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olithic Hunter RAW novel - Chapter 259
259화
“지금이다, 돌격-!”
그때 아직도 불개미세트의 투구를 쓰지 못한 큰바위가 소리를 지르며 앞으로 달려갔다. 그와 동시에 덩굴을 던진 전사들이 공룡의 뼈로 만든 칼을 뽑아 거대불곰의 목에 묶여 있는 밧줄을 끊었고, 큰바위의 뒤를 쫓아 돌격을 감행했다.
“조, 족장님! 거, 거대불곰들이 뛰어옵니다!”
쿵쿵! 쿵쿵!
“이 미친…….”
거대불곰들의 돌격을 본 이빨호랑이 부족 전사들은 기겁한 눈빛을 지었다.
“모두 돌격! 안에 있는 놈들을 다 죽여-!”
다시 한 번 큰바위의 외침이 들렸다.
아우웅!
쿵쾅! 쿵쾅!
* * *
땅속에서일어서의 하늘 부족 목책 위.
“아무 일도 없지?”
단단히는 땅속에서일어서에게 하늘 부족을 지키라는 명령을 받고 밤낮으로 쉬지 않고 목책을 지켰다.
“예, 멍들과 컹도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이달투드워프 하나가 단단히에게 또 물어보냐는 투로 말을 했다.
“그런데 단단히 님…….”
“왜?”
“조금 전에도 물어보셨습니다.”
“아까는 아까고 지금은 지금이다.”
“그렇죠.”
놀라운 것은 이달두드워프들에게서도 계급 비슷한 것이 생겼고 그 정점에 단단히가 있다는 거였다.
“족장님께서 내게 말씀을 하셨다. 이 하늘 부족을 꼭 지키라고 또 제비꽃 님과 연꽃 님을 지키라고 하셨다.”
“알고 있습니다. 암요, 지키셔야죠.”
이달투드워프는 단단히가 극성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좀 쉬셔야 하지 않겠습니까?”
“난 괜찮다.”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저기 야수돌격대도 버티고 있는데 어떤 놈들이 공격하겠습니까?”
캭의 짝인 야수돌격대1도 하품을 쩍쩍하며 목책 아래에 배를 깔고 누워 있었다. 그 옆으로 이제는 이빨호랑이가 무섭지 않은 컹과 멍들이 장난을 치고 있었다. 그리고 멍들의 새끼들 역시 하룻강아지라서 그런지 이빨호랑이인 야수돌격대 앞에서 재롱을 떨듯 놀고 있었고 가끔 야수돌격대가 멍들의 새끼들을 보며 입맛을 다셨다가 땅속에서일어서가 절대 동료를 잡아먹으면 안 된다는 명령이 떠올라 고개를 돌려버렸다.
“참 대단하네요.”
그때 단단히의 아내가 두꺼운 털가죽으로 된 이불을 들고 와서는 목책 바닥에 내려놨다.
“이건 뭡니까?”
이달투드워프 하나가 단단히의 아내에게 물었다.
“여기서 잔답니다.”
그 말에 이달투드워프는 단단히를 넋을 놓고 봤다.
“밤낮으로 지킨다. 밤낮으로!”
저 정도의 충성심을 보이니 땅속에서일어서가 단단히에게 이름과 성을 주고 혈족이나 다름이 없다고 말한 것 같다.
“단단히야!”
그때 할머니가 단단히를 불렀다.
“예, 주술사님!”
단단히가 정신없이 계단을 뛰어 내려가 할머니 앞에 섰다.
“네가 고생이 많다.”
“아닙니다. 해야 할 일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뭐래도 좀 제대로 먹기는 해야지, 이걸 좀 먹어라.”
할머니는 작은 대나무 냄비를 단단히에게 내밀었고 그 안에는 잘 익은 토끼고기가 들어 있었다.
“감사합니다.”
“고맙구나. 네가 있어서 아주 든든하다.”
“예, 제가 족장님이 오시기 전까지 안전하게 지켜 드리겠습니다.”
“그래, 그래 오냐.”
할머니는 흐뭇한 미소를 머금었다.
* * *
아이들이 갇힌 울타리 앞.
“이, 이빨호랑이? 막, 막아라-!”
아이들이 갇힌 울타리를 지키고 있던 전사 우두머리가 캭을 보고 당황하여 소리를 질렀지만 누구 하나 캭과 나를 향해 덤벼드는 놈들은 없었다.
“캭은 뒤를 맡아!”
“캬아악!”
나와 캭이 이리저리 날뛰며 이빨호랑이 부족 전사들을 죽이고 있지만 결국 우리는 포위된 상태다.
쿵쾅! 쿵쾅! 쿵쾅!
그 순간 거대불곰이 목책 안으로 뛰어들고 있는지 땅이 흔들리는 게 느껴졌다.
“됐다!”
“어서 죽이란 말이야. 어서! 놈들을 막아!”
