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venly Inquisition Sword RAW novel - Chapter 1511
1511회. 법이 그렇다는 겁니다
잠에 빠진 임초연과 달리 연적하는 멀쩡했다.
호신강기와 티탄족 전사의 가호는 방탄복을 입은 효과를 가진다.
마취탄의 바늘은 겨우 피부만 뚫었고, 마취약도 미세량만 주입된 상태였다.
연적하는 실눈을 뜨고 승합차 내부를 살폈다.
처음에는 장락방이나 천무방의 짓인 줄 알았다.
그러나 운전수를 포함한 다섯 명 모두 처음 보는 남자들이었다.
게다가 그들이 말하는 차원력도 낮아 보였다.
납치의 배후가 장락방이나 천무방은 아니라는 뜻이다.
그렇다면…….
‘적이 많은 여자군.’
연적하는 범죄자들이 임초연 경사를 노린 것으로 착각했다.
과거에도 흑도의 손에 죽은 포두가 많았기 때문이다.
현대라고 해서 범죄자들이 공안에게 원한을 품지 말라는 법은 없다.
홍련상회의 사람들도 공안이라면 치를 떨었다.
그가 보기에 과거 흑도처럼 현대의 흑사회도 공안을 두려워하면서 증오했다.
특히나 임초연 경사는 집요한 사람이니 단단히 원한을 샀으리라.
‘무슨 말만 하면 공안국으로 가자니…….’
그녀와 대화할 때 자신도 짜증 났던 게 한두 번이 아니다.
범죄와 무관한 일반인에게도 그럴 정도면 범죄자에게는 더 심했으리라.
‘모진 놈 옆에 있으면 같이 벼락을 맞는다고 하더니만…….’
그는 임초연의 일에 자신이 휘말렸다고 생각했다.
대충 돌아가는 상황을 파악하고 나니 비로소 여유가 찾아왔다.
물론 그 전까지 다급했다는 건 아니다.
그보다 갑작스러운 일에 놀란 마음이 가라앉았다가 맞다.
일단 그는 상황을 조금 더 지켜본 뒤에 어떻게 할지를 결정하기로 했다.
승합차는 도시 중심부를 벗어나 외곽으로 한참을 달렸다.
30분쯤 지났을까?
차의 속도가 줄더니 이리저리 길을 돌았다.
이윽고 승합차는 십언시 외곽의 버려진 공장으로 진입했다.
마침내 차가 멈춰 섰다.
마소전의 부하들이 축 늘어진 남녀를 둘러메고 공장 안으로 들어갔다.
곧이어 그들은 남녀를 방수포 위에 조심스럽게 내려놓았다.
아직 준비가 덜된 상태에서 깨면 귀찮으니 신경을 쓴 것이다.
뒤이어 한 남자가 남녀의 품을 뒤졌다.
신원 확인할 만한 걸 찾는 것이다.
잠시 후 남자는 지갑 두 개를 들고 마소전에게 다가갔다.
“형님, 지갑 빼 왔습니다.”
마소전은 남자의 것으로 보이는 검은 반지갑을 먼저 펼쳤다.
신분증은 없고 지폐 몇 장이 전부다.
마소전이 반지갑을 버리며 비웃듯 말했다.
“이 새끼, 신용 카드도 없네.”
이윽고 그는 프레가모 로고가 선명한 붉은 가죽 반지갑을 열였다.
신분증과 코팅된 사원증 같은 게 눈에 들어왔다.
무심코 사원증을 뽑아 들었던 마소전의 입에서 욕설이 튀어나왔다.
“씨발! 이게 뭐야!”
그의 비명 같은 외침에 수하들이 우르르 몰려들었다.
“무슨 일입니까? 형님?”
마소전이 질문한 오른팔, 이주봉에게 사원증을 던지며 소리쳤다.
“야 이 개새끼야! 공안이잖아! 그것도 특무과를 잡아 오면 어쩌자는 거야!”
‘특무과’라는 말에 남자들의 안색이 딱딱하게 굳었다.
공안에는 위험한 조직이 많다.
그중에서도 흑사회에 가장 치명적인 조직으로 알려진 게 특무과다.
사내 중 하나가 겁먹은 얼굴로 물었다.
“어떻게 합니까?”
“어떻게 하긴 새끼야. 흔적도 없이 태워 버려야지. 드럼통하고 경유 가져와.”
마소전의 말에 사내들이 흩어졌다.
누군가는 드럼통을 가지러, 누군가는 기름을 구하러 뛰어다녔다.
마소전이 남아 있는 이주봉에게 말했다.
“케이블 타이로 저것들 손발부터 묶어.”
“예!”
이주봉이 남녀의 손과 발을 대형 케이블 타이로 꼼꼼하게 묶었다.
돌연변이의 신진대사는 일반인보다 뛰어나다.
두세 시간은 잠들어 있어야 할 임초연의 입에서 벌써 앓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순간 마소전과 이주봉의 시선이 얽혔다.
