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olithic Hunter RAW novel - Chapter 315
315화
날개틀을 타고 두 시간 만에 본진 고을이 있는 곳까지 날아왔다. 나는 목책 밖에서 모닥불을 피우고 있는 레드의 부하로 보이는 녀석들을 확인했다.
저들은 내가 날아서 돌아온 것을 보지 못하고 있다.
“좀 더 위로 올라가.”
까아악!
공군 우두머리가 크게 한 번 울었고 고도를 높였다.
“적혀 있는 그대로 30여 명쯤 되는군.”
이곳까지 오면서 다른 놈들이 있는지 눈이 빠지게 살폈다. 배트맨도 살피고 있다.
‘배트맨! 너는 위쪽으로 더 올라가서 다른 놈들이 있는지 확인해라.’
[예, 알겠습니다요.]배트맨 역시 바짝 긴장한 말투다.
여차하면 전쟁이라는 것을 직감하고 있는 것이다.
‘검은얼굴들도 아직 정리하지 못했는데…….’
레드의 등장.
이건 위기지만 내가 레드만 제거하면 스스로 고립된 검은얼굴 여왕밖에 남지 않는다.
사악한 여왕까지 제거 후에 아르메를 여왕 자리에 앉히면 거대 산맥을 간접 통치가 가능하다.
‘어차피 해야 할 전쟁인가?’
나도 모르게 주먹을 꽉 쥐었다.
고래 고을이 발전하면 전쟁에 필요한 식량을 걱정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겨울이다.
겨울 전쟁은 승자도 패자도 모두 힘든 싸움이라 남는 것이 크게 없는 전쟁이므로 피하는 편이다.
레드는 왜 내게 저놈들을 보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레드는 절대 멍청하지 않은데…….’
또 한 번의 변곡점이 일어나기 직전인 것 같다.
“천천히 내려가.”
까아악!
목책을 넘은 공군의 우두머리가 크게 한 번 울었다. 그리고 천천히 착륙을 시도했다. 내 모습을 본 백성들이 모두 무릎을 꿇었다.
“폐하께서 돌아오셨다!”
백성들의 우렁찬 외침이 신경 쓰였다.
‘놈들도 내가 온 걸 알았겠군.’
착!
착지한 나는 날개틀에서 묵직한 참치를 꺼내 밖으로 던졌다.
“얼음을 조각해서 담아둬라.”
“예, 알겠습니다.”
단단히가 대답하였다. 그리고 연꽃과 빛이 나를 맞이했다. 할머니와 제비꽃도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나를 보고 있었다.
‘빛이 대략 설명을 해준 모양이군.’
이 세계에서 내 마지막 적은 레드다. 그리고 내 궁극의 적은 신이다.
“폐하를 뵙습니다.”
제일 먼저 연꽃 왕비가 내게 걸어와서 머리를 조아렸다.
“왕검을 다오.”
레드의 등장에 나 역시 긴장했지만 저들에게 긴장한 모습을 보여 줄 필요는 없기에 자연스럽게 왕검을 달라고 했다.
“아들, 잘 있었어?”
까르륵! 까르륵!
나를 보자마자 왕검이 환하게 웃었다.
‘요즘은 이 녀석 보는 재미로 산다.’
“폐하를 뵈옵니다.”
빛과 제비꽃 그리고 할머니가 내게 머리를 조아렸다.
“할머님, 들어가시죠.”
“그럽시다. 폐하.”
할머니도 다른 백성들이 보고 있기에 애써 담담한 표정을 보이고 계셨다.
“그들에게 가서 할 말 있으면 들어오라고 해.”
“예, 알겠습니다. 폐하!”
전사 조장이 내게 묵례하고 목책을 향해 뛰었다.
* * *
“폐하께서 돌아오셨다!”
목책 밖에서 모닥불을 쬐고 있던 하얀말이 백성들의 외침을 들었다.
“땅속에서일어서가 온 것 같습니다.”
“안에 들어가면 말조심해라. 그는 저들에겐 폐하다. 강한 자다.”
“하지만 레드 폐하가 제일 강합니다.”
“알아. 하지만 우린 도움을 청하러 왔다. 그러니 머리를 낮춰야 한다.”
“알겠습니다.”
“……곧 죽이려 들겠군.”
