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umber One Star Instructor Master Baek RAW novel - Chapter 377
376화. 조장들 (4)-가장 마음에 드는 조언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말에 헌원강과 위지천이 동시에 반발했다.
“우리한테 문제가 있다고?”
“다른 조원들이 아니라요?”
헌원강은 말도 안 된다는, 위지천도 억울하다는 표정이었다. 그 모습을 본 목형우가 피식 웃었다.
“역시 전혀 모르는군.”
그는 이 후배들에게 큰 은혜를 입었다.
천재라 불러 마땅한 녀석들이 쉽게쉽게 자신의 창술을 재현하고 더 발전시키는 과정을 보면서, 목형우는 자신이 나아가야 할 길을 본 기분이었다.
‘나도 할 수 있다.’
물론 범재만도 못한, 둔재인 자신은 아주 느릴 것이다.
하지만 느리면 어떤가.
무공을 익히는 것 자체가 즐거운데.
좋아하는 일을 하는 데 있어서, 재능이 없는 것쯤은 사소한 문제일 뿐이다. 목형우는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이젠 내 차례지?”
도움을 주고받는 입장이 바뀌었다.
목형우는 이 무공만 센 어린애들에게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조언을 해 줄 생각이었다.
“기본적으로 너희는 다른 학생들과 기준이 달라. 높아도 너무 높지.”
“그거야…….”
“하지만…….”
“일단 내 얘기 먼저 들어.”
목형우의 단호한 눈빛에, 두 소년이 불만스레 내민 입술을 꾹 다물었다.
“다른 애들은 너희처럼 못해. 너희 기준을 따라갈 수 있는 애들은 청룡학관에 스무 명, 아니 열 명이나 될지 모르겠다. 물론 너희가 나보다 더 잘 알겠지.”
“…….”
“…….”
청룡오망.
청룡신협 백수룡의 직전제자들이라고 할 수 있는 다섯 명의 학생들.
한 명 한 명이 놀라운 재능을 가졌지만, 반년 전까지만 해도 그들의 재능은 땅속에 묻혀 있던 원석에 불과했다.
하지만 그들의 재능에 백수룡의 지도가 더해지면서, 이제 청룡오망과 다른 학생들의 격차는 어마어마한 수준이었다.
그리고 그 간극은 점점 벌어질 확률이 높았다.
“조원들이 그런 너희를 보면서 어떤 생각이 들까? 생각해 본 적 있어?”
박탈감. 좌절감. 질투심.
한창때의 십 대 소년 소녀들이라면, 또래의 압도적인 무인들을 동경하는 한편으로 이런저런 복잡한 감정을 느끼는 것이 당연했다.
“그딴 것까지 우리가 생각해야 해?”
헌원강이 인상을 구기며 되물었다. 목형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이지. 조별 과제는 단순히 모여서 과제를 수행하는 게 아니야. 조원들과 원만한 관계를 구축하지 못하면 계속 삐걱거릴 수밖에 없다. 이건 어떤 조직이든 마찬가지다.”
십 년의 군 생활, 그리고 사 년 동안 여덟 번의 조장을 경험한 선배의 조언이었다.
“서른 먹은 나도 너희를 보면서 세상이 부조리하다는 생각이 드는데, 같은 조원들은 더할 거다. 마음이 복잡할 수밖에 없어. 우선은…….”
“잠깐만.”
목형우의 말을 끊은 헌원강이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질문했다.
“그럼 상웅 선배는? 야수혁은? 그쪽 조들은 잘만 굴러가던데.”
“그 둘은 너희와 달라.”
거상웅은 상인의 아들답게 눈치가 빠르고, 주변 사람들과 두루두루 잘 지내는 성격이었다.
야수혁도 집단생활에 익숙했다. 녹림의 형님들과 합을 맞춰 본 경험은 조별 수업에서도 문제없이 조원들을 이끌 수 있는 기반이 되었다.
“둘은 자신의 조에서 자연스럽게 중심을 잡아 주고 있어. 누구처럼 강압적으로 회의를 주도하지도 않고, 누구처럼 같이하기 싫은데 억지로 하는 티를 내지도 않지.”
“…….”
“…….”
목형우가 차례대로 헌원강과 위지천을 바라보자, 순간 둘 다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다.
“스스로도 알겠지만, 너희들은 천재야.”
