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venly Inquisition Sword RAW novel - Chapter 805
805회. 너 딱 걸렸어!
연적하의 태평스러운 모습을 보다 못한 구천노도 심통이 한마디 했다.
“그건 공자님이 몰라서 그러는 겁니다. 도지휘사를 두드려 팰 수는 있겠지요. 도지휘사가 개라면 개 주인은 황제입니다. 도지휘사로 안 되면 개 주인이 그다음으로 누굴 보내겠습니까?”
“누굴 보내는 패 주면 되지.”
“그다음은 금군입니다. 금군이 뭔지는 아시죠?”
“그런 것도 모를까 봐? 황성을 지키는 군대잖아. 누굴 바보로 알아?”
“하나만 알고 둘을 모르시니 하는 말이지요. 금군이 동원됐다는 것은, 공자님이 진짜 대역죄인이 됐다는 소립니다. 대역죄인이 되면 삼족이 참수를 당합니다. 공자님과 관계된 사람들이 죽는다 이 말씀입니다.”
“아, 그래?”
연씨들에게 버림받은 연적하는 그 말을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였다. 스스로를 고아나 다름없다고 생각하며 살아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어지는 말에 얼굴이 굳었다.
“연씨들은 물론 남궁세가도 피해 가지 못합니다.”
“남궁세가도 당한다고?”
“삼족은 친가와 처가와 외가를 가리키는 말입니다. 당연히 처가인 남궁세가도 포함되지요.”
“그러면 안 되는데.”
“예, 그래서 고민을 해 봐야 하는 거지요.”
동감이라는 듯 고개를 주억거리던 연적하가 해맑은 얼굴로 말했다.
“그럼 개 주인을 패면 되잖아?”
“황제를요?”
“개 주인이 자꾸 개를 보내면 개 주인도 맞아야지.”
“그, 그렇기는 하네요.”
심통은 이야기가 이상한 쪽으로 흐른다고 생각하면서도 반박하지 않았다. 연적하의 능력을 생각하면 불가능한 일도 아니었다.
결론이 나자 남궁연이 웃으며 말했다.
“굳이 개 주인을 때리지 않아도 돼. 네 능력을 개들에게 보여 주면 개 주인도 조심할 거야.”
“능력을 보여 주라는 거죠?”
“그래. 위소의 군사는 물론 금군으로도 어쩔 수 없음을 알게 해 줘. 그럼 황제도 더 이상 너의 일에 관여하지 않으려 할 거야.”
“알았어요. 심 노인.”
“예?”
“부적을 좀 만들어야 하니까 원양 진인에게 가서 재료를 좀 구해와.”
“부적 재료요?”
“어.”
“알겠습니다.”
자리에서 일어난 심통이 바람처럼 사라졌다.
한쪽 구석에서 혼자서 놀고 있던 여자아이가 제 어머니에게 나직이 물었다.
“엄마. 황제가 개를 키워?”
“어? 왜?”
“나리가 개와 황제를 팬다고 했잖아?”
“아, 아니야! 얘가 큰일 나려고! 너 남들 앞에서 그런 말 하면 관졸들에게 잡혀간다. 나리와 어르신들은 다른 얘기를 하고 있는 거야.”
“…….”
고개를 갸웃하던 여자아이는 이내 가지고 놀던 헝겊 뭉치로 관심을 돌렸다.
***
다음 날 아침.
홀로 청성산을 둘러보던 자운산인은 평소와 다른 군사들의 움직임에 고개를 갸웃했다.
‘군진을 바꾸는 건가?’
나무 뒤에 숨어 산문 밖의 동태를 지켜보던 자운산인의 눈이 커졌다.
‘화포다!’
군사들이 산문 앞에 무려 이십 문이나 되는 화포를 방열하고 있었다.
깜짝 놀란 자운산인은 한달음에 상청궁으로 달려갔다.
“장문인! 큰일났습니다.”
“도지휘사의 군대가 청성산을 포위를 하고 있는 것보다 더 큰일이 있느냐?”
원양 진인이 짐짓 호기를 부렸다.
어차피 청성파가 할 수 있는 일이 없으니 패기라도 보여 줄 생각으로 한 말이다.
“산문 앞에 화포를 설치하고 있습니다.”
“화포?”
원양 진인의 얼굴이 하얗게 질려 갔다.
화포는 차원이 다른 무기다.
화살로 전각을 무너뜨릴 수 없지만 화포에 맞으면 전각이 파괴된다.
신성한 청성파 도관에 화포라니?
아무리 도지휘사가 고위 무장(武將)이라고 해도 그건 너무 나간 처사였다.
“속히 연 대협에게 알리거라.”
“예!”
장문인의 지시에 자운산인은 서둘러 별궁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연적하에게 한창 화포에 대해 말할 때 멀리서 폭발음이 들려왔다.
오래도록 은은하게 울리는 그것은 화포가 발사된 소리였다.