이윽고 마소전의 입이 열렸다.
“의자에 앉혀.”
“예.”
이주봉은 마소전 앞에 의자를 가져다 놓은 후 여자부터 끌어다 앉혔다.
여자의 상반신이 끄덕이자 마소전은 밧줄로 여자의 몸을 의자에 결박했다.
뒤이어 연적하도 의자에 묶였다.
불편한 듯 상체를 비틀던 임초연이 천천히 눈을 떴다.
“뭐, 뭐야? 당신들 지금 뭐 하는 겁니까!”
여자가 깨어나자 이주봉은 가볍게 한숨을 내쉬며 뒤로 빠졌다.
마소전이 떨떠름한 표정으로 말했다.
“죽일 생각까지는 없었는데, 운이 없었다 생각하시오.”
“그게 무슨 소리예요?”
임초연은 자신이 누군지 밝히지 않았다.
범죄자들 앞에서 공안 신분을 밝혀 봐야 사태만 악화될 게 뻔해서다.
하지만 이미 그녀의 지갑을 털어 본 마소전이다.
“원래 내 계획은 당신의 경우 이 새끼 앞에서 재미 좀 본 뒤에 매음굴로 보내는 거였어. 이 새끼는 아랫도리를 씹창 내고 말이지.”
“그게 무슨…… 우리에게 왜 그러는 거예요?”
“그건 이 새끼에게 물어봐. 어이, 너도 일어난 거 다 알아. 눈 떠 이 새끼야.”
마소전이 발로 연적하가 앉은 의자를 툭툭 건드렸다.
그제야 연적하가 눈을 떴다.
임초연은 황급히 자신의 옆에 결박된 연적하에게 물었다.
“연적하 씨! 이 사람들 알아요?”
“몰라요. 처음 보는 사람들입니다.”
연적하가 모른다고 하자 임초연이 다시 사내를 올려다보았다.
“모른다잖아요! 당신들 누굽니까! 왜 우리를 납치한 거예요?”
그러자 마소전이 연적하의 앞으로 상체를 기울이며 차갑게 말했다.
“모른다고? 그럴 리가. 너는 내가 누군지 알 거야. 나 신화파의 마소전이다. 그래도 모르겠나?”
“아…… 그 남색(男色) 하는 새끼의 사촌 형?”
“그래, 네놈이 칼로 아랫도리를 씹창 낸 두우로가 내 동생이다, 이 개새끼야!”
말과 함께 마소전이 연적하의 얼굴로 발을 날렸다.
하지만 그의 날카로운 발길질은 허공을 가르는 데 그쳤다.
연적하가 살짝 머리를 들어 발길질을 피한 것이다.
“어쭈? 피해? 이 개새끼가!”
마소전이 본격적으로 손을 쓰려고 할 때 연적하가 소리쳤다.
“잠깐! 다 좋은데 이 아가씨는 왜 잡아 온 거야? 나만 잡으면 되는 거 아니었어?”
조금 전까지 임초연을 원망했던 연적하는 이제 그녀에게 미안한 마음뿐이었다.
모진 놈 옆에서 벼락을 맞은 건 자신이 아니라 그녀였기 때문이다.
“왜냐고? 그야 복수를 위해서지. 사실 둘 다 죽일 마음은 없었는데……. 여자가 공안이라서 일이 좀 꼬였어.”
때마침 그의 부하들이 드럼통과 경유통을 찾아서 돌아왔다.
뒤늦게 신분이 노출됐다는 걸 안 임초연의 얼굴에서 핏기가 사라졌다.
연적하가 담담하게 말했다.
“임 경사는 보내. 그녀는 나와 아무 관계도 아니야.”
“병신 새끼. 지금 영화를 찍는 줄 알아? 임 경사 걱정할 때가 아니야. 원래는 너도 아랫도리만 씹창 내고 풀어 줄 계획이었어. 그런데 여자가 공안이라 그러지도 못해. 둘이 못 다한 사랑은 저승에 가서 하라고. 아, 그 전에 우리 임 경사님은 나와 재미를 좀 봐야 할 거야. 그냥 죽는 것보다 재미 좀 보고 죽는 게 임 경사님에게도 좋은 일이잖아. 안 그래?”
곧이어 마소전이 뒤로 손을 뻗었다.
기다렸다는 듯 이주봉이 품 안에서 날 선 단검을 꺼내 건넸다.
흉흉한 얼굴로 연적하에게 다가가던 마소전이 멈칫했다.
“아, 씨발, 흥분해서 순서를 깜빡했네. 아랫도리를 씹창 내면 눈앞에서 여자가 따먹히는 걸 봐도 못 느낄 거 아냐? 그럼 안 되지.”
마소전이 방향을 틀어 임초연의 앞으로 다가갔다.
임초연은 양손에 힘을 주었지만 기이하게도 케이블 타이는 멀쩡했다.
