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umber One Star Instructor Master Baek RAW novel - Chapter 105
104화. 반격 (2)필요한 정보를 몇 가지 더 얻어낸 후, 백수룡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더 필요한 정보는 없으세요?”
“일단은 이 정도면 충분해. 의뢰한 건 언제쯤 받아볼 수 있지?”
“내일 아침이면 정리될 거예요. 생활지도부로 갖다 드릴게요.”
“그래. 그럼 그때 보자고.”
당소소가 그를 배웅하기 위해 따라 일어섰다.
“아쉬워요. 사파 무공의 이해와 실전 대비. 지난 학기에 듣지만 않았어도 당장 수강 신청 하는 건데…….”
차마 이미 들어서 다행이라는 말은 할 수 없기에, 백수룡은 가식적으로 웃어 주었다.
“다음에 또 기회가 있겠지.”
“어머. 잘생겼어…….”
백수룡의 미소에 얼굴을 붉힌 당소소가 두 손으로 입을 가리며 감탄했다.
그녀가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언제든지 찾아주세요. 청룡학관 학생회의 문은 늘 열려 있으니까요. 그리고 다음엔 머리카락 말고 다른 털을…….”
쿵!
강하게 문을 닫고 나온 백수룡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후우……. 악마와 거래를 하고 온 기분이군.”
등줄기에 식은땀이 살짝 맺혔다.
차라리 흑림의 살수들과 다시 싸우는 게 열 배는 쉬울 것 같았다.
부르르 몸을 떤 백수룡이 중얼거렸다.
“하여튼 요즘 애들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다니까.”
털 따위를 가져다가 대체 뭘 하려는 건지 슬쩍 물어보니, 몇 개는 베개에 넣고 몇 개는 옷을 만들 때 사용할 거라고 했다.
‘왜 그런 짓을 하는 거지? 당가 비전의 사술 같은 건가?’
……아무튼 이해는 할 수 없지만, 고급 정보를 공짜로 얻은 것은 사실이었다.
기분이 좀 찜찜할 뿐, 백수룡이 손해를 본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선생님.”
밖에서 대기 중이던 학생회장 독고준이 백수룡에게 다가왔다.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을지 짐작한 듯, 독고준이 부끄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숙였다.
“……부회장을 대신해 제가 사과드리겠습니다.”
“너도 고생이 많겠구나.”
“예…….”
그 말에 자기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인 독고준은 금방 다시 진지한 표정으로 물었다.
“풍진호 선생님과의 문제. 어떻게 하실 겁니까?”
두 강사의 갈등은 학생회에서도 중요한 문제였다.
모든 학생과 강사들이 힘을 모아서 천무제를 준비해도 모자랄 판에, 학기 초부터 파벌이 갈려 싸운다면 시작부터 삐걱거릴 수밖에 없었다.
“학생회 입장에선 두 분이 원만하게 화해해 주셨으면 합니다.”
당소소가 백수룡에게 유용한 정보를 이것저것 건네주긴 했지만, 학생회가 둘 중 한쪽 편을 들 수는 없는 입장이었다.
“……풍 선생님은 학생회는 물론, 동아리 연합, 졸업생 동문회, 학부모회까지 끈이 안 닿는 곳이 없습니다.”
“그럴 거라고 생각해.”
백수룡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모습을 본 독고준이 조심스럽게 제안을 했다.
“화해하고 싶으신 마음이 있으시다면 학생회에서 자리를 마련해 보겠습니다.”
“걱정해 주는 건 고마운데.”
독고준의 어깨에 손을 올린 백수룡이 피식 웃었다.
“화해는 어려울 것 같다.”
“……그렇습니까.”
백수룡도 독고준의 입장은 충분히 이해하고 있었다.
하지만 풍진호와는 이미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사이가 틀어졌다.
설령 돌이킬 수 있다고 해도 하고 싶지 않았다.
‘차라리 남궁수가 나아. 저런 썩은 부위는 빨리 도려내야 해.’
나름의 결심을 한 백수룡은 독고준의 어깨를 두드리며 웃었다.
“걱정하지 마라. 그렇다고 오래가진 않을 테니까.”
