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olithic Hunter RAW novel - Chapter 210
210화
‘포기할까……? 아냐, 포기 못 해!’
어금니가 꽉 깨물었다. 아마도 저놈만큼 경험치를 많이 주는 놈을 또 찾기란 쉽지 않을 것 같다.
‘저 비늘을 뜯어내면…….’
온전하게만 뜯어내면 이달투드워프들은 앞으로 무거운 나무 방패를 들고 다녀야 하는 신세를 면할 것 같다.
나는 E급 마석을 몇 개 가지고 있다. 저 비늘을 뜯어 육각 방패를 만들 때 쓰면 될 것 같다.
‘방패를 위해서라도 노가다해야겠다.’
지금 내 눈에는 놈의 거대함보다 놈의 비늘이 더욱 반짝거리는 것이 보였다.
‘그런데 왜 이 타이밍에서?’
의구심이 든다.
쿵쿵! 쿵쿵!
하지만 더 이상 생각에 빠져 있을 겨를이 없었다. 거대늑대거북 지축을 울리며 우리를 향해 덤벼든 것이다.
“젠장!”
놈이 다가오는 속도는 생각보다 빨랐다.
고개를 쭉 내밀면 그대로 한입에 덥석 나를 삼킬 수 있는 거리까지 온 것이다.
수많은 생각을 하다가 도망칠 기회를 놓쳤다. 이제는 싸울 수밖에 없다.
‘아니, 장난해? 저걸 어떻게 때려잡아!’
그래도 다행인 것은 놈은 거대한 덩치 때문인지 캭이나 나에 비하면 무척이나 느리다는 것이다. 그게 천만다행이라면 천만다행이다.
“캭! 저거, 우리가 잡는다.”
내 외침에 캭이 포효했고, 끼옥도 날카롭게 울었다.
‘저걸 테이밍을 할까?’
저 정도의 비주얼이면 원시인들은 보는 것만으로도 오줌을 지릴 정도니 맹수돌격대의 선봉장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저런 것을 타고 다니는 나를 신처럼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테이밍을 하면 전투경험치가 없다.
‘아니야, 적어도 300레벨이 되기 전까지는 사냥만 한다.’
생각이 정리됐다.
그럼 이제는 닥치고 고다.
“도저어어언!”
* * *
절벽이 멀리 보이는 해안가.
“여기서부터 샅샅이 뒤져라!”
“예, 큰눈 님!”
눈동자에 살기가 등등한 큰눈이 악어머리 부족 전사 50명을 이끌고 먼 해안가까지 와서 검은고래 부족의 패잔병들을 찾고 있었다. 큰눈은 고자가 된 후 허한 마음을 이렇게 잔인함으로 채우고 있었다.
“큰눈 님, 그런데 잡은 놈들은 어떻게 합니까?”
전사머리는 큰눈의 눈치를 보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원래 계획은 잡아 죽이는 거였다. 하지만 악어 회의를 통해 장로 전사들이 고래를 잡는 방법을 터득하기 전까지는 무조건 생포하라는 명령이 내려졌다.
그걸 알고 있었지만 큰눈은 족장의 아들이자 차기 족장으로, 이번 사냥의 지휘자이기도 했다.
또한 큰눈이 요즘 들어 잔학해지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검은고래 부족의 패잔병들을 발견하면 모조리 죽여 버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기에 악어머리 족장이 내린 명령을 큰눈에게 상기시키기 위해 질문을 한 것이었다.
“당연히 잡는 족족 다 죽여야지.”
“하, 하지만 큰눈 님, 악어 회의에서…….”
큰눈의 말에 전사머리 하나가 큰눈의 눈치를 보며 우물쭈물 말했다.
“너, 이리 와!”
“……예.”
전사머리가 큰눈에게 다가섰고, 큰눈의 눈이 매섭게 변했다. 그와 동시에 큰눈의 주먹이 전사머리를 향해 날아갔다.
“컥!”
갑작스럽게 명치를 가격당했기에 허리를 앞으로 숙일 수밖에 없었다. 큰눈은 거친 숨을 몰아쉬는 전사머리의 머리채를 잡아당겼고, 무릎을 높이 들어 놈의 얼굴을 찍었다.
“크악!”
거친 비명과 주먹질 소리가 해안가에 울려 퍼졌다.
“무슨, 잔말이 많아? 나는 큰눈이다! 내가 죽이라면 죽이는 거야!”
큰눈은 씩씩거리며 숨을 거칠게 몰아쉬며 쓰러진 전사머리를 지근지근 밟았고, 피떡이 되어 쓰러진 전사머리의 모습을 보고 전사들이 기겁했다.
“어휴, 빌어먹을 놈, 때리는 것도 지치네, 뚜따!”
“예, 큰눈 님!”
“네가 대신 밟아!”
“예! 알겠습니다.”