“갑자기 뭔…….”
“네?”
둘 다 멋쩍은 표정을 지었다. 그런 말에 순순히 고개를 끄덕일 성격들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목형우는 삼 년 전 입관 시험을 떠올리며 헌원강을 바라봤다.
“게으른 천재가 들어왔다며 흥분해서 떠들던 선생들 표정이 기억나네. 대부분 헌원강 너를 두고 한 말이었지.”
“크흠! 민망하게 갑자기 왜 금칠을 하고 그래?”
그해에 입관 시험 수석은 독고준이었지만, 목형우는 당시 헌원강의 이름을 더 많이 언급하며 수군거리던 강사들의 모습을 기억했다.
그해 첫 학기에는 남궁수도 독고준이나 팽사혁보다 헌원강에게 더 많은 관심을 주었을 정도였다.
“입관 시험을 대충 치르고도 강사들을 홀린 천재 소년 도객. 잠재력만 보면 독고준이나 팽사혁보다 더 높은…….”
“아 진짜, 그만 좀 하라니까. 그렇게 칭찬한다고 뭐라도 떨어질 줄 알아?”
헌원강은 질색하는 척하며 손을 휘휘 저었지만, 저도 모르게 광대가 씰룩이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그러나 목형우의 말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이었던 평가는 한 학기 만에 곤두박질쳤지. 게으르고 오만한 성정에, 수업에 비협조적이고, 다른 학생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사고를 치고 다녔으니까. 청룡학관 최고의 문제아라는 수식어가 네 앞에 붙기까지 일 년도 걸리지 않았어.”
“뭐 하자는 건데? 지금 놀리는 거냐?”
헌원강의 표정이 사납게 일그러졌지만, 목형우는 차분한 표정으로 되바라진 후배를 똑바로 응시했다.
“다른 학생들이 널 어떻게 생각할지 생각해 보라는 뜻이다. 조원들이 수동적이라서 불만이라고? 그게 누구 때문일 것 같아?”
“……나 때문이라고?”
헌원강이 속한 사조에서는 누구도 하지 못했던 말을, 목형우는 거침없이 내뱉었다.
“독선적이고 자기중심적인 성격에 무공까지 압도적인 고학년이 회의를 혼자 주도하는 분위기라면, 웬만해선 함부로 입을 못 열어.”
“끄응…….”
듣고 보니 다 맞는 말이라, 헌원강은 자신의 머리를 벅벅 긁으며 한숨을 쉬었다.
“젠장. 인정할 수밖에 없네.”
솔직하게 잘못을 인정하는 것은 헌원강의 큰 장점이었다. 그는 팔짱을 끼고 혼자만의 생각에 잠겼다.
목형우는 고개를 돌려 옆에 있는 위지천을 바라봤다.
“위지천. 너는 헌원강보다 더해.”
“……제가 원강 선배보다 더하다고요?”
“그 말도 안 된다는 반응은 뭔데?!”
충격받은 얼굴을 한 위지천에게, 목형우는 단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어떤 면에서는 네가 훨씬 더하지.”
검재 위지천.
청룡학관뿐만 아니라 그 바깥까지 소문이 나기 시작한 소년의 재능은 분명 청룡학관 제일이었다.
“헌원강과 달리 넌 일학년이지. 성격도 얌전한 편이고. 검을 들지 않은 경우에 한해서지만…….”
“그런데 왜 제가 원강 선배보다 더해요? 전 누굴 괴롭힌 적도 없고, 무서운 얼굴로 노려보면서 협박한 적도 없는걸요?”
“이 자식 봐라?”
도저히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표정을 짓는 위지천에게, 목형우는 단 한마디로 설명해 주었다.
“넌 재수가 없거든.”
위지천이 입을 뜨억 하고 벌렸고, 그 옆에서 위지천을 한 대 쥐어박으려던 헌원강은 그만 웃음을 참지 못하고 “풉!” 하고 터져 버렸다. 무슨 말인지 한 번에 이해가 되었던 것이다.
위지천이 세상 억울한 얼굴로 항변했다.
“제가 뭘 잘못했다고요!”
“정확히 뭘 잘못했다기보단…….”
목형우는 어깨를 으쓱하며 말을 이었다.