당소소에게 몇 가지 정보를 얻으면서, 백수룡은 풍진호에게 반격할 계획을 세웠다.
‘우선 나에 대해 돌고 있는 소문부터 해결해야겠지.’
지금처럼 지저분한 소문이 돌고 있는 상황에서 수강생을 모으는 것은 어렵다.
그 전에 풍진호가 퍼트린 소문의 오해를 풀든가…….
씨익.
“더 큰 소문으로 덮어 버리든가.”
“……예? 그게 무슨…….”
독고준의 어깨를 툭툭 두드린 백수룡이 그 옆을 지나갔다.
“너무 늦기 전에 수강 신청을 해 두는 게 좋을 거야. 이미 들은 과목이라면 어쩔 수 없지만.”
“…….”
사악하게 웃는 백수룡의 옆얼굴을 바라보며, 독고준은 조만간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질 거란 사실을 짐작했다.
* * *
방 안에는 중년의 남녀가 마주 앉아 있었다.
“……그렇게 된 겁니다.”
풍진호는 반대편에 앉은 여성에게 조심스러운 태도로 말했다.
이십 년 경력의 강사인 그가 청룡학관 내에서 이토록 행동을 조심해야 할 사람은 많지 않았지만, 눈앞의 중년 여인은 충분히 그럴 만한 힘이 있는 존재였다.
촤악.
섭선을 펼쳐 얼굴을 반쯤 가린 그녀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백수룡이라……. 정말이지 혐오스러운 인간이네요. 어떻게 그런 인간이 아이들을 가르칠 수 있는 거죠?”
백의궁장 차림의 여인은 얼음이 묻어날 듯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눈처럼 새하얀 피부와 도도한 표정.
마흔을 훌쩍 넘긴 나이지만, 많아도 20대 후반쯤으로 보이는 날카로운 인상의 미인이었다.
“현이 어머님. 제가 강사들을 대표해 불미스러운 사건이 일어난 것에 대해 사과드리겠습니다.”
“풍 선생님께서 사과하실 일은 아니죠.”
한천빙모(寒泉氷母) 서리애.
청룡학관 학부모회의 회장으로, 개인의 무공도 고강할뿐더러 학관의 대소사에 개입할 정도로 강력한 입김을 지니고 있었다.
그리고 작년 학생회장이었던 방백현의 어머니이기도 했다.
생각만 해도 불쾌하다는 듯 그녀가 혀를 찼다.
“학관에 그런 파렴치한이 있는 줄은 상상도 못 했어요.”
“저 또한 깜빡 속을 뻔했습니다. 수려한 외모와 뛰어난 언변을 그런 식으로 사용하다니…….”
풍진호는 안타깝다는 듯 말했다.
방금까지 그는 백수룡이 얼마나 지저분하고 음흉한 인간인지 서리애에게 설명한 참이었다.
이야기를 들은 서리애의 반응은 예상대로였다.
“사내들 중에 얼굴값 하지 않는 자를 찾기가 더 어렵죠. 아이들을 위해서, 학관의 명예를 위해서라도 그런 자는 마땅히 쫓아내야 해요.”
“저 또한 같은 생각입니다.”
서리애의 단호한 말에 풍진호가 침중한 얼굴로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그녀에겐 보이지 않는 그의 입가엔 미미한 미소가 맺혀 있었다.
‘백수룡. 이걸로 넌 끝이다.’
무림의 어머니들은 하나같이 성격이 보통이 아니다.
자식의 출세를 위해 그녀들은 어려서부터 학관을 뻔질나게 드나들고, 서로 정보를 공유한다.
서리애는 그 정점에 있는 여인.
그녀의 한마디면 청룡학관에 자식을 둔 어머니들이 모두 움직일 것이다.
학관주조차 함부로 대할 수 없는 존재가 눈앞의 여인이었다.
“그 신입 강사에 대해서는 조만간 학부모 회의를 열어 이야기를 나누고, 의견을 모아서 관주님께 전달하겠어요.”
“역시 신중하십시다.”
말이 회의지, 결국 학부모회는 그녀가 주도하는 데로 흘러갈 것이다.
