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umber One Star Instructor Master Baek RAW novel - Chapter 306
305화. 쥐를 잡으려면 (1)
웅성웅성.
“뇌룡신검에 대한 소문 들었소?”
“무림에 신성이 등장했다는군!”
“청룡신협이 그를 호적수로 인정하고, 제갈세가주가 버선발로 마중을 나왔다고 하더이다!”
“실제로 얼굴을 봤는데, 외모가 사람의 것이 아니었어요…….”
거리마다, 객잔마다, 사람이 모이는 곳마다.
소문이 들불처럼 번져 나갔다.
뇌룡신검에 관한 이야기로 도시가 들썩이기 시작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뿐만이 아니었다.
“뇌룡신검이 그리 강하단 말이오?”
“내 눈으로 보기 전까지는 믿지 못하겠다!”
“허허. 노부가 직접 뇌룡신검의 검이 얼마나 따가운지 견식해 보도록 하지.”
무한은 하루에도 수많은 무림인들이 오가는 도시다.
그중에는 명성에 목마른 자, 고수와의 대결을 통한 깨달음을 원하는 자, 혹은 그냥 무공에 미친 자들이 수두룩했다.
뇌룡신검이라는 신성의 출현은 그런 무인들의 호승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숱한 고수들이 뇌룡신검에게 도전하기 위해 분연히 자리를 떨치고 일어났다.
““뇌룡신검에게 도전하겠소!””
……그리고 이 모든 일의 원흉.
백수룡은 새어 나오려는 웃음을 꾹 참으며 길을 걷고 있었다.
‘너도 한번 똑같이 당해 봐라.’
이제부터 남궁수는 뇌룡신검이라는 별호를 증명하기 위해, 수많은 도전을 받을 것이다.
백수룡이 백룡장에서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이 기회에 비무로 본인 실력도 제대로 파악하고 말이지.’
백수룡은 절대로 남궁수를 갈구거나 괴롭히려는 의도는 없었다.
다 청룡학관을 위해서다.
남궁수가 유명해지면 청룡학관의 위상도 높아질 것이 아닌가?
이게 바로 꿩도 보고 알도 먹고, 도랑 치고 가재도 잡을 수 있는 계획이다.
자꾸만 콧노래가 절로 나오는 건, 그저 날씨가 좋아서일 뿐이다.
“흐흥흥~”
백수룡은 태연하게 거리를 걷고 있었지만, 아무도 그를 알아보지 못했다.
그가 역골공으로 얼굴을 평범하게 바꿨기 때문이었다.
도시에 들어올 때야 일행과 함께 들어와서 어쩔 수 없었다지만, 혼자가 된 지금은 그럴 필요가 없었다.
‘볼일만 보고 바로 떠날 거니까.’
무한에는 무림맹도 있고 천무학관도 있지만, 백수룡은 두 곳 다 들를 마음이 없었다.
천무학관은 청룡학관과 마찬가지로 방학을 해서 가 봤자 볼 게 별로 없을 것이고, 무림맹도 현재 맹주가 부재중이었다.
‘맹주 대리로 오단의 단주들 중 누군가가 자리를 지키고 있겠지만…….’
백수룡은 저 멀리 보이는 무림맹 본단을 바라봤다.
그의 직위는 무림맹 총사범.
오단의 단주와 동급인 고위직이지만, 지금 무림맹에서 가면 환대를 받기는 힘들 것이다.
‘단주들 눈에는 내가 갑자기 굴러 들어온 돌로 보일 테지.’
눈엣가시로 여길 것이 뻔한데, 백수룡도 굳이 불편하게 인사를 나눌 생각은 없었다.
‘괜히 문제라도 일으켰다간 나중에 맹주의 입장이 곤란하게 될 수도 있고.’
자신을 엿먹이고 떠난 맹주를 떠올리면 그것도 나쁘지 않지만……. 어쨌든 지금은 가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
백수룡은 도시의 외곽으로 빠졌다.
아무리 크고 발전한 도시라도 빈민촌이 있기 마련이고, 무한도 다르지 않았다.
다 무너져 가는 폐가 주변에 거지들이 우글거렸다. 얼굴에 땟국물이 줄줄 흐르고, 지독한 체취는 바람을 타고 십 리 밖까지 퍼질 정도였다.
백수룡은 코를 틀어쥐며 중얼거렸다.
