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olithic Hunter RAW novel - Chapter 213
213화
-치명적인 일격이 터졌습니다.
-3,000/77,800
칼날을 쑤셔 박은 후로는 이렇게 간단한 데, 비늘 하나를 깨기 위해 날밤을 깠다니 어이가 없다.
역시 놈의 약점은 저 단단한 비늘 안의 부드러운 살이었다. 그 부드러운 살을 보호하기 위해 저리 단단한 비늘로 온몸을 감싸는 진화를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지. 이건 몬스터지.’
이 거대늑대거북 공룡이었다면 진화일 것이다. 하지만 놈은 몬스터고, 이곳은 야수와 몬스터가 공존하는 지역이다.
-테이밍 몬스터를 시도하시겠습니까?
‘저놈을 테이밍을 해서 이능을 강탈하면…….’
나 역시 높은 방어력을 가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테이밍 몬스터!’
그럼 망설일 필요는 없다. 전투에서 강해야 꼭 승리하는 것은 아니다. 방어력이 극강이 되면 내 적은 나를 두드리다가 지치게 될 것이다. 그럼 승기는 내게 온다.
‘그때 이무기를 테이밍해서 독 능력을 강탈했어야 했어.’
후회는 아무리 빠르게 해도 늦은 법이다. 그럴 리는 없겠지만 이무기를 한 마리 더 만난다면 이능을 강탈하고 펫으로 삼을 생각이다.
한 번 실수는 병가지상사라고 했으니까.
‘그럼 손오공이 과일을 따오는 것처럼 일을 시킬 수 있겠지.’
이무기는 산삼과 감초 등 약재를 내게 가져다 바치게 될 것이다.
-테이밍 몬스터에 성공하셨습니다. 강탈할 이능을 지정하십시오.
강탈할 이능은 간단하게 고를 수 있었다. 당연히 놈의 강력한 방어력이다.
‘방어력!’
-거대늑대거북으로부터 강력한 방어력을 강탈하면 힘의 원천인 비늘이 피부에 돋아납니다.
설명메시지와 함께 나도 모르게 기겁했다.
“뭐?”
다시 말해 내가 놈의 방어 이능을 강탈하면 나 역시 저놈처럼 흉물스러운 비늘이 생긴다는 의미였다. 강력한 방어력을 얻자면 모처럼 잘난 외모를 포기해야 한다. 그러니 절대 강탈할 수 없는 이능이다.
‘연꽃이 날 보고 기겁할 거라고.’
그건 정말인지 심각한 일이었다. 나는 이능 강탈을 포기했다. 놈은 내게 테이밍을 당했기에 빠르게 생명력이 차오르고 있었다.
밤새도록 두드린 것에 대한 성과도 날아갔고, 결국 덩치 큰 저놈만 남은 꼴이다.
“미취겠네!”
내 말에 캭과 끼옥이 이해가 안 된다는 눈빛을 보였다.
“리셋이다.”
화가 치민다, 정말 열 시간 한 게임이 저장 없이 꺼진 느낌이다. 억울한 마음이 들었지만 저놈을 그냥 테이밍해서 활용할 곳이 없다. 지금 저놈을 유용하게 쓸 구석이라고는 방패로 쓸 비늘뿐인 것 같다.
“다시 두드려야 한다고!”
캬아악-!
끼옥-!
둘 다 미쳤냐는 반응이다. 하지만 하루 노가다를 그냥 날릴 수는 없다. 그냥 이 상태로 둔다면 저놈은 덩치만 큰 펫이다. 물론 다른 부족을 정복할 때는 탱크 이상의 효과가 나겠지만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다. 이래서 원래 처음 먹었던 마음을 바꾸면 안 되는 법이다. 내가 처음 저놈에게 원했던 것은 단단한 비늘, 육각 방패의 재료였다.
“펫 해제!”
내 말과 함께 놈은 다시 원래 상태로 돌아갔다. 그리고 나는 얻은 것이 없다.
“다시 시작한다.”
그 순간 캭이 짜증나는 눈빛을 내게 날렸다. 그 눈빛이 마치 화살처럼 따갑게 느껴졌지만 모른 척 버럭 소리쳤다.
“어서! 시작해!”
나도 짜증이 난다. 우린 다시 노가다를 시작했고, 쫄쫄 굶으면서 달이 높이 떠서야 간신히 놈을 쓰러트렸다.
“허억, 쓰읍.”
놈이 쓰러지고 나서야 겨우 거친 호흡을 가다듬을 수가 있었다.
-레벨 업!
이틀간의 노가다를 통해 나는 일곱 단계나 레벨 업을 했고, 내 레벨은 277이 됐다.