“임 경사, 괜히 힘쓰지 마. 그거 공안에서 사용하는 돌연변이 구속용 케이블 타이야. 차원력이 2천은 넘어야 끊을 수 있다고. 임 경사도 그 정도는 아닐 거 같은데?”
케이블 타이 풀기를 포기한 임초연이 억울하다는 듯 소리쳤다.
“저 사람과 은원이 있으면 저 사람하고 풀어! 저 사람과 나는 아무런 관계도 없다고!”
“으응, 그건 아니지. 만약 임초연 씨가 평범한 직장인이었다면 매음굴에 파는 것으로 끝냈을 거야. 하지만 임 경사는 공안이잖아. 그거도 특무과. 임 경사가 살아 있으면 우리는 두 발 뻗고 잠을 못 잔다고. 임 경사가 죽는 건 임 경사의 직업 때문이야. 어이쿠! 가슴이 예술이네!”
주절주절 떠들며 단검으로 임초연의 앞섶을 찢어 내던 마소전이 감탄사를 터뜨렸다.
의자 주위에 빙 둘러서 있던 사내들의 시선이 일제히 한곳으로 쏠렸다.
그때 연적하가 탄식하듯 말했다.
“아, 이 쓰레기 같은 새끼들 진짜 못 봐 주겠네. 너희들은 재활용도 안 되겠다. 그냥 죽자.”
뒤이어 연적하가 상체를 움직이자 밧줄이 썩은 새끼줄처럼 툭툭 끊어졌다.
그걸 본 사내들이 그에게 우르르 몰려갔다.
연적하가 사내들에게 가려진다 싶더니, 이내 사내들이 낙엽처럼 뒤로 날아갔다.
쿵! 쿵! 쿵! 콰앙―!
공장 벽에 처박힌 네 명의 남자는 정신을 잃었는지 미동도 하지 않았다.
깜짝 놀란 마소전은 급히 연적하의 팔과 다리를 살폈다.
‘헉!’
그를 결박하고 있던 돌연변이 구속용 케이블 타이가 보이지 않는다?
마소전의 시선이 빠르게 아래로 떨어졌다.
놀랍게도 연적하의 발아래 끊어진 케이블 타이들이 널려 있었다.
“미친! 너 뭐야!”
“나? 무림 고수.”
“…….”
무림 고수 소리에 당황한 것도 잠깐, 이내 마소전은 격투 자세를 갖추었다.
“너 이 새끼, 쿵푸 학원 좀 다녔나 보구나? 그런데 이거 어쩌냐? 나 크라브마가(접촉 전투술) 레벨 원이야, 이 개새끼야!”
자신만만한 말과 달리 마소전은 상대에게 달려들지 못했다.
부하들이 당한 것도 있지만, 케이블 타이를 무슨 수로 끊었는지 알지 못해서다.
그러나 대치 상태는 오래가지 않았다.
돌연 연적하의 신형이 그 자리에서 사라지더니, 마소전의 뒤에 유령처럼 나타난 것이다.
곧이어 연적하가 파리 잡듯 마소전의 뒤통수를 손바닥으로 후려쳤다.
‘퍽!’ 소리와 함께 마소전의 상체가 공장 바닥에 처박혔다.
마소전은 바닥에 머리를 박은 채 경련을 일으켰다.
가까이서 그걸 본 임초연의 목울대로 마른침이 꿀꺽 넘어갔다.
무슨 상황인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느닷없이 납치되어 성폭행당하기 직전, 마소전과 그의 수하들이 쓰러졌다.
신화파의 마소전은 차원력이 800인 중상위권 돌연변이다.
그런 그를 일반인에 불과한 연적하가 한 방에 날려 버렸다.
‘헉! 죽었나?’
경련을 일으키던 마소전이 움직이지 않아 자세히 보니 뒤통수가 함몰되었다.
공안 앞에서 사람을 때려죽인 것이다.
문득 다른 사람들에게 생각이 미친 임초연은 벽으로 고개를 돌렸다.
지금까지 움직이는 사람이 없다?
그녀가 무심코 물었다.
“마소전의 부하들은 어떻게 된 거죠?”
“죽었습니다.”
담담한 연적하의 음성에 임초연은 자신이 잘못 들은 줄 알았다.
“어떻게 됐다고요?”
“죽었다고요.”
이윽고 임초연에게 다가간 연적하는 묵묵히 밧줄을 풀었다.
그의 손이 케이블 타이에 닿는 순간, 임초연이 차갑게 말했다.
“공안 앞에서 사람을 죽이다니, 제정신입니까?”
“그럼 경사님과 내가 죽었어야 합니까?”
“감옥에 보내야지요! 중국은 법으로 자력 구제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아무리 마소전과 그 일당이 극악한 범죄자라도 그들을 죽이는 것은 중범죄입니다! 처벌은 국가가 하는 겁니다.”
“그래서요?”
연적하가 케이블 타이를 끊으려다 말고 빤히 임초연을 바라 보았다.
순간 가슴이 철렁한 임초연은 슬그머니 눈을 내리깔았다.
“법이 그렇다는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