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olithic Hunter RAW novel - Chapter 300
300화
휘이익! 휘이익!
거친 눈보라가 휘몰아치고 레드의 용 부족도 혹독한 겨울을 버텨내고 있었다.
겨울은 원시인들에게는 참혹한 계절이 분명했다.
“지금까지 살았던 겨울보다 더 추운 겨울인 것 같습니다.”
레드의 움막에는 족장들이 모두 모였고 하얀말은 겨울이 너무나 춥다고 레드에게 하소연하고 있었다.
“그렇군. 내가 겪은 겨울 중에 가장 추운 겨울이다.”
땅속에서일어서와 다르게 빙하기나 소빙하기에 대한 지식이 없는 레드는 그저 혹독한 겨울이라고 생각했었다.
물론 레드의 용 부족도 겨울을 준비하기 위해 많은 것을 준비했고 땅속에서일어서처럼 땔감도 충분히 마련했다. 그래서 이렇게 버티고 있는 거였다.
“이제 겨울의 시작인데 너무나 추운 것 같습니다.”
“장작은 충분하니 걱정할 것 없다. 하지만 식량을 구하지는 못해도 장작은 더 구할 수 있으니 노예들에게 더 많은 장작을 구하라고 해라.”
지금 레드는 자신들이 이 혹독한 겨울과 맞서 싸워야 한다고 생각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 추위가 얼음계곡에서 밀려드는 거대한 힘의 여파라는 것을 꿈에도 몰랐다.
“식량은 어떠냐?”
“넉넉하지는 않지만 모아 놓은 것이 있으니 굶어 죽는 백성은 없을 것 같습니다.”
“내일 이빨코끼리를 사냥할 것이다. 넉넉하지 않다는 것은 부족한 것이다.”
어느 순간 백성들을 걱정하기 시작한 레드였다. 어떤 면에서는 개과천선이라고 해야 할 것 같다.
“그런데 좀 이상해요.”
그때 아무 말도 없던 여와가 레드를 보며 말했다.
“무엇이 이상하다는 것이냐?”
레드가 거의 배가 불록 나온 여와를 보며 물었다.
“저는 얼음계곡에서 살았어요. 그런데 자꾸 얼음계곡이 밀려오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요.”
“얼음계곡이 밀려오고 있다고?”
“예, 폐하…….”
얼음계곡이 광역 필드라는 것을 레드는 알고 있었다. 하지만 광역 필드가 팽창한다는 것에 대해서는 들은 적도 없고 지난 어비스에서 책으로 본 적도 없는 레드였다.
“얼음계곡이 밀려오면 죽은 자들도 다시 일어나요.”
“그럴 일은 없다.”
“제가 이곳으로 온 것은 죽은 자들이 일어나는 곳이 더 늘어나서 도망쳐 온 거예요.”
“뭐라고?”
“얼음이 밀려들면 죽은 것들 역시 그 얼음과 함께 일어나요.”
그때 하얀말이 얼음계곡 앞에서 보고 경험했던 것이 떠올라 파르르 떨었다.
“폐, 폐하.”
“말하라.”
어느 순간 레드의 눈빛도 달라졌다.
“여와 왕비님이 말씀하신 것을 저도 봤습니다. 얼음이 살아 있는 것처럼 제가 덤벼들듯 밀려왔습니다.”
“그것이 사실이더냐?”
“그렇습니다. 그리고 죽은 것들도 일어났습니다.”
하얀말의 말에 이곳에 모인 사람들이 모두 기겁했다. 레드의 표정도 굳어졌다.
‘광역 필드가 팽창한단 말이지.’
레드는 지그시 입술을 깨물 수밖에 없었다. 이 순간 엄청난 적과 싸워야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성벽의 높이가 3미터가 넘으니까.’
언데드들이 높은 성벽을 넘을 수는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모두 잘 들어라. 앞으로 더 많은 식량과 장작을 구해야 한다. 이번 겨울은 아주 길고 혹독할 것 같다.”
“예, 알겠사옵니다. 폐하!”
이곳에 모인 씨족장들이 모두 우렁차게 대답하며 레드에게 머리를 조아렸다.
