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venly Inquisition Sword RAW novel - Chapter 480
480회. 누구에게 구입했소?
세상에 비밀은 없다. 석경장 일꾼과 석경장의 싸움을 목격한 여강현 사람들 입에서 묘한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유명교주의 제자인 팔황이 응천부와 하남성, 산서성 등지에서 사람들을 죽였다!
-모두가 팔황이 대안탑에서 나온 고서를 회수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일이다.
-설화인(说话人)들의 예측대로 팔황이 살인멸구를 했다.
소문은 합비를 중심으로 점점 퍼져 나갔다.
여름에 접어들 무렵, ‘팔황의 혈사’를 모르는 사람이 없게 되었다.
사람들은 ‘호천맹’의 대응에 주목했지만 그들은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팔황의 혈사’로 ‘호천맹’의 무능함이 다시 한번 호사가들의 입에 올랐다.
사람들은 ‘천하에 오직 석경장만 보인다’고 했다.
꼬리를 말고 있는 ‘호천맹’을 자극하기 위한 소리였지만, 그 덕분에 석경장이 떴다.
석경장의 명성이 올라가자 뜻있는 사람들은 하나 둘 석경장을 찾아갔다.
그러나 석경장은 세를 넓힐 수 있는 절호의 기회임에도 불구하고 그들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손님들이 찾아오면 한 끼 식사를 대접한 뒤에 정중하게 돌려보냈다.
***
남직례성.
합비.
여강현 석경장.
연무장.
아침부터 두 남자가 검을 맞대고 있었다.
구천노도 심통과 연적하다.
두 사람 모두 구천세법을 사용했는데 일진일퇴의 공방전은 아름다우면서도 가슴이 철렁할 정도로 사나웠다.
차차차창-.
두 사람 사이에서 쉬지 않고 불꽃이 튀었다.
월아와 금아는 연무장 한쪽에 쪼그리고 앉아 숨도 크게 쉬지 못했다.
자신들이 배운 검법이건만 왜 이렇게 낯설어 보이는지 모르겠다.
맞붙어 있던 사조와 스승이 빠르게 뒤로 물러났다.
스승의 눈빛을 보니 뭔가를 보여 줄 모양이다.
“흐흐, 공자님. 마무리는 천뢰무망(天雷無望)으로 하겠습니다.”
“그러든가.”
연적하가 심드렁한 표정으로 심통을 보았다.
천뢰무망은 구천세법의 육 식.
심통에게 육 식까지 가르쳤으니 더 이상 보여 줄 것도 없으리라.
심통이 검극으로 연적하를 가리켰다.
우웅- 번쩍.
검명과 함께 하늘에서 눈부신 뇌전이 떨어져 내렸다.
완벽한 ‘의형검기(意形劍氣)’는 아니지만 검의(劍意)를 발현한 것이다.
‘검의발현’은 ‘의형검기’의 초입이니 심통으로서는 꽤나 무리를 한 셈이다.
연적하는 검으로 뇌전을 받아 비스듬히 내려놓았다.
꽈광.
뇌전이 지면에 닿자, 요란한 폭음과 함께 땅거죽이 들썩거렸다.
심통은 아찔한 현기증에 몇 번이나 눈을 끔뻑였다.
뒤늦게 식은땀이 줄줄 흘러내렸다.
우뚝 선 채로 호흡을 가다듬고 있는 심통에게 연적하가 말했다.
“늙은이가 왜 욕심을 부려? 그러다가 훅 간다.”
‘검의발현’에 대한 충고다.
만약 자신이 적이었다면 심통은 내기(內氣)를 수습하기도 전에 죽었을 터였다.
“흐흐, 공자님 앞이니까 해 본 거죠. 제가 다른 사람에게 그걸 쓸 일이 있겠습니까?”
심통도 자신의 한계를 알고 있었다.
‘의형검기’를 연성하려면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월아와 금아라면 모를까? 다 늙은 자신에게는 그야말로 희망사항에 불과했다.
검을 갈무리한 심통이 연적하의 곁으로 다가갔다.
“그런데 공자님, 정말 이대로 괜찮겠습니까?”
“뭐가?”
“유명교가 어떻게 나올지 모르는데 세를 늘리지 않아도 되겠느냐는 말씀입니다.”
“귀찮아.”
“사모님은 뭐라고 하십니까?”
심통은 게으른 연적하야 그렇다 쳐도 십전무후 남궁연의 생각이 궁금했다.
“누님은 항상 내 편이지.”
“귀찮으면 받지 말라고 하셨습니까?”
“어.”
그러자 심통이 심각한 얼굴로 말했다.
“공자님. 한 손이 열 손 못 당한다고 하지 않습니까? 어지간하면 쓸 만한 인사는 좀 받아 주시지요?”
