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umber One Star Instructor Master Baek RAW novel - Chapter 179
178화. 내가 졌어대련을 지켜보고 있던 모든 사람이 위지천이 하는 말을 똑똑히 들었다.
처음에는 다들 소년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방금 뭐라고 한 거야?”
“별호 뺏기?”
“갑자기 무슨 소리를…… 잠깐만. 설마 그 별호 말하는 거야?!”
“뭔데 그래? 나도 알려 줘!”
뒤늦게 위지천의 말을 이해한 관객들 사이에서 술렁거림이 퍼져 나갔다.
검화 유이란이 독고준의 별호인 ‘검룡’을 노리고 있다는 건 딱히 비밀도 아니었다.
그런데 위지천이 대련 도중 별호 뺏기에 동참하겠다고 밝혔다.
그 말은 즉…….
흥분한 누군가가 소리쳤다.
“검룡 독고준한테 하는 선전포고잖아!”
“!!”
아무리 실력이 뛰어나도 위지천은 이제 겨우 일학년이었다.
일학년이 청룡학관 최고의 후기지수이자, 학생회장을 상대로 선전포고를 하다니.
그것도 이렇게 많은 사람이 지켜보고 있는 공식적인 자리에서 말이다.
웅성웅성.
“위지천 저 녀석. 소심한 줄 알았더니…….”
“같이 다니는 애들을 봐. 그냥 소심한 녀석이 걔들이랑 같이 다니겠어?”
“하긴…….”
“알고 보면 쟤가 제일 미친 애일지도 몰라.”
이 대련을 지켜보고 있는 학생들만 백 명이 넘었다.
위지천의 선전포고는 오늘이 가기도 전에 독고준의 귀에까지 들어갈 터였다.
관중석이 소란스러워진 와중에, 갑자기 관중들 사이에서 박수가 터져 나왔다.
짝짝짝!
“역시 내 후배!”
헌원강이었다.
단숨에 모두의 시선을 사로잡은 헌원강이 새하얀 건치를 드러내며 말했다.
“여러분! 언제까지 학생회에서 검룡이란 별호를 독식하도록 내버려 두시겠습니까! 제가 검룡의 별호를 동연으로 가져오겠습니다! 저 헌원강에게 소중한 한 표 부탁드립니다!”
“?”
“??”
밑도 끝도 없는 틈새 홍보 전략에, 다들 황당한 표정이었다.
“대체 동연 선거랑 검룡이 무슨 상관이지? 말만 갖다 붙이면 다 되는 줄 알아? 이래서 무식한 녀석들은…….”
선우진이 쯧쯧 혀를 차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헌원강이 그를 보며 코웃음 쳤다.
“뭐래. 상도연에서 팽사혁 따까리나 하던 자식이.”
“……이 자식이 진짜.”
스르릉.
울컥한 선우진이 도를 반쯤 뽑으며 헌원강을 노려봤다.
헌원강도 그 시선을 피하지 않고 씩 웃었다.
“뽑게? 생각 잘해라.”
“헌원강. 네가 정말 뭐라도 되는 줄 아는 모양이지?”
내공을 끌어올린 두 사람의 무복이 펄럭이기 시작했다.
일촉즉발의 상황.
하지만 두 사람의 충돌은 남궁수의 제지로 인해 멈췄다.
“아직 대련 중이다. 비무대 위에 있는 두 사람에게 최소한의 예의를 갖추도록.”
“……넵.”
“죄송합니다.”
남궁수의 엄중한 질책에 둘 다 입을 다물었다.
어수선했던 분위기가 빠르게 정리됐다.
남궁수는 다시 시작하라는 듯, 비무대 위의 유이란과 위지천에게 눈짓을 보냈다.
감사의 의미로 포권을 취한 유이란이 다시 위지천에게 고개를 돌렸다.
“검룡을 빼앗겠다고 말한 사람은…… 나를 빼면 네가 처음이야.”
“제, 제가 너무 건방졌나요?”
비로소 주변 눈치를 본 위지천이 금세 소심한 표정으로 물었다.
