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umber One Star Instructor Master Baek RAW novel - Chapter 338
337화. 증명하게
잠시 후, 화구를 담아 두는 큼직한 목함을 품에 안고 달려온 풍월화공이 백수룡에게 외쳤다.
“그대로 가만히 있게!”
화구를 꺼내 바닥에 펼치자, 종이가 혼자서 스르륵 허공에 떠오르더니 비스듬하게 펼쳐졌다.
종이뿐만이 아니었다. 풍월화공의 좌우로 붓, 물감, 온갖 종류의 화구들이 둥실둥실 떠올랐다.
풍월화공은 그중 마음에 드는 붓을 손에 쥐었다. 손에 쥔 것은 하나였으나, 그 순간 다른 붓들도 함께 움직였다.
‘그림에 술법의 기운을 남긴다더니…….’
백수룡은 흥미로운 눈으로 풍월화공의 술법을 구경했다. 허공섭물과는 달랐다. 허공섭물이 기로 물체를 조종하는 것이라면, 풍월화공의 술법은 물건에 생명력을 불어넣어 저절로 움직이게 하는 듯했다.
“아까처럼 앞에 있는 그림을 봐주겠나?”
“……이렇게 말입니까?”
백수룡은 순순히 풍월화공이 시키는 대로 했다.
은사부의 정인을 찾으러 와서 이게 뭐 하는 짓인가 싶었지만, 부모님의 젊은 시절을 보여 준 값이라 치기로 했다.
그런데 생각보다 풍월화공의 요구가 많았다.
“고개를 살짝만 들어 보게. 조금 더 아련한 표정으로. 누가 지켜본다고 생각하지 말고. 처음 저 그림을 본 순간의 감정을 끌어올려 보게나!”
풍월화공의 온갖 요구에, 옆에서 지켜보고 있던 검노가 핀잔을 주었다.
“이놈아. 말이 쉽지. 초면에 그런 요구를 하면 민망해서…….”
“이렇게 하면 됩니까?”
“옳지! 잘하는구나! 자네 아주 타고났어!”
“…….”
백수룡은 풍월화공이 시키는 대로 척척 자세를 잡았다.
사람들 앞에 서는 일이라면, 전생에서부터 수없이 해 봐서 어려울 것은 전혀 없었다.
뻔뻔할 정도로 당당하게 자세를 잡는 백수룡의 모습에, 검노가 낮게 탄식했다.
“만만치 않은 손님이 왔군.”
백수룡도 가만히 서 있기만 하지는 않았다.
그는 시선은 계속 그림에 두면서, 입을 움직이지 않고 말했다.
“은퇴하신 이후로 그림은 안 그리시는 것 아니었습니까?”
말을 하고 있지만 표정에는 일절 변화가 없었다.
복화술 정도는 백수룡에게 간단한 기술이었다.
“헛소문이오. 환쟁이가 그림을 그리지 않으면 뭘 하겠소? 더 이상 남에게 보여 주거나 팔지 않으니 그런 소문이 돈 것이지.”
검노가 대신 대답했다.
풍월화공은 그림을 그리는데 완전히 몰입한 상태여서, 두 사람이 하는 말을 전혀 듣지 못하고 있었다.
‘굉장한 집중력이군.’
곁눈질로 풍월화공을 힐긋거린 백수룡이 검노에게 말했다.
“선배님. 말씀 편히 하십시오.”
“내 나이가 많다고 찾아온 손님에게 하대를 하지는 않소. 나는 그리 무례한 사람이 아니오.”
검노는 고개를 저었다. 볼수록 신기한 노인이었다. 백수룡은 검노의 정체도 궁금해졌다.
“손님이 아니라 후배 무인으로서 말씀드리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더욱 안 될 일이지. 무인의 격이 나이로 정해지는 것도 아니거니와, 그대는 이미 무림의 배분으로 논할 고수가 아닌 듯한데.”
“……과찬이십니다.”
백수룡이 검노를 알아보았듯, 검노도 백수룡이 대단한 고수라는 사실을 느끼고 있었다.
하지만 둘 사이에 긴장감은 흐르지 않았다.
검노는 인상은 살벌해도 어딘가 초탈한 분위기가 흐르는 노인이었고, 백수룡도 싸울 마음으로 찾아온 것이 아니었으니까.
“궁금한 것이 있으면 내게 물어보시오. 이 녀석은 지금 벼락이 내리쳐도 듣지 못하는 상태이니.”
“실례지만 두 분은 어떤 관계이십니까?”
“……친우요. 보다시피 이놈이 그림을 팔아 번 돈이 많아서, 이곳에 얹혀 지내면서 총관 일을 해 주고 있소.”
백수룡은 검노의 정체가 궁금했지만, 단호한 말투에서 자세히 묻지 말라는 의지가 느껴졌다.
