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olithic Hunter RAW novel - Chapter 345
345화
저 멀리 거대한 용성이 내 눈에 보였다.
‘젠장, 이제야 도착했군.’
넉넉잡아 보름이면 도착할 수 있을 거라고 판단했지만, 이곳까지 오는 데 20일이 걸렸다.
“전사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습니다.”
전사 하나가 레드의 눈치를 보면서 내게 말했다. 놀랍게도 내 눈에 불타버린 망루가 보였다.
나는 힐끗 고개를 돌려 레드를 봤다. 레드는 경직된 표정으로 야크 전차를 빠르게 몰아 앞으로 달려갔다.
“무슨 일이 일어난 것 같군.”
‘적이 공격해 온 건가?’
하지만 이 근방에 레드를 공격할 거대 부족은 없다.
“혹시 모르니까 전투 준비를 해라.”
누군가 갑자기 나타나 레드가 없는 용성을 점령했다면 우리를 유인하기 위해 성문을 열어놓고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는 완전한 인간인데…….’
나는 미친 듯이 야크 전차를 몰고 용성으로 달려가는 레드가 걱정됐다.
레드는 날아드는 창 하나에 죽을 수 있는 존재가 됐다는 것을 간과하고 있는 것 같다.
‘나였으면…….’
그래, 나라도 저랬을 것 같다. 내 혈족이 있는 임시 수도성의 성문이 활짝 열린 채 불타고 있다면, 나라도 레드처럼 눈이 뒤집혔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자!”
“이랴! 이랴!”
나도 레드처럼 용성을 향해 힘차게 야크 전차를 몰아 달려나갔다.
“어, 어떻게 된 거야-!”
내가 성문에 들어서는 순간 레드의 절규가 쩌렁쩌렁하게 울려 퍼졌다.
‘텅 비었군.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다, 다 어디로 간, 간 거야? 하얀말! 하얀말-!”
레드는 미친 듯이 자신의 충신인 하얀말을 불렀다.
“레드, 진정해!”
나는 레드를 불렀고 순간 레드가 고개를 돌려 나를 노려봤다.
“혹시 네가 공격한 것이냐?”
레드의 용성을 이렇게 만들 수 있는 존재는 내 왕국의 전사밖에는 없으므로 충분히 오해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네놈의 짓이냐!”
레드가 검을 들고 내게 달려들려고 하자 그 앞을 빛이 막아섰다.
“진정하십시오. 레드 님!”
“비켜라, 사이네!”
레드는 빛을 사이네라고 불렀다.
“저는 빛입니다. 그리고 진정하셔야 합니다. 땅속에서일어서 폐하께서 레드 님이 없는 용성을 공격할 이유가 없습니다.”
“저놈이 아니면 감히 누가 내 용성을 이렇게 만들 수 있단 말이냐!”
“그, 그게…….”
빛도 더는 할 말이 없었는지 말꼬리를 흐렸다.
“너냐? 내게 화해의 악수를 청했던 너냐?”
“진정해!”
“너냐고 물었다.”
“레드! 나는 아니라니까!”
나도 모르게 버럭 소리를 질렀다.
부스럭! 부스럭!
그때 레드가 서 있는 땅 옆에서 뭔가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식량을 저장하는 토굴이군.’
“폐, 폐하! 레드 폐하!”
순간 식량 저장 토굴에서 레드의 부족민이 급하게 뛰어나와 레드의 앞에 무릎을 꿇었다.
“흑흑흑, 왜, 왜 이제야 오셨습니까?”
“너, 너는…….”
“식량을 계산하는 조장이옵니다.”
“이게, 이게 어떻게 된 것이냐? 하얀말은 어디에 있는 것이냐?”
내게 분노를 뿜어내던 레드가 자신의 발아래에 엎드린 부하에게 소리쳤다.
“적, 적이 공격해 왔습니다.”
“하얀말은!”
레드가 외쳤고 레드의 부하는 펑펑 울며 아무 말도 못 하고 손가락으로 불타버린 용벽 위를 가리켰다.
“하얀말은 무엇을 하고 있었기에 이 지경이 된 것이냐?”
어떤 적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렇게 무참히 패했다는 것이 실감 나지 않는 모양이다.
“죽, 죽었습니다. 하얀말은 저 망루에서 끝까지 대항하다가 불타 죽었습니다.”
“뭐라고?”