꼬르륵, 꼬르륵.
천둥이 치는 줄 알았다. 이 꼬르륵 소리는 캭의 배에서 나는 소리다.
“캭, 배고프지?”
먹어야 산다. 어떤 면에서 이 짓도 먹고 살기 위해 한 짓이니까.
캬옹!
“앉아서 쉬어라.”
캭의 눈이 의심스럽다는 듯이 휘었다. ‘네가 그럴 사람이 아닌데?’라는 눈빛이다. 나는 씨익 웃으며 캭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고생했다.”
나는 쓰러진 놈의 깨진 비늘을 뜯어내고 천부의 검으로 엄청난 양의 살점을 잘라냈다. 칼질로 살코기를 베어낸 후 잔뜩 힘을 줘서 비늘을 뜯어냈는데, 생각 이상으로 잘 뜯어졌다.
‘비늘만 단단한 놈이었네…….’
모닥불을 이용해 고기를 굽기 시작했다. 놈의 살점이 익는 냄새도 무척이나 고소하게 느껴졌다.
“다 익었다. 먹자!”
내 말에 캭은 놈을 등위에서 치느라 팅팅 부은 손을 후후 불다가 군침을 삼켰다.
“난 이 정도면 된다. 나머지는 너 다 먹어라.”
캬오옹~
좋단다. 그리고 허겁지겁 잘 익은 고깃덩이에 달려들었고, 나 역시 한 입 베어 물었다.
“으으음!?”
생각 외로 놈의 고기는 맛있었다.
소고기와 닭고기를 반씩 섞어놓은 맛이었는데, 레어 스테이크를 베어 물듯 부드럽고 사르륵 녹는 맛이 일품이었다.
“저걸 뒤집어서 배를 갈라봐야겠다.”
이무기의 배를 갈랐을 때가 떠올랐다. 그때도 대박을 건졌는데, 이무기보다 훨씬 더 강한 놈인 만큼 기대에 부풀었다.
문제는 저 거대한 놈을 어떻게 뒤집느냐는 거다.
“……에이, 씨 포기!”
혼자서 낑낑거려봤는데, 꿈쩍도 안 했다. 캭과 끼옥이 달라붙어도 우리만으로는 절대 안 될 것 같다. 그럼 이제 비늘을 뜯어내서 육각 방패를 만들 일만 남았다. 이틀 동안 개고생을 한 것은 다 방패 때문이고, 레벨 업 때문이었으니 그것만 해도 본전은 치는 것이다.
안성맞춤이라는 말이 딱 지금 상황을 두고 하는 말인 것 같다.
죽은 놈에서 뜯어낸 비늘은 평면이 아니라 살짝 움푹 팬 형태였다.
“방패를 만들려고 구멍을 뚫을 때는 돌아 버리는 줄 알았지…….”
단단히 땅에 고정시켰는데도 빙글빙글 돌아가기도 했고, 용의 뼈 조각칼을 이용해 구멍을 겨우 파고 방패 손잡이를 끼울 두 구멍도 간신히 뚫었다. 그 과정이 2시간이 넘는 단순 노가다였다.
“여기서 이렇게 하면 되지.”
나는 속이 움푹 들어간 빛나는 비늘의 끝과 끝에 조각칼로 구멍을 뚫은 후 나무 막대기를 꽂았다.
“이 정도면 완성이지.”
-최상급 방어구 제작에 성공하였습니다.
-무기 및 무기 제작 스킬의 숙련도가 상승하였습니다.
-인류 최초로 육각 방패를 제작했습니다. 최초 제작자로 명성 수치 500포인트를 획득했습니다.
무엇을 만들든 최초는 이렇게 명성 수치를 많이 준다.
“보너스네. 아주 좋았어!”
이틀 고생한 보람이 있었다.
-육각 비늘방패(명품)
거대늑대거북의 비늘로 만든 육각 방패.
공격력 : 100(?)
방어력 : 10,000.
“대박이다!”
예상도 했고 내가 만들기도 했지만 육각 방패의 방어력이 엄청나 입이 쩍 벌어졌다. 방패의 재료가 좋아서 명품이 뜬 것 같다.
“방어력이 만이야, 만! 하하하!”
비늘 한 조각으로 만든 방패의 효능이 이렇게나 좋으니 놈을 잡기 위해 날밤이 꼬박 걸린 것도 당연해 보였다.
“그런데 공격력에 물음표가 떴네?”
신기한 것은 공격력도 가졌다는 것이다. 물론 방패로 밀쳤을 때 적이 타격을 입게 될 것이니 공격력을 가지는 것은 당연하지만 괄호 안에 물음표가 떴다는 것이 신기했다.
