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umber One Star Instructor Master Baek RAW novel - Chapter 133
132화. 학생회장과 망나니 (3)
“헌원강과 독고준이 적호방으로 향했습니다.”
“예상한 대로 되었구나.”
보고를 받은 노파의 주름진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노파는 항상 앉는 자리에 앉아 차를 홀짝이고 있었는데, 그녀 앞에는 중년의 남녀가 마주 앉아 있었다.
노파가 두 사람에게 물었다.
“직접 얘기를 나눠 보니 어떻더냐?”
“착한 아이들 같더군요.”
“……둘 다 강했습니다.”
여자와 남자가 순서대로 대답했다.
만약 헌원강과 독고준이 그들을 보았다면 깜짝 놀랐을 것이다.
-나도 놈들이 죽이고 싶도록 미워요. 하지만 어차피 다 없애지 못할 거라면 그냥 내버려 두는 게 나아요. 결국엔 우리만 더 힘들어지니까.
여자는 처연한 얼굴로 둘에게 빈민가의 현실을 말해 준 여인이었고, -끄아아악! 이런 죽일 놈들!
남자는 적호방 패거리로부터 도망치다가 객잔 문을 부수고 들어간 남자였다.
노파가 그들을 보며 흘흘 웃었다.
“너희가 고생이 많았다.”
두 사람은 하오문도였다.
처음부터 헌원강과 독고준에 대해서 알고 있었고, 의도적으로 접근해 적호방과 접촉하도록 유도했다.
둘 중 지위가 조금 더 높은 여자가 말했다.
“헌원강이 막무가내로 적호방에 쳐들어가려 하자, 독고준이 그를 막아서며 다른 방법을 제안하더군요. 상당히 인상 깊은 모습이었습니다.”
“흐음. 처음에는 둘의 조합이 어울리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의의로 잘 맞는지도 모르겠구나.”
고개를 주억거린 노파가 옆을 힐끗 보며 말했다.
“너는 어찌 생각하느냐?”
노파의 옆자리에는, 백수룡이 다리를 꼬고 앉아서 무언가를 종이에 적어 내려가고 있었다.
그가 대충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뭐, 예상한 대로 됐지.”
백수룡은 시큰둥한 대답에 노파가 미간을 찌푸렸다.
“보고받을 때 같이 듣겠다고 해서 기껏 불렀더니……. 그리고 아까부터 뭘 자꾸 적는 게야?”
“계속 듣고 있어. 내가 지금 본업에 부업까지 하느라 몸이 두 개라도 모자란 상황이라서.”
잠시 말을 멈춘 백수룡은 글을 적고 있던 책자를 들어서 팔랑팔랑 흔들었다.
“그리고 이게 뭐냐면.”
아직 먹이 마르지 않은 서책에서 먹물 냄새가 풍겼다.
백수룡이 씩 웃으며 말했다.
“갱생문 애들한테 가르칠 무공 비급이야. 내가 매일 가르치러 갈 수는 없으니까 정리 좀 해서 주려고. 다행히 애들이 전부 까막눈은 아니더라고.”
“무공 비급?”
노파와 두 남녀는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백수룡이 팔랑팔랑 흔드는 책자를 바라봤다.
대체 누가 앉은 자리에서 무공 비급을 휙휙 갈겨 적는단 말인가?
다른 사람이 저런 행동을 했으면 어쭙잖은 거짓말이라고 치부했겠지만, 노파가 본 백수룡은 이런 것으로 거짓말을 할 사람이 아니었다.
그럼 저게 진짜 비급이란 말인데…….
세 사람의 표정에 똑같은 의문이 어렸다.
‘이거 대체 뭐 하는 놈이야?’
그 시선을 느꼈는지, 백수룡이 어깨를 으쓱였다.
“내가 만든 건 아니고, 원래 있던 무공을 좀 고친 거야.”
정확히는 과거 혈교의 대표 무력 단체였던 혈랑대의 무공을 뜯어고친 것이다.
‘지나치게 살기 짙은 초식은 없애고, 불안정한 구결은 안정적으로 다듬고, 정종무학처럼 오래 수련할수록 심신이 깨끗해지도록 구결을 추가하면…….’
결과적으로 과거 혈랑대가 익히던 무공보다 더 수준 높은 무공이 완성되었다.
백수룡이 만족스럽게 웃으며 말했다.
“갱생신공(更生神功)이라고 부를 거야. 개새의 마두도 갱생시킬 수 있는 무공이라 이거지.”
“허…….”
노파와 두 남녀는 허탈한 표정으로 백수룡과 갱생신공을 번갈아 바라봤다.
노파가 어렵게 입을 열었다.
