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olithic Hunter RAW novel - Chapter 217
217화
-미션명 : 블랙야크의 악령을 죽여라.
이유 없는 처참한 살육에 우두머리 야크가 악령인 블랙야크로 다시 깨어났다. 악령으로 변한 블랙야크를 소멸시키고 야크들을 구하라.
미션 난이도 : A
미션 클리어 조건 : 반드시 블랙야크의 악령을 죽여야 함.
미션 실패 시 : 명성 수치 5,000포인트 하락.
미션 클리어 시 : 추가 보상 있음.
“개자식! 정말 막가자는 거야!”
나도 모르게 버럭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이유 없는 처참한 살육이란다. 자기가 시켜놓고서는 이제 와 모르쇠다. 이걸 노린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신의 꼭두각시가 되는 것을 거부했다. 그래도 미션은 뜬다. 이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이전과는 다르다. 앞으로 모든 미션은 내 의지에 따라 실행 여부가 결정될 것이다.
‘내 의지로 움직인다.’
그저 놈이 시키는 그대로 놀아나는 것이 아니라는 소리다.
내가 죽인 어미 야크의 옆에서 울던 두 어린 야크새끼가 떠올랐다. 이 미션을 거부한다면 그 어린 야크 새끼들도 악령이 된 블랙야크에 의해 죽게 될 것이다. 악령은 오직 모든 것을 죽이는 일에 몰두할 테니까.
‘내가 깨운 악령이다.’
그러니 내게는 책임이 있다.
-미션을 수락하시겠습니까?
“미션 수락!”
-미션 진행이 발동되었습니다. 블랙야크를 죽여 소멸시키기 전까지는 블랙야크의 악령이 함께하게 될 것이고, 어둠이 깔리면 블랙야크 악령의 공격을 받게 될 것입니다.
“……뭐라고?”
여기서 놈을 처치하지 않는다면 계속해서 날 따라온다는 말에 어처구니가 없었다.
그 말은 놈을 죽이지 않고 이곳에서 도망친다고 해도 어디든 계속해서 쫓아온다는 것이고, 내 부족이 위험할 수도 있다는 말이었다.
결국, 이 어둠이 물러나기 전에 놈을 소멸시켜야 한다.
나는 바로 각궁의 시위를 당겼다.
“캭! 놈의 주위를 맴돌아!”
내 레벨이 200대 후반이기에 백병전으로는 승산이 없을 것 같다. 하지만 내게는 원거리 무기가 있다. 내가 가진 것을 최대한 활용하면 된다.
캬악!
무슨 말인지 알겠다는 듯 캭이 달리기 시작했다. 캭이 달리는 것을 보고 놈이 따라 뛰기 시작했다. 놈은 야크에게서 뽑은 척추가 달린 머리를 마치 채찍처럼 휘두르고 있었다.
활시위를 힘껏 당겼다.
‘거리를 유지하고!’
지그시 입술을 깨물며 쭈욱 잡아당긴 시위를 놨다.
슝!
화살은 빠르게 날아가 놈의 다리에 박혔다. 물론 내 최초의 공격이 놈의 다리로 향한 것은 기동력을 떨어트리기 위해서였다.
음모오오오오!
거친 블랙야크의 악령이 섬뜩하게 울부짖었다.
“젠장!”
내 공격에 놈의 생명 수치가 겨우 500정도 하락했다. 놈의 가죽이 두꺼운지 큰 데미지를 입지 않은 것 같다.
-109,500/110,000
‘또 다른 의미의 노가다군. 젠장!’
물론 거대늑대거북을 죽일 때와는 또 다른 상황이었다. 그래도 최소한 내 공격이 먹히고 있으니까.
다다닥! 다다닥!
나는 캭을 탄 상태로 놈의 주위를 맴돌았고, 놈은 캭을 쫓느라 정신이 없었다.
‘화살이 총 50개니까…….’
산술적인 계산으로 나는 놈의 생명력을 이런 방식으로 25,000까지 떨어트릴 수 있다.
다시 말해 내가 준비한 화살이 놈의 몸에 다 박히면 그때는 천부의 검을 들고 놈에게 달려들어야 한다는 의미다.
물론 한두 발 정도는 끼옥이 회수해 오겠지만 그것 역시 결코 쉬운 일이 아닐 것 같다.
끼오옥-!
끼옥이 화살을 회수하기 위해 놈을 향해 날아갔다.
“멈춰!”
쉬우우웅!
놈은 끼옥을 발견하고 목표를 바꾸어 끼옥에게 척추를 휘둘렀고, 끼옥은 곡예비행을 하듯 방향을 90도로 꺾어 야크머리가 붙은 척추를 겨우 피했다.