“넌 다른 학생들을 자신보다 몇 수는 아래로 보고 있거든. 문제는 그게 티가 난단 말이지.”
“제가 언제…….”
“일부러 무시했다는 말은 아냐.”
목형우는 잠시 생각하더니 다시 말을 이었다.
“예를 들면, 지난 모의전에서 너는 조원들을 보호해 주려고 했지. 멀리 가지 말고 네 주변에서 싸우라고 했어. 기억나?”
위지천은 고개를 끄덕였다.
조원들에게 멀리 가지 말고 자신의 주변에서 싸우라고 했다.
그래야 위험할 때 구해 줄 수 있으니까.
결과적으로 패착이었다. 집중력이 흐트러지며 이도 저도 아니게 싸우다가 결국 져 버렸으니.
“너는 그게 배려라고 생각하겠지만, 조원들은 자존심이 상했을 거야. 후배한테 보호받아야 할 취급을 받은 거니까. 그것도 수많은 학생들 앞에서.”
“전 그런 의도가 아니라…….”
“지금 네 생각은 중요한 게 아냐. 조원들이 어떻게 받아들였을지를 생각해야지.”
“…….”
목형우는 일부러 더 강하게 말했다.
지금이 아니면, 후배들이 자신들의 문제를 계속 깨닫지 못할 테니까.
“조원들 실력이 못 미더운 건 사실이지? 네 기준에선 너무 약하니까 말이야.”
“그게…….”
위지천은 허를 찔린 듯 뜨끔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고개를 푹 숙이며 인정했다.
“맞아요.”
사실 목형우는 위지천이 잘못했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자신에게 위지천과 같은 재능이 있었다면 더 오만하게 굴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둘 다 성정이 못된 애들은 아니야. 아직 미숙할 뿐이지.’
그저 방법을 모를 뿐이다.
자신과 다른 사람들의 눈높이를 맞추는 방법을.
다행히 목형우는 여러 가지 방법을 알고 있었다. 그는 차분한 표정으로 둘을 바라보며 말했다.
“조원들의 무공이 너희보다 약하다고 해서, 그 녀석들이 바보인 건 아니야.”
“……그런 생각은 한 번도 한 적 없어.”
“……저도요.”
기분이 나쁠 법도 한데 진지하게 자신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후배들을 바라보며, 목형우는 기분 좋게 웃었다.
“좋아. 그럼 이제부터 조원들과 관계를 바로잡을 수 있는 방법을 알려 주지.”
천재가 아닌 보통 사람의 입장에서, 목형우는 두 후배의 견문을 넓혀 주었다.
헌원강과 위지천이 오늘 목형우에게 들은 조언은, 백수룡도 해 줄 수 없는 귀중한 조언이었다.
오늘의 경험이, 훗날 많은 목숨을 구하게 할지도 모를 일이었다.
* * *
두 번째 수업을 하루 앞둔 날.
끼이익.
굳은 표정의 한 남학생이 백룡객잔의 문을 열고 들어섰다.
“선배님!”
긴장한 표정으로 앉아 있던 위지천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포권을 취했다.
문을 열고 들어온 학생, 전풍은 눈썹을 한 번 꿈틀하더니 위지천이 있는 쪽으로 걸어왔다.
“갑자기 왜 불렀지?”
선배의 딱딱한 표정에, 위지천은 긴장을 감추지 못하고 침을 꿀꺽 삼켰다. 하지만 곧 목형우가 해 준 조언을 떠올리고 각오를 다졌다.
-한 명씩 네 편으로 포섭하는 거야. 가장 쉬운 상대부터.
위지천은 진심을 담아 전풍에게 지난 일을 사과했다.
“지난번에는 정말 죄송했습니다.”
“……무슨 말인지 모르겠는데.”
청룡학관 삼학년 전풍은 조금 당황한 표정이었다. 그는 지난번 모의전에서 위지천과 마지막까지 함께 싸운 선배였다.
-너희 조에 있는 전풍. 자존심이 무척 세지만, 의협심도 강해. 진심으로 사과하는 후배를 못 본 척할 녀석은 아니야.
“제가 조장이 처음이다 보니 미숙했습니다. 진심으로 사과드리고 싶습니다.”
위지천이 정중하게 사과하며 고개까지 숙이자, 전풍이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흠흠. 그렇게 말해 주니 내가 부끄럽네. 나도 지난번에는 선배답게 행동하지 못했다.”