이빨호랑이 부족 전사들은 그저 소리만 지를 뿐이었다.
“나는 하늘 부족의 족장인 땅속에서일어서다! 못된 이빨호랑이 부족 놈들에게 잡혀온 너희들을 구하기 위해서 왔다.”
나는 울타리 안에 갇혀 있는 여자들과 아이들에게 소리쳤다.
“저 빨간 놈이 이빨호랑이와 떨어졌다! 저놈부터 죽여!”
캭은 순식간에 울타리 뒤로 날아들어 다른 놈들을 상대하고 있어 나는 혼자가 되었고, 그걸 본 놈들의 눈동자에는 두려운 눈빛이 사라졌다.
그리고 바로 나를 향해 달려들었고, 나 역시 놈들을 처단하기 위해 앞으로 달렸다.
“죽어, 커어억!”
놈들의 선두에 있던 머리통 하나 정도 더 큰 놈이 호기롭게 돌창을 들고 달려들었고, 나는 가볍게 천부의 검을 휘둘러 놈의 목을 베었다.
서서걱!
그리고 놈을 쫓아 달려든 20여 명의 전사는 내 현란한 검술에 의해 쓰러졌다.
-레벨 업!
또 한 번 레벨 업을 이루는 순간이다.
“뒤로 물러나라!”
내 엄청난 무위에 갇혀 있는 여자들과 아이들은 잔뜩 겁을 집어먹고 덜덜 떨고 있었다.
“말했잖아. 내가 너희들을 구하러 왔다고!”
“예, 예?”
“어서 뒤로 물러나라.”
쿵쾅! 쿵쾅!
“거대불곰들을 막아…… 크악!”
그때 뒤에서 비명 소리가 들렸다.
쓰러진 목책을 넘은 거대불곰들이 도착한 것 같다.
아아우웅!
뒤이어 여기저기서 죽어나가는 이빨호랑이 부족 전사들의 비명이 들렸다.
“뒤, 뒤에…….”
서늘한 그림자가 느껴진다. 하지만 이 정도의 그림자를 만들어낼 수 있는 존재는 거대불곰 밖에 없다.
“곰이지?”
“예, 예! 곰, 곰이에요! 어서 피하세요!”
놀란 듯 여자 하나가 소리쳤다.
“괜찮다. 내 부하들이다.”
“뭐, 뭐라고요?”
“어서 뒤로 물러나!”
“예, 예.”
내가 몇 번이고 외친 후에서야 울타리 뒤로 물러났다.
서걱! 서서걱!
나는 바로 천부의 검을 이용해서 울타리를 잘랐다.
“빨간 놈이 아이들을 꺼내고 있다! 창을 던져!”
그때 기겁한 아콘의 목소리가 내 귀에 들렸다.
“젠장!”
놈들이 창을 던진다고 해도 나는 크게 두려울 것이 없다. 하지만 목책 위에서 수십 개, 아니, 수백 개의 창이 날아든다면 여자들과 아이들이 위험해 질 수 있다.
“곰들은 몸으로 창을 막아라!”
아우웅!
그때 10마리 정도의 거대불곰들이 우리 앞으로 뛰어들더니 거대한 철벽처럼 두 발로 섰다. 그리고 나는 저 녀석들의 팔에 대나무를 이용해 각반 비슷한 방어구를 만들어 준 상태다.
슈슈슝! 슈유융!
수십 개의 창들이 우리를 향해 날아들었다.
아우웅!
퍽! 퍼퍽! 퍼퍽!
팅! 퍽!
하지만 거대불곰들은 날아드는 창을 각반을 이용해 튕겨내기도 하고, 또 몸으로 맞섰다. 워낙 가죽이 질기다 보니 창들은 몸에 맞았다 해도 박히지 않고 튕겨나갔다.
“아악!”
그때 미처 막지 못한 창에 아이 하나가 찔렸다.
“젠장!”
나는 바로 아이에게 달려갔다.
“치유의 손길!”
지이잉!
그 순간 내 손에 빛이 뿜어졌고, 엄청난 피를 흘리던 아이의 몸에서 피가 멈췄다.
“어서 피해야 해! 나를 따라와라.”
“어, 어디로 간다는 거죠?”
“안전한 곳으로!”
아우웅! 크아앙!
창이 거대불곰의 가죽을 뚫지는 못했지만 타격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었고, 생명력이 조금씩 감소하기 시작했다.
“어서 나를 따라와라!”
내가 저들에게 소리를 질렀지만 저들은 겁을 집어먹고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었다.
“여기 있으면 다 죽는다고-!”
그 순간 200여 명의 아이들과 여자들이 나를 봤다.
“알, 알았어요.”
“좋아, 나를 따라와라!”
“예.”
이곳에 있다면 이빨호랑이놈들이 목책 위에서 던지는 창 때문에 개죽음을 당한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아이들과 여자들은 어쩔 수 없이 나를 따라서 뛰기 시작했다.
