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venly Inquisition Sword RAW novel - Chapter 453
453회. 피똥 쌀 때까지 가는 거다?
이제나저제나 백화상방이 움직이기만 기다리던 양일은 고개를 갸웃했다.
호위 둘이 마차로 다가오고 있었다.
그런데 그들의 표정이 마치 사형장의 망나니처럼 험악하기 그지없다?
‘아니 왜?’
양일의 머릿속으로 오만가지 생각이 스치고 지나갔다.
분명 연적하 아니면 자신을 목표로 하는 것 같은데, 어느 쪽인지 감이 오지 않았다.
지은 죄도 없는데 민망할 정도로 심장이 쿵쾅거린다.
그렇게 떨고 있는 양일의 앞으로 홍정로와 고주일이 다가왔다.
양일이 막 인사를 건네려고 할 때 홍정로가 먼저 말했다.
“연 공자, 얘기 좀 합시다.”
“나요?”
연적하가 되묻자 홍정로의 입꼬리가 비웃듯 한쪽으로 올라갔다.
“그럼 여기에 연씨가 또 있소?”
“무슨 얘기요?”
“그건 따라와 보면 알 거요. 잠시 내려오시오.”
잠시 생각하던 연적하가 물었다.
“그냥 여기서 말하면 안 돼요?”
괜히 따라나섰다가 저들을 다치게 하면 그것도 여간 신경 쓰이는 일이 아니다.
그러자 이번에는 고주일이 목소리를 한껏 깔고 위협적으로 말했다.
“개처럼 질질 끌려가기 싫으면 따라와라.”
“아니 걱정이 돼서 그러죠.”
연적하를 지그시 보고 있던 홍정로가 피식 웃었다.
“지은 죄가 없다면 아무 일도 없을 게요. 몇 가지 확인할 게 있으니 함께 갑시다.”
자리에서 일어난 연적하가 구시렁 거리며 마차 아래로 내려갔다.
“아, 이러다 ‘적선 수행’에 지장이 있으면 곤란한데.”
홍정로와 고주일이 자연스럽게 연적하의 좌우에 섰다.
이윽고 세 사람은 관도에서 내려가 이제 막 새순이 돋아나는 관목숲 안으로 들어갔다.
숲에 가려 짐꾼들이 보이지 않게 되자 홍정로가 멈춰 섰다.
“나는 처음부터 네놈이 수상했다. 객점이 망해도 괜찮다느니 어쩌니. 누가 봐도 너는 객점 주인과 어울리지 않는다. 그보다는 오히려 도적의 앞잡이가 더 맞는 것 같은데. 바른 대로 고해라. 도적들과 어떤 관계냐?”
연적하가 주위를 살피자 고주일이 눈을 부라렸다.
“놈! 달아날 구멍은 없으니 그냥 이실직고하고 용서를 구해라. 증거가 없다고 발뺌할 생각은 말고. 우리는 대주님과 달리 말로 넘어가지 않을 거니까.”
“아저씨들, 내가 도적들과 한패가 아니라고 해도 안 믿을 거지?”
그러자 홍정로가 스산하게 웃었다.
“후후. 귀신은 속여도 나는 못 속인다. 너 혹시 분근착골(分筋搾骨) 이라는 수법에 대해 들어 보았느냐?”
“분근착골? 알지.”
연적하가 고개를 끄덕였다.
분근착골이란 내가기공의 일종으로 ‘힘줄을 끊고, 뼈를 쥐어짜는 고통’을 주는 수법이다.
내가기공인 만큼 펼치는 사람의 무위에 따라 결과가 천양지차로 갈렸다.
자신도 녹림에서 어쩌다 한 번씩 사용한 적이 있는데 어찌 모를까.
“그래, 분근착골을 쓰기 전에 그냥 토설해라. 어차피 자백할 거 고생할 게 뭐가 있느냐.”
“정말 나한테 분근착골을 할 생각이야? 겁주는 게 아니고?”
“나는 너와 달리 허언을 하지 않는다.”
연적하가 근처의 바위에 걸터앉은 뒤 두 사람을 보았다.
“그래도 어제까지 함께 식사를 한 사이인데 분근착골을 한다고? 분근착골을 당하면 너무 아파서 없는 죄도 있다고 지어내던데. 그런 자백이 의미가 있어?”
“거짓말인지 아닌지는 우리가 판단할 일, 결정해라. 분근착골을 받겠느냐? 스스로 자백하겠느냐?”
연적하는 홍정로와 고주일의 단호한 표정에서 말뿐이 아님을 알았다.
협박이 아니라 저들은 정말 분근착골을 할 생각이다.
녹림에서도 좀처럼 입에 올리지 않는 분근착골을 이런 곳에서 듣다니.
“원하는 게 분근착골이야? 피똥 쌀 때까지 가는 거다?”
호탕한 연적하의 말에 홍정로는 코웃음을 쳤다.
“흥! 끝까지 허풍은! 분근착골을 당하고도 그런 소리를 할 수 있는지 보겠다.”
