다.
“저거 잡아먹자고? 네가 잡을 거야?”
내 물음에 캭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럼 잡아 와라. 배는 채워야 하니까. 불은 내가 피울게.”
내 말에 캭이 진짜냐는 눈빛으로 반색하며 꼬리를 흔들었다. 영락없이 멍이었다.
“싫으면 네가 불까지 피우든가?”
캬옹~ 캬옹~.
내 말에 캭이 도리질을 했다.
그때 예기치 않은 미션 발동 메시지가 떴다.
-미션 발동!
-미션명 : 어둠이 내려앉기 전까지 야크 100마리를 헌팅하라!
미션 난이도 : D
미션 클리어 조건 1 : 해가 완전히 지기 전까지 야크 100마리를 죽여야 한다.
미션 실패 시 명성 수치 3,000포인트 하락.
말도 안 되는 미션이다.
아무리 내가 레벨 업을 위해 여기까지 왔다고는 하지만 먹지도 않을 것을, 그것도 해가 지기 전까지의 단시간에 죽인다는 것은 헌팅이 아니라 무의미한 살육이다.
물론 부족이 가까이 있어서 죽인 야크를 부족까지 가지고 갈 수 있다면 마다할 이유는 없다.
육포를 만들고 소시지를 만들어 비축하면 되니까. 하지만 지금은 부락에서 아주 멀리 왔기에 죽여도 가져갈 수가 없다. 무용지물인 시체가 되는 것이다.
“거절!”
지난 어비스였다면 두말없이 미션을 수락했을 것이다.
그때의 목표는 오직 강해지는 것이었으니까. 강해지기만 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되리라고도 믿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마음이 혼란스러웠다. 내가 왜 근본적으로 달라진 걸까.
‘연꽃 때문인가?’
아니면 연꽃이 가진 내 아이 때문인지도 모른다. 나는 아빠가 될 것이고, 내 아이에게 한 점 부끄럽지 않은 아빠가 되고 싶다.
만약 연꽃이 아들을 낳게 된다면 나는 아들에게 사냥을 가르칠 것이다. 그리고 반드시 먹을 만큼만 사냥해야 한다고 가르칠 것이다.
그런데 지금 이 미션을 수락하면 내 아이에게 가르칠 근본을 잃어버리게 된다. 살육을 가르치는 부모가 될 수는 없었다.
‘부끄러운 짓을 하지 말자.’
단호히 마음먹었다.
-본 미션은 강제 미션입니다. 거절할 수 없습니다.
거절했는데 강제 미션이라고 뜨며 이상하게 돌아갔다.
“빌어먹을!”
해가 지기 전까지 야크 100마리를 헌팅하지 않으면 명성 수치가 3,000이나 하락하게 된다.
‘이건 분명 신의 농간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것을 생각할 시간이 없다. 강제 미션이 발동되었으니 어쩔 수 없이 사냥을 시작해야 한다.
“미친, 벌써 해가 지고 있네. 젠장!”
해는 이미 서쪽으로 기울고 있었다. 시간이 없다.
“캭!”
캬옹?
야크들을 향해 돌진을 감행하려던 캭이 급하게 서서 나를 봤다.
“너, 이리 와.”
내 말에 설마 사냥도 직접 하려고 그러냐는 듯이 반짝이는 눈빛을 보였다.
“같이하자. 지금 당장 100마리를 잡아야겠다.”
캬옹?
다 먹지도 못할 것을 100마리나 잡냐며 캭은 고개를 기울였다. 나는 짐승은 아니지만 캭의 눈빛들 하나하나가 인간의 말처럼 와 닿았다. 그게 지금처럼 짜증 나는 순간은 없었다.
“하고 싶어 하는 거 아냐! 망할 놈의 신이 자꾸 시키잖아!”
나도 모르게 버럭 소리를 질렀다.
“끼옥! 넌 내가 날린 화살을 찾아서 다시 가지고 와!”
헌팅을 위해 챙겨온 화살은 50대 정도다. 그러니 화살 회수는 끼옥의 몫이다.
끼옥은 눈치가 빠르기에 군말이 없었다. 나는 바로 캭을 타고 한가히 풀을 뜯는 야크를 노려봤다.
“휴, 저것들을 모두 끌고 가서 기르면 대박인데…….”
하지만 지금은 어쩔 수 없이 헌팅을 해야 한다.
“달려!”
캬아아악!
캭이 헌팅을 하겠다는 말에 우렁차게 포효를 했고, 한가하게 풀을 뜯던 야크들은 캭의 포효에 놀라 우리를 봤다. 잠시 멈칫한 놈들은 화들짝 놀라 사방팔방으로 도망쳤다.
“야! 이 미친 새끼야! 여기서 소리를 지르면 어떻게 해!”
캬옹!
“달려! 이미 발동한 미션이다. 그럼 클리어를 해야지!”
그런데 문뜩 내가 지금 저번 어비스처럼 망할 놈의 신이 하라는 그대로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다닥! 다다닥!
캭이 달렸고 나는 캭의 등에 탄 상태로 도망치는 야크를 쫓으며 시위를 당겼다.
퍽! 화살은 빠르게 날아가 야크의 머리에 박혔다.
음모오오오-!
야크가 내 화살을 맞고 처절한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다. 사냥에 성공해도 전혀 유쾌하지 않았다.
“젠장!”
-남은 야크의 수 : 99
“달려!”
캬아옹!
캭은 내 눈치가 보였는지 조금 전처럼 우렁차게 포효하지 못했다. 야크가 죽는 것을 보고 다른 야크들이 기겁해 더 빠르게 도망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