거대불곰들은 우리의 뒤를 막으며 전사들의 공격을 차단했고, 퇴로를 확보해 줬다.
“왜, 왜 곰이 저 빨간 놈의 말을 듣는 거야?”
거대불곰들 때문에 이빨호랑이 부족 전사들은 더는 나와 아이들과 여자들을 쫓을 수 없었고, 소리만 버럭버럭 지르고 있었다.
“거대불곰들도 뒤로 천천히 물러나!”
“족장, 괜찮나?”
그때 큰바위가 나를 향해 뛰어왔다.
“괜찮다. 이 아이를 부탁한다.”
나는 지금 창에 찔린 아이를 안고 있다.
“알았다.”
큰바위가 창에 찔려서 고통에 겨워하는 아이를 품에 조심히 안았다.
“이제 빠져나가기만 하면 된다.”
“알고 있다. 나가서 저 망할 새끼들 다 죽이자!”
“그럴 것이다.”
나는 목책 위에서 당황한 눈빛을 숨기지 못하고 있는 아콘을 노려봤다.
“공군-! 지금이다! 시작해!”
까아악! 까아악!
내가 하늘을 향해 쩌렁쩌렁하게 소리치자 대답을 하듯 까마귀 떼의 울부짖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 * *
용 부족 레드의 거대한 초막 안.
레드, 아니, 황제의 옆에는 여와가 다소곳이 앉아 있고, 그들의 앞에는 하얀말을 비롯한 용 부족의 수뇌부들이라고 할 수 있는 전사들이 무릎을 꿇고 앉아 있었다.
‘56개의 작은 씨족들이 모여서 용 부족이 됐군.’
황제가 된 레드의 앞에 무릎을 꿇고 있는 전사들은 총 56명이었다.
이건 다시 말해 타크가 그만큼 많은 것을 이루어냈다는 의미기도 했다. 만약 타크가 욕망에 불타 레드를 배신하지 않았더라면 그는 저들을 지배하는 왕이 되었을 수도 있었다는 의미였다.
“잘 들어라.”
“예, 용신이시여!”
씨족 대표 전사 하나가 레드에게 엎드려 절하면서 용신이라고 소리쳤다.
“틀렸다. 나는 용신이 아니라고 했다. 나는 이제 신이 아니라 황제다.”
“예, 알겠나이다.”
“하얀말!”
“예, 황제시여!”
“앞으로 용 부족은 더 크게 발전할 것이고, 더 강해질 것이다.”
“예, 알겠나이다.”
“더 좋은 무기와 더 많은 식량을 내가 너희들과 함께해서 구해 줄 것이다.”
“예, 알겠나이다.”
“그전에!”
이 자리에 모인 용 부족 전사들은 레드의 말에 바짝 긴장한 채 경청하고 있었다.
이 순간 황제가 된 레드는 헌터 최강욱인 땅속에서일어서를 떠올렸다.
“예, 말씀하십시오.”
“내가 갔던 곳으로 다시 진군할 것이다.”
이어지는 레드의 말에 하얀말과 여와의 표정이 싹 식어버렸다. 하얀말은 그곳에서 본 놈들을 떠올리고 공포에 질린 표정이었지만 여와는 그저 레드를 걱정하는 눈빛만 보일 뿐이었다.
“하, 하오나 그곳에는…….”
하얀말이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레드를 보며 말을 하려다가 다른 사람들이 보고 있기에 말꼬리를 흐렸다.
“그래, 죽었다가 살아난 놈들이 있지.”
레드의 말에 다른 씨족 대표들이라고 할 수 있는 전사들의 얼굴에서 핏기가 사라졌다. 하얀말처럼 겁에 질린 표정이었다.
“그, 그렇사옵니다.”
“하지만 불과 강한 무기가 있다면 충분히 놈들을 죽일 수 있다.”
“……옳으신 말씀이오나 그곳은 추운 곳입니다. 칼처럼 날카로운 바람이 불을 집어삼킬 것이옵니다.”
하얀말은 레드의 눈치를 보며 말했다. 사실 따지고 본다면 지금 용 부족이 살고 있는 곳은 얼음절벽 너머보다 더 살기 좋은 곳이었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그곳에는 내가 반드시 죽여야 할 놈이 있다.”
“그게 누굽니까?”
“있다. 반드시 죽여야 하는 놈! 타크가 죽기 전에 횃불과 기름을 준비하라고 지시하지 않았나?”
레드의 물음에 머리를 조아리고 있던 씨족 대표 전사 하나가 고개를 들었다.
“그렇사옵니다. 황제시여!”
“너의 이름이 뭐냐?”
“저는 큰손이옵니다.”
“내가 너의 이름을 기억하마.”
“감사하옵니다.”
“준비는 어떻게 되었지?”
“이미 모든 준비가 끝났습니다. 내일 당장이라도 떠날 수 있사옵니다.”
큰손의 말에 레드가 흡족한 미소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