하얀말은 목책 위에서 자신을 노려보던 빛이 떠올라 중얼거렸다.
“죽, 죽인다고요?”
“빛은 레드 폐하를 피해 도망친 여자다. 그러니 그럴 수도.”
“혹, 혹시 그래서…….”
“투레와 그레를 먼저 보낸 거지.”
하얀말의 말에 다른 부하들의 안색이 변했다.
“설, 설마 저희를 죽일까요?”
“두고 보면 알지. 만약 칼을 뽑으면 우리는 땅속에서일어서만 집중적으로 공격한다.”
혹시 모를 만약을 대비하는 하얀말이었다.
* * *
“성문을 열어라.”
끼이익!
목책 위에 서 있는 전사의 외침에 굳게 닫혀 있던 성문이 열렸고 그와 동시에 공룡의 뼈로 만든 창을 든 전사 100여 명이 성문 앞에 섰다.
“저, 저희를 공격하려는 것 같습니다.”
전사가 겁에 질린 채 하얀말에게 말했다.
“그냥 겁주려는 거다. 침착해라.”
저벅! 저벅!
“폐하께서 너희들을 보시겠다고 하셨다. 용기가 있으면 들어오라.”
전사 조장의 말에 하얀말이 고개를 갸우뚱했다.
‘처음부터 있었던 건가?’
땅속에서일어서가 하늘을 날아왔다는 것을 꿈에도 생각하지 못한 하얀말은 그렇게 밖에 생각할 수 없었다.
‘회의가 끝난 모양이군.’
하얀말이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걸어 나갔다.
“어깨 쫙 펴라! 우린 레드 폐하가 보낸 전사들이다. 당당하자.”
“옙!”
하얀말과 30여 명의 전사가 목책 안으로 들어갔다. 곧 열린 성문이 굳게 닫혔다.
‘엄청나군.’
하얀말이 본 본진은 레드의 용성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여기저기에 모닥불이 크게 피워져 있어 훈훈한 느낌까지 들었다.
‘겨울 준비가 착실하군.’
“이쪽이다.”
전사 조장이 하얀말에게 말했다.
“무기부터 우리에게 맡겨라.”
전사 조장의 말에 하얀말과 전사들의 표정이 굳어졌다.
“하얀말 님…….”
“여기 있소.”
하얀말이 손에 들고 있던 뼈칼을 내밀었다. 하지만 하얀말 털옷 속에 숨긴 뼈로 만든 단검까진 건네지 않았다. 다른 전사들도 마찬가지였다.
“이게 전부인가? 몸을 뒤지겠다.”
전사 조장의 말에 하얀말이 노려봤다.
“너희 본진에서 우리가 그렇게 겁이 나는가? 폐하는 겁쟁인가?”
“뭐라고!”
전사 조장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그냥 둬라.”
빛이 통나무집에서 나오면서 전사 조장에게 말했다.
“빛, 여기서는 제법 높은 사람인가?”
“그렇다.”
“그럼 이 하얀말, 말을 높이겠습니다.”
빛은 낮은 자세를 취한 하얀말을 보고 레드가 공격하기 위해서 온 것이 아니라 다른 목적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안으로 들어오세요.”
하얀말이 존대하니 빛도 존댓말로 대했다.
“나머지는 밖에서 대기하면 됩니다.”
그렇게 하얀말은 땅속에서일어서가 있는 통나무집으로 들어섰다.
* * *
“하얀말이라고 하옵니다.”
자신을 하얀말이라고 소개한 백인이 내게 무릎 꿇고 절을 했다.
‘저놈을 테이밍할까?’
그럼 더 많은 정보를 입수할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어떤 면에서는 레드가 보낸 사신이다.
‘사신을 함부로 대할 수 없지.’
왕처럼 행동해야 한다. 레드도 헌터니 테이밍 해서 보낸다고 해도 바로 알아차릴 것이다. 머리 위에 내 펫이라는 문구가 뜰 테니까.
‘조금 놀란 눈치군.’
모닥불을 피우지 않고 이렇게 바닥이 뜨끈뜨끈하고 공기까지 따뜻한 이유를 하얀말은 알 턱이 없으니까.
“레드가 보냈다고?”
내가 레드라고 말하자 하얀말의 얼굴이 살짝 구겨졌다.