아까는 유이란에게 집중하느라, 수많은 사람들이 지켜보고 있었단 사실을 깜빡했던 것이다.
위지천이 울상을 지으며 말했다.
“선전포고 같은 게 아닌데……. 독고준 선배님이 화내시면 어쩌죠?”
다시 소심해진 소년의 모습에 유이란이 풋 하고 웃음을 터트렸다.
“아니. 그 녀석이라면 오히려 좋아할 거야.”
“정말이요?”
“응. 그리고 나도 점점 더 네가 마음에 들어.”
다른 의미로 오해할 수도 있는 말에, 유이란에게 연심을 품은 수많은 남학생들이 움찔했다.
하지만 이어진 서늘한 목소리에는 다들 어깨를 움츠렸다.
“하지만 검룡은 누구에게도 양보할 생각 없어.”
다시 위지천에게 검을 겨눈 유이란의 눈이 강렬하게 빛났다.
“그건 저도 마찬가지예요.”
위지천도 다시 자세를 잡았다. 무극검의 구결에 따라 내공이 몸 안을 세차게 돌기 시작했다.
사실 위지천은 잠시 고민했었다.
‘한동안은 무극검을 펼치지 않으려 했지만…… 언제까지 피할 수는 없어.’
온몸의 감각이 더욱 날카롭게 벼려지고, 시끄러웠던 주변이 순식간에 고요해진다.
츠츠츠츳…….
츠츠츠츳…….
어느새 두 사람의 검에 검기가 맺혔다. 비무대 위에서 두 자루의 검이 더욱 선명하게 빛났다.
“검기까지!”
“위, 위험하지 않을까?”
“말려야 할 것 같은데…….”
모두의 시선이 남궁수를 향했다.
“…….”
남궁수는 잠시 고민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검기의 사용을 허가한다는 의미였다.
“서로 살초는 삼가도록. 모두 뒤로 이 장씩 물러나라.”
남궁수는 비무대 주위로 몰려든 학생들에게 뒤로 물러나게 하고, 자신의 기척마저 지웠다.
위지천과 유이란이 서로에게 온전히 집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배려였다.
하지만 그런 배려는 의미가 없었다.
“…….”
“…….”
이미 두 사람에겐, 더 이상 주변의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으니까.
그들은 서로에게 온전히 집중했다.
숨소리부터 머리, 발끝의 움직임.
보이지 않는 근육의 미세한 떨림까지, 상대의 모든 것을 느꼈다.
이번에 먼저 움직인 것은 위지천이었다.
타닷!
유이란의 비류검법은 선공을 통해 승기를 가져오고, 쉴 새 없는 공격으로 상대를 쓰러뜨릴 때까지 몰아치는 검이었다.
그래서 위지천은 선공을 선택했다.
‘길게 끌면 내가 불리해.’
위지천은 솔직하게 인정했다.
내공도, 체력도, 기술도.
아직 자신은 유이란과 비교하면 부족했다.
그렇다면 더 나은 점은 무엇일까?
‘죽여라!’
한동안 듣지 못했던 목소리.
무극검을 사용하기 시작한 순간부터, 살검이 소년을 유혹하기 시작했다.
‘죽여라. 힘을 빌려주마.’
살검에 몸을 맡기면 유이란을 이길 자신이 있었다.
아니, 확실하게 죽일 자신이 있었다.
어디를 베어야 고통스러운지, 어떻게 상대를 괴롭혀야 궁지로 몰아갈 수 있는지.
몸이 기억하고 있으니까.
채앵!
위지천의 첫 공격이 막혔다. 곧장 날카로운 반격이 날아왔다. 검기가 허벅지를 아슬아슬하게 스쳤다. 따갑다. 위지천의 표정이 미미하게 일그러졌다.
‘죽여라!’
머릿속의 유혹은 더욱 강해졌다. 억누른 살기가 몸 밖으로 흘러나온다. 유이란의 표정이 살짝 굳는 것이 보였다.
‘죽여라! 저 여자의 목을 베고 피를 마셔라!’