* * *
지난겨울을 경험해 보지 못했기에 지금이 얼마나 더 추운지 짐작이 되지 않지만 내 백성들 모두 더 춥다고 말하고 있다.
‘아직 땅도 얼지 않았는데…….’
더 크고 더 따뜻한 집을 짓는 것을 더 늦춰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어 이달두드워프들과 함께 직접 집짓기를 시작했다. 그리고 백성들은 내 명령대로 움막이 아닌 움집을 만들었다. 지금 이 순간 움막에서 생활하는 것은 내 왕국에서 나와 내 혈족들이 유일했다.
“야크 똥을 가지고 왔습니다.”
수레에 야크와 물소의 똥을 가득 실고 왔고 늑대발톱은 진동하는 야크와 물소의 똥냄새 때문에 코를 막고 인상을 찡그렸다.
“이 더러운 것들은 말리면 냄새가 안 나는데 젖은 상태에서는 왜 이렇게 악취가 나는지 몰라.”
나무 장작 말고도 우린 야크와 물소의 똥을 말려서 땔감을 대신했다. 그래서 야크와 물소의 똥만 모아서 말리는 노예들도 생겼다.
“똥은 똥이니까.”
“맞습니다. 똥은 똥이고 물은 물입니다.”
늑대발톱이 코를 막고 내게 말했고 나는 이 순간 누군가가 현대에서 남긴 명언이 떠올랐다.
이 악취가 진동하는 야크의 똥은 대변신을 준비하고 있다.
“땅을 파서 넓은 돌들을 촘촘하게 깔았습니다.”
“그 위에 만든 벽돌을 깔아라.”
지금 상태는 울퉁불퉁한 상태다. 그러니 만든 벽돌을 이용해서 어느 정도 수평을 맞춰야 안락한 생활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예, 알겠습니다.”
단단히가 바로 대답하고 이달투드워프들에게 벽돌을 받아 마치 현대에서 타일 공사하듯 바닥을 깔았다.
‘우리 왕국의 최고 기술자들이 작업하고 있군.’
저들도 따지고 본다면 헌터들이니까.
그렇게 두어 시간 만에 벽돌이 깔렸다. 이제 남은 것은 마감 공사다. 기본 구들장을 만든 상태다. 하지만 아궁이에 불을 피우면 연기가 올라올 것이고 그럼 잠을 자다가 그 연기 때문에 죽게 될 것이다. 그러니 저 벽돌의 틈을 막기 위해 야크의 똥과 황토를 이용해서 연기가 새는 것을 차단해야 했다.
-온돌 성공 확률 87퍼센트.
무엇인가를 만들면 메시지가 떴다. 이번에는 내 눈앞에 반투명으로 마치 건축 설계도처럼 보이는 평면도가 떴다.
“이제부터 야크의 똥과 황토를 섞어서 반죽해라.”
바로 이 원시시대에서는 신소재라고 할 수 있는 야크 똥 황토 바닥재가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철퍼덕! 철퍼덕!
이달투드워프들은 똥이 더럽다는 생각도 하지 않고 야크의 똥과 황토를 반죽했다.
“골고루 두껍게 벽돌에 발라.”
“얼마나 두껍게 바르면 됩니까?”
“손가락 두 마디 정도다.”
그렇게 온돌방을 만드는 데 하루가 걸렸다. 아마 이달투드워프들이 모두 모여 건축에 참여하지 않았다면 며칠은 걸렸을 것이다.
나는 날이 밝자마자 두꺼운 통나무를 이용해 온돌이 깔릴 사방에 기둥을 세웠고 그 통나무를 이용해 인류 최초의 통나무집을 건설했다.
‘올겨울만 나고 성으로 이동할 거니까.’
처음에는 벽돌집을 생각했다. 하지만 이 악어머리 부락에서 올겨울만 지낼 생각이기에 빠르게 제작할 수 있는 통나무집으로 바꿨고 이 집이 완성되면 나는 단단히를 이용해서 내 성이 될 곳 중앙에 아주 큰 벽돌집을 만들라고 시킬 참이다.
‘겨울에는 특별히 할 일이 없으니까.’
그렇게 이틀 동안 통나무집을 완성했고 나는 내 집의 화룡점정이라고 할 수 있는 벽돌 난로까지 만들었다. 벽돌을 쌓아 올려서 굴뚝까지 만드는 것으로 겨울 동안 지낼 집을 완성했다.