하는 수 없이 다른 질문을 했다.
“그림이 다 완성되려면 얼마나 걸릴까요?”
“오래 걸리지 않소. 반 시진이면 완성될 거요.”
“……생각보다 굉장히 빠르군요.”
벽에 걸려 있는 미인도들의 수준을 생각하면, 반 시진은 말도 안 될 만큼 짧은 시간이었다.
‘적어도 반나절은 서 있어야 할 줄 알았는데.’
술법을 이용해서 그리기 때문이리라.
지금도 허공에 떠 있는 붓들이 웬만한 사람은 눈으로 좇기 힘들 정도의 속도로 움직이고 있었다. 풍월화공은 무아지경에 빠진 지 오래였다.
“오자마자 차 한잔 대접하지 못하고 서 있게 해서 미안하오. 보통은 담소를 좀 나눈 후에 그림을 그려도 되냐고 부탁하는 편인데…….”
검노는 완전히 몰입한 풍월화공과, 그가 그리는 그림을 힐긋 본 후에 말했다.
“손님을 보고 영감을 크게 받은 모양이오. 오늘은 걸작이 나올 것 같군.”
백수룡은 몰랐지만, 검노의 입에서 걸작이라는 말이 나온 것은 십 년도 더 된 일이었다.
‘묘한 기분이긴 하군.’
부모님의 초상화를 바라보면서, 자신의 초상화가 완성되는 것을 기다리다니.
아버지와 어머니의 미소가 왠지 자신을 바라보면서 웃는 것만 같았다.
“그림이 완성되면 이 녀석이 고맙다며 선물을 주겠다고 할 것이니, 미리 생각해 두면 결정에 도움이 될 게요.”
선물이라…….
그 말을 듣자마자, 백수룡은 풍월화공에게 무엇을 달라고 할지 결정했다.
두 사람이 두런두런 대화를 나누는 동안, 어느새 그림이 완성되었다.
마지막 붓질을 끝낸 풍월화공의 눈빛이 비로소 원래대로 돌아왔다.
“좋구나!”
완성된 그림을 바라보며 너털웃음을 터트리는 풍월화공. 그가 고개를 돌려 백수룡에게 말했다.
“고맙네. 덕분에 오랜만에 굉장히 마음에 드는 그림이 나왔어! 그림을 바라보는 자네의 표정, 자연스러운 자세! 최근 십 년간 그린 그림 중에 가장 마음에 드는 작품이야!”
얼굴 가득 환한 미소가 맺힌 풍월화공의 얼굴은, 최소 여든은 넘었으리라 추정되는 나이가 무색할 만큼 순수했다. 보는 사람마저 기분이 좋아질 정도였다.
백수룡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저 이제 움직여도 됩니까?”
“이런, 내가 손님을 서 있게 했군. 총관. 가서 음식을 좀 준비해 주겠나?”
“미리 시비들에게 일러 놓았다. 자리를 옮기지.”
검노가 먼저 몸을 돌리고, 풍월화공과 백수룡이 그 뒤를 따랐다.
백수룡은 술법으로 화구를 수습 중인 풍월화공 옆에 붙으며 말했다.
“완성한 그림을 좀 봐도 되겠습니까?”
“물론일세.”
“…….”
별채를 배경으로, 벽에 걸린 부모님의 초상화를 바라보는 백수룡의 옆모습이 그려져 있었다.
창으로 들어온 햇살, 바람에 머리카락이 살짝 흩날리는 모습까지 섬세하게 표현돼 있었다.
‘신기하군. 그림에서 감정이 고스란히 느껴지다니.’
그림 속 백수룡의 입가에는 반가움이, 눈에는 그리움이 담겨 있었다.
스스로 이런 말을 하긴 좀 그렇지만, 자신이 봐도 한 폭의 그림이었다.
‘두 분의 모습이 정면으로 나오지 않아서 아쉽지만.’
내심 가족이 다 나온 초상화를 기대했지만, 이 그림은 명백히 백수룡이 주인공이었다. 그 점이 유일하게 아쉬웠다.
“어떤가?”
“……기분이 묘하군요.”
“하하! 그리 말할 줄 알았네!”
세 사람은 자리를 옮겼다. 진수성찬이 차려진 식탁에 둘러앉아 담소를 나눴다.
“헌데, 자네가 보고 있던 그림에 그려진 분들과는 어떤 인연인가?”
빨리도 묻는군.
백수룡은 속으로 생각하며 피식 웃었다.
“두 분이 저의 양친이십니다.”
“허어. 과연……! 그 두 사람 사이에서 이토록 헌앙한 아들이 태어났구나. 어쩐지 닮았다고 생각하고 있었거늘.”
“제 부모님을 기억하십니까?”
“물론일세. 내가 그린 그림의 인물은 모두 기억하고 있다네. 특히 자네의 부모는…….”
