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olithic Hunter RAW novel - Chapter 211
211화
침엽수가 울창한 숲.
“놈이 몬스터라면……!”
몰이사냥이 가능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놈의 강점은 절대적인 방어력이고, 단점은 둔한 몸놀림이다.
“끼옥!”
끼옥-!
내 부름에 끼옥이 날카롭게 울었다.
-77,800/77,800
“놈의 머리를 공격해! 꼬리를 조심해야 한다!”
끼옥에게 선방의 영예를 내렸다. 놈의 방어력이 높은 만큼 천천히 시간을 들여서 잡아야 했다.
내 명령이 떨어지는 동시에 끼옥은 빠른 속도로 하강하더니 날카로운 발톱을 빛내며 거대늑대거북의 머리를 찍었다.
‘생명 수치가 얼마나 떨어지는지 보자.’
-77,780/77,800
‘젠장! 이게 말이 돼?’
끼옥이 공격력이 약하다고 해도 엄청난 높이에서 떨어져 내리며 공격했는데 생명 수치가 고작 20밖에 안 깎였다.
놈의 방어력이 실감이 났다.
‘오늘 제대로 노가다를 해야겠네…….’
그때 끼옥의 공격을 받은 거대늑대거북은 머리를 거칠게 흔들었고, 놈의 머리와 충돌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끼옥이 다시 날아올랐다.
‘지켜보자.’
놈이 몬스터의 습성을 가졌다면 놈은 우리보다는 끼옥에 신경을 쓸 것이고, 나와 캭은 공격 타이밍이 생겼을 때 공격을 하면 된다.
놈은 바로 앞에 있는 나보다는 끼옥이 신경이 쓰였는지 머리를 치들고 입을 벌리며 끼옥을 잡으려고 했다.
‘여기까지는 아직 모른다.’
동물들도 자신들을 공격한 놈에게 쏠리는 습성이 있다. 하지만 틈을 보고 슬쩍 공격해 봐도 놈은 끼옥만을 쫓고 있었다.
이게 몬스터와 동물의 차이다.
동물은 자신에게 가장 위협적인 놈을 견제하는 습성이 있는데, 몬스터는 가장 가까운 놈, 신경 쓰이는 놈을 공격하려 한다.
내 예상대로 놈은 몬스터의 습성을 그대로 가졌다. 놈의 목이 긴 만큼 땅에 있는 우리보다는 머리 근처에서 날아다니는 끼옥이 더 가까우니 저놈은 이제 우리는 신경 쓰지 않고 끼옥을 잡으려 할 것이다.
‘그런데 신, 그 자식은 왜 또 이런 놈을 보냈을까?’
생각하지 않으려 해도 자꾸 의문이 생긴다. 하지만 지금은 놈을 때려잡아야 하니 그런 것에 신경 쓰지 말아야 한다.
거대한 덩치와 엄청난 방어력을 가진 놈이기 때문에 놈을 잡으려면 나와 캭이 밤새도록 노가다를 해야 할 것 같다.
“좋아, 끼옥! 계속해서 잡힐 듯 안 잡힐 듯한 높이에서 날아다녀라! 캭은 나와 가자!”
캭과 나는 몰이사냥을 해왔다.
물론 내가 아는 몰이사냥과 캭이 아는 몰이사냥은 분명 차이가 있다.
지금까지의 몰이사냥은 캭이 내가 헌팅하는 야생동물을 도망치지 못하게 하는 거라면 이제는 끼옥이 놈을 몰고 우리는 요령껏 놈을 두드리면 된다.
“이제 공격해!”
캬아악!
캭이 우렁차게 포효를 하고 거대늑대거북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리고 바로 놈의 등에 올라타 앞발로 놈의 등을 내려찍었다. 이것만 봐도 캭은 다른 이빨호랑이와는 분명 다르다.
“ 캭, 저건 별종이라니까…….”
보통의 이빨호랑이는 먹이를 사냥할 때 아가리를 크게 벌려 날카로운 송곳니로 물어뜯는 것이 보통인데 캭은 다르다. 내가 싸우는 모습을 보고 따라 하는 것 같다.
-77,680/77,800
‘망할!’
캭이 공격을 했는데도 놈의 생명 수치가 겨우 100밖에 떨어지지 않았다. 그리고 어느 순간 다시 생명력이 20이 차서 77,700이 됐다.
‘체력도 엄청나잖아? 망했다, 하루로 될까?’
짜증이 확 밀려와 인상을 찌푸렸다.
캬아악!
그때, 거친 비명이 울려 퍼졌다. 비명을 지른 것은 공격을 받은 거대늑대거북 아니라 캭이었다.
그만큼 놈의 비늘은 단단하다는 증거다.
날카로운 송곳니로 물어뜯으려고 했다면 송곳니가 부러졌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캭! 절대 물지 마! 매달려서 계속해서 두들겨!”
캬아악!
