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umber One Star Instructor Master Baek RAW novel - Chapter 249
248화. 영물 사냥 실습 (3)-산적과 맹수백수룡은 당시 맹호악과 나눴던 대화를 계속 떠올렸다.
-미끼? 영물들이 먹을 만한 작은 짐승을 말하는 거요?
-어휴, 이 무공밖에 모르는 놈아. 한번 생각을 해 봐라. 조그만 짐승을 미끼로 쓰면, 영물이 나타나기도 전에 다른 짐승들한테 잡아먹히지 않겠냐?
-……그럼 뭘 미끼로 쓰란 말이오?
-당연히 사람을 써야지.
사람을 미끼로 쓴다는 말에, 백수룡뿐만 아니라 함께 이야기를 듣고 있던 다른 사부들도 놀라서 맹호악을 돌아봤다.
특히 광마 사부의 눈빛에는 경멸이 가득했다.
-아무리 산적 놈이라도 할 짓이 있지. 그깟 영물을 잡으려고 인신공양을 했단 말이냐?
-으응?
뒤늦게 자신의 말에 오해의 소지가 있음을 알게 된 맹호악이 해명했다.
-사람을 토막 내서 미끼로 쓴다더냐? 적당히 날래고 똑똑한 녀석을 시켜서 영물을 유인하라는 거지, 누굴 인간 백정으로 알아?!
-……멍청한 놈. 진작 그렇게 말했어야지.
-당신이랑 잘 어울려서 나도 인신공양인 줄 알았어.
-허허. 어쨌든 아니라니 다행이구나. 진짜 아닌 게지……?
차례대로 광마, 빙월신녀, 검존의 반응이었다.
-하. 이것들이 날 어떻게 보고.
고개를 절레절레 저은 맹호악이 말을 이었다.
-하여튼 중요한 건, 얼마나 군침이 도는 미끼를 쓰느냐다. 이건 나만의 비법인데…….
특별히 너에게만 알려 주겠다며 목소리를 낮추던 맹호악.
백수룡은 그의 익살스러운 표정과 다른 사부들이 안 듣는 척하며 귀를 쫑긋 기울이던 모습을 떠올리곤 작게 웃었다.
‘그땐 그냥 재미로 들었는데.’
뇌옥 안에는 아무런 유흥거리가 없는 탓에, 사부들은 무료한 시간에는 주로 이야기를 하면서 보냈다.
그중 녹림투왕 맹호악은 이야깃거리가 가장 많은 사람이었다.
검존과 광마는 인생의 대부분을 무공에 미쳐 살았고, 빙월신녀 역시 일생의 대부분을 북해빙궁에서 보냈다.
하지만 녹림투왕은 수십 년간 강호를 자유롭게 누빈 사내였다. 또한 우락부락한 겉모습과 달리 상당히 똑똑한 사람이기도 했다.
-바로 미끼에 영약을 발라 두는 거다.
-……영약? 돈이 썩어나는 줄 아시오?
-누가 대환단이나 공청석유처럼 비싼 거 쓰래? 물론 비쌀수록 효과가 좋지만, 적당한 거 있잖냐. 그런 걸 조금 으깨가지고 미끼에 발라 두라는 거지.
-실패하면 아까운 영약만 날릴 것 같은데……. 일단 계속 들어 봅시다.
다행히 지금 백수룡에겐 남궁세가에서 받아 온 영약이 넉넉히 있었고.
-너무 노골적으로 냄새를 풍기면 안 돼. 놈들 눈치가 보통이 아니거든. 미끼의 겨드랑이나 사타구니 같은 데다 발라서 희석시켜 놓는 게 비법이지.
-더럽기는…… 어쨌든, 그다음은?
아까 전 헌원강이 자기 겨드랑이에 코를 박고 킁킁댄 이유가 바로 그것이었다.
-흐흐. 그때부터 미끼들이 발바닥에 땀나도록 산을 뛰어다니는 거지. 시간이 지나면 영약이 미끼의 체향과 섞이겠지? 이 냄새가 영물 놈들을 미치게 한다, 이 말이다.
-호오……. 듣다 보니 꽤 그럴듯하군.
그리고 지금 저 밑에서, 백수룡의 제자들은 영물을 유인하기 위해 발바닥에 땀이 나도록 뛰어다니고 있었다.
“솔직히 반신반의했는데…….”
벌써 어느 정도는 효과를 보이고 있었다.
크허어엉!
크워어어!
비록 영물은 아니지만, 딱 봐도 이 근방에서 힘 좀 쓰겠다 싶은 커다란 짐승들이 제자들을 찾아간 것이다.
‘저런 녀석들이 운이 좋아 오래 살아남으면 영물이 되는 건데.’
진짜 영물들은 조심성이 많아 아직 움직이진 않고 있었다.
아마도 어딘가에 숨어서 지켜보고 있을 것이다.