레드가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
“다른 전사들은?”
“다른 전사들은 저항을 했지만, 대부분 곤이라는 자에게 항복했습니다.”
이 거대했던 용성을 쑥대밭으로 만든 적의 존재를 알았다.
‘곤! 설마 헌터인가?’
나와 레드는 이미 평범한 인간이 됐다. 만약 우리의 적이 헌터라면 우리는 가장 강력한 적을 만나게 되는 것이다.
“항, 항복했다고?”
“예, 그렇습니다. 그중에서도 눈이찢어져 그 망할 놈은 땅속에서일어서님의 왕국까지 말해버렸습니다.”
“뭐라고-!”
부하의 말에 나도 소리를 질렀다.
“지금 뭐라고 했어?”
“놈들이 땅속에서일어서님의 왕국으로 향했습니다.”
“이런 젠장!”
온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레드의 용성보다 내 임시 수도성의 방어력이 더 약했다.
“대체 어떻게 이렇게 처참하게 당한 것이냐?”
레드가 부하에게 물었다.
“하늘의 별처럼 많았습니다. 개미떼보다 더 많았습니다. 놈들이 던지는 창은 방패를 뚫었습니다.”
부하의 말에 나는 여기저기 널브러져 있는 나무 방패를 봤다.
‘창에 관통을 당했군.’
내 부하 중 눈치 빠른 놈이 내게 창에 관통당한 방패를 가지고 와 내밀었다.
“이 정도의 완력이라면…….”
헌터와 비슷한 힘을 가진 걸로 보인다.
“여와는, 그리고 여명은!”
레드가 부하에게 소리쳤다.
“하얀말 님께서 마지막 순간 날개틀에 태워서 피신시켰습니다.”
“이, 이곳에서 피했단 말이지?”
“예, 그렇습니다. 흑흑흑! 저는 이렇게 숨어서 레드 폐하께서 돌아오실 때만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아아아악!”
레드가 더는 참지 못하고 거칠게 울부짖었다. 분노가 뼛속까지 사무치는 것 같다.
이곳에서 더는 지체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폐하, 투석기의 모습이 보이지 않습니다.”
그때 빛이 내게 속삭였다.
“불타버린 거겠지?”
“불에 탄 흔적도 없어요.”
놈들이 투석기까지 끌고 내 임시 수도성으로 향한 것이다.
“레드, 천만다행이다.”
“무엇이 천만다행이라는 거냐!”
레드는 내게 주체할 수 없는 분노를 뿜어냈다.
“운이 좋다면 여와와 여명은 내 왕국에 무사히 도착했을 것이다.”
“운이 없다면?”
레드가 매섭게 나를 노려봤다.
“운이 없다면…….”
차마 여명과 여와가 탄 날개틀이 추락했을 수도 있다는 말을 할 수가 없었다.
“네 펫들이 모두 속박에서 풀렸다.”
“안다. 하지만 레드, 인간에게는 희망이라는 단어가 있다.”
“희망?”
“그래, 살아 있을 거라는 희망! 아직 버티고 있을 거라는 희망!”
“그 희망이 절망이 된다면-!”
레드가 내게 소리를 질렀다.
“너와 내가 분노할 것이고 곤이라는 그 망할 놈은 편히 죽을 수 없다.”
바드득!
어금니가 깨물어지는 순간이다.
“곤이라는 놈이 이곳을 언제 공격했지?”
나는 레드의 부하에게 물었고, 레드의 부하는 레드의 눈치를 살폈다.
“어서 말해라.”
“달, 달이 한 번 바뀌었습니다.”
“대략 보름 전이군.”
그렇다면 날개틀을 타고 이곳을 탈출한 여와와 여명은 안전하게 내 임시 수도성에 도착할 확률이 높았다.
물론 저자의 기억이 정확하다면 말이다.
“투석기를 끌고 갔으니 빨리 가지는 못했을 거야.”
내 말에 레드가 고개를 끄덕였다.
“가자, 이곳에서 더는 지체할 시간이 없다.”
내 말에 레드가 고개를 끄덕였다.
우린 다시 위기에 처한 내 수도성을 향해 쉬지 않고 달려야 했다.
* * *
거의 20일 만에 정찰을 나간 금치가 돌아왔고 그는 굳어진 표정으로 늑대발톱을 봤다.
“전사들을 다 모아야 할 것 같네.”
