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umber One Star Instructor Master Baek RAW novel - Chapter 239
238화. 어부지리를 노려봐? 우우우웅-!
허공으로 떠오른 성물에서 마기의 파동이 물결처럼 번져 나갔다. 진 안을 가득 채운 어둠이 출렁였다.
“혈교에 이런 성물이 있었나?”
백수룡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성물의 형태를 자세히 살폈다.
손가락만 한 길이의 무언가가 짙은 어둠에 둘러싸여 있었다.
저만한 크기의 성물이라……. 백수룡의 기억에는 없는 물건이었다.
백수룡은 제단에 더 가까이 다가갔다. 동시에 혈마안을 발동해, 성물을 둘러싼 마기를 투시했다.
그러자 성물의 형태가 확실히 보였다.
백수룡은 더욱 혼란스러운 표정이 되었다.
“……손가락?”
길이가 손가락만 하다고 생각했는데, 진짜 손가락이었다.
은은하게 검붉은 빛이 도는 손가락은 끝부분이 예리하게 잘려 있었는데, 방금 잘라낸 것처럼 생기가 있었다.
그 순간, 백수룡은 혈령자가 했던 말을 떠올렸다.
-전대 교주님께서 남기신 성물이 있습니다.
“설마…….”
백수룡은 저것이 누구의 손가락인지 직감적으로 깨달았다.
바로 전대 혈교주의 손가락이었다.
당시의 자타공인 천하제일인이자, 천하제일의 술법사이기도 했던 혈마.
그의 시신 일부가 혈교의 성물로 전해진 모양이었다.
“하여간 미친놈들.”
한편으로는 이해가 안 되는 것은 아니었다.
혈마는 그 경지를 상상하기 힘든 고수였으니, 그 몸에 응축된 기만 해도 웬만한 영약 이상이었을 것이다.
여기에 약물과 술법적인 처리까지 했다면, 썩지 않게 하는 것은 물론이고 저런 마물(魔物)을 만들어 낼 수 있었으리라.
그때였다.
허공에 떠오른 손가락이 살아 있는 것처럼 부르르 떨더니, 백수룡을 향했다.
그 순간.
화아아악-!
어마어마한 마기의 폭발이 있었다.
풀과 나무들이 급속도로 말라 죽고, 쓰러진 마인들의 시체가 미라로 변했다.
“!!”
백수룡은 흠칫 놀라 공력을 끌어올렸다. 호신강기로 몸을 보호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럴 필요가 없었다.
진법 안의 모든 생명체를 사멸시킨 진득한 마기였지만, 유일하게 백수룡에게만은 호의적이었다.
아니, 호의 정도가 아니었다.
츠츠츠츳…….
몸을 휘감는 마기에 백수룡은 전신에 활력이 도는 것을 느꼈다.
힘이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끓어오르고, 세상이 조금씩 붉게 물들었다.
“하아아…….”
척추를 타고 밀려드는 쾌감에 백수룡은 고개를 치켜들고 밤하늘을 바라봤다.
마음만 먹으면 저 하늘도 수십 조각으로 찢어발길 수 있을 것 같았다.
“크크크.”
어째서인지 실소가 새어 나오고, 어깨가 들썩였다.
입가에 비릿한 미소를 띤 채, 백수룡은 홀린 듯이 제단을 향해 걸어가기 시작했다.
그의 동공이 살짝 풀렸다.
역천신공이 강하게 공명하고 있었다. 심장이 평소보다 빠르게 뛰었다.
두근, 두근!
지금의 백수룡보다 훨씬 높은 경지에 올랐던 역천의 주인이 남긴 의념이, 백수룡을 강하게 끌어당기고 있었다.
-다음에 또 오너라.
꿈속에서 보았던 혈마의 목소리가 다시금 들리는 듯했다.
이것은 먼 미래까지 내다본 혈마의 안배인 것일까?
어느새 제단에 올라온 백수룡은 왼손을 뻗어 혈마의 손가락을 움켜쥐었다.
그 순간, 혈마가 자신의 귀에 대고 속삭이는 듯했다.
강해지고 싶은가?
그것은 전에 느껴 본 적 없던 강렬한 유혹이었다.
천하를 발아래 두고, 절대자로 군림하며, 원하는 것은 모두 움켜쥐고 싶은가?
목소리는 나른하면서도 퇴폐적이었다. 끈적끈적한 바람이 귓가를 희롱하는 듯했다.
네가 원한다면 이룰 수 있다.
백수룡은 왼손으로 움켜쥔 혈마의 손가락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이 안에 깃든 가공할 힘을 몸 안에 품는다면, 마물이 품고 있는 마기와 의념을 단숨에 흡수할 수 있다.
“이걸 흡수하면…….”
정체되어 있는 역천신공의 경지를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다.
아니, 그 이상의 힘을 얻을 것이다. 그런 확신이 들었다.
푸화아악!
허공으로 치솟은 적발이 바람에 미친 듯이 펄럭이고, 두 눈은 피가 뚝뚝 떨어질 것처럼 붉게 물들었다. 역천신공이 요동쳤다.