홍정로는 그가 허세를 떤다고 생각했다.
가소롭다는 표정으로 지켜보던 고주일도 한마디 거들었다.
“제발 살려 달라고 개처럼 빌어도 소용없다. 미리 말해 두는데 살고 싶으면 죄를 자백해라.”
“알았어. 시작할게.”
말과 함께 연적하가 손가락을 튕겼다.
무형의 경력이 화살처럼 쏘아져 나가 홍정로와 고주일의 마혈을 찍었다.
퍽. 퍽.
격공점혈이다.
깜짝 놀란 두 사람의 입에서 경악성이 흘러나왔다.
“헉! 너는…….”
“무공을 익혔…….”
연적하는 연이어 두 사람의 아혈을 제압한 뒤 친절하게 설명했다.
“순진하게 뭘 그런 걸 묻고 그래? 나는 두 사람을 도적이라고 생각하지 않으니까 자백은 필요 없어. 그러니까 그냥 피똥 쌀 때까지만 가 보자고.”
퍽퍽퍽퍽-.
두 사람의 몸에서 둔탁한 소리가 연거푸 울렸다.
천외천의 경지에 이른 연적하가 쓰는 분근착골은 그 무게와 깊이가 달랐다.
빠드득. 빠득.
단숨에 힘줄이 갈라지고 사지의 뼈가 뒤틀렸다.
마혈에 아혈까지 제압당한 두 사람은 눈을 까뒤집고 뒤로 넘어갔다.
으드드득.
두 사람의 몸에서 쉬지 않고 뼈가 갈리는 소리가 났다.
마혈을 점혈당했음에도 불구하고 둘은 소금통에 떨어진 지렁이처럼 펄떡거렸다.
이윽고 두 사람의 하체가 누렇게 젖어들었다.
그 과정을 유심히 지켜보던 연적하가 격공점혈로 둘의 혈도를 두드렸다.
“하아! 하아!”
“후아! 후아!”
분근착골이 풀리자 두 사람은 거칠게 숨을 몰아쉬었다.
지금은 비명을 지를 힘도 남아 있지 않았다.
저 세상을 떠돌아다니던 정신이 이제 겨우 돌아오는 느낌이다.
분근착골이 이렇게나 끔찍한 것이었나?
시체처럼 축 늘어져 헐떡이고 있는 두 사람의 귀로 해맑은 음성이 들려왔다.
“지금 건 그냥 똥이고, 우리가 약속한 건 피똥이야. 나는 말을 하면 꼭 지켜야 해. 이번엔 쉬지 않고 가 볼게. 살고 싶으면 피똥을 싸 보라고.”
다시 지옥 같은 분근착골이 시작됐다.
두 호위의 하체에 집중하던 연적하는 뒤쪽에서 인기척이 느껴지자 슬쩍 고개를 돌렸다.
나무들 사이로 양일의 얼굴이 보였다.
“왜요?”
“그게 그러니까, 공자님이 오시지 않아서 혹시나 하고…….”
“혹시나 뭐요? 내가 맞고 있기라도 할까 봐요?”
연적하가 어깨를 들썩이며 ‘큭큭’ 웃었다.
그러자 양일은 황급히 두 손으로 손사래를 쳤다.
“아, 아닙니다요.”
그의 시선이 땅바닥에 쓰러져 있는 호위들을 향했다.
사실 악마로 소문난 연적하가 호위들을 어떻게 다루는지 궁금해서 와 봤다.
사지를 꿈틀거리는 걸 보니 아직 살아 있는 것 같은데 어째 움직임이 기이하다.
호기심에 사로잡힌 양일은 호위들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분근착골 처음 봐요?”
“예?”
갑작스러운 질문에 양일이 화들짝 놀란 얼굴로 연적하를 보았다.
“힘줄을 쭉쭉 찢고 뼈를 이리저리 비트는 게 분근착골이거든요. 저 사람들이 나한테 그 짓을 하겠다고 하길래, 그대로 돌려주고 있어요.”
“아! 예에. 공자님이 무사하신 걸 봤으니 저는 이만 마차로 돌아가 있겠습니다.”
궁금증도 풀렸겠다, 양일은 하나 마나 한 소리를 하며 조심조심 뒤로 물러났다.
두 사람이 입에 피거품을 물고 버둥거리는데 저토록 천진한 얼굴이라니.
과연 녹림의 악마다.
연적하는 도망치다시피 가는 양일을 잡지 않았다.
그 대신 두 호위의 분근착골을 풀었다.
피똥은 모르겠지만 입에 피거품을 물고 있는 걸 보니 곧 죽겠다 싶어서다.
내친김에 마혈과 아혈까지 풀어 주었지만 홍정로와 고주일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
반각(약 7분)쯤 지나자 홍정로와 고주일의 입에서 앓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아저씨들, 혈도도 풀렸는데 그만 일어나지?”
그제야 두 사람은 꿈틀꿈틀 팔다리에 힘을 실었다.
