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olithic Hunter RAW novel - Chapter 212
212화
악어머리 부족의 목책 문이 급하게 열렸다. 입술이달다를 품에 안고 들어서는 큰눈은 상기된 얼굴로 마치 혼이 나간 사람처럼 자기 움막으로 향했다.
“주, 주술……주술사를 데리고 와라!”
큰눈은 자신의 품에 안겨서 파르르 떨고 있는 입술이달다를 어떻게든 살리고 싶었다.
‘이렇게 깡마른 것이!’
사이네를 본 다음부터 큰눈의 여자를 보는 미적 기준이 변했었다. 처음 땅속에서일어서가 여자를 고를 때 비쩍 마른 여자를 고르는 것을 보고 여자 보는 눈이 없다고 했던 큰눈은 여자를 골라줄 때 일부로 비쩍 마른 여자를 골라주었다.
하지만 사이네를 보고, 지금 또 나신으로 품에 안겨 있는 입술이달다를 보고 확실히 달라졌다.
“예, 알겠습니다. 큰눈 님!”
뚜따가 대답을 하며 자신의 부하를 봤다.
부쩍 커버려 이젠 어리다고는 할 수 없는 전사가 주술사가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자신의 움막에 도착한 큰눈은 조심히 나신의 입술이달다를 털가죽이 깔린 바닥에 눕혔고,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그녀의 몸이 한눈에 보였다.
“나가 봐라!”
“예. 큰눈 님!”
“어서 주술사를 데리고 와라.”
큰눈은 뚜따에게 다시 한 번 주술사를 데리고 오라고 채근했다.
뚜따가 움막을 나가자 움막 안에는 입술이달다와 큰눈만 남게 됐고 큰눈은 자신의 남성이 힘을 받고 있다는 것을 느끼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자신도 모르게 손이 입술이달다의 가슴 쪽으로 향했다.
“내, 내가…….”
큰눈의 손은 떨렸다. 그리고 아주 조심스럽게 입술이달다의 가슴을 쓰다듬었고, 전례 없는 변화에 가슴이 쿵쾅쿵쾅 뛰었다.
그 순간 눈을 감고 있던 입술이달다가 스르륵 눈을 떴고, 자신의 가슴을 만지는 큰눈과 눈이 마주쳤다.
순간 입술이달다의 눈빛이 파랗게 변했다. 그 파란빛은 큰눈의 눈으로 들어갔고, 입술이달다에게 그의 모든 것을 알려주었다.
‘이놈이 감히 웃는얼굴을…… 이까짓 쓸모없는 놈이……!’
쓸모없는 놈이라는 것은 원시시대에서 고자를 의미했다. 이곳에서 남자의 일은 가족을 만들고 부양하는 것이기에 그 둘 중 하나를 하지 못하면 쓸모없는 놈이다.
입술이달다는 큰눈이 진심으로 원하는 것을 알게 됐다.
‘네놈이 헛꿈을 꾸게 해 주마.’
“내, 내가 왜, 왜 이러지?”
큰눈은 정신을 차리는 순간 여전히 자신이 입술이달다의 가슴을 만지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입술이달다도 묘한 눈빛을 했다.
“하아아~.”
교성이 터졌다. 그와 동시에 큰눈은 지금까지 막혀 있던 본능이 터졌고, 그대로 입술이달다를 덮쳤다.
* * *
큰눈의 움막 앞.
“큰눈 님께서 바닷가에서 쓰러진 여자를 데리고 왔다고?”
“예, 주술사님!”
“그럴 분이 아니신데…….”
주술사는 이제 큰눈이 여자에게 관심을 가질 수 없는 몸이라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모시고 오라고 했습니다.”
하아아, 흐으윽!
그때 큰눈의 움막 안에서 교합의 교성이 흘러나왔다.
“이건 무슨 소리지?”
주술사가 인상을 찡그리며 뚜따에게 물었다.
“이건…… 큰눈 님께서 짝짓기를 하는…….”
“그럴 리가 없다.”
주술사가 조심스럽게 아무 말도 없이 큰눈의 움막 안으로 들어갔고, 믿어지지 않는 모습을 보고 말았다.
큰눈은 짝짓기 하듯 나신의 여자에게 붙어서 안간힘을 쓰고 있었고, 여자는 아무런 표정도 짓지 않고 큰눈의 몸짓에 맞추어 신음을 흘리고 있었다.
주술사는 산 세월이 있었기에 얼핏 보면 정상적인 짝짓기처럼 보였지만, 큰눈의 몸은 정상이 아닌데 큰눈만이 용을 쓰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입술이달다와 눈이 마주친 순간 온몸에 소름이 돋는 느낌을 받았다.