-인류 최초로 온돌 집 건축에 성공했습니다. 그에 따라 명성 수치가 상승했습니다.
-인류 최초로 벽난로를 개발했습니다. 그에 따라 명성 수치가 상승했습니다.
“이, 이게 집이라고요?”
연꽃이 놀라 입이 쩍 벌어진 상태에서 내게 물었다.
“우리가 살 집이지.”
동굴에 살 때보다는 작지만 통나무를 이용했기에 방을 구분할 수 있었고 늑대발톱과 할머니 그리고 빛이 지낼 수 있는 방까지 더 만든 상태다.
“정말 엄청나게 커요.”
남자보다 여자들이 집에 민감한 법이고 연꽃과 빛, 제비꽃까지 내가 만든 집에 대만족하는 눈빛이다.
“그런데 바닥이 왜 이렇게 따뜻해요?”
연꽃이 놀라 내게 물었다.
“밑에서 불을 피우고 있거든.”
이미 이 집이 완벽한 성능을 발휘하는지 시험해 봤다. 그리고 구들장에서 연기가 세는지 안 세는지도 확인했다.
“정, 정말 대, 대단하십니다.”
늑대발톱도 놀라 말까지 더듬었지만 나는 이제 내게 대단하다고 말하는 소리가 지겨웠다.
“이러면 겨울에도 춥지 않을 것 같아요.”
움집 안에서 모닥불을 피워도 불을 쬐고 있는 부분만 따뜻하다는 것은 모닥불을 쬐어 본 사람들이라면 다 알 것이다. 하지만 내가 만든 온돌방은 돌을 달궈서 온도를 상승시키는 방법이기에 방 전체가 따뜻해진다.
‘벽난로도 만들었으니까.’
아마 벽난로까지 불을 피우면 덥다는 소리가 나올 것 같다.
“올겨울은 매우 추울 것 같으니까 따뜻하게 지내야지.”
나를 보며 놀라고 있는 혈족들을 보며 미소를 보였다.
“가지고 왔습니다.”
그때 단단히가 넓은 대나무 접시에 도기를 만들 때 태운 통나무에서 얻은 숯을 들고 들어왔다.
“여기, 저기 그리고 저기에 놔라.”
나무로 만든 테이블 위에 숯을 내려놨다.
‘가습기면서 공기청정기지.’
숯에 대한 효능을 설명해 주려면 입에 단내가 날 것 같다.
‘태어날 내 아이에게는 최고의 환경을 만들어 준다.’
이런 특권이라도 누리려고 왕 노릇을 하는 거니까.
하여튼 나와 내 백성들은 올겨울이 아무리 춥다고 해도 다른 부족의 부족민들보다 풍요롭게 지내게 될 것이다.
그리고 나는 봄까지 여유롭게 아이가 태어나는 것을 기다릴 것이다.
* * *
모두가 예상했듯 혹한이 분명했다. 그리고 내 계산으로는 이미 봄이 와야 하는데 여전히 눈은 녹지 않고 있었다.
소빙하기가 분명할 것 같다.
‘시간상으로는 3월 넘었을 것 같은데…….’
봄이 오지 않아 나도 모르게 되새겨 보았지만 지금 중요한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나는 지금 그 어떤 것에도 관심이 없다.
“추우십니다. 안에 들어가셔서 기다리시죠.”
나는 지금 밖에서 연꽃이 아이를 낳기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사실 이렇게 초조해 본 적이 없다.
“괜찮아.”
“하오나 폐하…….”
“괜찮다니까. 조용히 좀 해.”
아아악! 아아악!
출산의 고통 때문에 연꽃이 비명을 질렀고 나는 그때마다 애가 타들어 가는 기분이다.
‘미치겠네…….’
정말 이 세계에 온 후로 이렇게 초조해 본 적이 없다. 내 신하들은 내가 안절부절못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덜덜 떨고 있었다. 하지만 밖에서 연꽃의 출산을 기다리고 있으니 저들도 따라 기다리는 것이다.
“이것이라도 덮으십시오.”
거산이 두꺼운 설인 털옷을 내 어깨에 올려 줬다.
아아악! 아아악!