‘이제 매극렴이 아니라 노군상이 나서더라도 널 구할 수 없다.’
백수룡은 평생 이쪽 업계에는 발도 못 붙이게 될 것이다.
그것뿐인가.
풍진호는 자신이 가진 모든 인맥을 동원해, 백수룡을 나락으로 떨어뜨릴 계획이었다.
‘그 잘난 무공으로 평생 떠돌이 낭인으로 살게 해 주마.’
그는 입가에 맺히는 미소를 감추기 위해 찻잔을 들어 차를 마셨다.
서리애가 그 모습을 보더니 입을 열었다.
“그런데…….”
“편히 말씀하십시오.”
잠시 뜸을 들인 서리애가 도도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우리 현이. 올해 성적도 문제없겠죠?”
“물론입니다. 무림맹 특채 전형으로 완벽하게 맞춰 준비하고 있습니다.”
4학년 방백현.
작년 청룡학관 학생회장이자 서리애의 외동아들로, 상당한 실력과 재능을 갖춘 수재였다.
아들 이야기에 서리애의 얼음 같던 얼굴에 처음으로 온기가 돌았다.
“말씀만 들어도 든든하네요. 저는 풍 선생님만 믿어요.”
“허허. 현이는 더 이상 가르칠 게 없을 정도입니다.”
“과한 겸손이세요. 아직 한참 부족한 아이랍니다. 많은 지도편달 부탁드려요.”
스윽.
품에서 비단으로 된 전낭을 꺼낸 서리애가 풍진호 쪽으로 밀었다.
“소소하지만 강사님들과 술 한잔하실 정도는 될 거예요.”
한눈에 보아도 상당히 두툼한 전낭.
풍진호는 자연스럽게 그것을 품 안에 넣으며 미소 지었다. 한두 번 받아 본 솜씨가 아니었다.
“아이고. 저희 사이에 뭘 이런 걸 다…….”
“저는 말만 번지르르한 사람은 믿지 않는답니다. 실제로 오가는 것이 있어야 더욱 돈독해지는 것이 인간관계 아니겠어요?”
“……물론입니다.”
즉, 방백현의 학점 관리를 제대로 하란 소리였다.
‘무섭군.’
풍진호는 침을 꿀꺽 삼켰다.
한없이 차가운, 하지만 그 안에 뜨거운 야망이 이글거리는 눈동자가 그를 쏘아보고 있었다.
“아시겠지만 우리 현이는 언젠가 무림맹주가 될 아이예요. 졸업해서 무림맹에 입맹할 때까지, 그 아이의 경력에 흠결 하나 있어선 안 돼요.”
“걱정하실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무림맹주.
정파 무림의 일인자라고 할 수 있는 위치.
고강한 무공만으로 닿을 수 있는 자리도 아니고, 인망과 정치력까지 모두 갖춰야 얻을 수 있는 지위였다.
서리애는 자신의 아들을 무림맹주로 만들겠다는 야망을 품고 있었다.
“풍 선생님이 다른 선생님들께도 잘 일러주세요. 특히 남궁 선생님. 벌써 제 면담을 요청을 네 번이나 거절하셨어요.”
“……제가 잘 말해 놓겠습니다.”
할 말을 마친 서리애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만 일어나 봐야겠어요. 반 시진 후에 현이 과외 선생님이 오시는 시간이라.”
“제가 정문까지 배웅해 드리겠습니다.”
풍진호는 서리애를 반보 뒤에서 수행하듯이 뒤따랐다.
그녀가 청룡학관 곳곳을 둘러보며 말했다.
“연무장이 지저분하네요. 청소를 좀 더 자주 해야겠어요.”
“말해 놓겠습니다.”
“연습용 무기들 정비는 제대로 하는 건가요? 아까 들러보니 창고에 녹이 슬어 있던데.”
“다시 확인해 보겠습니다.”
“기숙사 생활에 대해 학부모회 의견을 모아 볼 생각이에요. 불편한 점은 개선을…….”
“경청하겠습니다.”
마님과 하인이 따로 없을 지경이었다.
풍진호는 과하다 싶을 정도로 스스로를 낮췄고, 서리애는 그것을 당연하게 여겼다.