곧이어 별궁을 두르고 있던 담장 일부가 ‘퍽!’ 소리와 함께 터져 나갔다.
자운산인이 깨진 담장을 가리키며 악을 썼다.
“화픕니다! 도지휘사가 화포를 쏘라고 한 모양입니다! 신성한 도관에 화포라니!”
그러는 동안에도 폭발음은 계속됐다.
별궁 주변에서 쉬지 않고 ‘퍽! 퍽!’ 하는 소리가 들려 왔다.
인상을 찌푸리며 주위를 둘러보던 연적하가 별궁 지붕 위로 뛰어올랐다.
심통과 자운산인도 그를 따라 지붕 위로 이동했다.
쐐애애액-.
묵직하면서도 섬뜩한 파공음과 함께 포탄 하나가 별궁으로 날아왔다.
자운산인은 본능적으로 몸을 피하려 했다.
그때 연적하가 손을 들어 올렸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하늘로 고개를 돌리던 자운산인의 입이 쩍 벌어졌다.
‘헉!’
수박만 한 시커먼 포탄이 허공에 멈춰 있었다.
뒤이어 다섯 개의 포탄이 순차적으로 날아오다가 멈춰 섰다.
위치를 보니 모두 별궁으로 날아오는 포탄들이다.
‘저게 가능한가?’
자운산인은 머리를 설레설레 저었다.
불가능하다.
날아오는 포탄을 멈춰 세울 수 있다면, 무림인들은 전쟁터를 누비고 있었을 것이다.
그 뒤로도 쉬지 않고 포탄이 날아왔다.
도지휘사는 작정이라도 한 듯 별궁에 포탄을 때려 붓고 있었다.
하지만 처음 외곽의 담장을 부순 몇 개를 빼면 단 하나도 별궁에 떨어지지 않았다.
허공에 고정된 포탄이 서른 개가 넘어갔다.
마치 포탄 그림을 허공에 풀로 붙인 듯 볼수록 기괴한 광경이다.
어쩌다 외곽에 ‘퍽! 퍽!’하고 포탄이 떨어졌지만 별궁은 고요했다.
허공에 붙들린 포탄의 숫자가 오십 개를 넘어가자 연적하의 입에서 욕설이 튀어나왔다.
“이 쌍놈의 새끼들이 아주 작정을 했네? 오냐! 너희들이 누굴 건드렸는지 알게 해 주마!”
말이 끝남과 동시에 구름이 그의 발밑으로 몰려들었다.
운종술로 떠오른 연적하가 주먹을 움켜쥐자 오십여 개의 포탄이 한데 뭉쳤다.
이윽고 그는 한데 뭉친 포탄 덩이를 뒤에 달고 산 아래로 날아갔다.
심통과 자운산인이 부랴부랴 경신술로 그의 뒤를 따라갔다.
화룡대(火龍隊)는 도지휘사 구시우가 공들여 키운 화포부대다.
지휘관은 천호 임진관.
그는 자신이 조련한 정예 포병들에게 쉬지 않고 화포 발사를 명했다.
포신이 뜨겁게 달궈질 즈음, 관측을 위해 나가 있던 화룡대의 총기 소삼종이 달려왔다.
헐레벌떡 달려온 그에게 임진관이 물었다.
“연적하는 죽었느냐?”
이 정도 쏟아부었으면 상대가 누구라도 죽지 않으면 달아났을 터였다.
하지만 들려온 답은 기대와 달랐다.
“별궁은 조금도 피해를 입지 않았습니다. 포수들이 엉뚱한 곳에 포탄을 쏜 것 같습니다.”
“그럴 리가? 포탄이 날아가는 방향을 내가 직접 확인했다. 포탄은 틀림없이 별궁 쪽으로 날아갔다. 네가 장소를 잘못 안 것이 아니냐?”
“소관이 어찌 별궁의 위치를 모르겠습니까? 별궁은 상청궁에서 우측으로 이백 보 떨어진 곳에 있지 않습니까?”
“포탄이 날아간 방향도 그곳이란 말이다.”
포탄의 방향을 두고 옥신각신하던 두 사람이 멈칫했다.
갑자기 화포 소리가 뚝 그쳐서다.
포신이 뜨거워져서 그런가 보다 생각한 임진관이 포수들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런데 포수들의 상태가 이상했다.
그들은 하나같이 멍한 얼굴로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포수들의 시선을 따라가던 임진관의 눈이 찢어질 듯 부릅떠졌다.
하늘 위에 구름을 탄 사람이 있는데, 그의 뒤로 포탄 더미가 보였다.
그것은 지금까지 화룡대가 쏘아 올린 포탄이었다.
정신이 번쩍 든 그는 포수들에게 버럭 소리를 내질렀다.
“뭘 구경만 하고 있느냐! 화포를 쏘아라! 적을 가루로 만들란 말이다!”
그의 명에 포수들이 부랴부랴 포구를 세웠다.
