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olithic Hunter RAW novel - Chapter 239
239화
“땅속에서일어서 족장이 대단한 거다.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을까?”
“예, 맞습니다. 거대불곰들도 이젠 능숙해진 것 같습니다.”
“아직 부족하다. 밧줄만 더 많이 던져서 저 통나무에 걸기만 하면 된다.”
이 훈련은 이빨호랑이 부족과 악어머리 부족의 단단한 목책을 무력화시키기 위한 파쇄 전술의 하나였다. 이빨호랑이 부족을 공격할 디데이가 다가오고 있었다.
“그만아아안-!”
큰바위의 외침에 목책 안으로 뛰어들었던 캭과 거대불곰들 그리고 전사 10명이 큰바위 앞에 섰고, 큰바위는 마치 대장군이라도 된 듯 다시 근엄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물론 이렇게 하라고 한 것은 땅속에서일어서였다.
“열심히 했다. 수고했으니 쉰다.”
“예, 장군님!”
그리고 어느 순간 큰바위의 호칭이 장군님으로 변해 있었다.
“거불1!”
큰바위가 자신 앞에 서 있는 거대불곰1을 불렀다.
“가서 꿀 따와!”
아우웅!
캬아악!
거대불곰은 영 내키지 않은 듯 캭의 눈치를 보다가 캭이 윽박지르자 알겠다는 듯 거대한 대가리를 끄덕였다.
“구워 먹을 고기도 좀 잡아오고!”
아우웅!
거대불곰1은 한 번 울고는 다섯 마리의 거대불곰을 이끌고 산맥으로 달려갔다. 그들이 달려가자 주위는 마치 지진이 일어난 듯 떠들썩했다.
“흐음, 쉬고 나서 뭐하지?”
큰바위는 힘은 장사지만 머리는 둔했다. 그래서 땅속에서일어서는 그를 보조하라고 그의 옆에 거산을 붙였다.
“거불들은 나무뿌리 뽑기를 하고, 전사들은 밧줄 던지기를 계속하면 될 것 같습니다.”
“그렇게 해.”
“예, 큰바위 장군님!”
“하하하! 장군 소리는 다시 들어도 이상하게 듣기가 좋다!”
* * *
하늘 부족의 공터.
“예, 알겠습니다.”
이달투드워프21이 내 지시를 받고 내게 투항한 사슴 부족 남자들을 데리고 대나무 숲으로 뛰어갔다. 톱을 챙기는 것도 잊지 않았다.
“대나무와 야크 가죽을 이용하면 되겠지.”
10장 정도의 야크 가죽을 벗겨 말려놓은 상태다.
“홈을 파고 가죽 줄과 연결해서 안장과 박차를 만들자.”
내 앞에는 이미 반투명으로 안장과 박차의 모형이 펼쳐져 있다.
“음, 지름 60센티미터 정도로 대나무의 마디를 자르고 홈을 파서 가죽으로 덮으면 되겠지.”
그럼 보란 듯 안장이 만들어질 것 같다.
“그건 그렇고 배트맨, 이 망할 것은 어디까지 날아가 있기에 안 오는 거야?”
할 일이 많은데 기다리는 것이 제일 짜증이 난다.
“가갸! 거겨! 고교! 구규!”
그때 공터 옆에서 아이들이 빛에게 한글을 배우는 소리가 내 귀에 들렸다.
“모든 것이 순조롭게 잘되고 있군.”
빛은 죽뇌와 장궁부대의 장군이면서 내가 설립한 한글학교의 선생이기도 했다.
‘하하, 나 때문에 한글이 8,000년 이상 앞당겨지네. 죄송합니다, 세종대왕님!’
이건 표절이고 도둑질이다. 하지만 한글이 더 빨리 만들어진다는 것은 한글이 더 널리 쓰이게 된다는 의미가 분명했다.
‘뭐든 내 부족 발전에 도움이 되는 것은 다 써야지 왜 아끼겠어.’
한글을 배우는 학생들을 보고 뿌듯해할 때, 배트맨이 하늘에서 날개를 펄럭이며 날아들어 내 어깨에 앉았다.
-족장님! 저 왔습니다요.
“너, 시키는 건 했냐? 놀다 온 거 아냐?”
고개를 돌려 내 어깨에 내려앉은 배트맨을 째려봤고, 눈치 하나만큼은 누구보다 빠른 배트맨은 슬그머니 내 어깨에 내려오더니 땅에 찰파닥 주저앉아 머리를 조아렸다.
-아이고, 그런 일은 절대 없습니다요. 저는 앉으나 서나 날아다니나 낮밤을 가리지 않고 족장님의 명령에 분골쇄신하고 있습니다요.
저놈은 또 언제 어깨너머로 한글학교 단어 수업을 엿들었는지 언어구사 능력이 예전보다 월등히 상승해 있었다.
