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olithic Hunter RAW novel - Chapter 272
272화
“화, 황제님이 쓰시는 칼처럼 변했습니다!”
“그래, 그리고 다시 두드린다. 그러고 나서 구해온 차돌에 갈면 된다.”
하얀말은 레드가 한 말이 무슨 말인지 이해가 되지 않는 눈빛을 보였고, 레드는 피식 웃으며 하얀말에게 직접 시범을 보여줬다.
“이렇게 만들어진 칼을 이 돌에 오랫동안 갈면 날이 날카로워지고 베지 못할 것이 없어진다.”
이 순간 원시 형태의 금속 검이 만들어지는 순간이다.
비파형동검처럼 보이기도 하고 또 어떤 면에서는 묵직한 도끼처럼 보이기도 했지만 분명한 것은 하얀말과 다른 전사들이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보지 못한 무기라는 거였다.
쉬웅!
레드가 압도적인 힘으로 검을 갈자 금방 명인이 만든 것처럼 바짝 날이 서게 되었고, 시험 삼아 완성된 합금검을 휘둘렀다.
“제법 묵직하군.”
그리고 살짝 인상을 찡그렸다.
‘내 전사들이 들기는 버거울 것 같다.’
“왜 그러십니까? 황제시여…….”
하얀말은 레드가 인상을 찌푸리자 뭔가 잘못되었다고 생각했는지 조심스럽게 되물었다.
“한번 들어봐라.”
레드가 하얀말에게 합금검을 내밀었다.
“예.”
하얀말은 레드가 아무렇지 않다는 듯이 들고 있어 그리 무겁지 않다고 생각했지만 정작 합금검을 받아 들자 생각 이상으로 무거운 무게에 자연스럽게 팔이 내려갔다.
“어떠냐, 무겁지? 너희가 사용할 것이니 이보다 더 작게 만들어라.”
“예, 알겠습니다.”
“거푸집의 길이를 짧게 하면 검의 길이가 짧아질 것이다. 만드는 법을 다 알려줬으니 이제 가서 만들어라. 그리고 혼내지 않을 터이니 모르는 것이 있다면 주저하지 말고 물어라.”
하얀말이 레드에게 크게 허리를 굽히며 절을 하고 돌아섰다.
“전사 머리들은 다 모여라!”
하얀말은 레드에게 배운 것을 전사들의 우두머리에게 가르치기 위해 소리쳤다.
* * *
“족장님, 말씀하신 그대로 끝냈습니다.”
단단히가 지친 기색이 역력한 상태로 내게 달려와 보고했다.
“그래, 수고 많았다.”
“적의 수가 지난번보다 많다고 해서 더 많이 설치했습니다.”
단단히가 말한 지난번이라는 것은 멸망한 이빨호랑이 부족이 나를 처음 공격했을 때를 말하는 것이다.
“잘했다.”
이제 단단히는 간략하게 지시를 해도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추가로 준비할 수 있는 수준이 되었다.
“정말 너희가 고생이 많다.”
“아닙니다. 제 아래에 있는 부하들은 족장님께서 주신 짝들 때문에 힘들 줄도 모르고 일했다고 합니다.”
말 그대로 이빨호랑이 부족을 정복한 이후로 이달투드워프들은 모두 짝이 생겼다.
“알았다. 그럼 다음 전투가 벌어지기 전까지 돌아가서 쉬자.”
내 말에 단단히가 반색을 하더니 돌아 소리쳤다.
“철수다! 짝을 보러 가자!”
그동안 이달투드워프들에게도 서열이 생겼고 이달투드워프들은 모두 단씨 가문으로 뭉쳐졌다.
‘배트맨!’
-예, 감시를 철저히 하고 있습니다요.
‘놈들이 어디까지 왔지?’
-어…… 지금으로부터 반나절 정도면 도착합니다요. 아마도 야크 목장으로 올 것 같습니다요. 야크들은 어쩝니까요?
‘그냥 둔다.’
-좀 아깝습니다요. 단단히와 그 부하들이 뼈가 빠지게 풀을 뜯어서 먹였는데…….
‘괜찮다. 놈들이 야크를 잡아먹는다 해도 얼마 되지 않을 것이다. 놈들에게는 최후의 만찬일 테니까.’