캭은 알았다는 듯 울부짖었고 나는 들고 있던 천부의 검을 봤다.
“저 비늘이 있으니 이걸로 베어내도 큰 타격은 없겠지…….”
천부의 검이 공격력은 높지만 비늘 갑옷을 입은 것처럼 촘촘하게 자란 비늘 때문에 아무리 베어낸다 해도 큰 타격을 주진 못할 것이다.
저 비늘을 떼어내야 어떻게든 타격을 입힐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검으로 후려치는 것보다는 몽둥이로 후려치는 것이 더 효과가 좋을 것이다.
“시험 삼아 두드려 보자.”
나는 대나무에 납을 넣은 지팡이를 불끈 쥐고 여전히 자신의 주위를 맴도는 끼옥에게만 반응을 하는 놈을 향해 달려들었다.
깡!
힘껏 휘두른 만큼 반동도 컸기 때문에 지팡이를 든 손이 얼얼했다. 심지어 데미지를 줬다는 메시지도 뜨지 않았다.
“에이, 씨! 이걸로 두드리다가는 날밤 까겠다.”
아직 해가 중천이다. 그런데 내일 해가 뜨고 지더라도 저놈을 쓰러트릴 수 있을지 의문이다.
“……아, 몰라! 시작이 반이고, 때리다 보면 뒈지겠지.”
나는 얼얼한 손에 잡혀 있는 납 지팡이로 놈을 후려쳤다.
깡! 깡! 깡! 빠직!
설상가상으로 몇 번 후려치지도 않았는데, 납 몽둥이를 감싸는 대나무가 부러진 것 같다. 하지만 질긴 가죽끈으로 꽁꽁 묶어놨기에 대나무 껍질이 뜯어지지는 않았다.
-77,000/77,800
나와 캭이 쉬지도 않고 공격을 했는데도 고작 700을 떨어트리는 것이 전부였다.
이럼 내가 지쳐서 쓰러질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 제대로 노가다 하겠네.’
납자루 지팡이로는 아무리 후려쳐도 절대 안 될 거라는 생각이 들어 지팡이를 던져 놓고 천부의 검을 꺼냈다.
휘리릭!
자꾸 잡힐 듯 안 잡히자 놈이 화가 났는지 창을 던지듯 끼옥을 향해 긴 혓바닥을 쏘아냈다.
하지만 끼옥은 공중곡예를 하듯 날개를 접고 떨어지며 혀를 피했고, 다시 날개를 푸덕이며 이어지는 놈의 공격을 아슬아슬하게 피해 날아다녔다.
“조심해!”
끼옥!
끼옥은 알았다는 듯 날카롭게 울었다.
“캭! 오늘 쉴 생각을 하지 말자, 졸라게 두드려!”
오기가 발동했다.
퍽! 퍽퍽!
놈의 등껍질 위에서 캭이 매달려 두들기고 있고 나는 놈의 옆에 붙어서 천부의 검을 휘둘렀다.
깡! 깡!
지금까지 천부의 검을 휘두를 때마다 서걱, 살이 베이는 소리만 들렸는데, 쇠파이프로 전봇대를 후려친 듯 ‘깡’하는 소리가 났다.
‘진짜 단단하네.’
천부의 검의 공격력은 3,000이다. 하지만 놈의 방어력이 상상 이상이기에 날카로운 천부의 검으로도 단단한 비늘은 잘리기는커녕 흠집 하나 나지 않았다.
-72,000/77,800
“젠장! 정말 답이 안 나오네.”
마치 그놈의 신이 내 인내심 테스트라도 하는 것 같다.
힘들다.
땀난다.
지친다.
놈의 어마무시한 방어력에 정말 겁이 날 지경이다.
권투 시합에서 열심히 잽을 날리며 후려 팼지만 맞는 놈은 멀쩡하고, 오히려 자기가 지쳐서 쓰러지는 선수의 심정을 알겠다.
‘포기해? 아니, 포기 못 해!’
깡!
다시 손이 얼얼할 정도로 놈을 후려 깠다. 지금 내 눈에는 저 거대한 놈의 덩치보다 또 엄청난 방어구보다 단단한 비늘만 보인다. 저거면 방어력이 엄청나고 가벼운 방패를 만들 수 있고 그럼 내 방패병들은 더 강해진다.
“오늘 끝장을 보자!”
캬아악!
캭도 알겠다는 듯 거칠게 포효를 했지만 내가 보기에 이미 캭의 앞발은 팅팅 부은 것 같다.
다시 몬스터의 거대하고 긴 채찍 같은 혀가 놈의 주위를 맴돌고 있는 끼옥을 향해 뿜어졌다.
쉬리이익!
언뜻 보면 빠르게 날아가는 미사일처럼 보이기도 했고, 카멜레온이 곤충을 잡아먹을 때 혀를 쭉 내미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끼옥!
원래 끼옥은 민첩이 엄청나다.