‘이, 이럴 수가. 바, 바다 저 깊은 밑바닥의 어둠이다.’
그 순간 입술이달다의 눈동자가 다시 서늘하게 파란색으로 변했고, 주술사는 뭔가 홀린 듯 멍해졌다.
-나를 용케 알아보다니 너도 헛것은 아니구나.
‘당, 당신은…….’
주술사는 말을 하려고 했지만 숨이 탁 막혀 아무런 말도 튀어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주술사가 생각한 말은 마치 전음처럼 그대로 입술이달다에게 전해졌다.
-그래, 너도 주술사라는 거로구나. 그래도 상관없다. 너는 내가 가질 것이다. 너는 이제 내게 엎드리게 될 것이다.
그 순간 입술이달다는 손에 쥐고 있던 소라껍질방울을 흔들었다.
딸그락! 딸그락!
그녀는 엎드린 상태에서 큰눈이 달라붙어 있는 것도 상관하지 않고 자기 뜻을 마음대로 전하였다.
-너는 내 것이 된다!
‘그, 그럴 수는 없…… 저는 바다 저 깊은 밑바닥의 것입니다.’
주술에 저항하려던 주술사는 결국 입술이달다의 주술에 노예가 됐다.
-가서 악어머리 족장에게 속삭여라. 더 많은 아들을 가져야 한다고 말해라. 큰눈은 절대로 새끼를 낳지 못하니 족장이 될 수 없다고 말해라. 속삭여라. 천천히 밀려드는 파도처럼 놈의 귀에 속삭여라.
‘알겠습니다. 주인님.’
-가라!
그 순간 주술사가 번뜩 정신을 차렸고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돌아서서 움막 밖으로 나왔고 움막으로 들어서려는 뚜따를 막았다.
“아무 일도 아니다. 깨어나셨다.”
주술사는 입술이달다에게 정신을 제압당해서 그런지 처음 본 여자에게 존댓말을 했다.
‘……깨어나셨다고?’
뚜따는 갑자기 주술사가 아무것도 아닌, 단지 주워온 여자에게 존대하는 것이 이상했다. 하지만 주술사가 괜찮다 말하는데 뭐라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럼 큰눈 님은요?”
“짝짓기를 하고 계신다. 가서 쉬라고 하셨다.”
“큰눈 님께서 말씀이십니까?”
“그래, 자기는 바쁘니 너는 쉬라 하신다.”
“……예.”
뚜따는 어쩔 수 없이 돌아서야 했고, 주술사는 뭐가 급한지 악어머리 족장의 움막으로 잰걸음으로 향했다.
‘그림자가 없는 사람도 있나?’
여전히 뚜따는 입술이달다에게 의문을 품었다. 하지만 움막 안에서 들리는 소리는 분명 짝짓기 소리가 분명했다.
* * *
“따라와라!”
주술사는 악어머리 족장의 움막으로 가다 번뜩 뭔가가 생각이 났는지 부족민들이 사는 구역으로 가서 통통한 어린 여자를 지목하고 따라오라고 말했다.
“예?”
“족장님께서 찾으신다.”
주술사의 말에 어린 여자는 놀란 눈빛을 지었다. 그 눈빛은 ‘족장님이 나를 왜?’라는 의문이 담겨 있었지만 그러면서도 한없이 무엇인가를 기대하는 눈빛이기도 했다.
“어서 따라와라!”
주술사는 그렇게 말하고 다시 잰걸음으로 악어머리 족장의 움막으로 향했다.
* * *
“뭐냐?”
주술사의 뒤에 여자 하나가 있는 모습을 보고 악어머리 족장이 주술사에게 물었다.
“어리고 튼튼한 여자입니다.”
“그런데?”
“좋은 짝이 되실 겁니다.”
나이 차로 보면 할아버지와 소녀 정도로 보일 정도였다.
“아직은 아니다.”
“제가 말씀을 드렸습니다. 시간이 없습니다.”
“아직은 아니다. 아직 확실치 않다.”
“허나 즐기시는 것은 나쁜 것이 아니십니다. 그리고 확실합니다.”
주술사의 말에 악어머리 족장은 인상을 찡그렸다.
“지금은 단지 즐기는 것으로 생각하시면 돕니다.”
주술사의 말에 악어머리 족장이 어린 여자를 봤다.
‘으음…….’
이빨과 나눴던 이야기가 떠올랐다. 또한 주술사가 큰눈에 대해 했던 말도 떠올랐다.
“……두고 가라.”
“예, 족장님!”
그렇게 소녀와 악어머리 족장만이 남았다.
“이리 오너라.”
악어머리 족장의 명령에 수줍은 듯 어린 여자가 다가섰다.
‘……그래, 만약이지, 만약!’