맹사부도 영물이 나타나려면 적어도 사흘 이상, 길게는 한 달까지도 미끼를 쓰면서 기다려야 한다고 했으니까.
‘영물을 못 잡더라도 상관없어.’
설령 영물을 한 마리도 잡지 못하더라도, 지금 겪고 있는 상황만으로도 학생들에겐 큰 경험이 될 것이다.
물론 영물이 나타난다면 놓치지 않을 생각이지만 말이다.
“결국은 인내심 싸움이겠지…….”
백수룡은 기척을 죽이고 조용히 제자들의 모습을 지켜봤다.
그러다 그의 시선이 한곳에서 멈췄고, 저도 모르게 감탄이 터져 나왔다.
“역시 산에서는 저 녀석이 제일이군.”
야수혁이 산속을 마치 제집처럼 누비고 있었다.
곰 같은 덩치로 원숭이처럼 나무를 타고, 커다란 짐승이 나타나도 당황하는 법이 없었다.
다른 학생들은 고생고생해서 쓰러뜨릴 만한 짐승들도 지형지물을 이용해서 간단히 거꾸러뜨렸다.
덫을 놓고, 함정을 파고, 자연에서 채취한 것들로 필요한 물건을 만들어 사용하기도 했다.
꾸에에엑!
멧돼지 한 마리를 상처도 없이 사냥해서 어깨에 둘러메고, 나무줄기를 엮어 만든 광주리에 냇가에서 잡은 물고기를 가득 채웠다.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곰이 사는 굴에 연기를 피워서 곰을 끌어내더니, 나무를 깎아 만든 창으로 단숨에 심장을 찔러 사냥에 성공했다. 그렇게 비바람을 피할 잠자리를 쉽게 마련했다.
그 모든 것이 반나절도 안 돼 일어난 일이었다. 이 정도면 이 산이 야수혁의 고향이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
지켜보던 백수룡도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야수혁의 적응력이 예상을 훌쩍 뛰어넘었던 것이다.
“……뭐 저런 놈이 다 있어?”
한 차례 돌아다닌 뒤, 야수혁은 자신이 차지한 곰굴 앞에 모닥불을 피웠다. 그리고 잡아 온 멧돼지와 물고기를 구워 게걸스럽게 뜯어 먹었다.
쩝쩝쩝.
백수룡은 그 모습을 지켜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저 녀석에게만은 이번 산속 수련이 소풍처럼 보였다.
“하여튼. 누가 녹림 출신 아니랄까 봐.”
만약 야수혁이 방금 백수룡이 하는 말을 들었다면, 깜짝 놀라서 먹던 고기를 떨어뜨렸을 것이다.
야수혁은 단 한 번도 자신이 녹림 출신이라 말한 적이 없었으니까.
하지만 백수룡은 야수혁이 녹림 출신이라는 걸 진작부터 알고 있었다.
이건 백수룡이 눈치가 빨라서가 아니었다. 다른 제자들도 모두 알고 있었다.
“티를 적당히 좀 적당히 내야 말이지.”
대체로 과묵한 야수혁이 간혹 ‘형님들’ 이야기나 ‘영업’ 이야기를 할 때면, 모두가 모른 척하느라고 입술을 꽉 깨물어야 했다.
“……우리 말고 다른 사람들이랑은 말을 거의 안 섞으니 다행이지.”
같은 녹림 출신이기 때문일까.
백수룡은 야수혁을 보고 있으면 종종 녹림투왕 맹호학이 떠올랐다.
외모도 말투도 닮은 구석이 별로 없지만, 특유의 분위기가 비슷했다.
“산적 놈이 왜 청룡학관에 들어왔는지는 모르겠지만…….”
녹림은 사파로 분류되기에, 정상적인 경로로는 절대로 청룡학관에 입관할 수 없었다.
즉, 야수혁은 신분을 속이고 입관했다는 의미였다.
다른 오대학관이었다면 절대 불가능했을 일.
최근 몇 년 동안 경영 악화로 서류 조건이 완화된 청룡학관이기에 입관이 가능했을 것이다.
그런데 마침 같은 해에 청룡학관으로 백수룡이 입사했으니, 어떻게 보면 참으로 묘한 우연이었다.
“뭐, 무슨 사연이 있겠지.”
백수룡은 굳이 먼저 캐묻지는 않을 생각이었다.
야수혁이 어디 출신이든, 자신의 제자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을 테니까.
그때였다.
야수혁 주변에서 무언가 이질적인 기운이 느껴진 것은.
“음?”
착각일 수도 있었다. 워낙에 희미했고, 순식간에 사라졌으니까. 다시 감각을 집중해 봤지만 역시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정말 착각인가? 아니면…….’
다시 한번, 백수룡의 시선이 식사를 마치고 일어나는 야수혁에게 향했다. 녀석은 발로 모닥불을 밟아서 꺼뜨렸다.