또 한 번 모진 산통 때문에 연꽃의 비명이 울려 퍼졌고 연꽃의 비명 때문에 백성 모두가 숨을 죽이고 있다.
‘제발, 제발…….’
살이 얼 정도로 추운데 손에는 땀이 쥐어지는 기분이다.
응애! 응애!
그때 아기 울음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할머니께서 밖으로 나오셨다.
“폐하!”
“예, 할머니, 연꽃은 무사한가요?”
“건강합니다.”
할머니의 말씀을 듣고 안심이 됐다.
“폐하의 아들도 건강합니다.”
다행이다. 정말 다행이다.
드디어 내가 아버지가 됐다.
“들어오세요. 아들을 보세요.”
망할 놈의 신에게 소환을 당하기 전 현대에 살 때도 자식을 가져 본 적이 없다. 그리고 지난 어비스에서도 자식을 낳아본 적이 없다. 이 원시시대야말로 내게 일어나는 모든 것이 최초일 때가 많았다.
가족, 아내. 그리고 아들.
떨린다.
나는 할머니와 함께 산고의 고통을 뒤로하고 내 아들에게 젖을 물리고 있는 연꽃을 봤다.
감격스럽다.
“고, 고생 많았다.”
나도 모르게 목소리가 떨렸다.
“폐하의 아들입니다.”
연꽃이 내게 자랑스럽게 말했고 할머니가 말씀하신 것처럼 산모와 갓 태어난 아들은 건강해 보였다.
‘못생겼군.’
이제 막 태어나서 그런지 얼굴이 쭈글쭈글했다. 그리고 눈도 뜨지 못하고 있다. 아마 자신의 자식을 처음 보는 모든 아버지는 신생아를 볼 때 그런 생각을 할 것이다. 하지만 저 쭈글쭈글한 얼굴도 어느 순간 너무나 예쁘게 보였다.
‘내 너에게 완벽한 왕국을 만들어 줄 것이다.’
아버지로서 맹세하는 순간이다. 그리고 또 하나의 목표가 생기는 순간이기도 했고 내가 처음 이 원시시대에 떨어졌을 때 망할 놈의 신에게 맹세한 것은 부질없는 짓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름을 지어 주세요.”
연꽃이 내게 말했다.
“내, 내 아들의 이름은…….”
남의 이름은 쉽게 지어 줬다. 하지만 내 아들의 이름은 뭐라고 지어야 할지 모르겠다.
“천천히 이름을 지어 줘도 됩니다.”
할머니가 미소를 보이며 내게 말했다. 사실 원시시대이기에 영아사망률은 상당히 높았다. 그래서 걷기 시작할 때까지 이름이 없는 아이들이 많았고 자라면서 그 신체적 특징이나 성격대로 이름을 짓는 경우가 많았다.
“내 아들의 이름은 왕검입니다.”
아들 왕검을 번쩍 들어 올리며 말했다.
“너는 조선 왕국의 두 번째 왕이 될…….”
나도 모르게 왕검에게 이름을 지어 주고 맹세하다가 말꼬리를 흐릴 수밖에 없었다.
‘나보다 네가 먼저 죽겠지.’
나도 모르게 지그시 입술이 깨물어졌고 내 표정이 변한 것을 보고 혈족들이 눈치를 봤다.
왕검을 이 순간 헌터로 만들고 싶다는 욕망이 꿈틀거렸다. 하지만 그 욕망과 함께 살인을 일삼으며 레벨 업에 몰두했던 뚜따도 동시에 떠올랐다.
‘참자, 지금은 참아야 한다.’
내 욕망을 스스로 애써 억눌렀다.
“하하하! 내가 네 아빠다. 까꿍. 왕검아. 어서어서 눈을 떠라. 하하하!”
내가 호탕하게 웃자 그제야 혈족들이 모두 미소를 머금었다.
이렇게 나는 아빠가 됐다. 그리고 나는 내 아들과 함께 따뜻한 봄이 오기를 기다릴 것이다.
닭의 모가지를 비틀어도 새벽이 온다고 누군가가 말한 것처럼 아무리 혹독한 겨울에도 왕검이 무럭무럭 자라는 것처럼 끝내 봄은 찾아올 수밖에 없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