찌푸린 미간으로 악어머리 족장은 손을 뻗었다.
* * *
“허, 허어억!”
큰눈은 절정에 다다랐는지 거친 호흡을 터트리며 풀썩 쓰러져 입술이달다의 등에 기댔다.
“까, 까칠해요.”
“뭐?”
“수염 때문에 등이, 등이 따가워요.”
“뭐, 뭐? 수염이라고 했느냐? 내 수염 때문에 등이 따갑다고?”
입술이달다는 꺄르륵 웃으며 빙글 돌아 그를 마주 봤다. 순간 큰눈의 눈빛이 차갑게 변했다. 만약 그 말을 한 사람이 입술이달다가 아니었다면 바로 옆에 놓여 있는 돌도끼를 들고 머리를 찍었을 것이다.
“네, 따가워요.”
입술이달다는 달콤한 눈웃음을 지으며 큰눈을 마주 봤다.
그녀의 말과는 달리 여전히 큰눈의 얼굴은 수염 하나 없이 매끈하기만 했다. 하지만 큰눈은 혹시나 하는 마음에 덜덜 떨리는 손으로 턱을 매만졌고, 놀라 눈동자를 치켜떴다.
‘수, 수염이……!’
큰눈의 눈동자가 지진을 일으키듯 덜덜 떨렸다.
손에서 까끌까끌한 수염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이 역시도 입술이달다의 사악한 주술로 인한 착각이었고, 큰눈은 완벽하게 바다 저 밑바닥의 어둠이라고 불리는 마녀에게 정신을 빼앗겼다.
“내, 내가 변했다.”
“뭐가요?”
“아니다. 하하하! 까칠해! 확실히 까칠해.”
그와 동시에 아래에 다시 묵직하게 힘이 들어가는 게 느껴지는 큰눈이었고, 지금까지 해결하지 못한 욕망을 다시 풀겠다는 듯 입술이달다에게 덤벼들었다.
물론 이 역시 큰눈이 꾸는 허망한 망상에 불과했다.
바다 저 깊은 밑바닥의 어둠.
그건, 마녀를 의미했다.
‘너는 피를 말려 죽일 것이고 네 부족은 너로 인해 처절하게 망하게 될 것이다.’
그녀의 눈이 새파란 빛을 머금었지만 망상에 빠져 있는 큰눈은 입술이달다의 그 어떤 변화도 감지하지 못했다. 그렇게 밤새도록 큰눈은 자신이 갈망하는 망상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었다.
* * *
침엽수가 울창한 숲은 이제 동녘이 떠오르고 있지만 여전히 나는 캭과 끼옥과 함께 저 빌어먹을 비늘을 가진 거대늑대거북을 두드리고 있었다.
-58,000/77,800
깡! 쇠를 치는 듯한 소리가 요란하게 울렸다.
나는 천부의 검으로 놈의 비늘 하나만 집중적으로 두드리고 있다.
‘날밤을 깠네.’
천부의 검 자체의 공격력도 엄청난데 놈의 비늘은 방어력이 수십 배가 넘어서 그런지 천부의 검은 검이 아니라 둔기처럼 사용되고 있었다.
그때 그렇게도 갈망하던 소리가 내 귀에 들렸다.
쩌적!
드디어 놈의 비늘 하나가 금이 간 것이다.
“됐다! 이제 좀 부서져라-!”
깡!
파삭!
밤새도록 두드려서 겨우 비늘 하나를 깨는 경이적인 순간이다. 예상대로 비늘에 비해서는 말랑하기 그지없는 살점이 나왔다.
나는 천부의 검을 굳건히 잡은 후 힘껏 찔러 넣었다. 수욱, 고기 썰리는 소리.
커아아아아윽!
밤새도록 비명 한 번 제대로 지르지 않던 놈이 드디어 거친 비명을 질렀다. 그리고 놈이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
-치명적인 일격이 터졌습니다.
-30,000/77,800
검을 통해 느껴지는 감각은 무척이나 부드러웠다. 놈은 크게 데미지를 입은 것 같다.
끼오옥!
끼옥이 다시 놈의 시선을 자신에게 끌기 위해 놈의 눈앞에서 알짱거렸고 나는 놈의 몸에 깊숙이 박힌 천부의 검을 비틀었다.
크아아악!
또 한 번 거친 비명이 터졌다. 오른쪽으로 온 힘을 다해 검을 움직였다.
-치명적인 일격이 터졌습니다.
-10,000/77,800
“망할 새끼! 됐다!”
이제부터는 쉬운 일이다. 나는 바로 검을 뽑아냈고 다시 힘껏 찔렀다.
크아아악! 죽음이 가까운 놈의 비명이 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