곧이어 ‘펑! 펑!’ 소리와 함께 화포가 불을 뿜었다.
대각선으로 치솟던 수십 개의 포탄이 거짓말처럼 허공 한 지점에 멈춰 섰다.
마치 시간이 멈춘 것 같았다.
그 기괴한 광경에 포수들은 더 이상 포를 쏘지 못했다.
담력이 약한 사람들은 화포를 버리고 가까운 숲으로 숨어들었다.
차가운 눈으로 쏘아보던 연적하가 손을 휘저었다.
허공에 둥둥 떠 있던 포탄들이 지면으로 벼락처럼 떨어져 내렸다.
과과과광-! 포탄에 맞은 스무 문의 화포가 굉음과 함께 터졌다.
화룡대와 함께 있던 임진관과 소삼종은 폭발에 휘말려 나뒹굴었다.
눈 깜짝할 사이에 화룡대가 괴멸되자 도지휘사 구시우는 즉시 공격을 명했다.
다섯 개 천호소의 궁병 천오백 명이 화룡대의 복수를 위해 반격에 나섰다.
촤촤촤촤-.
오늘을 위해 특별히 제작된 강철 화살로 하늘이 새까맣게 물들었다.
그런데 이게 웬일?
날아가던 화살들이 허공에서 방향을 바꾸는가 싶더니 궁수들에게 되돌아갔다.
화살이 빗발치듯 쏟아지자 궁수들은 앞다퉈 방패병들에게 달아났다.
갑작스러운 궁수들의 난입으로 잘 짜여져 있던 군진이 허물어졌다.
구시우는 황망한 얼굴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지금까지 수많은 전쟁을 치렀지만 지금처럼 일방적으로 당하기는 처음이다.
화포도, 활도 통하지 않는 상대라니!
그가 ‘어떻게 적을 끌어 내릴까?’ 고민할 때 갑자기 어둠이 내려앉았다.
구름 한 점 없이 맑던 늦가을의 하늘은 어디로 가고, 칠흑 같은 밤이 찾아온 것이다.
다급한 마음에 구시우가 ‘횃불을 켜라’고 명했지만, 그의 명에 따르는 사람은 없었다. 이른 아침에 누가 그걸 챙겨 나온단 말인가.
곳곳에서 ‘탁! 탁!’ 하고 부싯돌 때리는 소리가 들렸지만 끝내 횃불은 만들어지지 못했다.
잔뜩 겁에 질린 군사들은 누가 다가오기만 해도 소리를 빽빽 질러 댔다.
“누구냐!”
“가까이 오지 마라!”
“오면 베겠다!”
공황 상태에 빠진 군사들은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하나 둘 병장기를 뽑아 들었다.
자중지란(自中之亂)의 위기를 직감한 구시우가 버럭 소리쳤다.
“아무도 움직이지 마라! 지금부터 자리에서 벗어나면 군무이탈죄로 다스리겠다!”
경험 많은 무관들이 도지휘사의 명을 큰 소리로 따라 했다.
구시우의 명령이 입에서 입으로 전파되자 소란도 조금씩 가라앉았다.
이대로는 안되겠다 싶어진 구시우가 소리 높여 외쳤다.
“연 대협! 나는 도지휘사 구시우요! 황상의 명으로 역도를 추포하기 위해 여기까지 왔소! 할 말이 있다면 대화로 풀어 보십시다! 컥!”
말이 끝나자마자 누군가 구시우의 멱살을 움켜잡았다.
버둥거리는 구시우의 귓가로 냉랭한 음성이 들려왔다.
“내 가족이 있는 별궁에 화포를 그렇게 쏘아 대고서 뭐? 대화로 풀어 보자고? 에라 이 뻔뻔한 놈아! 나도 좀 때린 후에 대화로 풀어 보자.”
어둠 속에서 ‘쩍! 쩍!’ 하고 떡메 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천호소의 군사들은 그것이 도지휘사가 맞는 소리임을 알고 숨소리도 내지 않았다.
정신없이 얻어맞던 구시우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울분을 토해 냈다.
“그만! 그만해! 나는 황상의 신하다! 나를 때리는 것은 곧 황상을 능멸하는 것이다! 네가 살기를 바란다면 내 몸에 손대지 말아라! 악!”
구시우의 찢어지는 듯한 비명 소리가 어둠 속에 울려 퍼졌다.
“황제의 신하가 어쩌고 어째? 너 딱 걸렸어! 황제가 내 가족들에게 화포를 쏘라고 시킨 거야? 말해! 정말 그런 거냐고!”
분노에 찬 연적하의 목소리가 청성산을 뒤흔들었다.
구시우는 뒤늦게 연적하가 황제를 두려워하지 않음을 깨달았다.
어쩌면 자신에게 한 짓을 황궁에서 할지도 모른다.
황궁을 어둠으로 덮고, 황제의 멱살을 잡는다고 생각하니 오싹 소름이 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