놈이 휘두른 척추는 땅을 움푹 패게 했는데, 뼈마디가 떨어져 산산조각이 나기는커녕 살아 있는 한 마리의 독사처럼 꿈틀거리고 있었다.
악령의 힘으로, 아무것도 아닌 것이 절대적인 무기로 변해 있었다.
‘화살 회수는 불가능하다.’
화살이 다 떨어지면 백병전을 펼칠 수밖에 없다.
* * *
어둠이 깔린 고산지대에는 내가 죽인 야크들이 마치 검은 돌처럼 여기 놓여 덩그러니 있었다.
그 한가운데에서 죽은 야크들의 원한을 받아 태어난 블랙야크의 악령과 내가 치열한 싸움을 벌이고 있었다.
캭의 위에 올라탄 내가 계속해서 화살을 날리자 블랙야크의 악령은 점점 화가 치밀어 오르는지 시간이 지날수록 흉악하게 야크의 머리를 휘둘렀다.
그때마다 머리에 딸린 척추가 채찍처럼 공간을 짓이겼다.
쇠레레레에에!
분명 평범한 짐승의 척추인데, 척추가 애꿎은 땅을 후려칠 때마다 땅이 팼고, 야크의 시체와 자갈 등 주변에 있는 것들이 휩쓸려 사방으로 흩어졌다.
슈융!
또 한 발의 화살이 빠르게 블랙야크의 악령에게 날아가 오른손을 관통해 저 멀리 날아갔다.
크아악!
거친 비명이 울려 퍼졌다.
“젠장!”
놈이 채찍처럼 쥐고 있는 야크 머리를 떨어뜨리려고 쏜 것인데, 놈은 그걸 떨어뜨리기는커녕 오히려 더욱더 꽉 쥐었는지 검은 털로 뒤덮인 팔뚝이 부풀어 올랐다.
그러고는 캭을 향해 돌진하여 척추를 휘둘렀다.
“젠장! 뭐 이리 튼튼해? 아직도 생명력이 50,000이나 남았네.”
무려 40발 이상의 화살이 놈의 몸에 빼곡히 박혔는데도 놈은 아직 건재했다.
처음에는 내 안전을 가장 중시했기 때문에 거리를 멀리 유지하면서 화살을 쐈다. 하지만 똑같이 명중해도 거리가 멀면 멀수록 데미지가 낮았다. 화살이 떨어지기 전까지 놈의 생명력을 최대한 많이 줄여야 하기에 어쩔 수 없이 조금씩 거리를 좁혔다.
거리가 좁아질수록 놈의 모습이 뚜렷해졌다.
하늘을 향해 솟아오른 날카로운 뿔과 도깨비불처럼 일렁이는 붉은 눈동자, 온몸에서 자라난 검은 털은 길리슈트를 뒤집어쓴 것처럼 길게 뻗어 있었다. 털 때문에 어느 정도 가려져 있지만 탄탄해 보이는 근육은 굵직한 통나무처럼 강직해 보였다.
소 대가리만 아니라면 털이 수북하게 난 인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의 모습이었다.
화살이 박혀 있는 몸통은 붉은 피가 흐르다 못해 뚝뚝 바닥에 떨어지고 있었다.
“이제 네발 남았는데…….”
이 화살을 다 쏜다면 어쩔 수 없이 저 무지막지한 놈과 근접전을 펼쳐야 한다.
‘믿을 건 육각 방패뿐이다.’
놈과 근접전을 하게 된다면 목숨을 걸어야 할 것 같다.
‘놈의 레벨이 보이지 않으니…….’
이번 어비스에서는 저번 어비스와는 달리 몬스터들의 정보에 레벨이 뜨지 않았고, 생명력과 공격력, 방어력만으로 놈들의 강함을 판단해야 했다.
지금 남아 있는 놈의 생명력은 50,000이고 내 생명력은 10,000이다. 공격력과 방어력도 나보다 놈이 월등히 높다.
“캭! 조금만 더 가까이 접근해!”
캬아악!
하지만 내가 놈보다 월등히 앞서는 것이 있다.
바로 스피드다.
나는 속도 하나로 놈을 사냥하기로 했다.
다다닥! 다다닥!
캭은 나선형을 그리며 놈의 주위를 돌며 거리를 좁혀갔고, 하늘에서는 끼옥이 날카로운 발톱을 드러내며 놈의 등을 노리고 공격해 시선을 분산시켰다.
따라라라락!
놈은 완전히 몬스터는 아닌 듯 우리 중에서 가장 가까이 있는 끼옥에게 어그로가 끌리지는 않았다. 다만 신경은 쓰였는지 가끔 끼옥을 향해 척추를 휘둘렀고, 뼈마디가 부딪치는 소리가 들릴 때마다 끼옥은 곡예비행을 하듯 요란하게 비행을 했다.