“제가 모시는 폐하입니다만.”
레드도 왕국으로 거듭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황제라고 불리시는 분이십니다.”
“그건 너의 황제고.”
내 말에 하얀말이 지그시 입술을 깨물었다.
“그래, 무엇 때문에 너를 보낸 것이냐?”
“알려드릴 것이 있어서 보내셨습니다.”
“악어머리 부족은 사라진 지 오래다. 여긴 어딘지, 내가 누군지 아느냐?”
“이곳에 와서 알았습니다. 이제 땅속에서일어서 폐하가 다스리는 곳이라고 들었습니다.”
‘아직 나를 모르고 있군.’
레드가 나를 알면 헌터 최강욱이라고 불렀을 테니까.
어떤 이유인지 모르지만 강 하류를 지배하는 악어머리 부족에게 무언가 전하려 하얀말을 보냈다는 확신이 들었다.
“이곳은 어떤 곳입니까?”
죽을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정보를 캐기 위한 질문을 하는 대담함.
레드도 나만큼 유능한 부하가 많을지도 모르겠다.
“여긴 조선 왕국이다.”
나는 근엄하게 말했다.
“그나저나 무엇을 알리려고 목숨까지 걸고 내려왔지?”
나는 의도적으로 하얀말을 매섭게 노려봤다. 내 살기를 느낀 하얀말의 눈동자가 파르르 떨렸다.
“제 말을 온전히 믿어 주셔야 하옵니다.”
“네가 무슨 말을 하느냐에 따라 달렸다. 말해 보거라.”
“겨울이 움직이고 있습니다. 살아 있는 얼음이 끊임없이 밀려 나오고 있습니다.”
“겨울이?”
나도 모르게 인상을 썼다. 하얀말의 말이 사실이라면 겨울이 길어진 이유가 그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렇사옵니다. 믿지 못하시겠지만 얼음이 살아 움직이고 죽여도 다시 일어나서 공격해 옵니다.”
‘언데드를 말하는 것이군.’
순간 나는 광역필드가 떠올랐다.
“그 말을 내가 믿어야 할까?”
“믿으셔야 합니다.”
“그래서?”
“저희 폐하께서는 힘을 합쳐 싸우자고 하셨습니다. 그 뜻을 전하기 위해서 왔습니다.”
이 순간 내가 알고 있는 레드가 변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드래곤인데…….’
드래곤은 아무와도 손잡지 않는 존재다.
‘변했군.’
하얀말의 말이 사실이라면 어쩌면 레드가 인간이 되고 또 헌터가 된 후로 변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내게는 이로울 것이 없다.
독불장군 레드와의 전쟁이 더 쉽게 이길 수 있으니까.
‘유인책일 수도 있다.’
하얀말의 말을 온전히 다 믿어서는 안 된다. 만약 레드의 유인책이라면 나는 레드가 원하는 곳에서 싸우게 될 수도 있으니까.
“레드가 나와 손을 잡겠다고?”
“그렇사옵니다. 저희 폐하께서 용벽에서 얼음이 퍼지는 것을 막고 있기에 여기까지 퍼지지 않은 것이옵니다. 이제 같이 싸우셔야 합니다.”
“무슨 말인지는 알아들었다. 돌아가라.”
“어떻게 전하면 되겠습니까?”
“생각하고 알려주겠다.”
“저희가 어디에 있는지 아십니까?”
“빛이 알고 있지.”
내 말에 하얀말이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저희의 요청을 거절해서 고립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레드 황제 폐하는 강하십니다.”
“나를 협박하는 것이냐?”
“사실을 말씀드리는 것입니다. 여기까지 오면서 20개가 넘는 부족이 같이 싸우겠다고 맹세했습니다.”
“그들을 이용해서 나를 공격할 수도 있다고 말하고 싶은 것이냐?”
“힘을 합치지 않으면 얼음이 이 세상 전체를 삼킬 거라고 하셨습니다.”
“알았으니 물러가라.”
하얀말이 내게 머리를 조아리고 통나무집을 나갔다.
‘광역필드가 팽창을 한다고?’
지난 어비스에도 들어 보지 못한 말이다. 광역필드의 팽창을 레드가 막고 있다니.
‘어떻게 하면…….’
유인책이라고 하기엔 하얀말의 얼굴이 너무나 절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