이렇게 권력자에게 달라붙는 것이 풍진호가 살아남아 온 비결이었다.
두 사람이 정문에 가까워졌을 때였다.
웅성웅성.
정문 주변에 꽤 많은 인파가 모여 있고, 인파 너머에서 실랑이가 벌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두 사람이 목소리를 높여 다투고 있었다.
“비켜 주십시오. 안으로 들어가야겠습니다.”
“이곳은 무림맹 관할이오! 관무불가침에 따라 관부의 사람은 함부로 들어갈 수 없소이다.”
서리애가 눈살을 찌푸리며 풍진호에게 물었다.
“웬 소란이죠?”
“제가 알아보고 오겠습니다.”
풍진호는 인파를 헤치고 앞으로 나섰다. 잠시 후 누군가와 대치 중인 매극렴의 모습이 보였다.
‘빌어먹을 늙은이.’
매극렴을 본 순간 백수룡은 얼굴이 떠올라 열이 부글부글 끓어올랐지만, 최대한 내색하지 않고 점잖게 물었다.
“학생주임 선생님. 무슨 일입니까?”
“풍 선생? 마침 잘 왔네. 당사자가 왔으니 직접 물어보면 되겠군.”
“……당사자라니?”
풍진호는 고개를 돌려 매극렴과 대치한 사람을 바라봤다.
찔러도 피 한 방울 안 나올 것처럼 생긴 인상의 포두가 말에 탄 채로 그들을 내려 보고 있었다.
“그쪽이 청룡학관 강사 풍진호 씨가 맞습니까?”
“……맞는데 무슨 일이시오?”
불길한 느낌이 등줄기를 타고 스멀스멀 올라왔다.
그리고 그 순간, 포두의 뒤에 숨어 있던 여인이 앞으로 나서며 소리쳤다.
“저 사람이에요!”
뾰족한 목소리에 모두의 집중되었다.
여인은 얼굴을 가리고 있던 장옷을 벗었다.
“너는…….”
며칠 전, 풍진호가 백수룡에게 맞은 날 기루에서 희롱했던 기녀였다.
“저 남자가 기루의 물건들을 부수고 절 때렸어요!”
“이런 미친년! 내가 널 언제 때렸단 말이냐!”
당황한 풍진호가 버럭 소리쳤다.
그 순간 청천 포두가 표정 변화 없는 딱딱한 얼굴로 말했다.
“서로 아는 얼굴이긴 한 모양이군.”
“그, 그건……!”
한 번의 말실수로 주변의 시선들이 싸늘해지는 것이 느껴졌다.
청천은 풍진호의 변명의 기회를 주지 않고 말했다.
“풍진호 강사. 폭행 및 기물 파손으로 기루에서 신고가 들어왔소. 관아로 가서 조사를 받으셔야겠소.”
“이건 음모요! 나는 그런 적 없소이다!”
“어라? 풍 선생님 아닙니까?”
하필이면 그 순간.
들려온 목소리에 풍진호의 고개가 천천히 돌아왔다.
백수룡이 순진한 표정으로 서 있었다.
“이게 다 무슨 일이에요? 어라? 당신은 그때…….”
백수룡을 알아본 기녀가 반가운 목소리로 소리쳤다.
“대협! 저 기억하시죠? 그때 자리에 함께 계셨잖아요. 대협께서 그때 절 구해 주시지 않았더라면…….”
물론 다 기억난다는 듯, 백수룡이 선량하게 웃으며 말했다.
“기억하고말고요. 며칠 전에 저 변태 자식이 소저에게 찝쩍거려서 제가 흠씬 패주지 않았습니까.”
수많은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새로운 소문이 퍼져 나가는 순간이었다.
그와 동시에,
“풍 선생님.”
주변의 공기를 싸늘하게 만드는 목소리.
인파를 헤치고 또각또각 걸어온 서리애가 풍진호에게 물었다.
“이게 다 무슨 소리죠?”
“어, 어머님. 뭔가 오해가…….”
학부모회 회장의 서슬 퍼런 추궁에, 풍진호의 안색이 시체처럼 창백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