그렇다 해도 놈의 목표는 나로 고정된 듯 내가 거리를 좁히려 할 때마다 여지없이 척추를 휘둘렀다.
수우웅!
또다시 나를 향해 야크의 척추가 날아들었다. 이번에는 몸을 노린 것이 아니라 캭을 향해 쏟아졌다. 캭은 잠시 움찔하고는 높이 뛰어올라 채찍을 피했다.
캭은 최소 5미터 정도 되는 높이로 뛰어올랐고, 나는 활시위에 걸고 있던 화살을 날렸다.
크아아아악!
또 한 번 거친 비명이 터졌다.
화살은 정확히 놈의 머리통에 박혔다. 손등에 맞았을 때처럼 관통되진 않았지만 깊숙이 박힌 것이 타격이 컸으리라 짐작할 수 있었다. 이 공격으로 놈의 생명력이 8,000이나 감소했다.
“좋았어!”
카라라라락 퍼어억!
하지만 놈은 막대한 타격을 입었음에도 공격을 멈추지 않았고, 캭은 착지를 할 때 놈의 척추에 얻어맞을 수밖에 없었다.
캬아아악!
캭은 거대한 비명을 지르며 나가떨어졌다.
운이 없게도 육각 방패로 막은 어깨가 아니라 엉덩이 부분을 타격 당했다.
‘젠장!’
레벨 업을 수도 없이 많이 했고, 덩치가 커진 만큼 강력해졌는데도 놈의 공격에 캭은 생명력의 30%가 떨어졌다. 캭은 몇 번을 튕겨 먼 곳까지 날아갔고, 나 또한 캭에서 떨어져 땅바닥을 나뒹굴 수밖에 없었다.
그 충격으로 내 생명력의 10%가 떨어졌다. 그나마 불개미 방어구 세트를 입고 있어서 망정이지, 아니었으면 움직이지도 못했을 것이다.
쿵쿵쿵! 쿵쿵쿵!
놈은 분노한 만큼 공격력이 증가하는 것 같다. 그리고 생명력이 떨어지는 만큼 공격력은 더욱더 강해지는지 아까보다 한층 더 거세게 척추를 휘두르며 쓰러진 캭을 향해 돌격했다.
“캬, 캭! 어서 피해!”
캬아악!
피하라고 했지만 캭은 다리를 절뚝거리면서 내 앞에 섰다.
“피하라고! 여기서부터는 내가 알아서 한다!”
나는 나를 보호하기 위해 내 앞으로 와서 날카로운 송곳니를 드러내는 캭을 옆으로 밀어내고, 검을 굳건히 쥐고 놈을 노려봤다.
캬옹오옹…….
“내가 평소에는 너랑 장난치려고 그런 거지, 너 엄청 위한다.”
캬옹오오옹.
-감언이설로 펫의 충성도가 최고조로 상승했습니다.
메시지가 떴다. 이런 건 정말 귀신처럼 알아맞히는 메시지다.
“내가 저놈이랑 끝장을 본다.”
이건 진심이다.
내가 기동력을 잃어서인지 블랙야크의 악령은 목표를 바꿔 나만을 노려보며 달려들었다. 놈의 머리 위에서는 끼옥이 부리로 쪼고 발톱으로 내려찍어도 무시한 채 전차처럼 육중한 몸을 이끌고 돌격해 오고 있었다.
놈의 몸에는 화살이 40발도 넘게 박혀 있었지만 척추를 엑스자로 휘두르며 나를 향해 달려들었다.
놈과 나의 시선이 마주쳤다.
지옥의 악령처럼 일렁이는 붉은빛 안광이 한층 더 강렬하게 폭발했다.
문뜩, 놈이 지옥의 나찰처럼 채찍을 휘두르는 것이 페이크라는 생각이 들었다. 진짜 의도는 채찍을 휘둘러 성가신 것들을 날려 버리고, 거대한 덩치를 내 몸에 직격하려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바로 천부의 검과 육각 방패를 땅에 박고 각궁에 3발의 화살을 걸고 그대로 시위를 당겼다.
“3발로 생명력 1만, 줄이자.”
최대한으로 시위를 당긴 활은 보름달처럼 구부러졌다.
슈슈슝!
세 발의 화살을 동시에 날리자마자 각궁을 뒤로 던져 버리고 땅에 박힌 검과 방패를 뽑아내어 놈에게 달려들었다.
“이판사판이다!”
원래 내 전투 방식은 처음부터 끝까지 백병전이 주였다.
원시시대에 와서는 혼자 몸도 아니게 되었고, 지킬 게 많다 보니 좀 비겁해진 면이 있다. 나를 걱정하는 가족들이 있기에 그게 당연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다.
‘방패, 네 방어력만 믿는다!’
무턱대고 광전사처럼 마구잡이로 싸우려는 게 아니다. 나 역시 믿는 구석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