저놈의 혀는 놈의 몸놀림과는 다르게 너무나도 재빨랐다. 하지만 끼옥의 속도를 따라잡을 수는 없었고, 그 덕분에 지금까지 당하지 않을 수 있었다.
끼옥도 자신이 놈의 혓바닥보다 빠르다는 것을 알고 있는지 이제는 공중곡예를 하듯 놈의 머리를 빙글빙글 돌기도 했다.
저럴 때가 가장 위험하다.
자만심을 가지게 되는 순간 방심하게 되고, 그때 공격을 당한다면 치명상을 입게 된다.
“끼옥! 너 제대로 안……!”
슉!
놈을 농락하듯 날아다니는 끼옥에게 경고를 하려는 찰나, 거대늑대거북의 붉은 혀가 끼옥을 향해 뿜어졌다. 자신의 빠름을 믿고 자만하던 끼옥은 여유를 부리다가 결국 다리가 놈의 혀에 휘감겼다.
“이런 젠장!”
끼옥-!
끼옥이 깜짝 놀라 날카로운 비명을 질렀고, 놈의 아가리로 끌려가지 않으려고 크게 날개를 퍼덕였다. 하지만 끼옥이 아무리 힘차게 날갯짓을 해도 점점 놈의 대가리 속으로 딸려 들어가고 있었다.
“내가 그러다가 큰일 날 줄 알았다!”
나는 놈의 다리를 발판삼아 밟고 등 위에 올랐고, 바로 놈의 머리를 향해 점프했다.
그리고 천부의 검을 높이 쳐들어 끼옥의 다리를 감고 있는 혀를 베어냈다.
서걱-!
케에에엑!
처음으로 놈이 거친 비명을 터트렸다.
나는 천부의 검을 통해 느껴진 감촉으로 저 단단한 새끼가 그래도 혀는 말랑말랑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와 동시에 끼옥이 하늘로 날아올랐다. 공격할 대상을 잃은 놈은 놈의 대가리와 가장 가까이 있는 나를 노려봤다.
‘이런 젠장, 어그로가 내게 끌렸다.’
끼옥은 자기 혼자 살자고 높이 날아오른 것은 결코 아니다. 놈의 혀에서 벗어나고자 힘차게 날갯짓을 했는데 그 혀가 잘리니 반발력으로 날아오른 거였다.
하지만 그로 인해 이제 놈은 나를 목표로 삼아버렸다.
끼오옥-!
그런데 하늘로 날아올랐던 끼옥이 놈을 머리를 노리며 공중수직 낙하를 했다. 그러더니 내 눈앞에서 놈의 눈을 부리로 힘껏 찍었다.
케에에에엑!
또 한 번 놈의 거친 비명이 울려 퍼졌고 놈의 눈에서는 몬스터처럼 파란 피가 뿜어졌다.
-70,000/77,800
이번에는 끼옥의 공격이 제대로 터진 것 같다.
그리고 다시 끼옥은 자신의 임무를 떠올렸는지 놈의 주변을 깐죽거리며 맴돌았고, 놈은 어떻게든 끼옥을 잡겠다는 듯 거칠게 움직였다.
“너, 다시는 방심하지 마! 캭! 다시 노가다다!”
캭과 끼옥이 알겠다는 듯 소리를 질렀다.
끼옥!
캭!
“여기저기 두드리지 말고 비늘이 깨질 때까지 한곳을 집중적으로 두드리란 말이야!”
몸 전체가 갑주처럼 단단한 비늘로 덮여 있다 보니 이곳저곳 두드려서는 안마밖에는 안 된다.
저 비늘 중 한 곳을 깨뜨려야 제대로 공격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딱딱한 껍데기를 가진 놈들의 속살은 보통 말랑말랑하다.
내 짐작대로라면 비늘만 떼어낼 수 있다면 저놈을 쉽게 죽일 수 있을 것이다.
캬아악!
캭이 알았다는 듯 울부짖었다. 나도 다시 노가다를 하던 곳으로 돌아가 같은 곳을 오지게 두드릴 참이다.
‘젠장, 다시 노가다의 시간이다.’
나와 칵은 때린 곳을 또 때렸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났는지 모르게 팔을 휘둘렀다. 숨이 턱까지 찼다. 땀이 방해될 정도로 흘러 눈을 뜨기도 힘겨웠다.
‘힘들어 죽겠네. 대체 언제 깨지냐 비늘!’
이젠 오기뿐이다. 헌팅 불멸의 진리는 노가다에 버틸 몬스터는 없다는 것이다.
“시팍! 깨져라! 좀 깨져!”
비늘 한 장만 깨지면 된다. 그 안에 천부의 검을 쑤셔 넣으면 엄청난 데미지를 입힐 수 있다. 이를 악물었다.
“매에는 장사 없고 깡으로 안 되는 거 없다. 까! 죽도록 까! 캭, 할 수 있다!”
카아아악!
내 외침에 캭이 공감하듯 울부짖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