물론 나와 하늘 부족을 향해 진격해오는 악어머리 전사들을 모두 죽일 생각은 없다. 그들 역시 훗날 내가 다스릴 백성이 될 테니까.
* * *
모든 준비를 끝내고 하늘 부족으로 돌아왔다.
가장 처음 보이는 것은 악어머리 족장이었다. 그는 모든 것을 포기한 듯 허망하고 서글픈 눈빛으로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내 발걸음 소리를 들었는지 곧 고개를 내려 나를 바라보았다. 그는 잠시 나를 바라보더니 만감이 교차하는 듯 시시각각 눈빛이 변하더니 결국 걱정하는 눈빛으로 나를 봤다.
‘망한 군주의 모습이 저런 것이겠지.’
그것도 적에 의해 망한 것이 아니라 내분. 그것도 혈족의 반란에 의해 잠재적인 적이었던 내게 몸을 의탁할 수밖에 없었다.
나는 그런 그가 가엽기까지 했다.
“이보게, 족장…….”
악어머리 족장이 나를 담담히 불렀다.
“이빨에게 들은 바로는 이곳에 있는 전사는 40명이 조금 넘는다고 하더라. 전사의 수가 너무 차이가 난다. 40여 명으로는 절대 이길 수 없다.”
그는 이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손자인 내가 아들과 싸워 이기기를 바라고 있지만 7배가 넘는 숫자를 상대로 이길 수 없다 생각하는지 참담하고 암울해 했다.
“전쟁은 전사들의 숫자로만 하는 것이 아닙니다.”
“족장, 나는 네가 대단하다는 것을 알지만 그래도 이건 절대 불가능한 일이다. 뿔이 달렸다 해도 염소는 염소다. 염소는 악어를 절대 싸워 이기지 못한다. 그리고 지금은 물속에서 싸우는 꼴이다.”
“보시는 것처럼 저는 지킬 것이 아주 많습니다. 어머니도 지켜드려야 하고 연꽃도 지켜야 합니다. 그리고 태어날 제 아이도 지켜야 합니다.”
“그럼 덤빌 것이 아니라 숲으로 도망쳐야 한다. 네 말대로 숲에 전사 150여 명이 있다면 그들을 다 모아서 이빨호랑이 두 마리의 힘까지 더해서 싸워야 한다.”
“아니요, 숲으로는 도망치지 않을 겁니다. 그리고 또 저는 외할아버지의 슬픔도 끝내 드려야 합니다.”
“으음…….”
내 말에 악어머리 족장이 길게 탄식을 하듯 신음을 토해냈다.
“족장, 너는 참 다르구나.”
어느 순간 악어머리 족장께서는 내 이름을 부르지 않고 나를 족장이라고 부르셨다.
“그래, 나도 믿으마. 모두가 족장을 믿는 것처럼 이 할아비도 믿으마.”
“예, 족장님!”
그저 이 순간 옆에 있던 이빨이 만감이 교차하는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네가 이번 싸움에서 이긴다면 네가 악어머리 족장이다.”
“족, 족장님…….”
악어머리 족장의 말에 이빨이 놀란 눈빛을 숨기지 못했다.
“여기까지 오면서 많은 생각을 했다. 이제 내게는 너밖에는 없구나.”
내가 원하는 그대로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니 큰눈의 생사만큼은 내게 다오.”
악어머리 족장님의 눈빛이 묘하게 변했다.
‘뭐, 뭐지? 저 눈빛은…….’
순간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족장님! 놈들이 도착해서 기겁하고 있습니다요.
그때 배트맨이 초음파소통으로 내게 보고했다.
‘기겁? 야크 목장을 본 거야?’
-그렇습니다요. 지금 야크를 잡고 난리가 났습니다요.
‘괜찮다, 말했지만 최후의 만찬이다.’
나는 그렇게 초음파 소통을 끝내고 악어머리 족장을 봤다.
“큰눈이 곧 도착할 겁니다. 저는 이만 나가 싸우겠습니다.”
내 말에 악어머리 족장은 고개를 끄덕였고 나는 돌아서서 밖으로 나왔다.
“걱정 안, 안 해도 되지……?”
연꽃은 내가 여전히 걱정되는 모양이다.
제비꽃도 아들인 내가 걱정되는지 침울한 눈빛으로 보셨다.
“걱정하지 마세요. 어머니…….”