살검이 머릿속에 대고 윽박질렀다. 머리가 지끈거렸다. 그 사이 유이란이 공세로 전환했다.
채채채채챙!
검격이 쉴 새 없이 쏟아졌다. 하나하나가 모두 매섭다. 전부 막는 것은 불가능. 급소를 틀어막고, 피할 수 있는 것은 피했다.
내어줘도 될 만한 건 그냥 내어줬다.
피잇!
허공에 핏물이 튀었다. 무복이 피로 젖었다. 위지천은 누가 봐도 아슬아슬한 수세에 몰렸다.
“저 녀석. 왜 저렇게 무모한…….”
“그래도 일학년치곤 제법이었어.”
헌원강의 표정이 굳고, 선우진의 입가에 비릿한 미소가 맺혔다. 조용히 관전하던 남궁수가 팔짱을 풀고 한 걸음 내디뎠다.
‘죽여라! 죽여! 죽이란 말이다!’
살검이 위지천의 머릿속에서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거의 발작에 가까웠다.
위지천은 정신없이 난적의 검을 막고 쳐 내고 피하는 와중에, 살검의 목소리까지 들어야 했다.
세상에 조금씩 붉게 변했다.
또다시 심마가 밀려오는 순간,
-천아. 네 경지가 높아질수록 살검의 유혹도 강해질 거다. 특히 무극검을 사용하면, 녀석은 쉴 새 없이 속삭일 거야.
위지천은 악인곡에서 돌아오던 길에 백수룡과 나눈 대화를 떠올렸다.
-완전히 극복하려면 앞으로 몇 년은 더 걸릴 거다.
-몇 년이나……. 그럼 그때까지 무극검은 사용하지 말아야 할까요?
위지천은 반쯤 체념한 표정으로 백수룡에게 물었다.
아무리 검이 좋아도, 주변 사람들까지 위험하게 만드는 검법이라면 펼치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말이야. 살검이 꼭 나쁜 건 아니야.
-네?
축 처진 위지천의 어깨 위에, 백수룡이 손을 얹으며 웃었다.
-생각해 봐라. 세상엔 죽어 마땅한 놈들도 많아. 그럴 땐 살검도 꽤나 유용하지 않겠냐?
-하지만…… 살검에 몸을 맡겼다가 저 자신을 잃으면 어떡해요?
-맡기라는 말이 아니야. 네가 지배하라는 뜻이지.
백수룡의 표정은 한없이 진지했다. 그는 혼란스러워하는 소년의 눈을 똑바로 보며 말했다.
-살검도 결국 네가 깨달은 검이야. 부정하지 말고 인정해, 살검의 주인은 너라는 걸. 그다음 꽉 잡고 휘둘러. 네 손으로 직접 말이다.
-아…….
지금껏 스스로를 기만해 왔음을 깨달은 위지천이 고개를 숙였다.
소년은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또 사람을 죽이게 될까 봐 두려워했다.
살검을 외면하고, 미워하고, 자신의 것이 아니라고 강하게 부정했다.
그럴수록 머릿속 살검의 목소리는 강해진다는 것도 모르고 말이다.
-선생님. 저는…….
백수룡은 그런 위지천의 머리를 헝클어뜨렸다.
-급하게 마음먹지 마.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시도해도 돼. 너라면 할 수 있을 거다.
-……네.
그리고 눈짓으로, 위지천의 허리춤에 매달려 있는 검혼을 가리켰다.
-천아. 나는 네가 그 검을 물려준 분에게 부끄럽지 않을 무인이 되었으면 좋겠다.
피잇!
위지천은 짧은 상념에서 빠져나왔다. 유이란의 검이 귓불을 스치고 지나갔다.
‘죽여! 죽여라! 죽이란 말이다!’
위지천은 머릿속에서 괴성을 질러대는 살검에게 말을 걸었다.
‘조용히 해.’
백수룡의 조언대로, 위지천은 더 이상 살검의 존재를 부정하거나 외면하지 않기로 했다.
스스로 익힌 검이다.
주화입마에 빠진 자신을 죽이러 온 무인들을 죽이고, 그 감각을 몸에 새기며 깨달은 검이다.