“심 노인.”
“예.”
“사람을 받아들이면 먹이고, 재우고, 입혀야 하잖아?”
“그야 당연하지요.”
“그러려면 돈이 들고, 돈을 벌려면 다른 방파들처럼 여기저기 관리를 해 줘야 하는데, 귀찮아.”
결국 귀찮아서 안 하겠다는 소리다.
“유명교는 어쩌고요?”
“이봐. 석경장에 사람 몇 받아들인다고 유명교와 싸울 수 있을 것 같아?”
“…….”
심통은 대답하지 못했다.
엄밀하게 말해 연적하의 말이 맞았다.
석경장이 제자를 아무리 늘려도 유명교와 정면으로 싸울 수는 없다.
정사파 연합까지 꽉꽉 밟은 유명교를 석경장이 무슨 수로 당해 낸단 말인가.
석경장의 숫자가 늘면 마음에 위로는 되겠지만 그게 전부다.
유명교와 맞서는 순간 그들은 모두 죽고 말 것이다.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고들 하지 않습니까?”
“그것도 상대에 맞게 해야지. 지금은 백지장 백 개를 맞들어도 너덜너덜해질걸?”
심통은 반박하지 못했다.
아쉬운 마음에 백지장 운운했지만 그게 별 도움이 안 될 거라는 걸 알아서다.
“심 노인, 조바심 내지 말고 좀 쉬어.”
“지금 그런 말씀을 하실 때가 아닌 것 같은데요?”
연적하의 여유에 심통이 발끈했다.
유명교가 내일이라도 쳐들어올 수 있는 상황에서 조바심 내지 말고 쉬라니?
아무리 연적하가 낙천적이라고 해도 그건 아닌 것 같았다.
“아휴! 말 한마디에 파르르 떠는 거 좀 봐. 조마조마하게 애태운다고 결과가 달라져? 아니잖아. 어차피 결과는 정해져 있어. 그걸 확인할 때까지 남은 인생을 좀 즐기라고. 심 노인은 꼭 유명교가 아니래도 오늘내일하는 사람이잖아.”
“뭐가 오늘내일입니까! 저 아직 멀쩡합니다.”
그러나 연적하는 심통을 무시하고 월아과 금아에게 말했다.
“너희들 심 노인 잘 모셔라. 저 나이쯤 되면 자다가도 그냥 훅 갈 수 있어.”
“예.”
사조의 말에 월아와 금아는 무심코 ‘예’라고 답했다.
옆에 있던 심통이 버럭 소리쳤다.
“뭐가 ‘예’야! 너희들 눈에는 내가 자다가 죽을 정도로 기력이 없어 보이느냐!”
“아, 아니요. 그런 뜻이 아니라 스승님을 잘 모시겠다는 소리였어요.”
월아의 변명에 심통은 ‘흥!’ 하고 냉소를 쳤다.
연적하는 월아와 금아가 자기 때문에 난처해하자 슬며시 화제를 돌렸다.
“험, 심 노인. 주루는 어떻게 됐어? 요즘은 알아보러 다니지 않는 것 같던데. 그냥 어영부영 석경장에 말뚝 박기로 한 거야?”
“말뚝 안 박을 거니까 마음 놓으십쇼. 유명교주의 대답을 확인한 뒤에 다시 알아보러 나갈 겁니다.”
“그래, 그게 낫겠다. 괜히 싸움이라도 일어나면 주루도 무사하지 못할 테니까.”
“제 주루야 어찌 돼도 괜찮습니다만. 정말 이대로 손 놓고 있으시게요? 검왕도 남직례성 문파들과 남맹을 만들었는데……. 뭐라도 좀 하시지요?”
“우리도 남맹에 들어갈까?”
“검왕 맹주야 좋아하겠지만 남맹의 방파들이 반대하지 않을까요?”
“그런가?”
“석경장과 팔황의 싸움이 알려졌으니 유명교 눈치를 봐서라도 반대할 겁니다.”
“괜히 장인어른만 중간에 끼어서 난처해지려나?”
“예, 나중에 남맹에서 요청하면 모를까? 먼저 가입하겠다고 하지 않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그래, 이번 일이 잘 마무리되면, 그때 가입을 하겠다고 해야겠다.”
두 사람이 ‘남맹’을 두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눌 때다.
대문 쪽에서 사십 대 문지기 소삼이 상기된 얼굴로 허겁지겁 달려왔다.
“장주님, 장주님!”
“왜요?”
“당가에서 손님이 찾아왔습니다.”
‘당가’라는 말에 연적하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당가에 알고 지내는 사람이 없어서다.
“사천성에 있는 그 당가요?”
“예, 예, 이름이 당자안이라고 했습니다.”