“다 적는 데 한 시진도 안 걸린 것 같은데. 무학의 대종사나 할 수 있는 일 아니냐?”
“무슨 대종사까지나. 이쪽 종사자들은 다 할 수 있어.”
“허…….”
절대 그럴 리 없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더 이상 따지는 것도 지쳐서 노파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노파의 맞은편에 앉아 있던 남녀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지부장님. 저희는 이만 가 보겠습니다.”
“또 보고 드릴 내용이 있으면 찾아뵙겠습니다.”
두 사람이 객잔에서 나간 후, 노파는 몸을 돌려 백수룡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백수룡도 완성한 갱생신공을 품에 넣고 그녀를 마주 봤다.
“네가 요구한 대로 두 녀석을 적호방과 접촉하게 했다만, 일이 이렇게 흘러갈 줄 알았더냐?”
“정확히는 아니지만, 어느 정도는.”
백수룡은 두 학생의 성격을 파악하고 있었다.
때문에 적호방 놈들의 패악질을 눈앞에서 보면 그들이 어떻게 반응할지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
‘마지막에 헌원강이 아니라 독고준이 적극적으로 나선 건 좀 의외였지만…….’
독고준의 반응은 예상을 뛰어넘는 변수였다.
하지만 백수룡의 입가에는 오히려 미소가 맺혔다.
독고준에게 기대한 것이 바로 그런 모습이었으니까.
“그 범생이가 나한테 보고도 안 하고 적호방을 치러 갔다 이거지?”
헌원강과 독고준.
둘이 물과 기름처럼 어울리지 않는다는 사실은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더, 서로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기대했다.
객잔에서 둘이 나눈 대화를 떠올린 노파가 눈을 가늘게 뜨며 물었다.
“독고준이 헌원강에게 자극을 많이 받은 모양이던데. 그걸 노린 게냐?”
“맞아.”
백수룡이 씩 웃었다.
그가 생각하기에 독고준의 가장 큰 문제는 그 지나친 반듯함이었다.
어려서부터 명문세가의 엄격한 규칙과 규범, 예절을 지키며 반듯하게 커 온 독고준은 무공마저 그런 성향을 지니고 있었다.
백수룡이 손가락으로 탁자를 탁탁 두드리며 말했다.
“재능도 나쁘지 않고, 성실한 데다 가문의 지원까지 집중적으로 받았으니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겠지. 하지만 답답할 정도로 반듯한 성격이…… 그 녀석의 검법과 안 맞거든.”
“독고세가의 검법. 독고구검 말이지?”
백수룡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입에서 독고구검에 얽힌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과거 독고세가를 세운 독고패는 낭인이었어.”
독고패.
독고세가를 세운 사내는 중원을 떠돌며 자신의 검법을 완성한 낭인이었다.
천하제일인이 된 후, 독고패가 자신을 추종하는 무리를 모아서 세운 것이 지금의 독고세가가 되었다.
“한때는 남궁세가로부터 천하제일세가 자리를 빼앗는 게 아니냐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강성했던 곳이지.”
“흘흘. 백 년쯤 된 옛이야기를 하는구나.”
“…….”
노파에게도 까마득한 옛이야기지만, 백수룡에게는 그리 멀지 않게 느껴지는 시절의 이야기였다.
‘오십 년 전만 해도 오대세가와 나란히, 아니 윗줄로 평가받던 독고세가였다.’
당시 혈교는 독고세가의 전력을 남궁세가보다 살짝 윗줄에 놓았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았다.
백수룡은 세월의 무상함을 느끼며 말했다.
“한때 천하제일 세가 소리를 듣던 독고세가였지만, 지금은 고작해야 자기네 지역에서 어깨에 힘 좀 주고 다니는 수준으로 전락했어. 왜일 것 같아?”
“전락이라니…….”
그 신랄한 평가에 노파는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백수룡은 자신의 사견을 말하는 데 거침이 없었다.
“기본적으로 독고구검은 전장에서 태어난 검법이기 때문이야. 필사적이고 절실하기 때문에 초식 하나하나가 강맹해. 하지만 내가 본 독고준의 검법은…….”
백수룡은 첫 수업 때 직접 맞대 본 독고준의 검을 떠올렸다.
힘의 낭비가 거의 없고, 깔끔하며, 지나칠 정도로 깔끔한 독고구검을.
“그건 중검(重劍)도 아니고 강검(强劍)도 아니야. 그냥 잘 다듬어진, 적당히 수준 높은 검법이지. 그 정도는 무림에 널렸어.”
만약 독고세가의 고수가 그의 말을 들었다면 당장 검을 뽑아 백수룡에게 생사결을 신청해도 할 말이 없을 정도로 모욕적인 언사였다.