풍월화공의 눈이 잠시 과거를 더듬었다. 그의 입가에 잔잔한 미소가 맺혔다.
“참으로 잘 어울리는 한 쌍이었지. 혼례를 올리고 함께 강호를 유람하고 있다고 하더군. 어찌나 찰싹 달라붙어 있던지, 초상화를 그릴 때도 손을 놓지 않겠다고 고집을 부렸었지. 내 평생 그런 경우는 처음이었네.”
풍월화공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의 입가에 장난스러운 미소가 맺혔다.
“자네 부친. 대단한 팔불출이었어. 안으면 부서질까, 불면 날아갈까, 아내 옆에서 쩔쩔매던 모습이 아직도 떠오르는군.”
“그랬을 겁니다.”
백수룡도 큭큭 웃었다.
안 봐도 훤했다. 아버지는 꼼짝도 못 하고 잡혀 살았을 것이다.
“어머니는 어떤 분이었습니까?”
“강단 있는 여인이었네. 몸이 약해 보였는데도 할 말은 다 하더군. 난데없이 새벽에 쳐들어와서 그림을 그려 달라고 한 사람은, 내 평생 자네 모친이 유일했다네.”
“……예?”
상상을 초월하는 이야기에, 백수룡이 입을 떡 벌렸다.
“음. 그건 나도 기억나는군.”
검노도 무표정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어머니는 이 무서운 노인이 지키는 장원에 직접 쳐들어왔단 말인가?
“우리 정도면 충분히 자격이 되지 않냐면서, 시간이 없으니 빨리 그려 달라고 하더군. 기다리는 시간도 아깝다면서 말이야.”
매약빙은, 백수룡이 상상했던 것 이상으로 굉장한 여인이었다.
“……죄송합니다.”
백수룡은 일단 사과부터 했다. 어쩐지 그래야 할 것만 같았다.
“망나니 같은 부모님을 용서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두 분의 모습을 이렇게 남겨 주신 것도 감사합니다. 그, 아버지 정도는 좀 패셨어도 괜찮았을 것 같은데…….”
도대체 아들인 내가 왜 이런 말을 해야 하는 건데. 백수룡은 속으로 투덜거렸다.
“하하! 다 옛날이야기지. 지금은 재미있는 추억으로 남아 있다네. 좋은 작품도 남았고 말이지.”
“괜찮소.”
풍월화공은 진심으로 즐거워했다.
검노의 입가에도 미소 비슷한 것이 맺혔다.
나이가 들수록, 추억을 공유하는 사람을 만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래, 양친은 건강하신가?”
“아버님은 정정하시고, 어머니는 절 낳고 돌아가셨습니다. 그래서 얼굴을 뵌 것은 오늘이 처음입니다.”
“저런…….”
풍월화공이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백수룡은 괜찮다며 씩 웃었다.
오히려 생각지도 못했던 곳에서 부모님의 전설적인 일화를 들으니, 즐거운 기분이 들었다.
“이것도 인연인데, 자네에게 선물을 하나 주고 싶네. 원하는 것이 있다면 편히 말해 보게나.”
돈, 명성, 인맥.
풍월화공은 모든 것을 줄 수 있었다.
돈을 원한다면 천하에서 가장 큰 상단의 전표를 써 줄 수 있고, 명성을 원한다면 자신의 이름을 빌려줄 수도 있었다.
인맥을 원한다면, 화산파나 종남파의 장문인에게 소개장을 써서 만나게 해 줄 수도 있었다.
하지만 백수룡이 원하는 것은 따로 있었다.
“그림을 하나 더 그려 주십시오.”
“음?”
“별채에 걸려 있던 부모님과 제가 함께 서 있는 그림을 그려 주십시오.”
“으음…….”
풍월화공이 처음으로 곤란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원래는 안 되는 일이다.
그는 자신이 그리고 싶은 그림만을 그리며, 한자리에 없는 인물은 상상해서 섞지 않는 주의였다.
하지만 방금 전, 실제로 어머니를 뵌 것은 처음이라는 백수룡의 이야기를 들은 터라 고민이 되었다.
“그것은 좀…….”
“사실 저보다는.”
풍월화공이 흔들리는 모습을 본 백수룡이 처연한 표정으로 말했다.
“외조부님께 그 그림을 꼭 선물해 드리고 싶어서 드리는 부탁입니다.”
매극렴이 저 그림을 본다면 얼마나 좋아할까.
의절하고 삼십 년을 보지 못한 딸.
그림으로나마 다시 보게 된다면 매극렴이 어떤 표정을 지을지, 백수룡도 상상이 되지 않았다.
“외조부께서 어머니의 장례에도 참석하지 못하셨습니다. 그 일을 평생 후회하고 계시는데…….”
“그, 그만하게. 그런 얘길 들으면 마음이 약해지지 않나.”