“……제대로 찾아온 모양이군.”
낡아서 곧 떨어질 것 같은 현판이지만, 글씨만큼은 용사비등하게 적혀 있었다.
백수룡은 아예 후각을 차단하고 거지들에게 다가갔다.
“뉘슈?”
거지 하나가 어슬렁거리며 다가왔다. 백수룡은 상대가 무공을 익혔음을 알아보았다.
개방이 구파일방에 포함되는 이유는 단순히 숫자가 많아서가 아니다.
무공만 익힐 수 있으면 거지가 돼도 상관없을 정도로 무공에 미친 놈들. 그게 바로 개방의 고수들이다.
그들의 무공이 결코 구파에 못지 않기에, 개방이 구파‘일방’으로 함께 언급되는 것이다.
백수룡은 정중하게 포권을 취하며 말했다.
“분타주를 뵈러 왔습니다.”
“……뉘신데요?”
거지는 백수룡의 얼굴을 살피며 물었다. 모르는 얼굴이었다.
분타주를 쉽게 언급할 정도의 사람 얼굴이 낯설다?
주위를 둘러보니 다른 거지들도 고개를 젓는다. 모른다는 뜻이다.
이 사내가 외지인이거나 저 평범한 얼굴이 가짜라는 의미였다.
거지가 미간을 좁히며 물었다.
“인피면구를 쓰셨소?”
벌써 알아본다고?
백수룡은 과연 개방이라고 생각하며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역골공을 사용했습니다. 얼굴이 알려지면 귀찮아질 것 같아서요. 아는 분의 소개를 받아서 왔으니 신분은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
그러나 경계의 눈빛은 더욱 심해졌다. 조금 의아할 정도였다.
“미리 약속은 하셨습니까?”
“약속은 안 했지만, 이걸 보여 드리면 흔쾌히 만나 주실 거라고 하셨습니다.”
백수룡은 품에서 무언가를 꺼내 거지에게 건넸다.
낡은 종이였다.
종이 자체는 중요한 것이 아니었지만, 거기에 적힌 수결을 본 거지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왕손 분타주?”
개방 강서분타주 왕손의 소개장.
그 내용을 쭉 읽어 내려가는 개방도의 얼굴이 점점 놀라움으로 물들었다.
고개를 든 거지가 백수룡을 보며 입을 떡 벌렸다.
“처, 청룡…….”
“제가 왜 역골공을 사용했는지 이해하시겠습니까?”
거지는 침을 꿀꺽 삼키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 사내가 정말 청룡신협이라면, 역골공을 사용하고 이곳을 찾아온 것도 충분히 이해가 되었다.
과장을 좀 보태면, 지금 온 도시가 눈에 불을 켜고 청룡신협을 찾고 있으니 말이다.
“……잠시 기다려 주십시오. 안에 보고하고 오겠습니다.”
바로 말투가 달라진다. 이래서 무인에게 명성이 필요한 것이다.
백수룡은 기다리며 주위를 살폈다.
아까부터 한 가지 의문이 드는 것이 있었다.
‘개방이 원래 이렇게 경계가 심한가?’
주변의 거지들.
대충 아무렇게나 앉거나 누워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백수룡은 이것이 일종의 진(陣)이라는 것을 눈치챘다.
‘내가 누군지 대충 눈치챘을 텐데.’
그럼에도 경계의 시선은 줄어들지 않았다.
오히려 허튼짓을 하면 당장 손을 쓰겠다는 듯, 타구봉을 쥔 거지들의 손에 힘이 들어가 있었다.
우웅-!
같은 심법을 익힌 거지들의 기운이 공조하고 있었다. 상승의 합격진이다. 제대로 발동한다면 빠져나가기가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마치 전쟁터 한복판처럼 삼엄하기 짝이 없는 분위기에 백수룡도 내심 놀랐다.
‘최근에 무슨 일이라도 있었나?’
그때, 폐가에서 한 사내가 걸어 나왔다.
백수룡은 그를 보자마자 왕손 분타주를 떠올렸다.
쌍둥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로 얼굴이 닮았다. 작은 눈에 큰 콧구멍, 다소 흐릿한 인상까지.
하지만 결정적으로 다른 점이 하나 있었다.
‘이쪽은 손이 아니라 발이 엄청나게 크군.’
걸어오는 분타주는 맨발이었는데, 발이 남들보다 두 배는 크고 두툼했다. 발등에 털도 수북했다.