‘당자안’이라는 이름에 대해 생각하던 연적하가 심통에게 고개를 돌렸다.
“누군지 알아?”
“예, ‘귀혼산수’라는 별호를 가진 당가의 고수입니다. 사천성에서는 손가락 안에 든다고 들었습니다.”
성급 고수라는 소리다.
“아하. 그런데 일면식도 없는 사람이 왜 찾아왔지? 설마 석경장에 받아 달라고 온 건가?”
“공자님, 당자안이 그런 소리를 하면 못 이기는 척하고 허락해 주십시오. 당운망을 봐서 아시겠지만 당가 고수는 큰 도움이 될 겁니다.”
“알았어.”
연적하도 반대하지 않았다.
확실히 삼보절명 당운망은 팔황과의 싸움에서 제법 도움이 되었다.
문지기를 앞세우고 연적하와 심통, 그리고 월아와 금아까지 줄줄이 대문으로 이동했다.
대문 앞에는 이 남 일 녀가 서 있었다.
수염이 허연 노인들과 이십 대의 미녀를 본 연적하는 멈칫했다.
‘설마 세 명이 다 받아 달라라고 온 건 아니겠지?’
연적하가 나오자 당자안이 먼저 일행을 소개했다.
“노부는 당가 호법당의 당주인 당자안이오. 저쪽은 내각 장로 당기로, 그리고…….”
이십 대 여자가 웃으며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
“당하연이에요. ‘단장월녀’ 당하연. 숙부님들을 졸라서 따라왔어요. 십전무후와 ‘남천’ 연 대협을 만나 보고 싶어서요.”
‘남천’은 최근 연적하를 따라다니는 별호였다.
무당파에서 연적하를 ‘남천’으로 부르다 보니 별호로 굳어진 것이다.
소개를 끝낸 세 사람은 입을 꾹 다물고 연적하만 빤히 바라보았다.
뒤늦게 연적하는 그들이 석경장에 투신하기 위해 온 게 아님을 깨달았다.
‘호법당 당주’와 ‘내각 장로’가 그럴 리는 없으니까.
“연적합니다. 안으로 드시지요.”
그는 살짝 실망했지만 내색하지 않고 손님들을 객청으로 안내했다.
객청.
당가 사람들이 자리에 앉자 연적하가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무슨 일로 왔어요?”
세 사람은 한동안 서로의 눈치를 살폈다.
그러다 이번 방문의 책임자인 당자안(호법당 당주)이 조심스럽게 운을 뗐다.
“흐음, 실은 얼마 전에 유명교로부터 엄중한 항의와 경고를 받았소이다.”
“항의와 경고요?”
연적하가 옆자리에 앉은 심통을 힐끔 보았다.
강호 소문에 빠삭한 심통도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어깨를 으쓱했다.
물론 얼핏 마음에 짚이는 건 있었다.
‘혹시 팔황이 당운망의 독에 당한 일로 그런 건가?’
아니나 다를까!
당자안의 말이 이어졌다.
“‘팔황의 혈사’에 대한 소문은 들었소. 유명교와 석경장의 일은 노부도 안타깝게 생각하오. 그런데 유명교 사자(使者)가 이상한 말을 하더이다. 본가가 석경장과 손잡고 유명교를 공격했다고.”
“…….”
그제야 연적하는 당가 사람들이 석경장에 찾아온 이유를 알았다.
당운망이 사용한 독 때문에 온 것이 분명했다.
“연 장주, 석경장에서 본가의 ‘독질려’와 ‘독모래’를 팔황에게 사용한 적이 있소?”
“예.”
연적하는 부인하지 않았다.
조사하면 드러날 일이라 속일 수가 없어서다.
“본가의 ‘독질려’와 ‘독모래’는 당가 비전의 독으로 제작되기에 외부 반출을 엄격하게 통제하고 있소. 십 년 전의 장부까지 조사했지만 석경장은 물론, 남궁세가에도 판매한 적이 없더이다.”
당자안은 잠시 말을 끊고 연적하를 보았다.
그러나 무덤덤한 그의 표정만 봐서는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었다.
“실례인 줄은 알지만 확인하지 않을 수가 없구려. ‘독질려’와 ‘독모래’를 누구에게 구입했는지 가르쳐 주시오. 본가의 명운이 달린 문제라 꼭 알아야겠소. 아무쪼록 협조해 주시면 은혜는 잊지 않으리다.”
당자안은 석경장에서 하오문을 통해 ‘독질려’와 ‘독모래’를 구입한 것으로 믿었다.
연적하가 녹림 출신이니 그러고도 남음이 있었다.
그 과정만 제대로 해명하면 유명교의 위협에서 벗어날 수 있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