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olithic Hunter RAW novel - Chapter 209
209화
‘처음에 저산소증으로 죽기 일보 직전에 개가 땅을 파서 살아났지.’
내가 이곳에서 제일 처음 죽인 것은 들개다.
물론 그때 나는 들개도 죽이기 힘든 정도의 육체를 가졌지만 끝내 죽였다.
그때는 살아야 한다는 생각에 무의식적으로 잠재된 힘을 썼다고 생각했지만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앞뒤가 안 맞는 것이 너무 많다.
‘들개는 절대 혼자 다니지 않는다.’
내가 죽인 놈은 아프리카에서 산다는 딩고랑 비슷한 놈들이다. 다시 말해 내게 테이밍된 멍이랑 똑같은 놈이라는 것이고, 내가 멍들을 테이밍할 때도 떼를 지어 몰려왔었다.
그런데 그 들개는 혼자였다.
피 냄새를 맡고 왔는데 혼자 왔다고?
개는 생각보다 영리하다.
그리고 겁이 많다. 무리를 지어 다니는 짐승들은 혼자 나다니지 않는다. 그것도 밤에는 더 그렇다.
‘뭘까?’
한 번 나를 속인 놈이니 두 번 속이지 말라는 법도 없다.
‘왜, 도대체 무엇 때문에 이런 일을 벌인 거냐!’
그리고 또 이상한 것은 헌터인 나뿐만이 아니라 드래곤이었던 레드까지 이 원시시대로 소환했다는 것이다.
마치 내가 레드를 의식하고 레벨 업에 박차를 가하라는 명령처럼 느껴진다. 마치 라이벌을 보며 성장하라고 다그치는 것 같다.
하지만 사실이 아닐 수도 있다. 뭘 생각하는지 알 수 없는 놈인 만큼 정말 단순한 이유로 거주지에 불법침입해 살인한 놈에게 복수하라고 보냈을 수도 있다.
놈에 대해 아는 것이 하나도 없으니 그저 답답할 뿐이다. 그가 내게 직접 말했던 것들도 곧이곧대로 믿을 수도 없었다.
뭔가 흐릿하게 떠오를 것 같지만 또렷해지지 않고 있다. 무엇을 생각해봐도 지금 분명한 것은 레드 때문이라도 나는 빠르게 성장하고 레벨을 하나라도 더 많이 올려야 한다는 것이다.
“저기 가면 있겠지.”
나는 만년설이 덮인 설산을 봤다.
아직까지 강하다고 생각되는 놈을 만나지 못했지만 처음 와본 곳이니만큼 이제는 정찰과 헌팅을 겸해야 한다.
“여긴 강한 놈들이 없으니까 저기로 가봐야겠다.”
곡물 씨앗도 못 찾았겠다, 이제 남은 것은 헌팅을 해서 레벨을 올리는 거고 얼음을 구해서 부리나케 돌아가면 된다. 그러니 여기서 더 시간 낭비를 하면 안 될 것 같다.
“캭!”
캬오옹!
“슬슬 다 소화됐지? 가자!”
캭!
군기가 다시 든 캭이 알았다는 듯 벌떡 일어서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쿵, 그때 내 발바닥에서 지축을 울리는 것 같은 진동이 느껴졌다.
‘이건 뭐지?’
쿵, 다시 땅이 울리는 게 느껴졌다.
캬아악!
캭의 눈빛에 살기가 감돌았고, 날카로운 송곳니를 드러내며 울부짖었다.
끼오오옥-!
끼옥 역시 날카로운 소리를 내며 두 날개를 펄럭거리며 하늘 높이 날아 캭이 보고 있는 곳을 봤다.
“뭔가 오고 있다.”
나는 바로 땅에 바닥에 놓아둔 천부의 검을 쥐었다.
보이지도 않는데 지축이 울린다는 것은 작거나 약한 놈은 아니라는 소리다. 게다가 캭이 저런 반응을 보이는 것으로 보아 최소한 캭 만큼은 강한 놈일 것이다.
쿵! 쿵!
“뭐, 뭐야? 저거?”
흔들릴 정도로 지축을 울리며 놈이 드디어 모습이 드러났다.
* * *
땅속에서일어서의 동굴 앞 공터.
빛을 중심으로 하늘부족 여자들이 둘러앉아 빛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렇게 흙을 밟고 반죽을 하는 겁니다.”
지급 빛은 땅속에서일어서가 지시한 그대로 부족의 문명을 발전시키고 있었다. 질그릇을 빚을 흙은 이달투드워프들이 구해놨고 이제 기술만 전수하면 됐다.