‘영약이라고 생각하면 돼. 내 힘으로 충분히 제어할 수 있어.’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성이 맹렬하게 경고하고 있었다.
‘이걸 흡수하는 순간 주화입마에 빠진다. 나 자신을 잃게 될 거야.’
백수룡의 본능과 이성이 맹렬하게 충돌했다.
평소 같았다면 차가운 이성으로 충분히 본능을 억눌렀을 것이다.
하지만.
우우우웅!
그 순간 만마몽혼진이 강하게 진동했고, 역천신공이 파괴적인 본능을 부추겼다.
“이것만 있으면…….”
백수룡은 혈마의 손가락을 천천히 입으로 가져갔다. 그는 상기된 표정으로 혈마가 남긴 힘을 바라봤다.
“전부, 전부 가질 수 있어…….”
본능의 압도적인 우세를 뒤집은 건 대단한 것이 아니었다.
어둠 속에서도 스스로 은은하게 빛을 내는 빙백환.
은사부의 유품이 백수룡의 혼탁해진 정신에 차가운 파문을 일으켰다.
-나는 그 사람과 다시 한번 행복하게 살고 싶을 뿐이야.
“…….”
사랑하는 정인에 대해서 말할 때 짓던 봄꽃 같았던 미소.
불쑥 그 아름답고도 처연했던 미소가 떠올라 백수룡을 멈칫하게 했다.
이어서 다른 사부들의 목소리도 꿈결처럼 들려왔다.
-……가문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꼭 용서를 빌고 싶구나.
무릎을 꿇고 헌원세가가 있는 방향을 향해 절을 올리던 광마 사부의 최후가 선명하게 떠올랐고, -녹림을 구파일방 못지않은 대방파로 만들 것이다!
장난기 가득하고 단순무식한 사내였지만, 포부만큼은 진심이었던 맹사부.
-……그 아이에게 못했던 아비 노릇을 늦게나마 하고 싶구나.
천하제일의 검을 가지고도, 아들과 함께 있어 주고 싶다는 소박한 꿈 외에는 아무것도 바랐던 것이 없던 검존의 표정까지.
“…….”
흐릿했던 백수룡의 눈에 서서히 총기가 돌아오기 시작했다.
마물의 유혹에 넘어갈 뻔했던 순간, 네 사부의 기억이 그를 심연에서 끌어올렸다.
“……고맙소. 사부들.”
그 순간, 백수룡이 제정신을 차리고 있다는 것을 눈치챈 마물(魔物)이 울컥울컥 마기를 뿜어내며 다시 그의 정신을 잠식하려 했다.
츠츠츠츳……!
가공할 마기가 다시 한번 백수룡의 몸을 휘감았다.
만마몽혼진의 모든 힘이 백수룡에게 집중되었다.
“크으읍……!”
무지막지한 마기가 몸 안에서 들끓었다. 주체못할 힘에 백수룡을 검을 옆으로 휘둘렀다.
콰아아아앙!
수십 장에 달하는 반경이 초토화되었다.
그러나 들끓는 힘은 조금도 해소되지 않았다.
몇 번이나 검을 휘둘렀지만 마찬가지였다.
마치 이 힘을 순순히 받아들이라고 강요하는 듯했다.
하지만 백수룡도 더 이상 쉽게 당하지 않았다.
백수룡은 이를 악물고 혈마의 손가락을 노려봤다.
“어딜 감히. 본체도 아니고 손가락 따위가.”
혈마의 손가락을 꽉 움켜쥔 그는 공력을 끌어올리며 저항했다.
그의 몸에는 역천신공뿐만 아니라, 네 사부가 남긴 무공이 공존했다.
녹림투왕의 녹림십팔식.
광마의 수라혈천도.
빙월신녀의 빙백신공.
검존의 무극검.
네 사부가 남긴 절세무공에는 그들의 정신이 깃들어 있었다. 그것은 혈마가 마물에 남긴 사악한 의념에 결코 밀리지 않았다.
콰콰콰콰콰콰!
발밑에서 시작된 기파가 소용돌이치며 사방으로 퍼졌다. 땅이 쩍쩍 갈라지고 대기가 요동쳤다.
백수룡은 네 사부와 함께 혈마가 남긴 마물(魔物)에게 대항했다.
“크으읍……!”
쉽지 않은 싸움이었다.
만마몽혼진으로 증폭된 마기가 몸 내부를 들쑤셨고, 혈마가 남긴 사념이 자꾸만 정신을 잠식하려 들었다.
거부하지 마라. 역천의 힘을 받아들여라. 너를 운명에서 자유롭게 하리라.
“닥쳐. 내 운명은 내가 알아서 해.”
백수룡은 정신을 굳게 다잡으며 손가락을 노려봤다. 꽉 악문 이 사이로 피가 줄줄 흘러내렸다.
몇 번이나 정신이 아득해질 뻔한 순간이 있었지만, 백수룡은 버티고 또 버텼다.