백수룡의 부탁에 고민하던 풍월화공이 이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알겠네. 그려 주지.”
“감사합니다.”
언제 처연한 표정을 지었냐는 듯, 백수룡의 얼굴이 환해졌다.
원했던 선물까지 약속을 받았으니, 슬슬 본론을 꺼내도 될 것 같았다.
“사실 따로 여쭙고 싶은 것이 있어서 먼 길을 찾아왔습니다.”
“편히 묻게나.”
“어르신의 성함이 문율이십니까?”
풍월화공.
그는 은사부에게 들었던 정인과는 인상이 달라도 너무 달랐다.
하지만 두 사람이 헤어지고 육십 년이 넘는 세월이 흘렀다.
‘어떤 일이든 일어날 수 있는 시간이지.’
병약한 서생이 술법을 익히고, 천하에서 가장 유명한 화공이 된다 해도 이상하지 않은 시간.
떠난 사람을 잊지 않기 위해 계속 그림을 그려 온 거라면?
“……그 이름은 어디서 들었나?”
풍월화공의 표정이 차갑게 굳었다.
갑자기 바뀐 분위기에 백수룡이 당황할 정도였다.
“대답하게. 그 이름을 어디서 들었냐고 물었네.”
백수룡은 잠시 대답을 고민하다가 말했다.
“그분에게 전해야 할 말이 있습니다.”
“자네가? 아니면 다른 누구에게 부탁을 받았나?”
“은예린.”
그 이름이 나온 순간, 풍월화공의 눈이 더 커질 수 없을 정도로 부릅떠졌다.
무림이 빙월신녀라는 별호는 기억하고 있을지 몰라도, 그녀의 본명은 거의 알려져 있지 않았다.
“그녀와 무슨 관계지?”
풍월화공의 기세가 일변했다.
장원 전체를 휘감은 술법이 주인과 공명했다.
대낮인데도 불구하고 주변이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콰콰콰콰콰!
일대의 기가 미친 듯이 요동치자, 식탁 위의 음식들은 돌풍에 날아가 버렸다.
‘이건, 위험할 수도 있겠군.’
백수룡의 표정도 굳었다. 이제 보니 장원 전체가 풍월화공이 만든 절진이나 다름이 없었다.
신비로운 풍경을 보여 주던 술법이 어떻게 변할지 짐작조차 어려웠다.
“내 질문에 대답하라!”
풍월화공의 발이 허공으로 떠올랐다.
그의 목소리가 사방에서 울려 퍼졌다.
눈동자는 한없이 투명하고 서늘했다.
백수룡은 어쭙잖은 거짓말이 통할 상대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제자입니다. 자세한 사정은 지금 다 밝힐 수 없으나, 저는 빙월신녀의 무공을 이었습니다. 그리고 그분께서 문율이라는 분께 남긴 유언을 전하고자 찾아왔습니다.”
“지금 유언, 이라고 했나?”
풍월화공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분노와 실의, 상실감, 체념 등 여러 감정들이 물감처럼 뒤섞여 분간하기가 어려웠다.
그는 한참 만에야 다시 입을 열었다. 조금은 흥분을 가라앉힌 얼굴이었다.
“내 대답을 듣고 싶다면, 우선 증명하게.”
“증명이라면?”
“자네가 빙궁 출신도 아니고, 혈교에서 보낸 자도 아니라는 사실을 증명하게.”
“……!!”
이번에는 백수룡이 깜짝 놀랐다.
풍월화공의 입에서 혈교라는 말이 나왔다. 전혀 예상치 못한 대답이었다.
‘은사부가 혈교에 잡혀간 걸 알고 있었나? 언제부터?’
의문을 풀기 위해서는 풍월화공의 말대로 증명해야 했다. 고집스레 다문 입매는 그전에는 결코 열리지 않을 것 같았다.
콰콰콰콰-!
백수룡이 내공을 끌어올리며 말했다.
“어떻게 증명하면 되겠습니까?”
“간단하네. 신녀의 빙공을 보여 주게. 그것은 빙궁의 것과는 다르다고 들었네.”
“단순히 무공을 시연하면 되는 겁니까?”
풍월화공은 고개를 저었다.
“나는 뒤늦게 무공을 익혔으나, 술법에 비하면 그 실력이 일천하네. 여러 종류의 빙공을 구분할 눈이 없네.”
“그럼 어떻게……?”
“다행히 내 곁에는 과거 빙월신녀와 싸워 본 사내가 있지.”
두 사람의 시선이 같은 방향으로 움직였다.
아까부터 팔짱을 낀 채 침묵하고 있던 검노가, 무표정한 얼굴로 백수룡을 응시했다.
“만약 손님이 혈교에서 보낸 인물이라면, 이곳에서 살아나가지 못할 것이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