뚜따는 큰눈의 명령에 아무런 망설임도 없이 잔인하게 놈을 밟았다.
‘이놈이 죽으면!’
뚜따는 지그시 입술을 깨물었다.
그는 이미 경험으로 사람을 죽이면 레벨 업을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이 전사머리를 죽이면 레벨 업을 할 수 있다는 묘한 희열에 휩싸이고 있었다.
어쩌면 땅속에서일어서는 괴물을 만든 것일지도 몰랐다.
‘그래, 레벨 업을 하자. 강해지자.’
뚜따는 스스로 괴물이 되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 순간 떠오르는 것은 자신을 테이밍한 땅속에서일어서의 얼굴이었다.
‘땅속에서일어서 님도 내가 강해지기를 원한다.’
뚜따는 땅속에서일어서의 명령을 따르기 위해서는 강해져야 한다고 스스로에게 구차한 변명을 하며 놈을 죽이기로 했다.
“컥! 컥컥! 살, 살려…….”
“그만!”
큰눈이 그만하라고 외치자 그제야 매질을 멈추는 뚜따였다.
“잘 들어라!”
“예, 큰눈 님!”
뚜따와 뚜따가 거느린 부하들만 우렁차게 대답을 했고 악어머리 부족 출신의 전사들은 큰눈이 이런 행동을 할 줄은 몰랐기에 깜짝 놀라 뒤늦게 크게 대답했다.
“나랑 있을 때는 내 명령만 따라야 한다. 만약 내가 말한 것에 토를 달거나 듣지 않을 때에는…….”
큰눈은 잠시 말을 멈추고는 쓰러져 신음을 흘리는 전사머리의 머리를 힘을 주어 꾹 밟아 눌렀다.
“어떻게 될지는 알아서들 상상해라. 뚜따가 너희들 앞에 있다.”
이미 뚜따는 악어머리 부족에서 최강의 전사에 속해 있었다.
“예, 알겠습니다.”
“그러니까 검은고래 새끼들을 찾아서 다 죽여 버려!”
“예!”
“사방으로 흩어진다.”
그렇게 악어머리 부족 전사들이 검은고래 부족의 패잔병들을 찾기 위해 수색을 시작했다.
“가자, 뚜따! 직접 죽이는 것도 재미가 쏠쏠하다.”
큰눈은 이번에는 놈들을 어떻게 죽일까 생각하고는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큰눈은 시간이 갈수록 점점 더 가학적인 성향이 드러나고 있었다.
“예, 족장…… 큰눈 님!”
뚜따가 큰눈을 보며 나직이 말했다.
“너, 방금 뭐라고 했어?”
큰눈이 뚜따를 뚫어지게 봤다.
“죄송합니다. 저도 모르게 마음에 담아둔 소리를 하고 말았습니다.”
“하하하! 마음에 담아둔 소리라고?”
“예, 죄송합니다.”
“역시 너는 내 큰창이다. 하하하! 오늘은 기분이 아주 좋은 날이야. 자, 가자!”
“예, 큰눈 님!”
“어허~”
“저의 족장님!”
“그렇지! 크흐흐, 키킥, 크하하하!”
큰눈은 뚜따의 아부가 정말 마음에 들었는지 미친 듯이 웃음을 터뜨렸다.
그렇게 큰눈과 뚜따, 그리고 악어머리 전사들은 이곳저곳 흩어져서 수색을 시작했다. 그러다 그들은 절벽 근처까지 도달했다.
“저기 뭔가가 쓰러져 있습니다.”
그때 뚜따의 부하 중 하나가 뚜따를 보며 소리쳤다.
“검은고래 놈들이냐?”
“모르겠습니다. 머리카락이 긴 것으로 보아 여, 여자인 것 같습니다.”
여자라는 말에 큰눈이 인상을 찡그렸다.
그 순간 땅에 쓰러져 있던 여자가 비틀거리며 천천히 일어났고, 아무것도 입지 않은 모습을 본 큰눈이 다시 한 번 인상을 찡그렸다.
“도, 도와…….”
털썩!
여자가 다시 정신을 잃은 듯 쓰러졌다. 하지만 찰나의 순간 눈동자가 파랗게 변했고, 스산한 바람이 바다에서 큰눈 쪽으로 휘몰아치듯 불었다.
‘네놈이 원하는 헛꿈을 꾸게 될 것이다.’
기절한 척을 했지만 여자는 마음속으로 뇌까렸다. 마치 마법사가 정신계 마법을 부리듯 여자는 큰눈에게 강력한 주술을 걸기 위해 쓰러진 상태에서 아주 천천히 소라껍질방울을 흔들었다.
딸그락! 딸그락!
아주 작은 소리였지만 그 소리는 퍼져 나가고 있었고 청력이 밝아진 뚜따는 소리의 진원지를 찾아 두리번거렸다. 그리고 어느 순간 그 소리가 멈췄다.