“……용서해 주시는 건가요?”
비 맞은 강아지 같은 소년의 얼굴을 본 전풍이 너털웃음을 터트렸다.
“용서하고 말 것도 없어. 앞으로 잘해 보자.”
“네!”
전풍과 화해하는 데 성공한 위지천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잠시 전풍과 대화를 나누고 있을 때, 두 번째 학생이 도착했다.
-시간을 조금씩 다르게 알려 주고, 한 명씩 불러서 설득해. 네 편을 확실하게 늘려 나가는 거야.
“선배님! 죄송했습니다!”
“왜, 왜 이래?”
“후배가 사과하는 데 좀 받아 줘라.”
두 번째로 온 학생도 무난한 성격이었고, 여기에 전풍까지 지원군이 되었다.
“한 번만 기회를 주시면 열심히 해 볼게요!”
“아니……. 그게…….”
“뭐, 그렇다면야…….”
함께 온 세 번째, 네 번째 학생도 설득이 어렵지 않았다. 이후에도 마찬가지였다.
위지천의 진심 어린 사과와 앞으로 있을 모의전에서 계속 질 수는 없다는 의견이 공감대를 형성했다.
그때, 마지막으로 두 명이 동시에 백룡객잔에 들어왔다.
“아이 씨. 귀찮게 뭐 하자는 거야?”
“우리가 수업을 이것 하나만 듣는 줄 아나.”
두 학생은 들어오기 전부터 짜증을 내며 백룡객잔에 들어섰다.
그들은 지난 회의 때 위지천에게 과제를 몰아주려고 선동했던 학생이었다.
‘이번에 확실하게 독박을 씌우자고.’
‘지가 무공이 아무리 세 봤자 일학년이지.’
눈빛을 교환한 두 학생은 짜증스러운 얼굴로 성큼성큼 탁자로 다가왔다.
“우리가 제일 늦었나?”
“바쁘니까 빨리 끝내자고. 어이 조장. 과제는 다 했어?”
그런데 분위기가 전과는 사뭇 달랐다.
다른 학생들이 동조하기는커녕, 눈살을 찌푸리며 두 학생을 바라본 것이다.
“선배님들. 지난번에는 정말 죄송했습니다. 저희 함께 열심히 해 보면 안 될까요?”
그러나 두 학생은 이상한 점을 눈치채지 못하고, 처음 계획대로 밀어붙였다. 이 수업에 무임승차하기로.
“됐고, 과제는 앞으로 네가 해.”
“어차피 너 혼자 싸울 거잖아. 우린 적당히 받쳐 준다니까.”
“으음…….”
잠시 곤란한 표정을 짓던 위지천은 이내 싱긋 웃으며 말했다.
“어쩔 수 없네요. 그럼 분위기 흐리지 말고 저희 조에서 나가 주세요.”
“……뭐?”
“너 제정신이야?”
두 학생은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주변을 둘러봤으나, 그들에게 동조해 주는 학생은 아무도 없었다. 몇 명은 당황한 표정을 짓긴 했지만.
그 순간, 위지천은 목형우가 해 준 다른 조언을 떠올리고 있었다.
-과반수를 네 편으로 만들면 끝난 거나 다름없어. 그때부턴 조금 권위적으로 나가도 돼.
위지천은 탁자 아래에 있는 왼손을 슬쩍 검파에 올렸다. 그러자 마음이 한결 평온해지며, 평소보다 센 말이 쉽게 흘러나왔다.
“앞으로도 그따위로 하실 거면, 수강 철회하시라고요.”
-그래도 정 안 되면, 일부는 과감하게 버리는 것도 방법이지.
그건 위지천의 마음에 가장 드는 조언이었다.
소년은 조별 수업에 무임승차하려는 선배들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둘 정도는 없어도 모의전에서 이길 수 있거든요.”
“아, 아니…….”
“저기…….”
그 눈빛이 전혀 농담이 아니었기에, 두 선배는 당황한 얼굴로 말을 버벅일 수밖에 없었다.
‘저 자식. 재수 없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은데?’
‘그러게 말이다…….’
객잔 구석에 숨어서 그 모습을 지켜보던 목형우와 헌원강이 한숨을 내쉬며 속삭였다.