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olithic Hunter RAW novel - Chapter 214
214화
“어때?”
나는 육각 방패 두 개를 만들어 캭의 양쪽 옆구리에 부착시켜 줬다. 이렇게까지 만드는데 4시간 이상 걸렸다.
비늘에 고정한 나무막대기를 단단한 가죽끈으로 묶어서 캭의 옆구리에 밀착시키는 단순한 형태지만 지금 캭은 철갑을 두른 것 같다.
혹시나 떨어질지 모른다는 생각에 캭의 몸통에 밀착된 육각 방패를 가죽끈으로 단단히 묶었다.
“내가 너를 이만큼이나 신경 쓰고 있다는 것만 알면 돼.”
캬옹~
내 말에 좋다고 입꼬리를 올리며 웃는 캭이다.
“자, 그럼 이제 또 달려 보자.”
더 깊이 들어가면 이놈보다 더 강한 몬스터가 있을 것 같다. 물론 저놈의 비늘을 다 뜯어내서 부락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우리가 낑낑거리고 가지고 간다고 해도 모두 싸갈 방법도 없다.
‘애들을 데리고 와야지.’
문제는 여기까지 그냥 내 부하들이 걸어온다면 며칠이 걸릴지 상상도 안 된다는 거였다.
그리고 지금은 연꽃을 위해 얼음을 구하는 것도 급하다. 던전을 발견하는 일도 중요하지만 임신 후 자주 힘이 없고 파리한 낯인 연꽃이 걱정되었다.
‘빨리 모두 구해서 돌아가야지.’
“맞다! 너 이 방패 손잡이 들고 날아 봐.”
딴청을 부리고 있는 끼옥에게 말했다.
끼옥?
“어서!”
내 다그침에 끼옥이 날카로운 발톱으로 육각 방패 손잡이를 들고 날아올랐다.
“역시 할 수 있네!”
이 엄청난 재료를 옮길 놈이 생겼다.
“그럼 이것도 잡을 수 있겠어?”
나는 바로 사체에서 가로 120, 세로 70센티미터 정도의 비늘을 힘껏 뜯어냈다.
“이거 발톱으로 잡고 날아봐.”
끼옥-!
끼옥은 바로 날카로운 발톱으로 잡고 하늘 위로 날아올랐다.
하지만 이내 쿵, 소리가 요란하게 들렸다. 재질 자체가 미끄러운지 하늘에 날아올랐다가 바로 떨어트린 것이다.
“이런 식으로는 안 된다는 거네.”
그래도 셔틀을 찾아냈다.
‘방패 재료를 더 쉽게 옮길 수 있겠어. 셔틀이 생겼네. 후후.’
내 눈빛에 끼옥이 뭔가 불안했는지 몸서리를 쳤다.
‘눈치 빠른 새끼, 귀여운 맛이 없어요.’
물론 당장 옮길 생각은 아니다. 제일 중요한 것은 연꽃을 위한 얼음이니까.
“가자! 더 안쪽으로 가 보자.”
끼옥-!
끼옥이 안심을 했는지 크게 울부짖었고, 나는 캭의 등을 타고 다시 바람처럼 달렸다. 나는 내버려두고 가는 몬스터 시체를 돌아봤다.
‘뭐 저렇게 그냥 둬도 괜찮겠지.’
저렇게 큰 덩치의 시체를 옮길 수 있는 놈은 없을 테니까.
* * *
큰눈의 곁에서 입술이 달다는 가장 부드러운 토끼털로 만든 옷을 입고 무표정한 얼굴로 앉아 있었다. 큰눈은 자신을 보며 웃지 않는 입술이달다를 보며 안절부절못하고 있었다.
“이거 한번 먹어 봐라. 맛있다.”
큰눈이 먹음직스러운 과일을 건넸지만, 말없이 고개만 흔들었다.
“그럼 이건 어때? 잘 구운 고기다. 귀한 소금도 뿌린 거다.”
큰눈이 구운 고기를 권했지만 고기를 보다가 그냥 가만히 고개를 저었다.
“그럼 먹고 싶은 것이 뭐냐? 말만 해라. 어떤 것이든 다 구해 주마.”
“……없어요.”
짝짓기가 끝난 후, 처음으로 입술이달다의 입이 열렸다. 큰눈은 입술이달다가 자신에게 말을 했다는 것만으로 표정이 밝아졌다.
“없어?”
“…….”
“내 이름은 큰눈이다. 네 이름은 무엇이냐?”
큰눈의 물음에 입술이달다는 그저 큰눈을 물끄러미 봤다. 그러다 다시 시선을 깔았다.
“말을 안 하고 인상을 찡그리고 있으니 답답하구나.”