저 녀석, 혹시 이름이…….
“무한 분타주 왕발입니다.”
왕발이 포권을 취하며 말했다. 너무나 예상했던 그대로의 이름인지라, 백수룡은 저도 모르게 헛기침을 했다.
“흠흠. 백수룡입니다.”
백수룡은 역골공을 풀어서 원래 얼굴로 돌아왔다. 이미 정체까지 밝혔는데, 계속 얼굴을 감추는 것은 상대에 대한 예의가 아니기 때문이다.
왕발이 흐리게 웃으며 말했다.
“소문으로만 들었던 청룡신협을 뵙게 돼 영광입니다.”
“감사합니다.”
빈말로도 아닙니다, 라거나 과찬이십니다, 라고는 안 하는 백수룡이었다.
왕발은 그런 백수룡을 유심히 바라보았다. 백수룡도 마찬가지였다. 잠시 묘한 긴장감이 흘렀다.
“헌데 저희 분타엔 무슨 일로…….”
“정보를 얻고자 왔습니다.”
백수룡은 이곳에서 빙궁의 최근 동향에 대해서 정보를 얻을 생각이었다.
물론 섬서에 가서도 개방을 이용할 수 있겠지만, 호북 무한 분타는 천하에서 가장 많은 정보가 모이는 곳이었다. 이곳이라면 조금 더 양질의 정보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판단에서였다.
그런데 왕발 분타주의 표정이 묘했다.
“……죄송하지만 본 방은 지금 손님을 맞이할 여유가 없습니다. 그냥 이 자리에서 말씀을 나눠도 되겠습니까?”
예상치 못했던 말이었지만, 백수룡은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도 굳이 거지소굴에 들어가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괜찮습니다.”
“예. 구체적으로 어떤 정보를 원하시는 건지?”
“우선 빙궁에 대한 최근 동향과…….”
대화는 빠르게 끝났다. 용건만 간단히. 왕발은 대화를 길게 이어 가고 싶어하지 않는 눈치였다.
백수룡은 그의 눈이 조금 충혈돼 있는 것을 보았다.
‘잠을 제대로 못 잔 모양이군.’
뿐만 아니라 눈빛이 초조하고 불안해 보였다. 나름대로 숨기는 모양이지만, 백수룡의 눈을 속일 수는 없었다.
“알겠습니다. 숙소를 알려 주시면, 오늘 안에 정보를 정리해서 인편으로 보내 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개방 내부에 뭔가 문제가 생긴 모양이지만, 백수룡은 정보만 제대로 얻을 수 있다면 참견할 생각이 없었다. 그래서 모른 척했다.
“그럼 이만.”
포권을 취한 백수룡은 돌아섰다.
왕발이 그를 다시 불러 세운 것은, 백수룡이 정확히 다섯 걸음을 걸었을 때였다.
“혹시…… 독공에 대해서도 잘 아십니까?”
“독공이요?”
백수룡이 돌아본 순간, 합격진의 축을 이루고 있던 늙은 거지 중 하나가 소리를 질렀다.
“후개!”
후개(後?)라고 했다.
방주의 제자들 중에서도, 다음 방주가 될 제자를 일컫는 호칭이었다.
백수룡의 눈이 이채를 발했다.
‘어쩐지 강해 보이더라니.’
왕발은 다음 대 개방주로 내정된 인물이었다.
무슨 일로 백수룡을 불러 세웠는지는 아직 모르지만, 그에게 은혜를 입힐 수 있다면 절대 손해 보는 장사는 아니었다.
그렇다고 거짓말을 할 생각은 없었다.
“전문가라고 할 수는 없지만, 웬만한 독이나 독공에 대처할 지식은 있습니다.”
백수룡은 솔직하게 대답했다.
오히려 그 대답이 마음에 들었는지, 후개의 입가에 미소가 맺혔다.
“솔직하시군요.”
“괜히 기대하게 만들면 안 되니까요.”
잠시 고민하던 왕발이 어렵사리 입을 열었다.
“……환자가 있는데, 한번 봐주실 수 있겠습니까?”
“어려운 일은 아니지만…….”
“후개! 이게 무슨 짓이오!”
아까 후개라고 외쳤던 늙은 거지가 다시 끼어들었다.
“저자가 진짜 청룡신협이라는 증거도 없는데, 어찌 이리 경거망동하는가!”