저 정도면 아마 하늘 부족 사람들 누구와 비교해도 뒤떨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쓸데없는 소린 하지도 말고! 그래서 그 동굴은 어디냐. 상황은 어때.”
-여기서 반나절 정도 걸어가면 나옵니다요. 주변은 조용했습니다.
“알았다.”
-지금 당장 안 갑니까요?
“지금은 바쁘거든.”
우선 만들던 것을 완성하는 게 급하다.
-예, 알겠습니다요. 기다리겠습니다요.
그리고 지금 이달투드워프21이 내가 지시한 그대로 가지고 왔다.
‘재료준비가 끝났으니 절반은 만든 셈이지.’
* * *
“정말 크긴 크군.”
이달투드워프21과 사슴 부족 출신 남자들이 잘라온 대나무 지름은 60센티미터였다. 원시시대라서 그런지 어떤 것이든 내가 알고 있는 것보다 크지만 그중 최고는 분명 대나무다.
“예?”
이달투드워프21이 내게 되물었다.
“대나무가 크다고. 수고했다. 그리고 내가 만드는 것을 다들 잘 봐라.”
저들에게 방법을 가르치지 않으면 나 혼자서 주야장천 만들어야 한다. 하지만 나는 앞으로 계획한 것들이 많으니 지금 가르쳐 놓지 않으면 내가 계획한 모든 일이 크든 작든 차질이 생길 것이다.
“예, 알겠습니다. 족장님께서 만드시는 것을 눈을 크게 뜨고 보겠습니다.”
이달투드워프21은 열심히 배우겠다는 학생의 눈빛으로 나를 뚫어지게 봤다.
‘안장의 모형도.’
만들려는 것을 머릿속으로 생각하면 3D모델링 프로그램을 킨 듯 반투명한 모형도와 설계도가 눈앞에 펼쳐진다. 나는 저들의 대답을 들으며 내 눈앞에 펼쳐져 있는 반투명의 모형도를 봤다.
‘대나무를 반으로 잘라낸 후 중간 부분에 홈을 내고……’
그리고 대나무를 감싸듯 야크의 가죽으로 중간이 텅 빈 대나무를 감싸면 1차 작업이 끝난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전랑대든 이달투드워프든 충격을 고스란히 받을 것이다. 아직 박차까지 만든 것은 아니지만 바퀴를 만들 때보다 훨씬 쉬운 것 같다.
“주의할 점은 대나무를 팔 때 넉넉하게 파야 한다.”
한 마디로 프리사이즈로 만들 생각이다. 기수 한 명의 엉덩이에 딱 맞으면 엉덩이가 작은 다른 기수는 탈 수 있지만 만든 것보다 엉덩이가 큰 기수는 붕 뜬 기분이 들 테니까.
“예, 알겠습니다.”
‘그럭저럭 모형도대로 만들고 있네.’
모형도가 보이지 않는다면 만드는 방법을 안다고 해도 상상하며 만들어야 하니 어려웠을 것 같다.
-안장 제작이 86% 진행되었습니다.
-안장 제작 성공률이 82%로 향상되었습니다.
예상했던 메시지가 떴다.
아직 야크 가죽을 댄 것도 아니고 겨우 지름 60센티미터에 길이 90센티미터의 대나무의 홈을 판 것이 전부인데, 성공확률이 82%나 된다니 놀라울 뿐이다.
‘성공확률을 봐서는 최상급은 안 뜨겠군.’
잘 만들어봐야 상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20분 넘게 대나무의 마디에 U자 형태의 홈을 파는 작업을 끝냈다.
‘내가 20분 걸렸으니 저것들은 홈을 파는데 한 시간이 넘게 걸리겠군.’
뭐, 상관없다. 이제 이달투드워프들은 손재주 스킬의 숙련도가 향상되어서 그런지 나보다 시간은 많이 걸려도 제법 그럴싸하게 만들어낸다.
“홈을 팔 때 주의할 점은 대나무가 부러지지 않게 조심스럽게 파야 한다. 다시 말해 U자 형태가 되는 것이고, 그 U자 형태에 기수들이 올라타면 된다. 그리고 반으로 자른 곳은 중간에 구멍을 파야 한다.”
안장 아랫부분에는 정중앙 하나, 정중앙에서 반 뼘 정도 거리를 둔 채 구멍 두 개를 더 파면서 말했다.
-안장 제작 89% 진행되었습니다.
-안장 제작 성공률이 89%로 향상되었습니다.
“한 뼘 정도 크기의 대나무 마디에도 양 끝에 구멍을 뚫고, 쇠가죽을 꼬아 만든 새끼를 연결한다. 그리고 안장의 양 끝에 있는 구멍에 집어넣고 묶어 고정시키면 된다. 쇠가죽의 길이는 엉거주춤하게 서 있을 때 발바닥과 엉덩이 사이만큼의 길이여야 한다.”