큰눈은 애가 타는 듯 옆에 놓인 물을 들이켰다.
“저도 여기가 너무 답답해요.”
싸늘하게 말하는 입술이달다였다.
“움막이 답답해?”
“너무 좁은 것 같아요. 전 바다처럼 넓은 곳에서 살았어요. 여기보다 훨씬 넓은…….”
“그래?”
“예, 제 이름은 입술이달다예요.”
“입술이달다?”
입술이달다의 말에 큰눈은 그녀의 입술을 뚫어지게 봤다. 촉촉하면서도 연한 붉은색 입술은 먹음직스러워 보였다.
꿀꺽, 군침을 삼킨 큰눈은 끓어오르는 욕망을 참지 못하고 입술이달다에게 달려들었고, 빨아들이듯 입술을 핥았다.
“으읍. 욱!”
그 순간 입술이달다가 인상을 찡그리며 큰눈을 살짝 밀어냈다.
“……답답해요.”
“하하하! 정말 네 말대로 입술이 달구나! 그래, 그래. 밖으로 나가자.”
그렇게 큰눈과 입술이달다는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아무 말도 없이 부락을 걷기 시작했다. 그들은 검은고래 부족 패잔병들이 잡혀 있는 곳까지 걸어갔다.
* * *
“고래를 잡는 방법만 말하면 편하게 살 수 있다. 어서 말해라! 검은고래 부족은 사라졌다. 이제는 악어로 살자. 어때?”
악어머리 전사 하나가 묶여 있는 검은고래 부족 전사에게 소리쳤다.
“퉤! 더러운 놈! 네놈에게 알려줄 건 하나도 없다! 어서 나를 죽여라!”
“이 새끼가!”
“그냥 죽여! 어차피 놈들은 많다. 족장님께서도 반항하는 것은 죽이라고 했다!”
“알겠습니다.”
전사머리의 말에 일반 전사가 허리춤에 차고 있던 돌도끼를 꺼냈다.
“네놈들은 결국 멸망하게 될 것이다. 어린 씨족 하나 남기지 못하고! 이 망할 놈들아!”
큰눈과 입술이달다는 차분히 그 모습을 보고 있었다. 큰눈은 눈앞에서 벌어지는 일에는 흥미가 없고 입술이달다의 일거수일투족에만 신경이 쏠렸다.
“너는 왜 웃지 않는 것이냐?”
“웃을 일이 없어요.”
“뭐?”
“그저, 이곳이 너무나도 답답해요.”
검은고래 패잔병이 최후의 발악을 하듯 소리를 질렀다.
“나는 네놈들에게 해줄 말이 하나밖에 없다! 망할 놈들 어서 죽여라!”
그 소리에 입술이달다가 무릎이 꿇려 있는 패잔병을 봤다.
“오냐! 그게 네 소원이라면 죽여주마!”
전사는 들고 있는 도끼로 힘껏 패잔병의 머리를 후려쳤다.
퍽!
“크악!”
거친 비명과 함께 돌도끼를 맞은 패잔병의 머리에서 피가 미친 듯이 뿜어졌다. 그 찰나에 입술이달다는 아주 살짝 미소를 보였다. 큰눈은 입술이달다가 웃는 것을 홀린 듯이 바라봤다.
돌도끼를 수차례 맞은 패잔병이 끝내 바닥에 쓰러져 온몸을 파르르 떨며 죽었다.
“하하, 호호호!”
순간 하루 동안 웃지 않던 입술이달다가 깔깔거리며 웃기 시작했다.
“하하하! 너도 웃는구나. 그래, 너도 웃는구나.”
큰눈은 마음이 흡족하여 크게 따라 웃었다.
“재밌잖아요.”
“뭐가?”
“피가 솟는 모습이 재밌어요. 이상하잖아요. 사람이 저렇게 쓰러지다니요. 보기 드문 모습이라 무척 재밌어요.”
“이봐!”
입술이달다의 말에 큰눈이 돌아서서 도끼를 든 전사를 봤다.
“예, 큰눈 님! 이놈을 죽이느라 큰눈 님께서 오신 것도 못 봤습니다. 죄송합니다.”
큰눈이 요즘 들어 사납게 변하고 있다는 것을 알기에 전사들을 겁을 먹은 듯 머리를 조아렸다.
“저 새끼도 죽여.”
“예?”
“저기 있는 새끼도 죽이라고. 아, 피가 많이 튀게 죽여라.”
아무 말도 없이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 패잔병을 죽이라고 말하는 큰눈이었다. 패잔병은 겁에 질려서 떨며 입을 열었다.
“고, 고래를 잡는 방법을 알려 드리겠습니다. 살려주십시오.”