그때 여자를 바라보던 큰눈이 흠칫하며 몸을 떨었다.
찰나였지만 여자의 나신을 봤을 때 한동안 느끼지 못한 놀라운 변화를 경험했기 때문이다.
‘그냥 죽이는 것은 복수가 안 돼.’
기절한 듯 쓰러진 여자는 비단처럼 아름다운 머리카락이 길게 자라 있었는데, 몸을 덮은 듯 가린 듯 나신 위에 흐트러져 있었다.
그리고 땀인지 바닷물인지 젖은 그녀의 몸 위에 착 달라붙어 굴곡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었는데, 아름다우면서도 성스럽고, 우아한 기품을 풍기고 있었다.
쓰러진 여자는 자신을 스스로 입술이달다라고 말한 그 마녀였다.
“조, 족장님, 죽은 것 같습니다.”
“뚜따!”
“예!”
“가 보자.”
큰눈은 묘한 눈빛으로 천천히 쓰러진 여자에게 다가갔다.
‘우선 너로 시작하겠어. 너의 혼을 빼고 스스로 네놈의 아비를 죽이고, 네 부족을 모두 잡아먹게 만들어주마. 악어머리 놈들은 스스로 망하게 될 것이다.’
쓰러진 여자를 보며 야릇한 얼굴로 큰눈이 다가갔다.
‘내, 내 몸이 왜 이러지?’
큰눈은 그날 이후로 이렇게까지 우뚝 서 있던 날이 없었다. 죽었던 그것이 다시 살아나는 게 느껴진 것이다.
“저것, 죽었냐?”
큰눈의 목소리가 떨렸다.
“확인해 보겠습니다.”
그때 여자의 입에서 미약한 신음이 흘러나왔다.
“살, 살려……주세요.”
그리고 입술이달다는 그 말을 끝으로 아무런 소리도 내지 않았다. 겉으로 보기에 그녀는 정신을 잃은 채 쓰러져 있는 것으로만 보였다.
“저, 저 여자를 부족으로 데리고 가야겠다.”
“예, 알겠습니다.”
뚜따가 대답을 했고 돌아서서 부하들을 봤다.
“저 여자를 옮긴다!”
그와 동시에 뚜따의 부하들이 일제히 여자에게로 달려들어 양팔과 양다리를 잡고 들려고 했다.
“아니다, 멈춰라, 멈춰!!”
“예?”
“내가 직접 저 여자를 옮길 것이다.”
“예? 어째서 그런…….”
“물러나라! 내가 한다고 했다!”
큰눈은 뚜따를 밀치고 여자에게 다가갔고, 깃털을 든 것처럼 번쩍 들어 올려 품에 안았다. 그러자 주술을 받은 것처럼 온몸의 피가 한곳으로 몰리는 것을 느꼈다.
죽은 것이 되살아난 것이다.
‘이, 이건!’
큰눈은 마치 보물을 안아 들듯 여자를 품 안으로 꽉 안았다.
“전사들을 모아라! 지금 당장 부락으로 돌아간다!”
“조, 족장님!”
그때 뚜따가 입술이달다를 안은 큰눈을 불렀다.
“왜?”
큰눈은 이미 벌겋게 상기된 얼굴이었다.
“어, 어둠이 없습니다. 저 여자의 어둠이 보이지 않습니다!”
뚜따는 다급하게 말했다. 뚜따가 말한 어둠은 그림자를 의미했다. 그리고 뚜따의 말처럼 큰눈의 품에 안겨 있다고는 하지만 큰눈의 그림자에는 입술이달다의 머리나 다리의 그림자가 보이지 않았다.
그녀에겐 바다 저 밑바닥의 깊은 어둠과 같은 어둠이 함께하기에 당연히 그림자가 없을 수밖에 없었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그림자는 존재할 수 없다.
“뭐?”
“어, 어둠이 없습니다.”
그때 입술이달다가 살짝 실눈을 뜨고 뚜따를 봤다.
‘오호라, 이놈, 묘한 주술에 걸려 있는 놈이구나.’
놀라운 것은 뚜따가 땅속에서일어서에게 테이밍을 당한 것을 그녀가 어느 정도 짐작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는 거야? 이렇게 밝은 날에 어둠은 작아진다! 내 그림자와 겹쳐진 거다.”
“예.”
뚜따는 큰눈의 눈 밖에 나지 않기 위해서 아무런 토도 달지 않았다. 그리고 뚜따 역시 큰눈이 이상하게 변해가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어서 부족으로 돌아간다! 빨리빨리 움직여!”
“예, 알겠습니다.”
더욱 강해질 기회가 한순간에 날아가 버려 당황스러운 뚜따였지만 큰눈이 돌아간다고 말했기에 바로 대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