그는 청룡학관에서 기다리고 있을 제자들의 얼굴을 떠올랐다.
-선생님! 남궁세가 가서 다 박살 내고 와요!
-올 때 선물 사 오는 것 잊지 마세요!
전생의 사부들이 백수룡을 주화입마의 위기에서 끌어냈다면, 현생의 제자들은 그에게 싸울 힘을 불어넣어 주었다 씨익.
백수룡이 웃으며 손안에 쥔 혈마의 손가락을 짓이겼다.
“망나니 같은 제자 놈들을 가르치는 게 내 운명이거든.”
콰드드득!
혈마의 손가락이 짓이겨지며 뼈가 부러지고 핏물이 배어 나왔다.
그 순간, 팽팽했던 힘겨루기가 한쪽으로 기울었다.
……결국 늦느냐 빠르느냐의 차이일 뿐이다…….
혈마의 음성이 아스라이 멀어지면서, 동시에 백수룡의 몸을 휘감던 마기가 힘없이 사방으로 흩어지기 시작했다.
“후우우…….”
한숨을 내쉰 백수룡은 마령소혼적을 담았던 목함을 꺼내 짓이겨진 혈마의 손가락을 담았다.
다행히 목함에 마기를 차단하는 기운이 있어서, 덮개를 닫자 마기가 감쪽같이 사라졌다.
“……죽겠군.”
전력을 다해 싸운 것처럼 힘이 쭉 빠졌다. 몸은 지치지 않았지만 정신이 크게 지쳤다.
백수룡은 목함을 바라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혈마의 사악한 사념과 마기가 깃든 마물.
일단 힘으로 눌러 놓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제압한 것은 아니었다.
섣불리 흡수하려고 했다가는 정신을 잠식당해 마인이 될 것이다.
‘당장은 불가능해. 하지만…….’
이 힘을 부작용 없이 흡수할 방법을 찾는다면?
역천신공의 경지가 한층 더 높아질 것이 틀림없었다.
“……일단 이건 나중에 생각하고.”
백수룡은 목함을 품 깊숙이 넣고 주위를 둘러봤다.
푸스스스스…….
진법을 유지하는 매개물이 사라지자 만마몽혼진이 힘을 잃기 시작했다.
어둠이 걷히며 완전히 폐허가 된 주변의 풍경이 드러났다.
저 멀리 남궁세가를 뒤덮고 있던 먹구름도 걷히고 있었다.
“휴. 겨우 한숨 돌린 건가…….”
백수룡은 희미하게 밝아오는 하늘을 바라보며 한숨을 쉬었다.
생각보다 마물과 오래 싸운 모양이었다.
만마몽혼진 안으로 들어올 때만 해도 캄캄한 밤이었는데, 어느새 새벽이 밝아오고 있었다.
“슬슬 돌아가야겠군.”
몸을 돌린 백수룡이 산 아래로 내려가려고 할 때였다.
콰아아아아앙!
어마어마한 굉음과 함께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산이 통째로 뒤흔들렸다.
백수룡은 굉음이 들려온 방향으로 고개를 홱 돌렸다.
처음에는 산사태라도 일어난 줄 알았다.
하지만 곧 자연적인 현상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콰콰콰콰콰쾅!
콰콰콰콰콰쾅!
연이어 충돌하는 기파의 격이 상상을 초월했다.
멀리서 느껴지는 여파만으로도 온몸의 솜털이 곤두설 정도였다.
“이런 미친…….”
백수룡은 혀를 차며 싸움의 근원지로 시선을 주었다.
공교롭게도 그리 멀지 않은 곳이었다.
누가 싸우고 있는지는 생각할 것도 없었다.
인간의 힘으로 자연재해와 같은 일을 벌일 수 있는 고수는 천하에 열 명도 되지 않았다.
‘창천검왕과 흑야마제. 아직도 싸우고 있었군.’
잠시 고민하던 백수룡은 기척을 숨기고, 싸움이 벌어지는 곳을 향해 조심스럽게 경공을 펼쳤다.
콰콰콰콰콰쾅!
가까이 다가갈수록 지진이 심해졌다. 주변의 지형을 아예 바꿔 버릴 정도였다.
잠시 후, 백수룡은 멀리 보이는 두 절세고수를 발견하고 멈춰 섰다. 상대가 상대인지라 충분히 거리를 많이 두었다.
여전히 무시무시한 기파를 뿜어내며 충돌하고 있었지만, 둘 다 크게 지친 모습이었다.
‘부상도 적지 않은 것 같고.’
백수룡은 숨어서 조용히 둘의 움직임을 면밀히 살폈다.
그는 마물과 싸우느라 정신이 크게 지쳤지만, 몸 안에는 만마몽혼진에서 얻은 힘이 여전히 충만한 상태였다.
‘이거……. 한번 어부지리를 노려봐?’
백수룡은 품 안의 목함을 만지작거리며 생각에 잠겼다.
일단은 조금 더 살펴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