“큰눈 님, 이놈은 고래를 잡는 방법을 알려준다고 합니다.”
“그냥 죽여. 어차피 잡아온 놈은 많다.”
큰눈이 대꾸하는 전사머리를 매섭게 노려봤다.
“예!”
화가 미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전사머리는 직접 잔뜩 겁을 먹은 패잔병에게 다가가 머리채를 끌고 와서 도끼로 머리를 찍었다.
퍼어억. 도끼가 피에 물들었다. 외마디 비명과 함께 남자가 쓰러졌다.
“깔깔깔!”
그 순간 입술이달다가 다시 환하고 높게 웃었다.
“그래, 이래야 웃는구나. 하하하! 재미있었느냐? 또 죽일까?”
“꺄르륵, 너무 재미있네요. 또 보여주실 건가요?”
전사들은 입술이달다가 사람이 죽는 것을 보고 웃는 것에 기겁했다. 하지만 큰눈의 옆에 있는 여자기에 아무 소리도 하지 못했다.
그리고 큰눈은 입술이달다가 웃는 것이 기꺼워 함박웃음을 지으며 전사머리에게 명령을 내렸다.
“다른 새끼도 죽여라.”
“예?”
“어서 죽여.”
명령에 전사머리는 주저하면서도 마구잡이로 도끼를 휘둘렀고 사람이 쓰러져 나갔다.
“호호호! 호호호!”
사람 죽는 것이 정말 재미가 있다는 듯 깔깔거리며 그녀는 웃었다. 한참을 즐겁게 웃다가 그녀는 큰눈의 팔짱을 끼며 속삭였다.
“저, 배고파요.”
“알았다. 가자!”
큰눈과 입술이달다가 돌아섰고, 뚜따는 그 뒷모습에 잔뜩 굳었다.
‘확실히 어둠이 없어.’
뚜따는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
“왜 그러냐, 뚜다! 에이취라도 걸린 것이냐?”
“아닙니다.”
“에이취에 걸렸으면 가서 쉬…… 아니다, 뚜따, 어서 망할 부족 놈들을 잡아 와라!”
“예?”
“웃는다. 내 입술이달다가 더러운 포로들이 죽는 모습을 보는 게 즐겁다지 않으냐. 하하하!”
큰눈은 완전히 홀린 것처럼 자기가 내뱉는 말의 이상한 점을 전혀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어서!”
“예.”
두려움에 빠진 뚜따를 입술이달다가 묘한 눈으로 봤다.
‘흐음, 엄청난 주술에 걸린 놈이구나. 그런데 강해.’
* * *
오소리 씨족 입구에서 거산은 잔뜩 실망한 표정으로 오소리 씨족 족장의 배웅을 받고 있었다.
“잘 생각해 봐라. 여기서 그 나쁜 놈들에게 먹을 것을 다 빼앗기고 아이들까지 빼앗기면 언젠가는 씨족이 내일 뜨는 해를 못 본다.”
“나도 안다. 하지만 무섭다. 그 망할 놈들이 무섭다.”
“나도 잘 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그러니 같이 강가로 가자.”
“했던 말을 또 하고 싶지 않다. 강한 부족은 똑같다. 여기서 있으면 먹을 것만 빼앗기지만 거기로 가면 숨도 내 마음대로 못 쉬는 엎드린 것들이 되어야 한다.”
“지금은 아닌가?”
“그래도 숨은 쉬고 산다.”
“말했지만 이빨호랑이 새끼들은 내가 모시는 족장님께 거의 다 죽었다.”
“못 믿겠다.”
“그렇다면 할 수 없지. 마음이 달라지면 그때 와라.”
“우린 거기가 어딘지도 모른다.”
“멍1!”
멍!
멍1이 거산이 부르자 한 번 짖고 꼬리를 흔들었다.
“오고 싶으면 이 녀석을 따라오면 된다.”
“이 들개가 뭘 안다고?”
오소리 씨족 족장은 거산을 한심하다는 듯 봤다.
“오고 싶다면 의심하지 말고 따라오면 된다.”
“놓아두고 가는 거냐?”
“그렇다.”
거산은 마음 같아서는 저들을 끌고라도 가고 싶었지만 땅속에서일어서가 그러지 말라고 했기에 계획대로 멍일만 남겼다.
“그럼 우린 간다. 그리고 멍1은 절대 잡아먹으면 안 된다. 만약 잡아먹었다가는 이빨호랑이 부족 족장을 죽인 하늘 부족 족장님께서 가만두지 않겠다고 했다.”
“흐음, 그런데 어디로 가는 건가?”
“여기서 가까운 박새 씨족으로 갈 거다.”
거산의 말에 오소리 씨족 족장이 고개를 끄덕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