‘더 이상 모른 척하지 않을 테니까. 너도 내 말을 들어. 알았어?’
살검이 처음으로 침묵했다. 위지천은 웃었다. 그리고 검을 쥔 손에 힘을 주었다.
‘이제부터 아무나 죽이라고 말하지 마.’
‘…….’
‘누군가를 꼭 죽여야 한다면, 그건 내가 판단해.’
‘…….’
‘대답 안 할 거야?’
살검은 끝까지 대답하지 않았다.
하지만 위지천은 느낄 수 있었다.
녀석이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이고 있다는 걸.
‘힘을 빌려줘. 죽이진 않을 거야. 하지만 꼭 이기고 싶어.’
‘……이겨라.’
그 순간, 검혼이 길게 울었다.
우우우웅!
맑은 검명이 정신을 맑게 만들었다. 살검의 존재감이 검혼에 깃들었다.
‘고마워.’
위지천은 쏟아지는 유이란의 검격 속에서 유일한 활로를 찾았다.
까아앙!
유이란의 검이 튕겨 나갔다. 그녀의 검기가 한순간 흩어질 만큼 강력한 일격이었다.
뒤로 주르륵 밀려난 유이란이 눈을 부릅떴다.
“너…….”
유이란은 위지천의 기도가 변했음을 바로 알아보았다.
‘대련 도중에 깨달음을 얻었다고?’
기가 막혔다. 어이가 없어서 화도 나지 않았다.
그냥 헛웃음이 나왔다.
그런데 이상하게 기분이 좋은 것은 왜일까.
유이란은 허탈하게 웃으며 위지천에게 말을 걸었다.
“축하해. 정말 괴물이구나.”
“……선배님 덕분이에요.”
위지천은 진심을 담아 말했다.
그녀에게 지고 싶지 않다는 감정이 무극검을 꺼내게 했고, 살검을 다스릴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다.
여기에 백수룡의 가르침이 소년을 바른길로 이끌었고, 검혼이 옆에서 함께해 주었다.
유이란은 그런 소년을 부러운 듯이 바라보다가 세차게 고개를 저었다.
“그렇다고 질 생각은 없어.”
우우우웅-!
내공이 잔뜩 주입된 유이란의 검이 검명을 울렸다.
대련 중에 위지천만 무언가를 얻은 건 아니었다.
비록 깨달음이라 할 만큼 거창한 건 아니어도, 유이란 또한 자신의 검이 나아갈 방향에 대한 영감을 얻었다.
“이번이 마지막이야.”
“……네.”
유이란은 남아 있는 모든 내공을 끌어모아 최선의 검법을 펼쳤다.
순간, 그녀의 검 끝이 흔들리며 맹렬한 파도가 눈앞에 나타났다. 그전까지는 없던 변화였다.
‘됐어!’
이 순간, 그녀의 비류검법은 그 전보다 확실히 한 단계 높은 경지로 도약했다.
“하아압!”
새로운 경지로 도약한 무인의 환희가, 짧은 기합으로 터져 나왔다.
위지천은 그 세찬 격류를 끝까지 지켜보았다.
소년의 눈에 감탄이 어렸다.
“멋진 검이에요.”
검혼이 낮게 울었다. 기분 좋은 듯한 울음이었다.
위지천은 상대에게 예의를 다해, 최선을 다한 검으로 보답했다.
두 사람의 신형이 비무대 중간에서 교차했다.
“…….”
“…….”
위지천의 머리카락 몇 올이 바람에 흩날렸다. 뺨과 이마에 얕은 상처가 남았다.
소년은 천천히 돌아서서 상대를 보았다. 유이란도 동시에 몸을 돌렸다.
털썩.
유이란이 무릎을 꿇었다. 마지막 한 톨까지 쏟아낸 탓에 서 있을 힘도 없었다.
하지만 끝까지, 손에 쥔 검은 놓치지 않았다.
“내가 졌어.”
검화가 창백해진 낯빛으로 패배를 인정했다.
하지만 그 표정은 무척 후련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