분명 사지가 잘려 나가는 고통을 느꼈는데 의외로 몸은 잘 움직였다.
두 사람이 일어서자 구린내가 진동을 했다.
지옥 문턱에서 돌아온 홍정로와 고주일은 연적하를 마주 보지 못하고 눈을 내리깔았다.
“아직도 내가 도적과 한패로 보여요?”
“아니오.”
“아닙니다.”
두 사람은 거의 동시에 답했다.
절정고수인 그가 도적과 한패였다면 호위들로 막기 어려웠을 것이었다.
“착하게 살아요. 상방 호위가 녹림처럼 행동하니까 그렇게 되는 거잖아요. 자기 마음에 안 든다고 한솥밥 먹던 사람에게 분근착골이 뭡니까?”
“…….”
두 사람은 고개를 더욱 깊이 숙였다.
“얘기 다 끝났으면 가 봐요. 괜히 나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말이 나오지 않게 하고. 만약 이상한 소리가 들리면.”
연적하가 말을 끊자 홍정로와 고주일이 고개를 들어 올렸다.
순간 연적하가 홍정로를 향해 손을 뻗었다.
그의 허리춤에 걸려 있던 검이 연적하의 손아귀로 빨려 들어갔다.
난생처음 접하는 기공 앞에서 홍정로는 숨을 멈추었다.
말로만 듣던 ‘허공섭물’을 코앞에서 보게 될 줄이야!
하지만 그게 전부가 아니었다.
검병(檢柄)이 손에 닿기 직전, 연적하의 손이 검결지로 변해 하늘을 가리켰다.
쉬이익-.
홍정로의 검은 마치 하늘로 쏘아 올린 화살처럼 까마득히 날아올랐다.
손가락만 하게 변한 검이 햇볕을 받아 하늘에서 반짝였다.
‘헉! 이기어검?’
홍정로의 입이 쩍 벌어졌다.
천외천의 검공에 기겁을 하기는 고주일도 마찬가지였다.
자신의 눈앞에서 펼쳐진 검공에 비하면 격공점혈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다음 순간 연적하의 검결지가 아래로 향했다.
까마득히 높은 창공에서 반짝이던 검이 한 마리 매처럼 지면으로 내리꽂혔다.
“악!”
“으헉!”
검이 머리 위로 떨어지자 두 사람은 비명과 함께 눈을 질끈 감았다.
그들의 머리를 스치듯 비껴 지나간 검은 홍정로의 검집을 찾아 들어갔다.
스르릉- 철컥.
납검 소리에 홍정로는 실눈을 뜨고 자신의 허리로 고개를 돌렸다.
어느새 검이 수납되어 있었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처음 그 상태대로 말이다.
망연자실한 얼굴로 서 있는 두 사람에게 연적하가 말했다.
“알죠? 두 사람의 혀를 뽑아 버릴 거예요. 난 한다면 하는 사람이니까 입 관리 잘하고 살아요. 슬슬 출발 하려는 모양인데 그만 가 봐요.”
연적하가 가볍게 손짓하자 두 사람은 비칠거리며 자리를 떠났다.
“쯧쯧! 그러게 선을 지켰어야지.”
혀를 차던 연적하도 느긋하게 걸음을 옮겼다.
백화상방과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려면 자신은 서두를 필요가 없었다.
***
백화상방의 사람들은 무려 한 시진(2시간)에 걸쳐 회하를 건넜다.
호위 둘이 실족해서 물에 빠진 것만 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점심 무렵이 되자 상방 사람들은 삼삼오오 흩어져 식사를 시작했다.
무리에서 떨어져 홀로 쉬고 있는 중양대주 상월검 백산우에게 부대주 정차좌가 다가갔다.
“대주님.”
“무슨 일인가?”
“조금 이상한 일이 있어서 말입니다.”
“이상한 일?”
또 무슨 사달이 났나 싶어 백산우는 잔뜩 긴장한 얼굴로 정차좌를 보았다.
“호위 둘이 실족해서 물에 빠졌던 걸 기억하십니까?”
“알다마다. 홍정로와 고주일 아닌가. 그런데?”
“짐꾼들 사이에 묘한 말이 떠돌고 있습니다. 둘의 몸에서 좋지 않은 냄새가 났다고 합니다. 구린내가 마치 똥이라도 싼 것 같았다고…….”
“구린내? 실족이 아니라 고의로 물에 들어갔다고 생각하는 건가?”
“갑작스러운 복면인들의 습격도 그렇고, 아무래도 마음에 걸려서요. 두 사람의 호위가 도하(渡河) 직전에 실족하다니? 이상하지 않습니까?”
“둘은 뭐라고 하던가?”
“괜한 헛소리라고 합니다만 냄새를 맡은 사람이 여럿이라……. 어떻게 할까요?”
“내가 직접 만나 보지. 데리고 와 보게.”
“예.”
정차좌가 공수(拱手)의 예를 표한 뒤에 빠른 걸음으로 멀어져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