“아, 그렇군요. 언니.”
연꽃도 관심을 가지며 빛이 하는 모습을 지켜봤다.
“반죽을 할 때 아주 오래 잘 밟아야 해요.”
“예. 빛 님.”
새로운 무엇인가를 만들고 그것을 자신들에게 보여주고 있다는 생각에 여자들은 빛이 하는 행동들을 놓치지 않겠다는 듯 강한 의지를 보였다.
“이렇게 반죽을 하고 나서 대나무 그릇처럼 모양을 만드는 겁니다.”
지금 빛은 황토를 반죽해서 질그릇 모양으로 만들어내고 있었다.
“예. 알겠습니다.”
“다들 따라 만드세요.”
빛의 말에 여자들이 빛을 따라 질그릇을 만들기 시작했다. 질그릇이 만들어진 후에는 호리병이 만들어질 것이고 그 호리병은 원시시대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강력한 수류탄 업그레이드 버전이 될 것이 분명했다.
끼끼! 끼기!
그때 대나무 바구니와 함께 손오공이 소리를 내며 돌아왔고, 연꽃은 어디에 갔었냐는 표정으로 손오공을 반겼다.
“너, 어디 갔었니?”
끼끼!
손오공은 연꽃을 보자마자 재롱을 한 번 떨어줬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보고 연꽃이 깔깔 웃었고 빛도 미소를 보였다.
손오공은 자기가 메고 있는 대나무 바구니에서 과일을 꺼내 엄청나게 큰 대나무 바구니에 과일을 담았다.
“어머, 과일을 따 온 거니?”
연꽃이 물었고 손오공은 고개를 끄덕였다.
끼끼!
그리고 바로 대나무 숲 쪽을 보고 크게 한 번 포효를 하듯 울었고 바로 엄청난 수의 원숭이들이 대나무 숲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그들의 손에는 과일 바구니가 하나씩 들려 있었다.
끼끼!
손오공이 손에 든 과일을 마치 거대한 대나무 바구니에 넣으라는 시늉을 했고, 다른 원숭이도 따라 했다.
“아하, 족장님이 시켰구나.”
빛이 손오공에게 말하자 손오공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 그래서 저 장난감 같은 대나무 바구니를 만들라고 하셨군.”
빛은 땅속에서일어서의 기발한 발상이 놀랍기만 했다. 그리고 처음 과일을 딸 때 왜 어린 원숭이를 테이밍을 했는지 이제야 알았다.
끼끼! 끼끼!
“오~ 우리 오공이 때문에 이제 과일은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네? 어! 그런데 송이송이가 없네. 난 송이송이가 먹고 싶은데…….”
연꽃이 송이송이를 떠올리며 입맛을 다셨다. 송이송이는 포도를 의미했다.
끼끼?
“응, 송이송이.”
끼끼!
손오공이 걱정 말라는 듯 말하며 원숭이들에게 달려갔고, 움막 부근에서 서성이는 원숭이에게 손짓 발짓을 하며 포도를 따오라는 시늉을 했다. 그러자 원숭이들이 일제히 다시 숲으로 달렸다.
우끼끼! 끼끼!
마치 손오공은 연꽃에게 조금만 기다리면 된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쟤들도 이제 우리 편입니까요?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박쥐 한 마리가 두목인 배트맨에게 물었다.
-우리 편이다.
-알겠습니다요.
박쥐들은 다 초음파 소통으로 의사를 전달할 때 존댓말로 ‘요’자를 붙이는 것 같다.
-앞으로는 낮에는 쉴 수 있겠네. 아아아합~
배트맨은 밤낮을 가리지 않고 경계에 만전을 기했기에 피곤했는지 크게 하품을 했다.
-임무 교대입니다요.
-교대해.
배트맨과 테이밍을 당한 박쥐들은 테이밍을 당하지 않은 박쥐들을 이끌고 3교대로 주둔지 감시와 경계 정찰 임무를 이어갔다.
-엄청 많네!
박쥐들도 과일이 주식이다. 그래서 저렇게 거대한 바구니에 쌓인 과일을 보며 입맛을 다셨다. 그리고 그 모습을 살펴본 빛이 과일들을 숲으로 던져줬다.
-감사합니다요, 땡큐~.
물론 이 역시 땅속에서일어서가 빛에게 부탁한 일이었다.
-나는 먹고 작은 동굴을 찾아 들어가서 쉴 테니까 감시 잘해.
-알겠습니다.
-한눈팔다가 걸리면 물어뜯어 죽일 테다.