“들어가서 이야기합시다.”
늑대발톱이 금치에게 말했다.
금치의 말을 들은 전사들이 급하게 전사 조장들을 부르기 위해 달렸다.
“성문을 열어라. 고래 고을의 군장이 왔다.”
그때 성벽 위에서 흑수말갈이 도착했다는 소리가 들렸다.
“무슨 일이지?”
늑대발톱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절벽 고을에서도 전사가 왔다!”
인근 고을의 전사들이 약속이나 한 듯 동시에 도착했다.
“차라리 잘된 일이지.”
그들이 왔다는 소리를 듣고 금치가 혼잣말을 하듯 중얼거렸다.
* * *
늑대발톱의 통나무집.
“현무가 바다로 사라졌다고?”
흑수말갈의 보고에 늑대발톱이 놀라서 되물었다.
“예, 거북이들이 모두 바다로 가버렸습니다.”
“그럴 줄 알았다. 피해는 없나?”
“특별한 피해는 없습니만 고래를 잡는데 차질이 있을 것 같습니다. 옛날 방식으로 배를 만들어서 고래를 잡아야 할 것 같습니다.”
“그게 중요하지는 않지.”
늑대발톱은 그렇게 말하고 절벽 고을에서 온 여전사를 봤다.
“무슨 일이지?”
“설인들이 저희를 공격했습니다. 아르메 군장이 성문을 막고 무찌르기는 했으나 보고를 드려야 할 것 같아서 제가 왔습니다.”
보고를 받은 늑대발톱은 입을 꾹 다문 금치를 봤다.
“적입니까?”
늑대발톱은 금치가 연장자이기에 존댓말로 물었다.
“별처럼 많고 개미떼보다 많소.”
금치가 입을 여는 순간 자리에 모인 모든 전사 조장들이 기겁한 눈빛을 보였다.
“도대체 어디서 나타난 놈들일까요? 혹시 레드…….”
늑대발톱은 여와에게 자초지종을 들은 상태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물었다가 말꼬리를 흐렸다.
“그건 아닌 것 같소. 여와와 여명이 이곳으로 도망쳐 왔으니까.”
“그럼 도대체 누구란 말입니까?”
“여와가 무슨 말을 하지 않던가?”
금치가 늑대발톱에게 물었다.
“엄청난 숫자의 적이라고 했습니다.”
“맞아. 엄청나게 많다. 천 명 아니 그것보다 열 배, 아니 스무 배도 더 넘는 것처럼 보였어.”
금치는 제대로 정찰을 하고 돌아온 거였다.
“투석기도 끌고 오고 있다.”
“어디까지 왔습니까?”
“하늘부 족이 살던 그곳까지 도착했다.”
“그럼 여기서 일주일 거리잖습니까?”
늑대발톱의 표정이 굳어졌다.
“그러니까 이미 레드 님이 없는 용성을 점령했고 이제 우리를 향해 오는 것 같다.”
“확실한 겁니까?”
“숨어서 지켜봤는데 용성에서 봤던 놈들이 몇 있었다.”
“그건 무슨 말입니까?”
“포로는 적의 전사가 되지.”
금치의 말에 늑대발톱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이곳으로 오고 있군요.”
“각 고을에 흩어져 있는 전사들을 모아서 막아야 해.”
“일주일 거리라면서요?”
절벽 고을은 이곳에서 보름 가까이 쉬지 않고 달려가야 도착할 수 있었다. 고래 고을 역시 일주일 이상 걸리는 거리였다.
“버티면서 도움을 받아야겠지.”
역시 전투 경험이 많은 금치가 이 회의를 주관하고 있다.
“예, 맞습니다. 어떻게든 폐하께서 돌아오실 때까지 버텨야 합니다.”
“그러니까.”
‘그때까지 막을 수 있는 적의 수가 아닌데…….’
금치가 차마 그 말은 하지 못하고 지그시 입술을 깨물었다.
“너희들은 돌아가서 전사들을 끌고 이곳으로 와라.”
늑대발톱이 흑수말갈과 아르메가 보낸 여전사에게 지시를 내렸다.
“시간이 없으니 바로 떠나라.”
흑수말갈과 아르메의 여전사가 바로 대답하고 자리를 비웠다.
위기가 분명했다. 누군가 두려움에 사로잡혀 배신을 생각할 수도 있는 상황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