아예 일찍 들어가서 잠을 잘 생각인지, 야수혁은 큰 바위를 구해와서 안으로 들어가며 입구를 막았다.
쿠구궁……!
야수혁은 동굴 입구를 사람 한 명이 들어가기도 힘들 정도로 작은 틈만 남겨 두고 막아 버렸다.
그때 백수룡의 시야에, 희뿌연 무언가가 동굴 안으로 샤삭! 하고 들어가는 것이 보였다.
“!!”
백수룡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거리가 멀어서 정확히 뭐가 동굴로 들어갔는지는 알 수 없었다.
기운이 크지 않은 거로 봐서는 그리 대단한 영물은 아닌 것 같지만…….
“어쨌든. 뭔가 걸렸군.”
백수룡의 입가에 미소가 맺혔다. 그는 최대한 기척을 죽인 채 조용히 산 아래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 * *
동굴 바닥에 드러누운 야수혁은 복근이 선명한 배를 긁적이며 하품을 했다.
“흐아암-”
나뭇잎을 충분히 깔아 둔 터라 바닥은 푹신푹신했고, 한쪽에는 먹고 남은 고기가 수북이 쌓여 있었다. 내일까지도 충분히 먹을 수 있는 양이었다.
“여기에 술만 있으면 딱인데…….”
야수혁의 아버지는 나무꾼이었고, 아버지가 호환(虎患)으로 돌아가신 후로는 녹림도 형님들에게 거둬져 산채 생활을 했다.
평생을 산을 뛰어다니며 살아온 소년에게 산은 집보다 더 편한 곳이었다.
“그나저나 조만간 말을 하긴 해야 하는데…….”
야수혁에겐 요즘 고민이 있었다.
그 누구도 모르지만, 그는 녹림 출신, 즉 흔히 말하는 산적이었다.
처음 청룡학관에 입관했을 때, 야수혁은 졸업할 때까지 그 누구에게도 이 사실을 말하지 않을 생각이었다.
하지만 어쩌다 보니 백룡장에서 합숙을 하게 됐고, 시간이 지날수록 이 사실을 선생님과 선배들에게 비밀로 하는 것에 죄책감이 생기고 있었다.
“산적이라고 말해도 그 정파 샌님들이 안면몰수할 것 같진 않지만…….”
대신 놀라서 까무러치지 않을까?
자신이 생각해도 지금까지 정파 샌님 연기를 완벽하게 해 왔으니 말이다.
야수혁이 미간을 찌푸리며 한숨을 쉬었다.
“조금씩 티라도 낼 걸 그랬나. 연기를 너무 잘해도 문제네.”
백룡장 선배들이 들으면 경악할 말을 중얼거리며, 야수혁은 쓸데없는 고민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어쩐다…….”
맹수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살금살금, 동굴 안으로 들어왔다.
킁킁.
맹수는 냄새를 맡았다. 예리한 후각이 신선한 고기의 냄새를 쫓았다. 며칠째 굶은 탓에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살금살금.
이럴 때는 덩치가 작은 것이 다행이었다. 야수혁은 아직도 맹수의 접근을 전혀 눈치채지 못한 듯했다.
조심조심 먹잇감을 향해 다가갈수록 냄새가 짙어지자, 맹수는 거의 이성을 잃었다. 주변을 신경 쓸 겨를도 없이, 뒷다리에 힘을 주고 폴짝 뛰어서 먹이를 덮쳤다.
??!
한쪽에 수북하게 쌓인 멧돼지 고기에 달려든 맹수가 ??거리며 고기를 씹었다.
“음? 뭐야?”
비로소 맹수의 정체를 눈치챈 야수혁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까부터 구석에서 뭐가 꼼지락거리는 게 느껴져서 벌레라도 있는 줄 알았는데…….
주먹보다 조금 큰 하얀 털뭉치 같은 것이, 자기 몸보다 몇 배는 큰 고깃덩이에 묻혀 있는 게 아닌가?
“너 뭐냐?”
야수혁이 손을 뻗어 털뭉치를 잡았다. 그의 커다란 손에 붙잡힌 작은 맹수가 이빨을 드러냈다.
캬아아!
나름대로 위협적으로 이빨을 드러낸 모양이었지만, 새끼손톱만 한 이빨은 그저 앙증맞아 보일 뿐이었다.
백수룡이 동굴에 들어온 것은 그때였다.
야수혁의 손안에 붙잡힌 작은 영물을 본 그가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그거 뭐냐?”
“선생님?”
야수혁은 백수룡과 손안의 하얀 털뭉치를 번갈아 돌아봤다.
“글쎄요……. 고양이 새끼인가?”
캬아! 캬아아!
하얀 털뭉치가 야수혁의 커다란 손바닥 안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열심히 바동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