“못 믿겠으면 장로님이 확인해 보십시오.”
“뭐라?”
왕발은 사사건건 방해를 하는 장로를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바라봤다.
“직접 싸워 보면 알 것 아닙니까. 청룡신협이 비록 십존의 말석이라 하나, 입만 산 개방의 장로쯤은 십초지적일 겁니다.”
“네, 네가 감히……!”
“제가 친동생의 필적과 수결도 알아보지 못할 것 같습니까?”
왕발은 백수룡이 가져온 왕손의 서찰을 보여 주며 말했다.
닮았다 했더니, 왕손의 형이었구나.
백수룡은 고개를 끄덕이며 왕발이 장로를 갈구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위조의 가능성도 있소! 이런 상황에서 함부로 외인을 들이는 것은 방주께서도…….”
“적당히 하십시오.”
화아악!
후개의 몸에서 가공할 기세가 끼쳤다. 가느다란 눈에서 무시무시한 살기가 흘러나오자, 장로가 이를 꽉 악물었다.
“스승님이 안 계신 상황에선 모든 결정은 내가 합니다. 한 번만 더 내 말에 딴지를 걸면, 하극상으로 다스려 다리를 부러뜨릴 것이니 그리 아시오.”
“…….”
장로는 후개의 폭언에 이를 악물 뿐, 더 이상 따지지 못했다. 불만이 있어 보이는 다른 거지들도 마찬가지였다.
‘성질머리가 보통이 아니군.’
백수룡은 왕발이 마음에 들었다. 호쾌한 성격도 그렇고, 과감한 판단과 결정도 마음에 들었다.
저런 녀석은 한번 은혜를 입으면 몇 배로 갚는다.
은혜도 모르고 호시탐탐 복수할 기회만 노리는 남궁가의 어떤 놈과는 다르게 말이다.
“식구들의 못난 모습을 보여 드려 죄송합니다.”
왕발은 민망한 표정으로 백수룡을 바라봤다.
끝까지 반대하던 장로는 왕발을 한번 노려본 후 거지들 속으로 사라졌다.
잠시 그 뒷모습을 바라본 백수룡은 고개를 돌려 왕발에게 물었다.
“환자는 어디 있습니까?”
“……저를 따라오십시오.”
합격진을 이루고 있던 거지들이 좌우로 비켜서고, 백수룡은 왕발을 따라 폐가로 들어갔다.
이곳의 분위기와 저들의 대화를 들으며, 백수룡은 개방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대충 짐작할 수 있었다.
“개방의 중요한 인물이 독공에 당한 모양이군요.”
“……맞습니다.”
왕발은 고개를 끄덕이며 청룡신협과 관련된 믿기 힘든 이야기들을 떠올렸다.
남궁세가에서 가장 먼저 이변을 알아낸 사람은 청룡신협이었다. 그가 아니었다면 남궁세가는 무림에서 사라졌을 것이다.
어린 학생들만 데리고 악인곡에 잠입한 일도 있었다. 그곳에서 혈수귀옹을 죽이고 악인곡을 함락시켜, 청룡신협이라는 별호를 얻었다.
청룡학관을 복속시키러 간 무림맹주를 되레 설득해 동맹을 맺었다. 일방적으로 청룡학관이 유리한 조건이었다고 들었다.
‘무공이 전부였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청룡신협에게 그 이상의 무언가가 있어. 어쩌면 이번에도…….’
왕발은 그만큼 간절했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래서 다소 억지를 부려 가며 외인을 이곳까지 데려왔다.
“이곳입니다.”
약냄새가 진동하는 방 안에는, 시체처럼 창백한 안색의 노인이 누워 있었다.
“저의 스승님이십니다.”
백수룡은 깜짝 놀란 얼굴로 노인을 바라봤다.
후개의 사부라면, 개방의 방주라는 소리였다.
‘이렇게 다 죽어 가는 노인이?’
방주의 온몸에는 금침이 꽂혀 있었는데, 가슴 부분이 시커멓게 변해 피부가 괴사하고 있었다.
왕발이 말한 독공의 흔적이었다.
“며칠 전, 괴한의 습격을 받으셨습니다. 범인은…….”
더 이상 말하지 않아도 누군지 알 것 같았다.
방주의 상처를 살핀 백수룡이 표정을 굳히며 말했다.
“혈교로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