노파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네가 몇 번 보고 아는 것을 독고세가의 고수들이 모른단 말이냐?”
“원래 중이 제 머리 못 깎는 법이야. 딴에는 잘 다듬었다고 생각하겠지. 아니면 알면서도 고치지 못하거나. 지금의 무림은…… 태평성대니까.”
지금처럼 무림이 평화로운 시기에, 명문세가의 자식들이 검법을 수련하겠다며 낭인이 되어 전장을 떠도는 것도 우스운 일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독고준은 몇 달째 무공에 진전이 없다고 하더라고. 그래서 헌원강이랑 붙여 놓은 거야.”
헌원강은 독고준과 반대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
규범에 얽매이지 않고, 주변 눈치를 보지 않으며, 불같은 성격에, 무공을 펼칠 때 임기응변이 뛰어나다.
‘그런 부분이 약점이 될 때도 있지만…… 그래서 이 둘이 어울리는 조합인 거지.’
두 녀석이 함께 다니며 서로의 단점을 보완하고 서로에게 영향을 준다면, 서로 얻는 것이 많을 거라고 기대했다.
백수룡이 눈을 빛냈다.
‘독고준은 지금보다 훨씬 강해져야 한다.’
독고준은 학생회장이자 청룡학관을 대표하는 후기지수였다.
현 청룡학관의 상징과도 같은 존재.
천무제에서 독고준이 보여 줄 모습이, 다른 학생들의 사기에 미칠 영향은 막대했다.
천무제 종합 우승을 위해서는 독고준의 성장이 꼭 필요했다.
‘삼학년은 헌원강, 독고준을 중심으로 대회를 준비한다. 팽사혁까지 남아 있었다면 더할 나위가 없었겠지만…….’
백수룡은 이내 고개를 저었다.
천무학관으로 떠나 버린 녀석을 생각하며 아쉬워해 봤자 아무런 의미도 없었다.
“다시 만났을 때 후회하게 해 주면 그만이지. 할멈. 다음 계획은?”
“……준비는 다 끝났다.”
노파는 대답하면서도 질린다는 표정으로 백수룡을 바라봤다.
‘뭐 이런 녀석이 다 있는지…….’
하오문의 정보망을 다 동원해도 백수룡에 대해서는 별다른 것이 나오지 않았다.
이만한 무공에, 치밀한 심계에, 지금까지 해낸 일만 보아도 보통 녀석이 아니거늘.
그야말로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이 아닐까 싶었다.
‘어쩌면 이 녀석에 의해 청룡학관과 이 도시뿐만 아니라…… 무림 전체가 요동칠지도 모르겠구나.’
스스로 생각해도 과대망상에 가까운 예감이었지만, 노파는 자신의 감을 무척 신뢰하는 편이었다.
‘하오문이 빨리 손을 잡길 잘했어.’
마치 그 생각을 읽은 것처럼, 백수룡이 씩 웃으며 말했다.
“다른 조들은?”
“반 시진마다 조별로 보고하러 올 게다. 위험한 일이 생기면 폭죽을 쏘라고 명령해 두었다. 청천도 대기하고 있고.”
“그 정도면 충분해.”
백수룡은 고개를 끄덕였다.
실전에서는 언제 무슨 변수가 생길지 모른다.
그래서 하오문을 통해, 학생들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바로 알 수 있도록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걸어 두었다.
‘다들 어디 가서 쉽게 당할 녀석들은 아니지만.’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건너야 하는 법.
실전을 통해 제자들의 실력을 향상시킨다는 계획을 완성하려면, 그 과정에서 누군가가 죽거나 심하게 다쳐서는 곤란했다.
이곳에서 하오문의 협조가 필수적인 이유였다.
노파의 말대로, 하오문도들이 주기적으로 은밀히 객잔에 들락거리며 보고를 했다.
“이조는 서쪽 거리를 순찰 중입니다. 별다른 일은 없습니다.”
“삼조가 곧 대웅방의 영역에 들어설 것 같습니다.”
“사조에 협잡꾼 놈들이 접촉했습니다. 어쩔까요?”
하오문의 협조 덕분에, 백수룡은 앉은 자리에서 빈민가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한눈에 들여다보며 지시를 내릴 수 있었다.
전장의 지도를 완벽하게 숙지한 상태에서, 꾸준히 갱신되는 정보를 전달받으며 하는 싸움.
“흐음…….”
눈을 감은 백수룡의 머릿속에서 학생들이 동선이 그려지고, 적호방과 대웅방의 움직임 또한 선명하게 그려졌다.
“이러면 지고 싶어도 질 수가 없지.”
여유롭게 차를 마시며, 백수룡은 머릿속의 말들을 하나씩 움직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