배트맨은 부하 박쥐들에게 겁을 주고 땅에 떨어진 과일로 날아갔고 그 모습을 본 박쥐들은 그저 배트맨이 두려울 따름이었다.
* * *
캬아아악!
캭은 마치 고양이가 화가 났을 때처럼 털을 바짝 세우고 놈을 노려봤다.
나는 놈의 거대한 모습에 나도 모르게 뒷걸음질을 치다 멈췄다.
‘강한 놈이다.’
지그시 입술이 깨물어졌다. 놈은 높이 고개를 쳐들고 우리 셋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우릴 먹잇감으로 생각하는 눈빛이다.
-거대 늑대거북.
종족 : 거북 형태의 몬스터
생명력 : 77,800/77,800
공격력 : 2,700
방어력 : 20,000(+30,000)
순간 놈의 설명이 내 눈앞에 떴다.
“저 거대한 게 몬스터라고?”
순간 망할 놈의 신이 떠올랐다. 그리고 내가 죽였던 붉은 사자가 떠올랐다.
‘설마 야생동물과 몬스터가 공존하는 건가?’
그리고 지금 와서야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것이 내가 생각해도 어처구니가 없었다.
‘그래, 거대 불개미도 그랬어! 몬스터란 말이지, 몬스터!’
이제부터는 진짜 헌팅을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순간 기대감에 마음이 들떴다.
하지만 우선은 당장 앞에 있는 놈을 처치해야 이름은 거대늑대거북이었지만 놈의 외형은 거북과는 판이하였다.
놈은 마치 공룡이 이 시대에 현신한 것처럼 보였다. 아니, 공룡이 아니라 드래곤처럼 보였다.
등껍질은 없었지만 금속으로 이루어져 있는지 빛을 받아 번들거렸는데, 육각형 모양의 거대한 비늘이 몸 전체에 나 있었다. 심지어 비늘 갑옷을 입은 것처럼 겹겹이 나 있었는데, 아마도 저게 괄호 안 플러스 방어력의 근원일 것 같다.
게다가 네 개의 기다란 다리는 콘크리트 기둥처럼 굳건하게 몸을 떠받치고 있었는데, 코끼리 다리보다 굵고 튼튼해 보였다. 발끝에는 거북답지 않게 갈퀴는 없었고, 중세시대 기사의 랜스처럼 뾰족하고 거대한 발톱이 나 있었다.
길게 뻗은 목 위에 있는 머리는 드래곤의 대가리처럼 뿔이 자라나 있었고, 각이 진 머리와 아나콘다 같이 길면서도 튼튼한 꼬리는 누가 봐도 괴물이라고 할 정도로 흉악해 보였다.
문제는 왜 저놈이 뜬금없이 내 앞에 나타났냐는 것이다.
저런 거구가 움직인다면 분명 멀리서도 발견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놈이 근처에 올 때까지 눈치를 채지 못했다.
이런 의구심은 항상 망할 놈의 신으로 향한다. 몇 번이고 느낀, 신의 농간처럼 느껴지는 따갑고 예리한 감각.
‘그래, 붉은 사자가 나타났을 때도 지금 같았지. 다 그놈의 짓이었던 거야.’
지그시 입술이 깨물어졌다.
처음 봤을 때 얼핏 공룡의 후손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거대했다.
하지만 저놈이 공룡일 리가 없다. 이 시대에는 이미 멸종한 놈들이고, 땅속이나 바닷속에서 뼈만 남아 있을 거니까. 그리고 놈의 설명 또한 거북 형태의 몬스터라고 했다. 하지만 날름거리는 갈라진 혓바닥을 빼면 파충류로 보이지는 않았다.
‘저거, 엄청나게 강해 보이는데…….’
더 정확하게 말하면 엄청나게 단단해 보였다.
쿵, 놈은 내 앞으로 거만하게 앞으로 나오더니 고개를 쳐들고 내려다봤다.
“저걸 잡으려면…….”
나도 모르게 인상이 찡그려졌다.
밤을 새워서 헌팅을 해도 안 죽을 것처럼 보였다. 사냥이 아니라 끝도 없는 노가다가 될 것 같다.
그리고 지난 어비스에서 멋모르고 터틀드래곤에게 덤볐다가 애꿎은 무기만 버리고 날밤을 깐 것이 떠올랐다.
휘리릭! 쉬릭!
그때 거대늑대거북이 혀를 날름거렸다.
굵직한 채찍처럼 빠르게 나왔다가 입속으로 사라지는 혀는 금방이라도 나를 후려칠 것 같았다.
분명한 것은 놈은 우리를 먹잇감으로 보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저놈을 잡는다면 아마도 바로 몇 단계나 레벨 업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