“아~ 예, 알겠습니다.”
정말 이해가 되어서 대답한 것 같지는 않지만 정말 대답은 막둥이처럼 잘하고 있다.
‘그러면 박차까지 다 만들어지는 것이지.’
마지막으로 길게 줄을 늘어뜨리고, 백색 늑대 위에 안장을 올린 후 안장 끝 부분 정중앙 구멍에 연결시켜 안장을 단단히 결합하면 안장과 박차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자, 어때, 어렵지는 않지?”
내 물음에 대답을 잘하던 이달투드워프21과 사슴 부족 남자들이 꿀 먹은 벙어리처럼 서로를 쳐다보며 멀뚱거렸다.
“어려워?”
“아, 아닙니다. 한번 해 보겠습니다.”
“그래, 만들어 봐라. 대나무는 넘쳐나니까 실패도 해 보고, 그러면서 숙련도를 높이고 좋은 것을 만들면 된다.”
어느 순간부터 이빨호랑이 부족의 패악을 피해 산맥에서 내려와 내게 복속된 씨족과 부족이 늘어났기에 옛날보다 노동력은 풍부해졌다.
얼마 전만 해도 이달투드워프들만 죽어라고 일을 했는데, 이제는 전사가 아닌 인부들까지 생겼다. 물론 전사와 인부의 개념이 명확하게 구분된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예, 열심히 만들겠습니다.”
“그래, 열심히 만들어.”
나는 내가 만든 안장을 보며 피식 웃었다.
‘뜨겠지?’
-대나무 안장(상급)
-말이나 기타 탈것의 등에 올려서 기수가 쉽게 탈 수 있게 해 주는 도구.
-기수의 안정감을 50% 상승시켜줌.
-기수의 행동력을 70% 상승시켜줌.
-최초의 안장 발명가가 되셨습니다.
-보상으로 명성 수치가 500포인트 상승했습니다.
-무기 제작 스킬의 숙련도가 향상되어 10성으로 업그레이드되었습니다.
‘나이스!’
나는 속으로 쾌재를 부르며 속으로 씩 웃었다. 예상대로 안장은 내가 최초로 만든 모양이다.
이건 다시 말해 세상에서 가장 앞선 문명을 가진 레드 또한 아직까지 말을 길들이지 않고 있다는 것이고, 그건 다시 말해 레드의 전사들보다 내 전사들의 기동력이 월등히 높다는 의미다.
‘보병과 기병이 싸우게 된다면!’
당연히 초토화되는 것은 보병이다. 레드의 전사들이 스위스 밀집창병 전술을 구사할 정도로 담이 크지 않다면 말이다. 그리고 레드는 드래곤의 특성상 사람들을 세밀하게 전술을 가르치지 않을 것이니 내 전랑대를 막을 것은 없을 것이다.
‘그럼 이제 재갈을 만들어서…… 아니지.’
우리가 타는 전랑대는 평범한 전마가 아니다.
전마라면 어떻게든 갑옷을 씌우고 무게를 늘려 돌격할 때의 힘을 높이려 하겠지만 백색 늑대에 적용하면 오히려 역효과가 난다.
백색 늑대의 최고의 무기는 날카로운 송곳니다. 백색 늑대에 탄 이달투드워프들이 적들을 향해 돌격한다면 긴 창으로 적에게 먼저 타격을 가할 것이다. 하지만 긴 창으로는 너무 가까이 접근한 적을 공격하는 것은 어려울 것이다.
그때 빛을 발하는 것이 백색 늑대의 날카로운 송곳니와 강력한 턱이다. 백색 늑대들은 자신의 앞으로 바짝 다가온 적들을 물어뜯을 것이다.
고삐를 달면 내 전랑대의 공격 옵션 하나를 없애는 것과 다름이 없었다.
‘그래도 고삐가 없으면 통제가 어렵겠지. 어떻게 해야 한다…….’
순간 머리에서 번뜩 떠오르는 것이 있다.
‘그렇지, 애완견들이 차는 줄을 만들면 되겠어.’
목에 거는 거면 많은 제약이 따를 테니 어깨에 메는 X자 밴드 형태의 목줄을 만들면 될 것 같았다. 바로 나는 가져다 놓은 쇠가죽을 이용해서 새로운 형태의 재갈을 만들어냈다.
-어깨 줄(중급)
-동물의 어깨에 연결시키는 줄.
-동물 위에 기수가 탄다면 줄을 잡고 중심을 잡을 수 있음.
-재갈이 아니기에 방향 지시가 어려움.
내게 뜬 메시지를 통해 알 수 있었다. 한 마디로 그냥 개줄을 만든 것이다.
“족장님, 그런데 이건 무엇에 쓰는 겁니까?”
이달투드워프21이 내게 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