“뭐지?”
궁금하지만 지금 당장 알아낼 방법은 없다. 가장 단순한 형태로 만든 방패로 가장 강력한 방어구를 손에 넣은 기쁨에만 집중하기로 했다.
나는 내가 만든 육각 방패를 들어봤다.
“오~ 이거, 나무로 만든 방패보다 훨씬 가볍네?”
근력이 강한 내가 들어서 가벼운 것이 아니라 자체 재질이 무척이나 가벼운 것 같다.
“으음…….”
나는 육각 방패를 보고 신음을 흘렸다. 아쉬움의 신음이다.
“저걸 쪼개서 구멍을 뚫고 비늘갑옷 형태로 만들면…….”
이 시대 최강의 방어력을 가진 갑옷이 탄생할 것 같다. 하지만 천부의 검으로도 저 비늘에 구멍을 뚫는데 두 시간이 걸렸으니 지금 당장 자르는 것은 불가능했다.
“하지만 내게는 노가다 체질인 이달투드워프들이 있지. 흐흐흐!”
용의 뼛조각으로 만든 화살촉이 떠올랐다. 그걸 화살에서 분리해 나무에 홈을 내서 박으면 조각칼이 된다.
‘가능하겠지.’
하루에 안 되면 이틀 동안 하면 되고, 그래도 안 되면 더 많은 시간 동안 구멍을 뚫으면 된다. 그러다 보면 언젠가는 조각을 낼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갑옷을 만들 한 조각의 재료를 갈아내기 위해서는 며칠이 걸릴지 몇 달이 걸릴지 알 수는 없다.
“그것도 뭐, 시키면 되지. 후후. 부하가 있는 행복이란~.”
비늘이 단단하니 놈의 뼈도 단단할 거라는 생각이 갑자기 들었다.
“혹시 이놈의 뼈를 용의 뼈라고 부른 거 아니야?”
엉뚱한 생각이 들었다. 지금 당장 발골을 시작해서 확인해 보고 싶지만, 저 거대한 덩치에서 뼈를 발라낸다고 해도 가져갈 방법이 당장은 없기에 망연자실했다. 혀를 쭉 내밀고 있는 놈의 대가리를 봤다. 놈의 대가리에는 코뿔소처럼 뿔이 길게 돌출되어 있었다.
“젠장, 왜 그 생각을 못 했지.”
놈의 비늘로 방패를 만들겠다는 생각만 해서 다른 부위를 신경 쓰지 않았다.
“할 일이 많네. 야, 다 먹었으면 이제 일하자.”
캭이 크게 트림을 한 번 하더니 졸려 죽겠다는 눈빛을 보였다.
“그럼 나는 일할 테니까 너희는 자라.”
다정하게 웃으며 말했다. 물론 눈빛은 다른 말을 하고 있다.
‘너희도 눈치가 있겠지.’
끼옥!
눈치 빠른 끼옥이 자신도 돕겠다고 한 번 울었다. 캭도 끼옥의 반응을 보고 그냥 있다가는 내게 무슨 꼴을 당할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자리에서 일어났다.
“캭, 너는 비늘을 물어서 뜯어내.”
캭!
캭은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나는 바로 천부의 검을 들고 놈의 대가리 쪽으로 갔다.
“벌써 눈깔을 다 파먹었네.”
끼옥은 사냥한 짐승의 눈깔을 즐긴다. 그리고 우리 중 제일 먼저 배를 채운 놈도 끼옥이었다. 그냥 굽지 않고 눈깔을 파먹었다.
“뼈가 깨지지 않게 조심해서…… 물론 단단한 뼈니 쉽게 깨질 일도 없겠지만.”
나는 조심해서 놈의 주검에서 뿔을 뽑아냈다. 뿔의 무게는 상아 이상으로 묵직했다.
“이건 어디다가 쓴담.”
상아는 갈아서 무기나 장신구를 만들 수 있지만 이 뿔은 너무 단단해서 오히려 쓸 곳이 마땅치 않았다.
“너무 단단한 것이 문제네…….”
좋은 재료가 분명한데 이 재료를 다듬을 도구가 없다. 그러니 지금 당장은 쓸모가 없다.
“미치겠네.”
또 헛짓한 것 같다. 아무리 좋은 재료라도 활용을 할 수 없다면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다는 것을 놈을 통해 알게 됐다.
“아깝지만, 포기!”
나중에 손잡이를 만들어서 도(刀)로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법 묵직했지만 힘이 센 큰바위에게 주면 적당할 것 같다.
이제는 그냥 방패만 몇 개 더 만들어서 캭의 방어력을 높여주는 것이 최선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