처음으로 제비꽃에게 어머니라고 불러 드렸다. 물론 연꽃도 내 출생의 비밀을 알기에 이제는 놀라지 않았다.
“꼭 무사해야 해요.”
“예, 투구를 꼭 눌러 쓰겠습니다.”
내 말에 제비꽃이 고개를 끄덕이며 애써 미소를 보였다.
“나는 그저 아버지가 가여울 뿐입니다. 족장.”
또 한 번 느끼는 것은 원시인들은 현대인들보다 어리석지 않다는 것이다.
그저 아는 지식이 별로 없기 때문에 어리석게 보이는 것뿐 현대인들보다 더 감정에 충실하다는 거였다.
“족장아.”
그때 할머니가 나를 부르셨다.
“우린 족장이 올 때까지 신께 절을 하며 기다릴 것이다. 그러니 싸워서 이기고 반드시 무사히 돌아와라.”
“알겠습니다.”
할머니에게 짧게 대답을 하고 연꽃을 보며 아무 말도 없이 포근히 한번 안아주고 돌아섰다.
“모두 모여라! 전투가 시작된다!”
움막에 들어가 휴식을 취하던 이달투드워프들과 동굴에서 대기하고 있던 궁수들과 전랑대가 급히 뛰어나왔고 대나무 숲에서 쉬고 있던 백색 늑대들도 바람처럼 달려 나왔다.
“단단히는 예정대로 이곳을 지킨다.”
단단히 역시 불개미 방어구 세트로 무장한 상태다.
“캭과 야수돌격대가 단단히를 돕는다.”
캬옹!
“나머지 전사들은 매복지에서 매복해 있어라. 나와 빛이 큰눈과 전사들을 유인할 것이다.”
“예, 따르겠습니다.”
빛이 대답했다.
“출전이다! 새로운 시작을 위해 가자!”
* * *
야크 목장 앞.
음모오오오-!
야크 목장을 급습한 악어머리 전사들은 수백 마리의 야크를 보고 환호를 하며 죽여 가죽을 벗기고 고기를 굽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본 야크들은 두려움에 떨며 이리저리 우왕좌왕 움직이며 울부짖었다.
“나는 왜 이런 생각을 못했을까…….”
큰눈은 울타리 안에 가득한 야크들을 보며 인상을 찡그렸다.
“뭐, 어때요? 이제 돌아가셔서 이렇게 하시면 되잖아요. 호호호!”
입술이달다의 말에 큰눈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래야겠다.”
“우리도 어서 가요. 고기가 금방 구워질 거예요. 먹고 힘을 내세요. 그래야 다 죽이죠. 호호호!”
“알았다. 그런데 왜 땅속에서일어서와 하늘 부족 놈들이 보이지 않지?”
큰눈이 길잡이를 째려보며 물었고 길잡이는 두려움에 떨면서 대답했다.
“이, 이곳에 부락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왜 없냐는 것이다!”
“저희를 보고 도망쳤을 수도 있습니다. 가시꽃과 족…… 늙은이 둘이 가서 말해서 도망쳤을 것 같습니다.”
길잡이가 눈치를 보며 큰눈에게 말했다.
“도망을 쳤다?”
“예, 악어머리 전사들이 모두 쳐들어 왔으니 당연히 겁이 났을 겁니다.”
“그건 아닐 겁니다, 땅속에서일어서는 상대가 누구든 절대 도망치지 않습니다.”
그때 분주히 주변을 분주하게 살피던 뚜따가 큰눈에게 말했다.
“너는 땅속에서일어서, 그 망할 놈을 아주 잘 아는 것처럼 말하는구나.”
“제 생각에는 하늘 부족의 터전이 여기가 아닌 것 같습니다.”
“뭐라?”
“제가 살펴봤는데 움막도 없고, 도구들도 없습니다. 불을 피운 흔적도 없습니다.”
뚜따의 말에 큰눈도 주변을 살폈다.
“호호호, 그렇군요. 그러네요.”
입술이달다도 뚜따의 말에 동의하듯 말했다.
“여기가 아니란 말이지?”
“그런 것 같습니다.”
“그럼 처음부터 땅속에서일어서는 우리를 속였다는 것이다.”
“맞아요. 그런 것 같아요.”
“그래도 이 근처일 것이다. 그러니 배를 채우고 어서 놈들을 찾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